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만난 베트남 학생의 한마디가 지원 계기
⊙ “2010년 복지시설 건립해 달라는 땀끼시 제안 수락”
⊙ 2020년 한국형 사회복지시설 완공 예정
⊙ 《법화경》에서 연꽃은 진리와 보살 상징
覺賢 스님
⊙ 1973년 석암 스님 계사로 비구계 수지.
⊙ 홍콩 홍법원장,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사회부장, 제9·11대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청주 불교방송 사장 역임.
⊙ 現 사회복지법인 연꽃마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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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다낭(DA Nang) 국제공항에 도착한 것은 지난 8월 10일 오후 10시40분(현지시각)이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오후 7시30분에 비행기를 탔으니 5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다. 한국과 베트남의 시차(時差)는 2시간이다.
기자가 각현(覺賢) 스님과 함께 6박7일(8월 10~16일) 일정으로 길쭉한 베트남 땅의 중간쯤에 있는 다낭을 찾은 이유는 (사)국제연꽃마을이 꽝남(Quang Nam)성(省)의 성도(省都)인 땀끼(Tam Ky)시 안푸현 행정중심지역에 건설하는 ‘한국형 사회복지시설’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베트남 제3의 도시 다낭과 인접한 꽝남성은 아름다운 남지나 해변을 중심으로 관광 인프라가 구축돼 있으며, 베트남 정부에서 국가정책으로 개발 중인 추라이(Chu Lai) 경제지구와 자유무역지대가 있어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다. 17개의 행정구역으로 나뉘어 있으며 면적 1만406km2에 140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 중 한국교민은 500여 명 정도다.
각현 스님은 국제연꽃마을 회장이다. 국제연꽃마을은 사회복지법인 연꽃마을의 자매법인이다. 베트남 지원 사업이 주 업무다. 연꽃마을의 대표 역시 각현 스님이다. 1989년 설립된 연꽃마을은 한국 대표의 노인복지 전문법인이다. 현재 연꽃마을 산하시설은 69개이며 종사자 수만도 1천여 명에 이른다. 자원봉사자는 2만여 명이다. 양·한방 병원인 파라밀요양 병원을 비롯한 병원과 의원만도 전국 6곳에 9개를 운영하고 있다.
베트남 방문에는 동국대 정각원장 법타 스님, 종수 스님, 수현 스님, 재원 스님 등 자문위원과 김영태 동국대학교 교수, 조당호 장안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등 이사진 30명이 동행했다.
눈물의 환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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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종합복지타운이 세워질 꽝남성 땀끼시 안푸현 부지에서 각현 스님(왼쪽에서 두 번째)이 복지타운 건설 계획과 관련해 이야기하고 있다. |
공항 밖으로 나오니 꽝남성과 땀끼시 직원 수십 명이 꽃다발을 들고 각현 스님 일행을 맞았다. 한 여자아이가 유독 눈에 띄었다. 각현 스님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면서 울음을 터뜨린 것이다.
‘감격의 눈물’이라고 짐작하고 있던 찰나 옆에 있던 김영태 교수가 이렇게 이야기했다.
“저 아이가 지난 6월 과로로 숨진 꽝남성 부서장(부지사)의 막내딸입니다. 그분이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주신 분이었는데…. 딸이 우리를 보니 아버지 생각이 더 많이 나는 모양입니다.”
순간 가슴이 먹먹해 왔다. 간단한 환영행사가 끝나고 숙소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일행이 머무를 호텔은 공항에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었다. 2인 1실로 방이 배정됐다. 기자는 고준환 본각선교원 교수와 한방을 썼다. 고 교수는 《동아일보》 해직기자 출신이었다. 그는 “내가 언론 선배라, 같은 방을 쓰라고 한 것 같다”며 만족해했다.
호텔 창문 밖으로 보이는 전경(全景)은 꽤 볼 만했다. 용이 꿈틀거리며 지나가는 듯한 조명이 설치된 다리가 보였다. 다낭 방문 경험이 있었던 고 교수는 “저 다리가 바로 용교”라고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용교는 길이 666m, 폭 37.5m 왕복 6차선으로 올해 3월에 개통한 다리였다.
베트남 방문 이틀째인 8월 11일의 주요 일정은 하미마을 방문이었다. 하미마을은 다낭 남쪽 해안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하미마을 방문을 첫 공식일정으로 잡은 이유가 궁금했다.
憎惡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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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12일 열린 베트남 꽝남성 땀끼시 세종학당 기공식 때의 모습. 가운데가 각현 스님이다. |
숙소에서 하미마을로 가는 버스 안에서 각현 스님에게 물었다. 각현 스님은 “이곳을 방문하면 국제연꽃마을이 베트남 지원 사업을 하는 이유를 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40분 정도 가니 베트남 글씨로 하미마을이라고 적힌 간판이 보였다. 목적지에 가려면 이곳부터는 걸어야 한다고 했다. 버스에서 내려 도보로 20분가량을 이동하니 큰 비석 같은 게 눈에 보였다. 가까이서 확인하고 싶었지만, 그곳으로 들어가는 정문은 잠긴 상태였다.
조당호 교수는 “저것이 바로 한국군 증오비”라고 했다. 그는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한국군의 살상(殺傷)이 벌어진 이곳(하미마을) 마을 주민들이 세운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트남 전역에는 ‘하늘에 닿을 죄악, 만대에 기억하리라’는 다짐이 적힌 한국군 증오비나 위령비가 약 50~60개 존재한다고 한다.
권헌익 영국 케임브리지대 트리니티칼리지 교수(인류학)가 2006년 미국에서 펴낸 《학살, 그 이후》라는 책에 따르면 1968년 2월 25일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한국군 해병대는 하미마을에서 135명을 사살했다. 《학살, 그 이후》는 2007년 인류학계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기어츠 상’을 수상했다.
자유월남을 지키기 위해 목숨 걸고 전쟁터로 나간 베트남 참전용사들이 증오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뭔가 심각한 오해가 있을 거라 짐작했다.
통역을 맡은 방은하 국제연꽃마을 사무국장에게 베트남 사람들이 정말 한국군을 증오하느냐고 물었다. 방 국장은 베트남인이다.
그녀는 “보통 베트남 사람들은 과거일 뿐이고 전쟁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인다”고 분위기를 전한 뒤 “다만 이유야 어찌됐든 남의 나라 전쟁에 가서 남의 국민을 희생시킨 것은 그 국민에게는 잊을 수 없는 아픔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증오비를 목격하고 나니 앞서 버스 안에서 각현 스님이 했던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覺賢과 베트남의 인연
이날(11일) 일정은 오후 6시에 모두 끝이 났다. 다음 날(12일)에 꽝남성 성장, 땀끼시 시장 면담 등 중요한 일정이 줄줄이 잡혀 있었던 만큼 이날 일정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시간적인 여유도 있고 해서 각현 스님의 방을 찾았다. 베트남 지원 사업의 계기와 사업의 종류 등을 자세히 알고 싶었다. 한국형 사회복지시설 건설을 어떤 식으로 추진할 것인지도 궁금했다. 베트남 방문에 앞서 미리 각현 스님을 만나 이것저것 물어보긴 했지만, 그것으로는 한참 부족했다.
갑작스러운 방문이었지만 각현 스님은 온화한 미소로 맞아줬다. 방안에 마련된 의자에 앉으니 스님은 “더울 텐데 한잔 하라”며 콜라 한 캔을 내밀었다. 시원하게 한 모금 들이켠 뒤 베트남 지원 사업을 하게 된 계기부터 물었다.
그의 말이다.
“2005년 나가노(Nagano)에서 일정을 마치고 귀국 전날 도쿄에 머무는데, 동행한 사람이 일본서 사회복지를 공부하는 베트남 지인을 만난다고 해 자리를 같이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베트남 지인이 저에게 ‘베트남전쟁 당시 수많은 베트남 양민이 한국군에게 희생당했다. 한국인은 이를 절대로 잊으면 안 된다’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들으니 머리를 망치로 한 대 맞은 듯 멍했습니다. 사찰마다 천도재를 올리고, 영산재를 하면서 이웃을 위해 기도를 해오고 있지만 정작 우리에 의해 죽은 베트남 사람들을 위해서는 무엇을 했는가. 안타까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매년 500만원을 보냈어요. 그 유학생은 꽝남성 교육위원인 부친을 통해 그 돈으로 아이들 100명에게 학비를 지원했지요. 그 인연으로 초청을 받아 꽝남성에 갔더니, ‘하늘에 가 닿을 죄악, 만대에 이를 죄악’이라는 섬뜩한 문구가 적힌 한국인 증오비가 서 있는 거예요. 꽝남성은 한국전쟁 때 백마고지처럼 치열하게 전투가 벌어진 지역입니다. 증오비를 직접 허물 수는 없지만, 그 사람들이 상처받은 마음을 조금이나마 치유하고 싶었어요.”
—해원(解寃)의 의미가 담긴 지원 사업이군요.
“그렇지요. 배고픈 설움을 딛고 성장한 한국 국민이 이제 베트남 국민에게 준 상처를 어루만지고, 그들의 손을 잡고 동반 성장하는 것이 진정으로 해원하는 길이며, 불교에서 가르치는 세계일화(世界一花)의 정신에 부합하는 행동철학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국제연꽃마을 홈페이지를 보니, 장학금 지원 외에도 지원 사업 종류가 많던데요.
“2008년 첫 번째 베트남 방문 이후 고엽제 후유증에 의한 베트남전 2·3세대의 안면기형 수술과 의수족보장구 지원 사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심장질환 아동을 위해 수술비를 지원하고, 매년 2명의 스님과 학생이 각각 금강대와 동국대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꽝남성 성도인 땀끼시 안푸현 행정중심지역에 ‘한국형 사회복지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은 어떻게 성사된 것입니까.
“2010년 11월 꽝남성 땀끼시로부터 50년 동안 토지 8만2204m2(2만5000평)를 무상으로 제공할 테니 그 자리에 한국이 자랑하는 복지시설을 건립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전쟁의 피해를 복구하려는 베트남과 그 국민에게 사회복지라는 이름으로 선린우호(善隣友好)의 다리를 놓고 싶었는데 좋은 기회가 온 것이지요. 미력하나마 최선을 다해 ‘한국형 사회복지 모델’을 베트남에 건립 운영함으로써 동남아 주변 국가에 한국사회복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땀끼시의 제안을 수락했습니다.”
“세종학당, 양국 문화교류의 교두보 역할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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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사회복지시설 조감도. |
국제연꽃마을이 제공한 <베트남 한국형 사회복지시설 건립 종합 계획서>에 따르면 땀끼시에서 기증한 부지에는 세종학당을 시작으로 ▲재활센터(장애인시설) ▲직업훈련원 ▲분산형 연수원(소규모 콘도 형태) ▲교육훈련원 ▲합동 식당 및 판매 코너 ▲어린이 집(유치원) ▲노인요양시설이 세워진다. 한국형 사회복지시설의 완공 예정 시기는 2020년이다.
—작년 2012년 12월 12일 현지에서 세종학당 기공식을 가졌다는 언론보도를 본 적이 있는데 건설 사업은 잘 진행되고 있습니까.
“아직 공사에 착수하지 못했습니다. 원래 2013년 6월에 완공할 계획이었는데 외교부의 활동허가서가 2013년 4월 25일에서야 발급됐기 때문입니다.”
대지 1100평에 6동으로 세워지는 세종학당은 ‘한국어 전문 학당’이다. 경북 영주 ‘소수서원’을 모델로 건립될 세종학당은 양국 문화교류의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형 사회복지시설 건립 사업 예산이 어마어마할 것 같은데요. 얼마나 예상하시는지요.
“앞으로 10년간 약 100억원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 보조금도 없을 텐데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계획입니까.
“자발적인 후원금을 기반으로 하면서 한국과 베트남의 기업 협찬을 통해 조달할 예정입니다. 배고픈 설움을 딛고 성장한 우리 국민이 이제 베트남 국민에게 준 상처를 어루만지고 그들의 손을 잡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진정한 해원의 길입니다. 많은 이가 이 사업을 포함해 베트남 돕기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국형 사회복지시설 건립이 완료되면 운영은 어떻게 할 것입니까.
“베트남 정부에 넘겨주기에는 아직 준비가 덜 된 나라입니다. 우선 자원봉사단을 파견해 운영할 생각입니다.”
땀끼시청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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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프억 타잉(Le Phuoc Thanh) 꽝남성장이 각현 스님에게 그림 액자를 선물로 주고 있다. |
앞서 언급했듯 8월 12일은 베트남 방문 일정의 하이라이트였다. 꽝남성 성장・땀끼시 시장 면담, 장학금 수여식, 사업장 부지 방문 등 주요 일정이 빡빡하게 잡혀 있었다. 오전 7시부터 움직였다. 호텔에서 버스를 타고 땀끼시청으로 이동했다. 시청 앞에 도착하니 응 웬 반 루어(Nguyen van lua) 땀끼 시장을 비롯한 관계 공무원 10여 명이 일행을 반갑게 맞았다. 이날 땀끼시청을 방문한 것은 세종학당 건설과 관련, 세부적인 이견을 조율하기 위해서였다. 각현 스님 일행과 시청 관계자들은 회의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곧바로 회의가 시작됐다.
꽝남성 도시농촌 개발연구소 관계자는 영어와 베트남어로 된 PPT(파워포인트)로 변경된 세종학당 설계를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한국형 종합복지타운’ 설계를 담당한 이재욱 한아 도시연구소 대표는 “한글학당의 배치 및 건물구조는 한국의 정원 배치와 가옥 형태를 최대한 유지할 필요가 있으며, 이곳을 이용하는 모든 분에게 산책 코스와 휴식공간을 최대한 배려하여 웰빙(Wellbeing)과 힐링(Healing)을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현 스님은 “설계와 관련 양측의 이견이 생기는 것은 양국의 설계사 간의 긴밀한 연락 부재가 낳은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양측 설계사무소가 조속히 의견을 모아 이른 시일 내에 건축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응 웬 반 루어 시장은 “세종학당 설계는 국제연꽃마을 방안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며 “세종학당의 빠른 정착을 위해 주변 지역을 신도시로 조성하겠다”고 했다.
동국대 정각원장 법타 스님은 “2013년 땀끼시에서 선발한 학생 두 명을 무료로 동국대에서 정규 교육과정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합의했는데 아 직 아무런 소식이 없다”며 “빠른 시일 안에 영어에 능통한 우수 학생 두 명을 추천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응 웬 반 루어 시장은 “곧 선정하겠다”며 “학과는 어떤 곳이 꽝남성 발전에 필요할 것인지 고민하고 나서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앞선 2012년 10월 26일 동국대는 국제연꽃마을과 협약식을 갖고, 앞으로 유당장학재단(이사장 지승룡)과 힘을 합쳐 매년 베트남 꽝남성 지역의 우수한 학생들을 최대 8명까지 선발해 동국대에서 정규 교육과정을 이수하도록 학비 및 장학금 지원을 해주기로 합의한 바 있다.
장학금 수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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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현 스님이 꽝남성에 거주하는 어린이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모습. |
김영태 교수는 “2013년 2명을 시작으로 매년 2명씩 학생 수를 늘려 오는 2016년 이후부터는 최대 8명의 베트남 유학생들에게 학업의 기회와 장학금 및 생활비 등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2시간여의 회의를 마친 뒤 일행은 꽝남성 성장을 만나기 위해 꽝남성 청(廳)으로 이동했다. 서울시청 건물이 일반 구청 건물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듯 꽝남성 청도 땀끼시청에 비해 커다란 크기를 자랑했다. 청 정문 앞에는 꽝남성 성장의 관용차가 세워져 있었는데 한국산(기아 오피러스)이었다. 베트남에서는 한국 자동차의 인기가 높다고 한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작년(2012년) 베트남 시장에서 7567대의 상용차를 판매, 상용차 부문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회의장으로 들어가니 레 프억 타잉(Le Phuoc Thanh) 꽝남성장이 일행을 반겼다. 그는 “국제연꽃마을에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각현 스님 일행이 꽝남성장을 만나러 온 것은 꽝남성 내 심장병 어린이 수술사업에 대한 MOU를 체결하기 위해서였다.
각현 스님은 “오늘 이 자리에서 국제로타리 클럽 3740지구의 성원으로 꽝남성 심장병 어린이 수술사업에 대한 MOU를 체결함을 뜻깊게 생각하며 최선을 다해 봉사할 것을 다짐한다”고 했다.
MOU 체결을 마치고 나오는 자리에서 권기종 원각사상 연구원 원장은 기자에게 “이로써 국제연꽃마을은 장학금 전달 사업, 안면기형자 수술 사업, 의수족 보장구 사업, 유학생 초청 사업에 이어 심장병 어린이 수술 사업까지 확대되면서 명실공히 꽝남성 인민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가슴마다 간직한 소망하는 것을 이루어드릴 수 있는 기본 체제를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숨 돌릴 틈도 없었다. 일행은 MOU 체결을 마치자마자 장학금 수여식을 위해 곧바로 꽝남성 청사 옆에 있는 시민회관으로 이동했다. 시민회관 안은 장학금을 받는 학생과 그들의 가족들로 가득 차 있었다.
장학금 수여식 직전 ‘감사’의 의미로 초등학교 3~4학년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축하공연을 진행했는데 90년대 초반 대한민국의 초등학교 학예회를 보는 듯했다. 어설픈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열정만큼은 최고였다.
공연에 이어 장학금으로 공부한 학생이 대표로 나와 감사의 글을 낭독했다. 각현 스님은 “적은 금액을 보시했는데 너무 큰 환대를 받아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장학금 수여식을 마친 뒤 일행은 땀끼시 공무원의 인솔하에 한국형 종합복지타운이 세워질 부지를 시찰했다. 꽝남성 땀끼시 안푸현에 위치한 이곳은 시의 행정중심지역으로 주변 환경이 빼어났다. 현재는 공원으로 이용하는 지역으로 일부는 소나무가 밀집되어 있고, 일부는 지역민들이 운동장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땀끼시는 이곳과 시내를 연결하는 도로를 개통,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한국형 종합복지타운 사업 진행 과정 ●2005년부터 베트남 꽝남성(전쟁의 참화가 가장 심한 지역) 교육위원회를 통해 장학사업 시작 매년 장학금 500만원 전달-100명의 학생에게 지급(계속사업) ●2008년 : 베트남 꽝남성장으로부터 감사장 받음(꽝남성) ●2009년 : 베트남 꽝남성 땀끼시장으로부터 감사편지 받음 ●2011년 4월 : 베트남 토지 70,000㎡ 무상기부 기본협약서 체결(한국 연꽃마을) ●2011년 7월 : 한국형 사회복지시설 건립 본 협약 체결(베트남 땀끼시청) ●2011년 11월 : 베트남 사회복지시설 건립 10개년 기본계획 수립 ●2011년 12월 : 베트남 사업 전담법인 ‘사단법인 국제연꽃마을’ 승인(보건복지부) ●2012년 4월 : ‘세종학당’ 조감도 완성(경북 영주의 ‘소수서원’ 모델) ●2012년 5월 : 베트남 꽝남성에 도시기반조성 사업의뢰(도로, 전기, 상하수도, 통신 등) ●2012년 12월 12일 : 세종학당 기공식 ●2013년 4월 25일 : 베트남 활동허가서(NGO법인) 취득 ●2013년 8월 10~15일 : 세종학당 건립 세부일정 조율 |
꽝남성 중앙종합병원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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꽝남성중앙종합병원 전경. |
꽝남성 추라이 지역에는 7층짜리 현대식 종합병원이 서 있다.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의 경제 규모에 비춰봤을 때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지난해 베트남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300달러이다.
이 병원은 한국정부가 약 350억원을 들여 무상으로 지어준 것이다. 한국정부가 2004년 10월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때 한·베 양국 정상이 협력 사업을 추진하기로 합의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2006년 1월 KOICA 총재가 베트남을 방문, 중부 지역에 종합병원을 짓기로 약속하고 사업 대상지를 꽝남성 추라이로 결정했다. 추라이는 베트남 최초로 경제특구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병원은 2012년 7월 20일 개원(開院)했다. 이 병원은 현재 낙후된 베트남 중부지방의 늘어나는 보건·의료 수요를 책임지고 있다. 그동안 의료혜택으로부터 소외되었던 베트남 중부지역 6개 성 주민들이 병원의 최첨단 의료시설과 450여 명의 의료 인력의 진료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8월 13일과 14일 이틀간 일행과 함께 이 병원을 찾은 이유는 심장병, 안면기형 수술과 관련한 논의를 위해서였다. 이날 회의에는 롱(Long) 꽝남중앙종합병원장 등 병원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각현 스님은 “당초 안면기형 환아 수술을 한국에서 진행하려고 했는데, 여의치 않다”며 “동국대 병원의 의사들이 이곳(꽝남중앙종합병원)에서 수술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롱 원장은 “가능하다. 한국에서 좋은 장비를 많이 지원했다. 안면기형 수술을 위한 장비도 갖춰져 있다”며 “한국 의사가 온다면 임시숙소를 제공해 드릴 수도 있다”고 했다.
앞서 동국대일산병원(병원장 채석래)은 각현 스님과 베트남 어린이 5명의 수술을 해주기로 약속했다. 수술 지원 협약식은 2012년 10월 22일에 이뤄졌다.
다만 롱 원장은 심장병 수술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의 이야기다.
“심장수술을 하려면 꼭 필요한 장비가 9개입니다. 하지만 현재 병원에는 3개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 병원에서 심장병 수술을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계획대로라면 심장병 수술은 5년 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후에’에 심장병 전문병원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후에(順化)’는 베트남 중부에 있는 도시로 투아티엔후에(Thua Thien Hue)성의 성도이다. 1802년부터 1945년까지는 베트남(응우옌 왕조)의 수도였다.
각현 스님은 “심장병 수술과 관련해서는 우선 한국에서 심장병 수술 장비를 임대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고 어떤 식으로 진행할지 결정하겠다”고 했다.
연꽃의 의미
출장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것은 8월 16일이었다. 각현 스님은 헤어지기 전 기자에게 지나가듯 이런 이야기를 건넸다.
“부처님 경전 중 연꽃을 상징해 제목으로 쓴 경전은 흔하지 않습니다. 대표적 경전이 《법화경》일 겁니다. 《법화경》은 산스크리트어로 ‘묘한 백련의 가르침’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데, 중국 사람들은 이를 ‘묘법연화경’이라 했지요. 혼탁한 곳에 있으면서도 항상 맑은 처렴상정(處染常淨)의 의미를 안다면 묘법연화경에 담긴 뜻을 헤아릴 수 있습니다. 《법화경》에서 연꽃은 진리와 보살을 상징합니다. 진흙탕 속에서도 고고한 자태를 보이는 연꽃처럼 번뇌, 갈등, 욕망, 고뇌가 있는 이 사바세계에서도 물들지 않고 진리를 밝히고 실천하는 보살의 원력을 세우라고 《법화경》은 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