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의 쉘 위 댄스(31) 농구 경기장 VS 호텔 연회장…춤 추기 좋은 곳은 어디?
중앙일보 2020.06.19
댄스스포츠는 댄스이면서 스포츠를 겸하므로 제대로 하려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조건이 있다. 물론 아무 데서나 특별한 여건 없이도 할 수 있지만, 갖출 수 있으면 갖추는 것이 좋다. 댄스스포츠가 생활체육인 면도 있지만, 제대로 갖춘 시설에서 하면 댄스스포츠를 대하는 태도부터 달라진다.
마루
댄스스포츠에서 마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제대로 된 댄스 학원에서는 단풍나무 바닥으로 되어 있다. 나무 재질의 쿠션 외에도 시공 과정에서 만든 공간으로 약간의 쿠션도 있다. 그래야 무릎 관절 등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 노란 마루가 깔린 학원에 들어가면 색상부터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준다.
내가 레슨받던 영국 런던의 쌤리 댄스스튜디오는 그 당시에도 100년이 넘은 유서 깊은 댄스의 명소였다. 큰 문을 열고 들어가면 수많은 선수가 땀 흘리며 댄스 공부를 하던 마룻바닥이 숙연하게 만든다. 지하실 마루는 뻐걱거리는 소리가 나지만, 숨이 막힐 정도로 고즈넉했다. 이런 시설들이 역시 마루가 필수인 댄스의 전통을 말해주고 있었다.
마루는 이렇게 시공하는데 돈이 많이 들어가므로 대충 아무 데서나 댄스를 가르치는 곳도 많다. 바닥이 시멘트나 테라조, 타일, 또는 나무 무늬의 비닐 장판을 깐 곳을 말한다. 자이브를 배우다가 무릎을 상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이런 데서 무분별하게 팡팡 뛰면 잘하는 것처럼 가르치기 때문이다.
댄스스포츠에서 마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약간의 쿠션도 있어야 무릎 관절 등을 보호하는데 도움이 된다. 노란 마루가 깔린 학원에 들어가면 색상부터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준다. [사진 pexels]
자이브는 발바닥을 볼(Ball)-볼(Ball)-볼 플랫(Ball Flat) 방식으로 주로 앞꿈치를 사용해야 하는데, 그렇게 자세히 가르치지 않고 겉모습만 흉내 내다 보면 무릎에 안 좋은 영향을 주게 된다. 가장 춤추기 좋은 곳은 농구 경기장이다. 댄스 대회는 주로 농구 경기장이 있는 체육관에서 열린다. 쿠션도 좋고 댄스화와 마찰 계수가 적당해서 춤추기 좋다. 너무 미끄러워도 안 되고 너무 뻑뻑해도 안 된다. 적당히 미끄러져야 한다.
한때 바닥이 뻑뻑하다고 밀가루를 바닥에 뿌리기도 하고 너무 미끄럽다고 물걸레질을 한 적도 있다. 댄스 경기장에 가 보면 선수들이 바닥이 너무 미끄럽다며 신발 바닥을 물에 적시러 나오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주로 라틴댄스 선수들이 스타카토나 한 점을 힘줘서 찍고 있어야 하는 동작에 필요하다.
카펫가 깔린 호텔 같은 곳에서 댄스 시범이나 댄스 파티, 댄스 대회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경우는 카펫 위에 마루를 사각 조각으로 이어 바닥에 깐다. 농구 경기장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나무로 만든 바닥이라 춤추는 데 그런대로 쓸만하다. 조각 마루도 없이 카펫 위에서 춤을 보여달라고 하면 그야말로 난감한 것이다.
댄스스포츠는 마루가 필수인데 야외로 엠티를 가거나 하면 자갈밭이나 잔디밭 위에서 춤을 추라고 할 때도 있다. 카펫도 마찬가지다. 왈츠 같은 춤은 카펫 위에서는 미끄러지지 않아 도저히 출 수도 없다. 유람선 철판 위에서 댄스 파티를 한 적도 있는데 역시 바닥이 적당히 미끄러지지 않아 평이 좋지 않았다.
축구 경기를 잔디가 깔린 경기장에서 하는 것과 인조 잔디에서 하는 것, 그리고 맨땅에서 하는 것과의 차이를 생각해 보면 된다. 좋은 잔디에서는 선수들이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다. 인조잔디는 천연 잔디만큼 쿠션이 없고 열상을 입기 쉽다. 그런 시설도 없으면 맨땅에서 축구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걷기 운동할 때 흙길은 덜 피곤한데 포장된 길을 걸으면 피로가 쉽게 오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댄스도 마찬가지다.
댄스화는 필수 장비이다. 부드러운 소가죽으로 만들고, 바닥은 스웨이드로 나무 바닥과 적당한 마찰계수를 이룬다. 군더더기 장식을 넣지 않아 굴곡이 편하다. [사진 pexels]
댄스화
댄스화는 부드러운 소가죽으로 만든다. 바닥은 가죽을 뒤집어 만든 스웨이드라서 나무 바닥과 적당한 마찰계수를 이루며 춤추기 좋게 한다. 가죽 안쪽으로 생각하면 된다. 댄스스포츠 도입 초기에는 댄스화가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외국에서 수입했다. 외국에서 공부한 댄스강사들이 현지에서 사서 신고 다니는 것을 보는 정도였다. 그래서 수강생이 댄스화를 신으면 강사나 신는 댄스화를 수강생 주제에 신었다며 눈총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댄스화가 없으면 아예 마룻바닥에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필수 장비인 것이다. 일반 구두로 마루에 올라오면 바닥에 묻어 있던 작은 모래와 흙들이 마루에 떨어져 미끄러질 수도 있고 마루 표면도 상하게 할 수 있다. 운동화는 플라스틱 밑창이므로 마찰 계수 면에서 미끄러지지 않아 춤을 제대로 출 수 없다.
간혹 댄스화가 워낙 편하다 보니 바닥에 고무창을 덧대서 밖에서도 신고 다니다가 그대로 학원 마루에서 춤을 추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덧댄 고무창은 마루와 미끄러짐이 안 맞아 춤을 제대로 출 수 없다. 청결 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다. 지금은 국산 댄스화도 잘 만들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댄스화는 군더더기 장식을 넣지 않아 굴곡이 편하다.
전면 거울
댄스학원에 가보면 정면에 전면 거울이 붙어 있다. 적어도 한 면은 전면 거울로 만들어야 한다. 이 거울의 용도는 춤추는 모습을 보면서 해야 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은 제대로 하는 것 같은데 거울을 보면 아닌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하는지도 보인다. 옆으로 고개를 돌리다 보면 자기 자세도 흐트러질 수 있으니 정면 거울로 다른 사람 춤추는 모습과 자신의 춤추는 모습을 비교해 볼 수 있다. 자신의 춤추는 표정도 보인다. 거울을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다.
또 다른 이유는 강사는 수강생들 앞에서 시연을 보이기 때문에 수강생들이 제대로 따라 하는지 거울이 아니면 볼 수 없다. 앞에서 춤추면서도 강사가 일일이 수강생들의 춤추는 모습을 돌아보지 않아도 정면 거울을 보면 한눈에 들어 온다.
부수적인 효과로는 전면 거울 덕분에 학원 환경이 깨끗하고 훤해 보인다. 댄스를 불법으로 처벌하던 시절에는 어두컴컴한 지하로 숨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밝은 환경은 그런 어두운 이미지에서 탈피할 수 있는 것이다. 댄스스포츠는 환한 환경에서 배운다. 환하면 아무래도 건전한 생각을 갖게 된다. 다 보이기 때문이다.
댄스 파티 때 분위기를 잡는다고 조명을 어둡게 해두면 전체적인 분위기가 침침하고 가라앉는다. 물론 무드를 살리고 어두우면 자신의 춤추는 모습이 잘 안 보이기 때문에 용기가 생기기는 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환한 조명 아래 추는 것이 댄스스포츠다. 그 때문에 아무래도 침침한 지하 연습실에서 연습하다가 환한 체육관에서 낮에 벌어지는 경기 대회에 참가할 때면 당황스러워지기도 한다.
음악 없이 춤을 출수는 없다. 요즘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음악을 쉽게 이용할 수 있어서 좋다. 볼륨을 더 키워주는 장치도 있어서 이제 음악을 따로 준비해 가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되었다. [사진 pexels]
음악
댄스를 배우는데 음악은 필수다. 음악 없이 춤을 출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볼륨이다. 크게 틀어야 춤도 제대로 추는 맛이 난다. 그러다 보니 음악 소리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대부분의 댄스 학원들이 지하실을 사용하는 이유도 소리를 차단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물론 지상층에 있는 댄스 학원도 있지만, 소리 차단에 그만큼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댄스스포츠는 체육으로 봐야 하지만, 지역에 따라 학원을 차리고 운영하는데 차이가 있다.
댄스 학원은 불법이 아니지만, 아직도 민원이 일단 들어가면 골치 아프다. 청소년 보호법, 풍속법, 체육시설 설치 이용법, 건축법, 등과 관련이 있다. 댄스스포츠 학원 설립과 운영에 지장이 없도록 여러 차례 법 개정 건의가 들어갔지만, 일단 민원이 접수되면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골치 아프다. 댄스학원 운영자는 임차인이기 때문에 임대인도 문제가 자꾸 발생하면 귀찮아한다. 댄스스포츠는 일선 교사들의 직무 연수과목에도 들어 있고 나이 어린 학생들도 댄스 대회에 참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르치는 것은 제약이 많으니 어디서 배우라는 것인지 애매해진다.
한번은 요양원에 직원들을 상대로 댄스 강습을 하러 간 일이 있다. 한창 춤을 가르치는데 느닷없이 누군가가 와서 뒤통수를 때리는 것이었다. 소리가 크다 보니 어느 환자가 음악 소리를 듣고 와서 그 광경을 보고 화가 났던 모양이다. 그 환자는 댄스스포츠를 불법으로 오해하고 있었다고 한다.
요즘은 스마트 폰을 이용해서 음악을 쉽게 이용할 수 있어서 좋다. 볼륨을 더 키워주는 장치도 있어서 이제 음악을 따로 준비해 가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되었다.
보조 강사
댄스스포츠는 커플 댄스다. 남녀가 붙잡고 추는 춤이다. 혼자 가르칠 수는 있지만, 남자 스텝을 가르치는 동안 여자 수강생들은 주의가 흐트러진다. 반대로 여자 스텝을 가르칠 때는 남자들이 딴짓을 한다. 남녀 스텝을 어떻게 하는지 보여줘야 하는데 보조 강사까지 같이 다니자면 인건비가 두 배가 드는 셈이다. 문화센터 같은 곳에서는 그렇다고 다른 종목에 비해 강사료를 2배를 주는 것도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수강생 중에 좀 잘하는 수강생을 골라 보조 강사로 활용할 수밖에 없다.
강신영 댄스 칼럼니스트 theore_cre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