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아주 귀찮고 불편했던 것을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화장실이었다. 그들은 오히려 양변기 사용을 불결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모든 화장실은 재래식(쪼그리고 앉아서 대소변을 보는 식)이었고 외국인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만, 재래식 변기를 설치한 곳이 8칸쯤 된다면 양변기는 한 칸 혹은 두 칸에 특별히 설치해 놓았다.
양변기는 중국인들이 사용하기 꺼리기 때문에 이용객들이 밀려서 줄을 서 있을 경우에도 수세식 양변기 칸에는 아무도 줄을 서지 않았고 우리는 기다리지 않아도 좋았다. 어떤 사람(중국인)은 양변기가 설치되어 있는 곳에 들어가더라도 그 위로 신을 신고 올라가서 대소변을 본다고 하였다. 양변기는 이 사람 저 사람의 살갗이 닿기 때문에 불결하게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양변기가 설치된 화장실에는 신을 신고 변기 위까지 올라가지 말라는 주의문이 그림으로 그려져 있었다.
우리가 정한 숙소에는 수세식 양변기가 설치되어 있어서 무엇보다도 반가웠다. 1층인데 밖에는 비바람이 불고 추워도 난방 시설이 좋아서 따뜻하고 밖으로 드나들기도 편해서 좋았다. 시장에는 우리처럼 관광객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살만한 물건은 없었다. 머리에 하얀 베레모 비슷한 빵떡모자를 쓰고 있는 사람들은 회족일 텐데 회족들이 유난히 양고기 꼬치를 많이 팔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회족임을 널리 알리려는 것인가? 심천에서도 그런 사람들이 더러 보이더니 왜 꼭 그 모자를 쓰고 있는가? 그것이 모국에 대한 예의일 수도 있을 것이고 애정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민족적인 자부심일 수도 있을 것이다.
소수민족들은 그들끼리 모여 살게 되고 나라에서 차별하지 않는 정책을 쓴다 해도 수적으로 약세이기 때문에 권익과 문화혜택이 균등하게 주어진다 해도 발언권은 약할 것이다. 연변 자치주에 있는 조선족도 소수민족이다. 중국 55개 소수민족 인구는 전체 인구의 9%라고 하니 총인구 14억 몇천만 명 중에서 1억2천 여만 명쯤이 소수민족일 것이다.
우리는 나온 김에 시장의 끝에 있는 부두사무실로 가서 내일 아침 계림관광을 할 갈 배를 예약하려고 했다. 그런데 문이 잠겨 있었다. 아들이 금방 문을 잠그고 돌아선, 직원인 듯한 사람에게 묻는 것 같았다.
내일 아침 유람선을 탈 사람이라고 했겠지, 표를 미리 사두면 편할 것이다. 그런데. 그와 한참을 무슨 말을 주고받던 아들이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내일은 배가 떠나지 않는다네요. 이런 날씨가 계속되면 언제 뜰지 모르겠답니다.” 하였다. 일기예보는 3-4일 동안 비가 계속된다고 했지만 설마 계속 오기야 하겠는가. 내가 낭패한 표정을 지었는지, 다른 방법도 있을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자고 했다.
시장도 날씨가 궂어서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어디를 가나 붉은 종이 꽃이나 등 모양의 장식이 많았다.저녁에는 번화가로 나가서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유난히 비주어啤酒漁라는 말이 음식점 간판마다 제일 크고 화려하게 씌어 있어서 그걸 한번 먹어 보고 싶었다. 무슨 음식인지 설명을 읽어보더니 생선을 맥주에 오래 담가두었다가 끓인 음식인데 우리 식으로 말하면 탕과 같은 음식일 거라고 하였다.
생선의 비린 맛도 없고 푸짐하여 먹을 만하였다. 비주어를 시켰는데 거기 따라 나온 다른 요리들이 많았다. 특히 두부요리는 친근한 음식이기도 하지만 두부를 그렇게 두툼두툼 크게 썰어서 졸인 것은 처음 보았고 맛도 좋았다. 이 사람들은 밥을 얼마든지 퍼다 먹도록 공으로 제공하고 요리만 파는 모양이다. 밥은 옛날에 ‘알랑미’-안남미-라고, 불면 날아갈 듯 진기가 없는 쌀로 지은 것이었다. 이들은 원래 쫄깃쫄깃 찰진 쌀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내일도 날씨가 맑을 것 같지 않았다. 하루를 빈둥빈둥 기웃거리며 지났다.
(2월 27일)
첫댓글 변기 사용의 문화적 다양성을 느끼고 갑니다. 거리에 붉은 등을 보니 영화 '홍등'이 생각납니다, 감상 잘 하고 갑니다.
나도 영화 홍등을 많이 생각했습니다. 제일 많은 것이 여기저기 걸려 있는 홍등이었습니다. 그 변기는 사용하기 어렵기도 하고 정말 싫었습니다. 수세가 잘 되지 않는 곳도 있었어요. 물이 엄청 많이 나와서 질펀한 곳도 있고요.
아직 가보지 못한 심천의 이야기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정말 특이하네요.
양변기를 그렇게 발을 딛고 올라 일보는 민족이 또 어디 있을까요?
멀지도 않고 하니 한번 가 볼만한 곳입니다. 양변기를 그렇게 쓰기도 한다는 말을 듣기는 했는데 그냥 하는 말인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 위에 앉기가 정말 싫다면 그렇게 하고 싶을 것도 같습니다.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