우리 학교 목련꽃
우리 학교 목련꽃 봉오리는
다 한쪽을 보고 있다
학교 한 바퀴 빙 돌던
1학년들은 그쪽이
선생님 있는 쪽이라 하고
물어보던 선생님은
막 웃는다
산에서
4학년은 담임에게 별 관심 없이
저희들끼리 싸 온 간식을 먹고
먼저 올라온 2학년 몇이
내 옆에 앉아 조잘대더니
-선생님이 걱정돼
나현이가 뛰어간다
-왜 다시 내려가아
에나가 묻는다
-선생님이 걱정된다고오
그때 온산에 진달래 더 만발하고
꽃 속에 선 나현이가 예뻐 죽겠다
불편한 진실
학교 앞 도랑가에 그것들 시체가 있다
개구리, 도롱뇽, 미꾸라지, 뱀, 쥐며느리
잡았으면 보고 빨리 놓아주라 해도
들고 다니며 오지게 재미만 보더니
기어이 일이 나고 말았다
무엇이든 생명은 죽게 하면 안 된다고 나는
지금까지 교실에서만 말하고
알았다더니 나가면
몇 아이는 꼭 일을 저지르고
뭐라 하니 목에 힘주고 “뭔 개소리여요?” 하고 간다
거꾸로 오르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마음먹은
교사모임에 끼여
구례군 토지면 연곡분교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놀다
늦게 민박집에 누워
계곡 물소리 듣는다
물소리는 꼭 여기를 뜨자며
모여라 모여 다 모여
넓고 큰 곳으로 가자는 소리만 같아
조잘대며 따라가는 아이들 소리만 같아
다시 돌아누워도
모여라 모여 다 모이라는 것만 같아
꼭 그렇게만 들려
이쪽저쪽 뒤척이며
거꾸로 되돌아오는 연어들을 생각한다
거꾸로 돌아오는 아이들을 생각한다
배추를 묶으며
바람 푸욱한 11월 아침
흙과 몸이 하나 되어 밭두렁을 쭉 타고 가는
아버지와 어머니와 아내와 같이 가지 못하고
서투를 나는 귀퉁이에 작은 배추들을 묶는 척하였다
간간이 만나는 배추가 어찌나 큰지
밖에서 안으로 감싸 안으며 묶으면
큰 아낙네 엉덩이를 껴안는 것 같아
안에서 밖으로 밀며 묶어도
야릇하고 오진 맛이 들었다
간혹 배추 가득한 밭가를 지나며
바람막이 옷을 꼭꼭 감싸고 배추를 묶던
아낙들을 볼 때면 추운데 고생한다
고생한다는 생각만 잠깐 했는데 오늘 배추를 묶으며
배추들이 아낙들 엉덩짝만하게 크는 것은
나에게 야릇하고 오진 맛을 주는 것은
아무리 둥글고 둥글어도 곱디곱기만 한
어머니 아내들 엉덩이를 닮기 때문이라는 것이요
흙과 몸이 하나 되는 아버지들 때문이라는 것이요
그래서 오뉴월 황톳빛 밭도
겨울이면 온통 파랗게 파랗게 물든다는 것이다
봉학리 시인집 마당에서
한 사람이 학교를 그만두고 집에 올 때
들에 일하는
동네 사람들 부끄러워
밤 되면 왔다던
달이 환해도 부끄러워
한 시인이
뒤 대밭으로 들어왔다던
환한 봄 대낮에
갈수록 쓸데가 없어지는
이 집 마당에 서서
나는 우쭐해 본다
한 채 장만해 이제 한시름 놓고
몇 년간 유용한 가치 빳빳할
내 집에 대해
봄 인디 시 한편 써 볼거나
땅끝에서
좋은 말이든 나쁜 말이든 입에서 나오면 그 말은 벌써 우리랑 한참을 지내며 우리를 뭉치게 우리를 흩어지게 우리를 감싸 안은 정이 되기도 하는데 땅끝에는 사람들도 바다도 말이 없다
여기서 옷소매에 땟국물 흐르던 어린 날을 보내고 목포 광주 나가 공부한다던 열여덟 열아홉 머시마 가시나들이 왜 무슨 일로 성질을 내고 머저리 등신들만 사는 촌구석이라고 막 퍼부어도 곧 조용해진다
땅 끝에는
뭔 참는 힘이 그리쎄간디
뭔 차원 높은 용서가 흐르간디
바다도 그렇고
사람들도 그 자식들도
말없이 무겁기만 하다
독수리와 우리와 전화기
이것은 시가 아니
다시 말하지만 우리 몇몇은 잘 산다 Social network servce랑 친해 다른 사람들 얼굴 보지 않아도 불편없이 잘 살고 있다 아침 일직이거나 한가한 오후이거나 어디에 있거나 전화기를 들여다본다 그러다 전봇대나 차에 부딪치고 꼬랑에 빠지느라 주위를 둘러볼 겨를이 없다 오늘은 태평양 건너 온 Bald Eagle 몇 마리가 점잖게 지저댄다 Pentagon과 인공위성과 우리 전화기가 연결해 있다는 것과 돈 주지 않겠다는 우리 머리 위를 감기하고 있다는 것도 우리한테는 황당한 말씀이올
시다.
첫댓글 재미있고, 깊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보고 싶으신 분께는 빌려드리겠습니다.
전남 해남입니다
경남 남해와
자주 혼동 합니다
저도 덕분에 잘 보았습니다
쑥쑥 읽으면서
그림을 보는거 같았고
따뜻한 흙냄새와
통통 튀는아이들 모습
글은 이렇게 쓰는거구나
생각했습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우와 시가 냠냠 아삭아삭 너무 맛있어요! 배추엉덩이 진짜 빵터졌네요^^
1월 추운 때
몇 몇 되는대로 해남 여행갈까요?
가 보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