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부터 인플레이션 부활까지 위기의 생성과 소멸
강세장에 취해 있던 투자자들은 2000년 초 연준이 빅스텝(0.5%) 금리 인상을 예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장밋빛 미래를 그려나갔다. 그러던 2000년 3월 나스닥 지수가 5,100포인트를 넘기며 정점을 기록한 이후 급락하여 닷컴 버불 붕괴가 시작된다. 아마존 마이스로소프트 인텔 등의. com 기업 투자자들은 금리를 인상해도 기술주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고 IT산업은 계속해서 성장할 테니까! 기술혁명으로 생산성이 높아지면 물가도 오르지 않으리라고 믿었다. 그것이 바로 ‘신경제 New Economy’다. 닷컴 버블은 투자자들에게 ‘투자 실패’라는 시련을 주기도 했지만 ‘빠른 기술 발전’이라는 선물을 주기도 했다, 선물은 1997년에 나온 시티폰이었다. 이 전화는 발신만 되는 전화기인데 당시에는 고급 인기 아이템 중 하나였다. 불과 몇 년 만에 사람들이 기술의 발전을 누릴 수 있었던 건 무료 국제 전화, MP3 등 IT 기업에 집중되었던 적극적인 투자 덕분으로 시작된 해외 배송이었다. 이것들이 다음 해에 실적 악화로 ‘펑’하고 풍선이 터지듯 터진 것이 ‘닷컴 버불’이었다.
기준금리가 1%에서 기업들의 분식 회계로 대표적인 것이 ‘월드컴’의 사상 최대 분식 회계였고 기준금리를 4%로 올리자 ‘엔론’, 최대 에너지 기업이 파산 신청을 한다. 5%를 넘어 6.5%로 기준금리가 오르자 9.11테러가 터진다. 금리가 오르면 주가는 폭락한다. 그러나 물가는 잡힌다. 물가가 어느 정도 안정된 것 같으니 ‘엘린 그린스펀’ 연준의장은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인하를 결심한다. 2002년 한국은 “오-필승 코리아” 월드컵 4강으로 뜨거웠는데 지구 반대편에도 우리만큼 뜨거웠던 이들이 있었다. 떨어지는 주가에 분노하는 미국의 투자자들이었다.
연준의 기준금리가 오르면 채권의 가격은 내려간다. 한국의 원·달러 환율은 상승하니 원화의 가치가 떨어진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다. 그러면 진정한 안전자산은 달러화가 된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어떤 놈이 무서운가? 차이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금융위기가 무섭다는 사람이 많다. 달러가 전 세계 경제의 중심인데 미국이 금융위기로 무너질 뻔했으니까 그리 생각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팁을 얻은 것이 위기에는 달러는 사자는 것이다. 돈은 사람에게는 혈액이다, 실물경제의 혈액인 돈이 흘러야 하는데 막히면 이를 ‘신용 경색’이라 부른다. 실제로 대형 은행이 무너지면서 실업률이 순식간에 10.3%로 오르자 기업이 파산하고 기업에 대출해준 은행이 충격을 받는다. 은행은 이때 국체보다 현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은행도 이를 잘못 판단하고 파산한 것이 ‘실리콘밸리 뱅크’ 사건이다.
코로나 19시기를 보면 한국의 부동산, 채권, 주식이 급락한다. 채권이 급락한 것은 한국이 돈을 빌리기 어렵다는 얘기다, 떠나는 외국인을 잡으려면 한국은 ‘채권가격 급락’이라 쓰고 ‘한국의 금리 급등’이라 읽어야 한다. 원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2007년 900원에서 2009년 1,600원으로 올랐다. 은행이 현금을 더 챙겨놓을 방법은 남보다 금리를 더 높게 제시하는 것이다. 돈을 빌려서 투자하는 것을 ‘레버리지’라 한다. 반대로 투자를 끝내기 위해 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받아 대출을 갚은 것은 ‘디레버리징’이라 한다.
여기서 도미노 붕괴의 시작이 왔다. ‘서브프라임 모기기’ 사태다. 신용도가 높지 않은 ‘서브프라임 Subprime’ 등급의 대출 증가와 주택 가격의 하락에서 뱅크론으로 은행이 파산한 것이다. 미국은 신용사회다. 직장이 있고 수입이 있으면 신용으로 대출해준다. 문제는 저신용자에게 은행이 주택담보대출 해준 것이 화근이다. 그리고 주택구매용 대출을 해주면서 모기지 채권을 만들어 상위 등급자의 모기기 채권 CDB에 신용평가사들이 최고등급인 AAA를 부여하고 보증회사들이 덥석 보증하니 은행은 무한정 자금을 푼 것이 ‘리먼부라더’ 사태로 발전하여 불똥이 (한국인인 나에게도 와, 직장이 없어진 것이다.) 동방의 한국 회사가 맞고 비틀거린다. 위기는 늘 보이지 않는다. 다만 바닥에 바퀴벌레 3마리가 보여서, 때려잡고 저세상으로 보내, 없어진 것으로 알았으나 1년 후 보니, 온 부엌 주방이 온통 바퀴벌레 소굴이었던 것처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진 것이다. 처방으로 연준은 기준금리를 17차례나 연속 인상을 한다. 2004년 1%였던 연준 기준금리를 2006년 5월 5.25%로 거의 45일에 한 번씩 올린 것이다.
글로벌 불균형을 부른 신흥국과 미국의 동상이몽 속에 다시 불붙은 투자의 붐은 주인공이 신흥국이 된다. ‘조지 부시’와 ‘장쩌민’이 만난다. “요즘 우리 미국이 중국 제품을 많이 사고 있는 거 아시죠?” 장쩌민이 답한다. “덕분에 달러벌이가 잘 되어서 미국 국채에 투자하고 있지요”. 원자잿값이 오르니 우리도 중국처럼 달러벌이가 잘된다고 웃음이 만연한 국가들이 있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다. 그러자 미국 재무장관 ‘존 스노’가 “이대로라면 미국 무역 적자가 심각하니 위안화 절상을 압박해서 중국의 대비 수출에 브레이크르 걸어야 합니다.” 하고는 “이번 G-20 회의를 통해 중국에 이른 시일 안에 변동환율제를 도입하도록 요구할 것”이라 덧붙인다.
글로벌 불균형을 부른 신흥국 딜레마는 “미국이든 중국이든 글로벌 성장을 유지하게 시키려면 누군가는 신흥국의 상품을 소비해야 해!” 그러나 “미국은 빚더미에 앉아 있어서 더 사는 것은 부담이니 중국은 팔기만 하지 말고 우리 물건도 좀 사 봐요!” 그런 와중에 중국 ‘쓰챤’에서 대지진이 발생하여 어수선하고 고통스러운 상황이 계속되자 “중국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소비 부양이 쉽지 않아요”. 게다가 물가 상승에 지진까지 정신이 없다고요! 하면서 버둥거린다. 금융위기와 대응하는 총력전이 벌어진다. 2008년 9월 15일,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인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한다. 금융시장은 충격이었고 매우 긴장했으며, 많은 투자자는 주식시장에서 큰 손실을 보았다. 이에 미국은 구제금융자금 TARP; Troubled Asset Relief Program을 양적완화로 하늘에서 달러를 뿌리기 시작한다. 중국도, 4조 위안의 매머드급 경기 부양을 시작한다.
예금자가 은행에 예금하면 은행 처지에서는 부채다. 예금자가 채권자고 은행은 채무자가 된다. 그러면 은행은 부채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 자본을 늘리거나 부채자산을 안전하게 운영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여기서 코로나19 사태가 터진다. 미국 연준의 ‘제롬 파웰’ 의장은 금융위기 때처럼 양적완화를 무제한으로 한다. 금융위기 동안 3차에 5조 달러를 풀었다. ‘도널드 트럼프’가 1차 2.2조, 2차 0.9조 ‘바이든’이 1.9조 달러를 풀어서 대출을 실행한다. ‘저금리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모여 투자 시장은 불타올랐다. 금리가 낮을 때 최대한 융자를 받아서 투자하기가 시작된다. 한국도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 시중, 정기 은행의 금리가 연 1% 수준이었다. 그러나 2022년 정기예금의 금리는 5%가 넘어선다.
일반적인 정부의 부양책은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보다는 일자리를 창출해서 사람들이 일하고, 급여를 받고 급여를 소비하는 여건을 마련하는 방식을 하곤 한다. 미국의 코로나 보조금은 개인의 주머니에 꽂혔고, 주머니에서 빼낸 현금으로 사람들이 소비를 할 수 있습니다. 즉 경기 부양과 동시에 수요가 폭발하는 상황이었다. 반면에 기업의 제품 공급은 주머니에서 돈을 빼는 속도보다 느려 시간이 필요하다. 2021년 기준 제로 금리에서 2022년 3월부터 금리 인상을 시작하니 긴축으로 전환이 늦었다.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제어하기 위해 인상에 나선 것이다. 1년간 4.75%나 인상한 것이다. 석유파동으로 유가가 급등한다. ‘호메이니 반미 정권’으로 물가 상승이 심화한다. ‘아서 번스’연준의장의 인플레이션 제압 실패로 물가 상승은 멈추지 않았다. 2003년 설렁탕은 5,000원에서 2023년은 15,000원이다. 서울 중간 정도 아파트는 1980년 5,000만 원에서 2023년 23억으로 올랐다. 물가를 잡는 좋은 방법은 실물 경기를 박살 내는 것이다. 경기가 무너지면 실물경제에서 수요가 사라진다. 가격은 하늘에 떠 있는데 수요가 사라지면 가격은 추락한다.
연준은 왜 실패했는가? ‘어다벤스 엔드게임’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Whatever it take” 이 말은 유로존 금융위기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라는 의지를 표현한 유럽중앙은행 총재 ‘마리오 드라기’의 표현이다. 그리스, 스페인 등으로 번지는 유럽의 위기 속에 유로화를 팔고 떠나려는 투자자를 돌리려는 말이었다.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은 호황에 어마어마한 예금을 ‘실리콘밸리 뱅크 SVB’에 저축하고 은행은 기업이 흑자로 융자받지 않으니, 대출처를 찾지 못해 예금보다 금리가 높은 10년 장기국채에 투자한다. 위기는 언제 어디서나 온다. 그러나 지금 호시절이 계속될 것이라 믿었다. 언제 전쟁이 날지 미리 안다면 전방의 초소는 필요가 없을 것이다. 居安思危 편안함에 머물 때 위급함을 생각하란 격언이다. 수없이 찾아오는 리스크에 신중한 경계심을 키울 수 있기를 바란다는 필자의 주장이다.
2023.09.27.
위기의 역사
오건영 지음
페이지 2 북스 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