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세계여행중 정환님] 7. Sahara Desert 사하라 사막 - 북 아프리카의 진주 모로코

[글씀이]

2009년 2월 10일 화요일 구름 조금

낙타코스터

새벽이 되자 캐스퍼가 일출을 보라면서 잠을 깨웠다. -_- 일어나서 보니 고양이가 내 침낭 옆에서 놀고 있다. 밤새 고양이랑 같이 잤던 거냐? 저 서양애들은 연인과 함께하는데 나는 고양이와 함께 했구나 ㅠㅠㅠㅠ

부스스하게 일어나 옷을 챙겨 입고 일출을 감상했다. 뜨거운 태양 내가 타서 녹아버릴 듯한 엄마 내복의 강열한 빨간색으로 모든 세상을 비추고 있었다. 그 것의 포근함에 입고 있던 패딩점퍼를 벗어 놓고 모래언덕 중턱에서 잠을 청했다. 나를 감싸는 편안함에 너무나 잘 잤다. 깨고 나니 너무 깨운했다.

11시가 되어야 아침을 줬다. 역시 서양식이다. 빵이랑 잼, 버터 등등 그냥 민트티(설탕물이라고 하는 게 더 옳다..;;) 그렇게 아침을 먹고 다 치웠는데, 어제 밥을 해주고 오늘 아침을 준비해줬던 텐트주인이 액세서리를 탁자에 내놓는다. 사달라는 거겠지? 다들 외면하다가 프리스비(원반던지기)놀이를 하러 일어나 버렸다. 캐스퍼는 이런 걸 왜 들고 다니지? 신기한 아이 일세 ㅎ 원반던지기가 생각보다 어렵고 모래 바닥이라 재미있었다. 다이빙도 하고 신기한 포즈로 잡기도 하고~

그렇게 원반던지기 놀이를 하다가 낙타가 준비되자 다시 텐트 쪽으로 돌아갔다. 이제 블랙데저트로 옮긴다고 그런다. 다들 짐을 챙겨서 다시 낙타에 올랐다. 낙타에 앉으니 어제 앉았던 부분이 앉자마자 아파온다.ㅠ 타본 사람은 아는 느낌ㅎ 제주도 자전거 일주를 했을 때 하루 자고 그 다음날 다시 자전거를 탈 때 그 때의 익숙한 고통스런 느낌이었다. 낙타가 걸어가는 것이 생각보다 별로 안전해 보이진 않는다. 사람이랑 똑같이 가파른 언덕은 미끄러지고 말목도 접질려 가면서 걸어간다. 아까 액세서리를 안 사줘서 그런지 낙타를 모는 게 거칠다. 언덕을 올라갈 때는 천천히 올라갔다. 내려올 때는 긴장되고 덜컹덜컹 롤러코스터의 그것과 같았다. 낙타들이 가는 것을 쳐다보면서 이 낙타들은 무슨 죄가 있기에 이렇게 자기 앞에 있는 수컷의 엉덩이만 쳐다보면서 하루를 보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가도, 어느 샌가 우리네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만의 모습이나 직업을 찾는 사람이 극히 드물고 어떻게든 대기업, 돈 많이 버는 곳, 공무원 등을 향해서 서로의 뒤꽁무니만 쫓는 모양새가 지금 내 나이 때의 친구들과 비슷한 모습이 아닌가 싶다. 그런 거에 비하면 이렇게 여행을 하면서 유예기간 1년을 가진 나는 참 복 받은 놈이다.

낙타를 몰고 가던 운전사 아저씨가 가는 길에 텐트를 만나자 갑자기 멈춰 선다. 그리고 텐트로 손짓으로 뭐라 그러자 꼬마아이가 작은 통은 건넨다. 영화에 나오는 작은 양주를 담는 쇠통처럼 생겼다.(이통을 뭐라고 하죠?ㅋ) 그리고 돈을 받아간다. 저 아이가 있는 텐트에 사는 사람들이 진짜 베르베르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낙타를 타고 가면서 그렇게 수다스럽던 스페인어 대화가 끊겼다. 낙타코스터에 지친 것 같았다. 더운 햇살, 엉덩이를 공격하는 낙타 등~ 그렇게 3시간을 달려 듄을 탈출해 블랙데저트로 들어갔다. 말이 블랙데저트지 그냥 허허 벌판에 흙으로 만든 허름한 작은 집 있고 거기에 사는 사람들이 베르베르 인이라고 그랬다.(베르베르인이 꼬박꼬박 알라신에게 기도를 드리더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슬람 문화와 통합되서 무슬림이 된건가?ㅋ) 뭐가 특별하지는 잘 모르겠다.

오후 2시가 되서야 점심을 먹었다. 빵에다 그냥 야채를 썰어서 참치 캔에 든 살과 버무려 놓은 것과 같이 넣어 먹었다. 역시 모래양념이 입에 한가득 씹힌다. 다들 역시나 아무 말 없이 잘 먹는다. 그리고 이래저래 시간을 때우다가(정말 할일 없고 심심하다. 나는 길바닥 그늘에 앉아서 온갖 공상은 다했다.) 저녁 먹을 시간이 됐다. 저녁 8시 저녁이 나온다. 쿠스쿠스라는 요리인데, 노란색 알맹이 같은 것들이 깔려 있고 거기위에 야채나 고기, 생선 등을 얻어서 야채쿠스쿠스, 소고기 쿠스쿠스 이렇게 이름이 되는데 우리가 먹은 것은 야채 쿠스쿠스, 노란색 쿠스쿠스에 어찌나 모래가 많이 씹히던지 거짓말 약간 보태서 한 숟가락을 뜨면, 모래 반 쿠스쿠스 반이었다. 그래도 다들 잘 먹고 낙타 운전해 주시는 분이 모닥불을 피우기에 다들 그곳으로 모였다. 모닥불에 불나방들이 어디서 나타났는지 달려들어서 타죽었다. 또 달려들고 타죽고 안 죽었으면 좀 있다가 또 달려들고, 눈앞의 돈과 명예에 현혹되어서 내가 나중에 무엇을 격을 것인지도 모르면서 달려드는 우리모습과 너무 닮아 보였다.

불이 따듯하고 다들 이야기를 오순도순 나누면서 별이 쏟아질 것 같은 사막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사막의 밤은 너무나도 아름답다. 사진기로는 도저히 담아지질 않았다. 풀프레임바디가 절실했다. 현실로 돌아왔다. 아까 밥 먹었던 그 작은 방에서 어른 5명이 다 자야한단다. ㅠ_ㅠ 뭐야 이건. 잠자리도 제대로 없다. 그래서 다들 다닥다닥 붙어서 잠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사막의 밤인데 ㅠ

Written By Traveler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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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행, 왼쪽부터 운전사아저씨 라흐마흐, 히까르도, 알바, 캐스퍼, 베로니카> 

<듄>

<블랙데저트 쪽에서 석양>

[달님이]

저도 사막에서 밤을 보내보고 싶네요. 아흑.. 건강하시고 좋은 글 계속 부탁드립니다.

[글씀이]

계속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ㅎ

[BU카푸치노]

와...부럽습니다..건강하시고 즐거운 여행계속되시길...//누구는 연인과함께 누군 고양이랑 함께밤을 지새다니..ㅎㅎ여행중에 좋은친구라도 많이 만나시길~

[글씀이]

ㅠ_ㅠ 고양이랑이라두 친하게 지냈음 됐죠 뭐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