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 어이가 없군요.
: 최근에 고기 키우면서 희생되는 고기가 없도록 주의를 해도,운이 안 따라 주는 고기는 황천길로 가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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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때, 물고기 키우고 싶어서 아니글쎄, 추어탕 해먹는 미꾸라지 세마리를 엄마에게 간신히 얻어서, 라면사발에 키웠죠. 키운지 삼일 되던 날, 학교 댕겨와서 보니 책상위에 놓여져 있던 라면사발엔 미꾸라지가 한 마리도 없고, 방 한 가운데 바짝 말라 비틀어져서 죽어 있는 미꾸라지들.그땐 그 시체들을 보고 슬퍼서 눈물을 흘렸죠. 그게 끝이 아닙니다. 그 미꾸라지들의 비린내는 책상에서 가실 날이 없었고요 한 일년까지 지속되었답니다. 아직도 그 비린내를 생생히 기억할 수 있을만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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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얼마 안 있다가,
: 몇 안 되는 용돈 모아서 반자 어항을 구입했죠. 그땐 어려서 산소기 같은 용품을 살 수 있는 돈이 내 주머니엔 없었습니다. 단, 새끼 금붕어 세 마리를 사들고 와서 그 어항에서 키웠죠. 하지만 산소기가 없었던 탓인지, 삼일 만에 그 금붕어들도 저승길로 보냈습니다. 이젠 눈물도 안 나오더군요. 그저 허무했고, 어린 마음에 고기에 대한 상처만 진하게 간직하고서. 그 때 이후론 고기를 키우고 싶어도 엄두가 안 나더군요. 아무래도 고기를 자꾸 죽이는 나랑은 고기와는 궁합이 안 맞는다는 불안감을 갖은 탓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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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성인이 되고서, 작년 7월달에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로 이사왔는데, 여기 거실에 전에 살았던 사람이 수족관을 버리고 갔더군요. 거기엔 디스커스 같이 생긴 열대어인데,
: 크기가 손바닥만했으니 디스커스는 아닌것 같구요. 아직 그 고기들 이름을 모르겠어요.
: 수족관이 하도 더러워서 그걸 버렸고, 그 고기 두 마리는 제가 사전지식이 부족해서, 생수 사다가 거기다 넣어 줬더니, 한시간만에 또 죽였습니다.
: 베란다에는 애기가 키우다가 버리고 간 작은 어항에 이끼 낀 물 속에 산소를 들여마시느라고 입올림하느라 바쁜 금붕어 한 마리가 허덕거리고 있더군요. 그 고기는 살려 볼거라고, 드뎌 큰 맘 먹고 한자 반 짜리 수족관을 샀습니다.
: 근데 A수족관집 아저씨가 그 금붕어 바로 넣어주자고 며칠 묵혀야 될 물에 염소제거제 약제를 가득 넣어서 바로 금붕어를 수족관 속에 넣었습니다. 큰 공간에서 신이 난 금붕어. 무척 활기있게 헤엄쳐 다니며 그 전에 며칠 동안 정 들어서 그런지 너무나 사랑스러웠습니다. 그런데 나의 비극은 또 시작되었습니다.
: 다음날 아침, 수족관 물이 시퍼렇게 변해 있고. 외로운 금붕어가 혼자서 구석에 처박혀 또 허덕거리고 있었습니다. 벌써 죽음의 그림자가 감돌고 있었습니다. 처참한 심정과 불안한 마음이 교차하면서 얼굴이 닳아올랐습니다. 어릴 때의 금붕어 시체들 기억의 공포가 또 다시 머리 속을 괴롭히면서요.
: 마지막 조치로서 물도 갈아 주고 별 짓 다해보았지만, 끝내 살리지 못하고 무척이나 고통스러워하는 금붕어를 보다 못해 안락사 시켰습니다.
: (아직도 자신의 잘못을 부인하는) A수족관집 아저씨가 염소 제거제 약제를 너무 많이 풀어넣어서 물이 오염되어 그 금붕어는 가엾게 죽고 말았던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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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전 음반 사러 다니는 음악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얘네들을 키우기 전까지만해도, 음반 사러 다니며 씨디 음반에 약간의 스크래치만 나도 속상해했지만, 고기들한테 입는 마음의 상처에 비할바가 아니더군요.
: 생명 있는 생물을 키우는 것은 단지 취미 그것 이상이라는 것을. 나 좋으라고 음악 듣는 것보다 더 신중하고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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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 수족관에 고기는 없고 허전한 곳에 다시 새 물을 넣고 약에 두려웠던 전, 약도 넣지 않고 한 일주일 물을 푹 묵혔죠. 그리고 나의 시행착오로 애궂은 가엾은 생명의 희생을 최소한 줄이고자 단 세마리의 금붕어만 사서 넣었습니다.
: 그리고 경과를 보면서 그 뒤에 두 마리를 더 넣었습니다.
: 드뎌 일명 "독수리 오형제"그룹을 형성했습니다. 반년이 지난 지금도 나의 독수리 오형제는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재롱도 피우고 제 손가락에 뽀뽀를 쪽쪽 해대는 귀여운 녀석들로 잘 크고 있습니다.
:
: 하지만, 작년 크리스마스 때 남자친구가 요즘 유행하는 미니어항을 선물해주었습니다. 거기엔 제브라 세마리, 플레티 세마리가 있었습니다. 한달 넘게 키우면서 꽤나 정이 들었습니다. 열대어에 관심조차 없던 전 걔네들을 보면서 점점 열대어에 대한 사랑이 키워졌습니다. 그리곤 친구에게도 체리 바브를 넣은 미니어항을 손수 꾸며서 선물도 해 주었고, 지금 잘 키우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서 기뻤습니다.
: 저의 욕심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또 미니어항을 두 개 늘여서 구피 세마리, 네온 테트라 두마리, 플레티 두마리, 제브라 두마리 를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저의 잔인한 행동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고생하는 고기들을 더 두고 볼 수 없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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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드뎌 열대어를 위한 수족관을 마련했습니다.
: 거기에 미니어항에 있는 고기들을 죄다 수족관 속으로 이사시켰습니다. 총 14마리 였습니다. 15마리가 되어야겠지만, 이사시키기 이틀 전에 제일 어린 플레티 한 마리가 지병으로 하늘나라로 갔더랬어요.
: 죽기전에 몹시도 발악하던 그 플레티. 정말 고통스럽게 죽어갔습니다. 고것의 시체를 건져낼 때 너무도 가엾어서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저 조금한 생명도 "죽기싫어서 몹시도 살벌하게 몸부림치는 것"을 목격하고서 너무도 불쌍해서 맘이 참 아팠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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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수족관에 14마리가 안착하고 이틀 뒤, 전 또 욕심을 부렸습니다. 라스보라 헤테로몰파 3마리를 새로 들여왔습니다. 집 근처 B수족관에선 라스보라가 2000원씩이나 해서 시내 나가서 800원씩을 주고 사왔습니다. (똑같은 어종이라도 이렇게 가격대가 다르다니) 라스보라가 이사온지 하루 되던 날 아침 이상기운이 감돌았습니다. 악명 높은 백점병 기운이 나돌았던 것입니다.
: 암컷 구피 두 마리, 테트라 두마리가 백점병 초기 증상을 보였습니다. 전 구급처치로 물온도를 29도까지 올리고 병 걸린 녀석들은 따로 식염수욕을 시켰습니다.
: 다행히도 오늘 아침에 보니 병 증세가 조금씩 가라 앉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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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이게 왠일입니까?
: 라스보라 두 마리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 한참을 뒤져보니, 그 두 마리는 싸늘한 시체로 변해있었습니다. 죽은 시체 라스보라를 쪼아대며 이상하다며 기웃거리는 플레티 녀석에게 비켜나라고 손짓하고 그 시체들을 건져냈습니다. 남은 라스보라 한 마리만 기운 없이 헤엄치고 있더군요.
: 바로 원인 분석에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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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수족관에서 사온 그 라스보라 세마리-
: C수족관집아저씨가 제가 사러 갔던 그 날에, 수족관 가게에 새로 들어온 라스보라랑 기존에 있던 라스보라가 섞여 있다며 기존에 있던 라스보라를 골라서 주신다고 했는데...
: 알고 보니 두마리는 잘 못 온 것입니다.
: 새 환경에 적응하려던 참에 또 새로운 환경에 직면했고,
: 거기다 제가 백점병 퇴치하느라 수족관 환경에 급변화(온도상승과 소금 투여, 약제 투여)에 이기지 못하고 죽고 말았던 것입니다. 정말 참 씁쓸합니다.
: 이렇게 생명이 사람손에 희생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참 마음 아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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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살아 남은 라스보라 한 마리가 끝까지 다른 고기들과 함께 생존해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더 이상의 비극이 없길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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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고기 사랑하는 회원님들, 정성과 사랑을을 다해서 고기 열심히 키우시길 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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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 영양가 없는 저의 기나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