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나의 첫 번째 男子> 저자인 중국동포 장금선 작가는 현재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배를 타고 다니면서 글을 쓰고 있다. 그의 실화소설을 <동포세계신문>에 연재한다. 이 소설은 보따리상들의 삶을 몸소 겪으며 쓴 글이기에 더욱 실감난다.
제 16화 회장 선거
상인협회에서는 매년 12월 달이면 새 회장을 선거한다. 상인들은 작년의 회장이 잘하지 못하고 회장의 권리를 이용하여 자기 욕심만 부렸다고 욕하였다. 사람마다 새 회장이 올라와서 자기 호주머니에 `돈이 가득 차기를 희망하였다. 배안에는 쉬쉬하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고 자기 기대하는 사람이 회장이 되기를 바라여 주위의 사람을 끌어 모으는 활동을 암암리에진행되고 회장이 될 꿈을 꾸는 사람의 얼굴은 공개적으로 호실마다 머리를 들여 밀고 만면이 웃음이다. 평시 보던 쌀살한 얼굴들이 갑자기 누군가 의심할 정도로 변하였다. “안녕하세요. 모두 수고들 하십니다. 무슨 불편한 데가 없으신지요." 한 머리가 지나가면 또 다른 머리가 나타났다. 이때 평시 만나 말도 별로 없던 언니가 나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오라고 손짓하였다. 언니는 조용한 곳으로 나를 이끌고 손에 사탕알을 쥐여 주면서 말했다. “언니. 우리 사장님을 선거하오 우리 사장님….” “나는 50항차가 안돼 선거권리가 없어요.” 나는 겨우 48항 차였다. “괜찮아. 누가 그걸 밝힌나. 이름에 싸인하고 나오면 돼.” 나는 서글프게 웃으며 사탕알을 언니의 손에 도로 쥐여 주었다. “동생. 한국에 내리면 나 따라와. 불고기 먹으려 가자구.” “아니. 아줌마. 우리 같이 뼤다귀 국 먹으려 갑시다.” “누나. 여기 한국음식은 먹을 것 없소. 오늘저녁 중국에 나가 누나가 좋아하는 죠즈(饺子-물만두)를 먹읍시다.” 매주 금요일이면 상인들은 중국에서 하루밤 쉬고 토요일 오후 배에 오른다. “성일이도 나를 끌어 당겨 한표를 넣자는 거얘요?. 저는 선거될 사람보다 곁에서 표를 끌어 당기는 사람이 더 이상해 보여요.” “그게 다 목적이 있는 겁니다. 자기가 표를 당긴 사람이 회장이 되면 공을 세웠으니 상인협회에서 사무장이나 질서위원을 할수 있으면 우리보다 돈을 더 벌수 있거던요. 상인들은 왕복 여섯번 만에 면비표를 가질수 있지만 질서위원은 왕복 세번이면 면비표가 있고 곡물도 우리보다 한 주머니 더 가져갈수 있으니 일년이면 많은 돈이지요. 배위에서 돈을 계산하지 않는 사람은 배타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럼 회장은요?” “아하! 우대가 가장 좋은 사람이 회장이지. 안그러면 왜 회장이 될려고 아득바득 하겠어요. 회장은 매번 배표가 면비얘요. 한 달에 남는 배표 값만 해도 120만원이지요. 상인들은 애를 쓰고 짐을 지고 다녀봤자 겨우 40-50만원으로 회장이 밥 한 끼 쓰는 돈 밖에 안되거던요. 권리를 이용하여 돈을 더 벌수 있는 건 당연한 일이구요. 알고 보면 우리 배 위에서 회장을 선거하는 거나 한국에서 대통령을 선거하는 한 가집니다. 자본주의 나라의 선거는 기실 자기의 리익을 위하여 사람을 끌어 당겨 표를 넣는 것입니다.” 성일이는 손에 들었던 종이컵을 쓰레기 통에 넣고 와서 말을 계속했다. “누구가 선거되던 자기 욕심을 차리는 건 막지 못합니다. 회장이 되려는 목적이 진짜로 자기욕심을 버리고 상인만을 위한다면 그 사람은 배타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럼 무얼 표준하여 회장을 선거해야 하는데?” “첫째는 장사능력이 강하고 둘째는 양심이 있어야 합니다. 관건은 돈을 많이 벌어야 자기 주머니도 채우고 상인들 주머니도 넣지요. 자기 주머니와 상인들의 주머니에 얼마 넣는가는 양심에 달린거지요. 이 도리는 회장 뿐아니라 매개 상담의 사장님도 마찬가지얘요. 보세요. 같은 곡물이지만 각상담에서 주는 돈은 다 틀리고 있짢나요.” “글쎄요. 성일이네 상담에서는 참깨기름 한 통을 가져가면 돈 2천원을 더 주지만 우리는 안줍니다. '해삼점'에서는 곡물에서 5천원 남는데 우리상담은 2천원을 밀어 넣어야 한다니 대체 무슨 영문인지 알수 없어요.” “흥! 그 참깨기름도 내가 사장님과 따져서 가진거요. 기실 우리 상인들도 사장님의 노예가 되지말고 중국의 곡물값과 한국의 곡물값을 똑똑히 알고 이윤을 정확히 따져 응당 차려지는 몫을 찿아 먹어야 하는데 많은 상인들은 노예처럼 주는대고 가지는 것이 답답한 일입니다.” “다 나와 같지요. 무슨 영문인지 모르짢나요. 또 사장님이 인사권력이 있으니 따지고 들면 쫓겨 날까봐 무서운 것고 있고…” 성일이와 나는 갑판에 서서 망망한 바다를 바라보며 말을 나누었다. 갑자 기 성일이는 몸을 돌려 나의 파마머리를 보면서 어딘가 애수하고 서글픈 표정을 지었다. “아! 선생님. 아니, 누나! 그 좋던 머리태를 잘라버렀어요. 누나의 머리태를 만지던 직감이 어제같은데…” 이때 영자언니가 왔다. “두 분이 무슨 이야기를 이렇게 재미있게 하세요. 연인 같네요.” “언니! 성일이는 저의 학생이요.” “롱담인데 왜 얼굴이 빨개지는데.” 나는 어딘가 좀 민망하고 난처하였다. “오늘저녁 중국판점에서 본래 회장이 상인들을 칭커 (请客-손님을 접대)하는데 언니도 가요. 선거권리가 있으나 없으나 다 참가하라고 했소.” 그날 저녁, 3층이 되는 식당에 상인들이 꽉 찼다. 말을 들으니 본래 회장이또 회장으로 올라가려고 인민페 1만 6천원을 썼다한다. “그 돈을 이렇게 허비하지 말고 일찍 상인들이나 나누어 줄 것이지. 이제 회장에서 나떨어지게 되니까 안달아 난 모양이다. 이젠 늧었어. 먹어도 내가 응당 가질 걸 먹었으니 선거와는 관계가 없단 말이여.” “흥! 그 돈이 회장이 가방에 있는 돈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야.” 이튿날 점심에도 나는 누가 청하는지 똑똑히 모르고 영자 언니를 따라가 맥주도 몇잔 마셨다. 모두들 술이 얼근해서 배 위에 올랐다. 대청과 복도와 호실마다 전단지 같은 흰종이 장이 전쟁시기 비행기에서 뿌려진 삐라처럼 날리고 있었다. 전단지마다 회장이 선거되면 상인들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을 미혹시키는 아름다운 말들이다. “언니야! 이걸 중국말로 써줘. 중국의 한족사람들도 꽤나 많찮나.” 나는 입에 맥주 냄새를 피우며 컴퓨터를 놓고 전단지를 번역하고 허리를 금방 펴자 또 한 장이 왔다. 나는 누가 누군 것도 분간할 사이도 없이 번역해 주고 나니 11시가 넘었다. 선거날 3일 앞두고 끝내 5명의 후선원이 나왔다.
1호- 정재철. 작년의 회장 2호-문양기. 본래 일조배의 회장. (세금의 문제로 일조배가 정선.) 3호-김재연. 재작년의 회장. 4호-박춘섭. 한국 군산에서 가장 큰 곡물상인. 5호- 김영식. 후선원 가운데서 가장 젊고 인물이 잘 나고 지식이 많다. 이번의 선거에서 완전히 희망이 없는 사람이지만 명년의 회장선거를 위해 상인들에게 얼굴을 익히려는 것이다.
후선원이 결정된 이튼날이다. 배에 오르는 에스컬레이터 맞은편에 바로 사무장이 서서 상인을 영접하는 곳에 지금 후선원 다섯명이 무대에서 연출하는 가수처럼 차례로 서서 두 손을 높이 쳐들고 목청껏 소리친다. “저는 1호 정재철입니다. 상인을 사랑합니다. 저를 선거해 주세요.” “저는 2호 문양기입니다. 상인은 저의 하나님입니다…” “저는 3호 김재연입니다. 상인은 저의 아버지 어머니입니다… “저는 4호 박춘석입니다……상인은 저의 선조입니다…." “저는 5호 김영호입니다……상인은 저의…." 정식 선거날이 왔다. 커피점에 붉은 천으로 막아 다섯칸을 만들었다. 후선 원 순서대로 칸마다 이름이 있는데 한사람이 한 칸밖에 들어 갈수 없다. 상인들의 번호대로 진행한다. 앞문으로 들어가 싸인하고 뒤문으로 나갔으나 거의 두시간이 걸려서야 싸인은 끝났다. 결과가 나왔다. 누구나 상상 못하던 일이 발생하였다. 5호 김영식 263표. 3호 민양기 232표였다. 한국사람들이 놀랐다. 박춘석 일줄 알았는데 생뚱같이 자격이 가장 없는 5호다. 김영식은 중국의 한족대학생 처녀와 금방 결혼식을 올렸다. 한족의 단결심이 일으킨 결과였다. 기실 누가 회장으로 선거되던 결과는 별로 달라지는 것이 없다. 또 누구가 선거되던 권리를 이용하여 자기 욕심을 차리는 회장을 백성들은 어찌할 수가 없다. 이것은 중국사회주의 나라나 한국 자본주의 나라나 마찬가지였다. <다음 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