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축제 · 기념일 백과 - 홀리[ Holi ]
hanjy9713
2023.11.15. 05:26조회 13
홀리
[ Holi ]
요약 매년 2월~3월경, 힌두력 팔구나(Phalguna) 달 보름에 인도 전역에서 열리는 봄맞이 축제
1. 축제 정의
홀리는 힌두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달인 12월 팔구나(Phalguna) 달의 보름날(Purnima)을 맞아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됐음을 축하하는 봄맞이 축제다. 국가 공휴일인 팔구나 달 보름날을 중심으로 인도 전역에서 축제가 펼쳐지는데, 지역이나 힌두교 종파에 따라 수일에서 1주일가량, 길게는 2주일까지 축제 분위기가 이어진다. 세계 공통의 그레고리력으로는 보통 3월경에 해당하지만 때때로 2월 하순에 오기도 한다.
이 시기 인도는 힌두력으로 볼 때 한 해의 마지막을 보내며 새해를 맞이하는 때이자 겨울에서 봄으로 계절이 이동하는 때다. 기온이 온화하고 봄꽃들이 산과 들에 만발한다. 봄 곡물의 수확으로 풍성함도 더해진다. 이처럼 화창한 계절을 맞아 인도인들은 떠들썩하고 요란하게 축제를 즐긴다. 홀리는 이미 서기전부터 존재한 것으로 알려진 오랜 전통을 가진 축제로, 인구의 80퍼센트 이상이 힌두교도인 인도에서 락샤 반단(Raksha Bandhan), 두르가 푸자(Durga puja), 디왈리(Diwali) 등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힌두교 축제 가운데 하나다. 또한 종교적 의미를 넘어서는 전 국민적 명절이며, 인도의 축제 가운데서도 가장 이채롭고 화려한 축제로 손꼽힌다.
특히 홀리 당일을 맞으면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다양한 빛깔의 색 가루나 색 물감을 서로의 얼굴이나 몸에 문지르거나 뿌린다. 어린아이들과 젊은이들은 더 과격하게 즐기는데, 색으로 목욕을 한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서로에게 색 가루나 색 물감이 든 풍선을 던지거나 물감이 든 물총을 쏘아댄다. 색 가루나 물감을 뒤집어쓴 사람들이 춤추고 노래 부르며 사원과 거리를 온통 형형색색으로 물들이는 장관을 연출하므로 홀리는 ‘색채의 축제’(festival of colours)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이색적이고 화려한 축제를 보기 위해 해마다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려든다.
색채의 축제, 홀리
홀리는 인도 전역에서 개최되는 봄맞이 축제로, 온 거리가 형형색색으로 물드는 ‘색채의 축제’(festival of colours)라 불린다.
홀리는 힌두교 축제의 가장 큰 주제 가운데 하나인 선(善)이 악(惡)을 물리치는 신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는 홀리의 전야제 격으로 펼쳐지는 홀리카(Holika) 태우기로 구현된다. 홀리카는 ‘홀리’라는 축제 명칭에 기원이 됐다고 전하는 신화 속 마녀다. 홀리 전날 밤 짚으로 만든 홀리카를 불태워 선이 악을 몰아냈음을 축하하고 다음날 열릴 축제에 흥을 돋운다. 또한 홀리는 힌두교의 영웅신 크리슈나(Krishna)와 그의 연인 라다(Radha)를 기리는 축제이기도 해서 ‘사랑의 축제’(festival of love)로도 불린다.
신화에 따르면, 크리슈나와 라다가 얼굴과 몸에 색깔을 칠하고 놀았는데, 이 놀이에서 유래해 홀리에 색 가루와 색 물감이 쓰이게 됐다고 한다. 인도인들은 홀리를 통해 겨울에 작별을 고하고 새 계절인 봄을 기쁘게 맞이하며,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 또한 풍성한 봄 수확을 내어준 비옥한 땅에 감사한다. 축제 기간만큼은 (법적으론 폐지됐으나 아직 사회적 관습으로 뿌리 깊게 남아 있는 카스트 제도의) 신분과 계급에 상관없이 어울리면서 축하와 화합의 장을 열며, 갈등과 원한, 해묵은 감정을 씻어내고 몸과 마음을 정화한다.
홀리 축제의 정화 기능
인도인들은 홀리 축제를 통해 봄을 맞이할 뿐 아니라 남녀노소, 신분과 계급에 상관없이 어울리며 해묵은 갈등과 감정을 씻어내고 심신을 정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
2. 축제 유래
홀리의 기원과 관련해서는 신화와 전설 속의 여러 이야기들이 전한다. 이 이야기들은 홀리 축제에 나타나는 다양한 요소들을 이해하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1) 프라흐라드 왕자와 마녀 홀리카
홀리와 관련한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마녀 홀리카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다. 먼 옛날 히란야카쉬푸(Hiranyakashipu)라는 왕이 있었다. 그는 창조신 브라흐마(Brahma)의 축복으로 언제든, 어디서든, 인간으로부터, 짐승으로부터 위해가 가해져도 죽지 않는 능력을 부여받았다. 거의 불사(不死)에 가까운 권능을 얻은 그는 점차 교만해졌다. 신들을 업신여기고 백성들에게 신들에 대한 공경을 멈추고 자신만을 숭배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그의 아들 프라흐라드(Prahlad) 왕자는 여전히 비슈누(Visnu) 신을 충실히 섬기며 이에 따르지 않았다. 크게 분노한 왕은 왕자를 참하도록 명했다. 갖은 방법이 동원됐지만 왕자는 번번이 비슈누 신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이에 왕은 자신의 누이 홀리카(Holika)에게 부탁해 왕자를 안고 불로 뛰어들어 살해하도록 했다. 홀리카는 불에 타지 않는 능력을 부여받은 마녀였다. 사악한 고모는 어린 조카를 안고 불길 속에 들어가 앉았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프라흐라드는 무사하고 홀리카는 즉시 불에 타 재로 변하고 말았다. 왕과 그 누이는 불에 타지 않는 능력이 불 속에 혼자 들어갈 때만 유효하다는 것을 잊었던 것이다. 다른 이야기로는 홀리카를 불에서 보호해주던 망토가 이때만큼은 홀연 홀리카를 벗어나 프라흐라드만을 감쌌다고 한다.
이 신화 속 이야기를 재연하며 악을 이겨내는 선의 승리를 기념하는 행사가 홀리 전날 밤 행해지는 홀리카 태우기다. 이를 ‘홀리카 다한’(Holika Dahan)이라고 하는데, 나뭇단을 쌓아 모닥불을 만들고 짚으로 만든 홀리카 인형을 태운다. 몇몇 지방에서는 쇠똥을 던지거나 불꽃을 향해 외설스런 욕을 해대기도 한다. 이는 사악한 홀리카를 모욕하기 위한 것이다. 힌두교의 축제는 신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신과 영웅들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선이 악을 물리치는 일화가 가장 선호되는 주제임을 고려할 때 홀리 축제에서 홀리카 태우기 의식이 차지하는 상징적 의미는 매우 크다. 홀리라는 축제의 명칭도 홀리카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2) 크리슈나와 마녀 푸타나
홀리는 인도 전역에서 펼쳐지지만 특히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Uttar Pradesh) 주 마투라(Mathura) 현에서 성대하게 경축된다. 마투라 현에 속한 마투라 시와 그 주변 마을인 브린다반(Vrindavan), 난드가온(Nandgaon), 바르사나(Barsana)는 전 세계에서 방문객이 몰려드는 홀리 축제의 대표적 관광지다. 홀리가 성대하게 경축되는 이 지역을 인도인들은 흔히 ‘브라즈’(Braj)라고 부르는데, 이는 행정구역상의 지명이 아니고 힌두교와 관련한 문화적 지명이다. 크리슈나가 나고 자란 곳, 크리슈나의 땅으로 불리는 곳이 바로 브라즈다. 크리슈나의 유년과 청년 시절에 관한 수많은 이야기가 브라즈를 배경으로 전하는데, 홀리와 관련해서는 두 가지 대표적인 이야기가 있다. 아래는 그 첫 번째 이야기로 아기 크리슈나에 얽힌 일화다. 홀리카 이야기와 유사한 측면들이 나타난다.
크리슈나는 힌두교의 세 주신(主神, 우주 창조신 브라흐마, 우주 유지신 비슈누, 우주 파괴신 시바) 가운데 하나인 비슈누의 여덟 번째 화신(avatar)이다. 그는 마투라의 사악한 왕 캄사(Kamsa, 또는 Kansa)의 누이동생 데바키(Devaki)의 여덟 번째 아들로 태어났다. 폭정을 휘두르던 캄사는 누이의 여덟 번째 아들이 자신의 왕위와 목숨을 빼앗을 것이라는 예언을 들었고, 두려움을 느낀 캄사는 크리슈나가 태어나자마자 죽이려 하지만 실패했다. 크리슈나는 몰래 빼돌려져 목동들 사이에서 자랐다. 캄사는 다시 마녀 푸타나(Putana)를 참한 여인으로 위장해 어린 크리슈나 곁으로 보냈는데, 그의 유모가 되게 하여 크리슈나에게 독이 든 젖을 물려 죽이려 한 것이다.
그러나 푸타나의 정체를 알아챈 크리슈나는 젖뿐 아니라 푸타나의 피까지 모두 빨아들였다. 푸타나는 가슴을 물고 놓아주지 않는 크리슈나를 매단 채 고통 속에 소리 지르며 달아나려 했지만 결국 모든 힘을 잃고 본래의 마녀 모습으로 돌아와 죽음을 맞이했다. 이후 사람들은 푸타나의 형상을 만들어 태우며 크리슈나를 칭송하고 악에 대한 선의 승리를 기념했다고 한다. 오늘날 홀리를 ‘파그와’(Phagwah)라 부르며 경축하는 지역(비하르 주와 아셈 주 등지)에서는 파그와 전날 밤 태우는 인형을 홀리카가 아니라 푸타나라 부르기도 한다.
3) 크리슈나와 연인 라다
두 번째 이야기는 크리슈나와 그의 연인 라다의 이야기다. 성장한 크리슈나는 목동이 되어 살아갔으며, 유명한 장난꾸러기로 ‘고피’(gopi)라 불리는 소치는 여인들을 짓궂게 놀리곤 했다. 그럼에도 그는 대단히 매력적이어서 여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크리슈나가 숲에서 피리를 불면 여인들이 숲 속으로 달려와 피리 소리의 리듬을 따라 열정적으로 춤을 추었다.
하루는 밖에서 놀다 집에 돌아온 크리슈나가 어머니 야쇼다(Yashoda, 크리슈나를 기른 양어머니)에게 “라다의 피부는 희고 뽀얀데 제 피부는 왜 이렇게 검은가요?”라고 물었다. 고피 라다는 크리슈나의 유년 시절 친구이자 크리슈나가 마음에 품고 있는 여성이었다. 크리슈나는 라다가 과연 검푸른 피부를 가진 자신을 좋아해줄지 의구심을 가진 것이다. 인도의 회화에서 라다는 흔히 희고 밝은 피부를 가진 아름다운 여인으로, 크리슈나는 검푸른 피부를 가진 잘 생긴 남성으로 묘사된다.
일설에 의하면, 아기 때 먹은 독이 든 젖이 크리슈나의 피부를 검푸르게 만들었다고 한다. 현명한 야쇼다는 대답 대신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나가서 라다와 다른 고피들의 얼굴을 네가 원하는 색으로 칠하며 놀라는 것이었다. 재미있는 장난이라고 생각한 크리슈나는 고피들을 불러 모아 얼굴에 색색의 물감을 뿌리며 신나게 놀았다. 라다의 얼굴에도 자신의 피부와 같은 색을 입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이들의 얼굴이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등으로 얼룩졌고 원래의 피부색은 보이지 않게 됐다. 이 놀이는 큰 인기를 얻어 금세 목동들 사이에 널리 퍼졌다.
홀리 축제에서 색 가루와 물감을 서로의 얼굴과 몸에 바르거나 뿌리는 행동은 바로 이 크리슈나와 고피들의 놀이에서 비롯됐다고 전한다. 특히 크리슈나와 라다의 고향 마을로 전해지는 난드가온과 바르사나의 청춘 남녀들은 크리슈나와 라다의 사랑을 기리고 그들의 즐거운 놀이와 희롱을 표현하는 라트 마 홀리(Lath mar Holi)를 펼친다. 라트 마 홀리는 실제 홀리보다 일주일 정도 먼저 열려 전국적 경축 분위기의 서막을 연다.
화합의 장이 되는 홀리 축제
서로에게 색 가루와 물감을 뿌리며 즐기는 홀리 축제의 대표 행사는 비슈누의 화신 크리슈나와 고피들의 놀이에서 유래했다고 전한다. 이는 피부색, 신분, 성별 등에 관계없이 모두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의 모습을 잘 드러낸다.
4) 카마데바의 희생
브라흐마의 엄지손가락에서 태어나 현자들의 우두머리가 된 다크샤(Daksha)에게는 사티(Sati)라는 딸이 있었다. 사티는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파괴의 신 시바(Siva)와 결혼했다. 결혼 후에도 친정아버지와 남편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자 마침내 사티는 남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제단의 불길 속에 스스로 몸을 던졌다. 아내를 잃은 시바는 크게 상심해 히말라야의 깊은 산속에 들어가 명상에 전념했다.
파괴의 신이 직무를 멈추자 세상은 균형을 잃고 혼란에 빠졌다. 사티는 파르바티(Parvati)로 새롭게 태어나 시바에게 구애하고 그를 세상에 돌려놓고자 애썼다. 그러나 시바는 파르바티를 외면하고 명상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이에 신들은 파르바티를 돕기 위해 사랑의 신 카마데바(Kamadeva)를 보냈다. 카마데바는 시바를 깨우는 일이 자신에게 큰 해가 될 것임을 알면서도 세상을 구하기 위해 시바에게 사랑의 화살을 쐈다. 화살은 시바의 가슴에 명중했고, 명상을 방해받은 시바는 크게 노해 이마의 제3의 눈에서 섬광을 뿜어 카마데바를 태워버렸다. 카마데바는 죽었지만 한번 사랑의 화살을 맞은 시바는 명상으로 돌아갈 수 없었고 결국 파르바티와 결혼했다. 얼마 뒤 카마데바의 아내 라티(Rati)가 그동안의 사정과 카마데바의 희생을 설명하며 그를 되살려줄 것을 시바에게 간청하자, 시바는 자신이 지나쳤음을 깨닫고 카마데바가 크리슈나의 아들로 다시 태어나도록 허락했다.
타밀나두(Tamil Nadu) 주를 비롯한 인도 남부에는 카마데바가 자신을 희생해 세상을 구한 날이 바로 홀리라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다. 사람들은 남편을 잃은 라티의 슬픔을 표현하는 노래를 부르고, 카마데바의 제단에 그가 좋아했던 망고 꽃을 바친다. 백단유 반죽(sandalwood paste)도 바치는데, 이는 불에 탄 카마데바의 고통을 완화하는 의미라고 한다. 백단유 반죽은 인도에서 화상을 치유하는 데 쓰던 민간 치료제다.
5) 드훈디의 추방
먼 옛날 프리투(Prithu) 왕국에는 순진한 어린아이들을 먹어치우는 무서운 암컷 괴물이 살았다. ‘드훈디’(Dhundhi)란 이름을 가진 이 괴물은 시바 신의 축복을 받아 신, 인간, 무기, 추위, 열기 등에 해를 입어도 죽지 않는 능력을 부여받았다. 거의 천하무적을 자랑하는 드훈디에게도 약점이 있었는데, 어린 소년들이 난장판을 벌이면 견뎌낼 수 없는 것이었다. 이 약점 또한 시바 신이 부여했다. 드훈디의 횡포를 견디다 못한 마을에서는 괴물을 영원히 내쫓기로 의견을 모았다.
결국 마을의 소년들이 팔구나 달의 보름날 용기를 내어 일어났다. 대마 잎으로 만든 음료 방(bhang)을 마셔 대담해진 소년들은 드훈디를 마을 밖으로 내몰기 시작했다. 북을 크게 울리고 소란을 피우며 외설스런 욕을 퍼부었다. 어린 소년들이 어지럽게 난장을 피우면서 모욕과 학대를 가하자 드훈디는 결국 견디지 못하고 마을을 영원히 떠났다. 이날의 승리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홀리 날에는 어린아이들이 무례한 말을 던져도 어른들은 불쾌하게 여기지 않는다. 젊은이들이 방에 취해 거리를 휘젓고 다니며 소란을 피우는 것도 이 일화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3. 축제 역사
홀리 축제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홀리는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축제 가운데 하나로, 서기전 수백 년경에 이미 존재했다고 한다. 홀리 축제의 장면을 담은 문헌과 회화, 벽화, 조각품 등은 홀리 축제가 시대의 흐름과 함께 어떤 모습으로 변천하며 오늘날의 형식과 내용에 이르렀는지를 알려주는 좋은 자료다.
홀리는 베다(Veda)나 푸라나(Purana) 같은 고대 인도의 문헌에 홀리(Holi), 홀리카(Holika), 홀라카(Holaka), 홀리코차브(holikotsav) 등으로 기록돼 있다. 빈디야(Vindhya) 지방의 람가르(Ramgarh)에서 발견된 서기전 300년경의 돌에 새긴 명문(銘文)에도 홀리에 대한 묘사가 나타난다. 서기전 3세기에서 서기후 1세기 사이의 것으로 추정되는 문헌 『푸르바 미맘사 수트라』(Purva Mimamsa Sutras)에도 홀리에 대한 기록이 있다. 『푸르바 미맘사 수트라』는 힌두교의 제의(祭儀)를 중시하던 미맘사 학파를 창시한 리쉬 자이미니(Rishi Jaimini)의 저작으로 알려져 있다. 힌두교의 가정 내 제의에 대한 문헌으로 알려진 『카타카 그리햐 수트라』(Kathaka Grihya Sutra)에는 ‘라카 홀라케’(Raka holake)에 대한 기록이 있다. 이 의식은 ‘홀라’(hola)라고도 하는데, 결혼한 여성들이 가정의 행복과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던 의식이다. 보름달(Raka)을 숭배 대상으로 삼았다고 한다.
보름달 숭배 의식이던 홀리는 점차 다른 의미들이 더해져 더욱 풍성한 의미를 갖게 된다. 힌두교도들의 힌두력은 음력(정확히는 태음태양력)을 따르는데, 한 달을 계산하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한 달을 보름달에서(보름 다음 날부터) 보름달까지로 잡는 푸르니만타(purnimanta) 방식과, 초승달에서(초승 다음 날부터) 초승달까지로 잡는 아만타(amanta) 방식이다. 오늘날에는 아만타 방식이 더 일반적이지만 이전에는 푸르니만타 방식이 크게 성행했다. 푸르니만타 방식에 의하면 팔구나 달의 보름날인 홀리가 12월의 마지막 날, 즉 한 해의 마지막 날이 된다. 이에 따라 보름달 숭배 의식이던 홀리는 점차 새해를 축하하고, 새 계절이 도래했음을 알리는 의미를 포함하게 된 것이다.
홀리에 축하의 의미가 더해지면서 여러 가지 즐거움을 불러일으키는 행위들 또한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팔구나 달의 보름날, 색 물감이나 향기 나는 가루를 서로에게 바르거나 뿌리는 행동에 대해 묘사한 문헌으로는 『자야망갈라』(Jayamangala)의 주석서들이 있다. 인도 북부를 지배한 하르샤(Harsha) 왕이 지은 것으로 알려진 7세기의 희곡 『라트나왈리』(Ratnavali)에도 홀리 축제의 즐거움과 환희가 표현돼 있다. 비자야나가르(Vijayanagar) 왕국의 수도였던 함피(Hampi)의 사원에 남아 있는 16세기 조각에는 시녀들이 색 물감을 탄 물총(pichkaris)으로 왕자와 왕자비를 공격하려는 장면이 흥겨운 분위기로 묘사돼 있다.
또 다른 16세기 회화 작품에는 황족 부부가 커다란 그네에 앉아 있고, 시녀들이 음악을 연주하며 물총을 쏘아대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메와르(Mewar)에 남아 있는 18세기 회화에는 즐거운 춤과 연주가 벌어지고 왕이 몇몇 이들에게 선물을 내리고 있는데, 한 가운데 수조에 색 물감이 가득 차 있는 모습이 묘사돼 있다. 분디(Bundi)에 남아 있는 조각상에는 코끼리에 앉아 있는 왕의 머리 위로 발코니의 처녀들이 색 가루를 뿌리는 장면이 묘사돼 있다.
오늘날 인도에서는 전해져 내려오던 다양한 힌두력을 표준화해 1957년 국가가 반포한 인도 국가력(Indian national calendar, 사카력이라고도 함)을 공식 힌두력으로 사용하며 그레고리력과 함께 쓰고 있다. 이에 따르면 12월의 보름날인 홀리는 물론 세밑이라는 의미를 지니지만 한 해의 마지막 날은 아니다. 그러나 푸르니만타 방식을 따르는 전통 힌두력의 영향이 강한 지역(비하르 주 또는 우타르프라데시 주의 특정 지역)에서는 여전히 홀리를 한 해의 마지막 날로, 다음날을 새해 첫날로 경축하고 있다.
4. 축제 주요 행사
홀리 축제는 광활한 인도의 각 지역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크게 나눠보면 인도 북부에서는 홀리로, 인도 남부에서는 팔구니 푸르니마(Phalguni Purnima)로 주로 불린다. 지역에 따라서 다른 이름을 쓰기도 하는데, 비하르와 아셈 주에서는 파그와(Phagwah), 벵갈 주에서는 돌 푸르니마(Dol Purnima), 돌 자트라(Dol Jatra), 바산토차브(Basantotsav), 오디샤 주에서는 돌 자트라(Dol Jatra), 타밀나두(Tamil Nadu) 주에서는 카마비라스(Kamavilas), 카마 다하남(Kama-Dahanam) 등으로 부른다. 축제는 지역에 따라서 보통 이틀에서 1주일 정도의 일정으로 치러진다. 길게는 보름 정도까지 축제 분위기가 이어지는 지역도 있다. 축제의 핵심적인 의례는 보통 홀리 당일을 포함한 3일에 집중돼 있다.
1) 첫째 날
보름날이 되기 사흘 전으로 ‘랑 파시’(Rang Pashi)라고 부른다. 이날 저녁에는 가족 구성원이 모두 모여 색 가루나 색 물감을 서로에게 뿌려주는 의례를 치른다. 예전에는 각 가정을 담당하는 힌두 승려(purohit)가 방문해 의례를 진행했지만 오늘날에는 보통 가정의 최고 연장자가 의례를 진행한다. 여러 가지 색깔의 가루가 담긴 접시(thali)와 색 물감이 담긴 작은 그릇(lota)이 준비되면 연장자가 가족 구성원들의 이마나 얼굴에 색 가루를 뿌리거나 색 물감을 바른다. 이어 역할을 바꾸어 어린 가족 구성원이 연장자에게 같은 의례를 올린다. 이 의례는 가족 구성원 모두가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고 축복을 나누는 의미를 지닌다. 이어 구지아(gujjia), 파프리(papri), 칸지케베데(kanji ke vade) 등 홀리 때 먹는 특별한 음식을 나눈다. 가까운 이웃 가정을 방문해 의례를 서로 나누며 축복하기도 한다.
2) 둘째 날
홀리 전날은 ‘푸노’(Puno) 또는 ‘작은 홀리’라고 불린다. 이날 저녁에는 전야제 격인 홀리카 태우기 의식을 행하는데, 이는 마을 사람들이 함께 치르는 공동체 의식으로 ‘홀리카 다한’(Holika Dahan)이라 한다. 마을의 넓은 공터나 사거리에 나뭇단을 높게 쌓고 그 위에 짚으로 만든 홀리카 상을 세운다. 불을 댕겨 한껏 불길이 오르면 북을 울리고 춤추고 노래 부르며 즐긴다. 한 해 동안 묵은 불필요한 물건이나 잡동사니 등도 함께 태운다.
녹두나 밀 이삭, 보리 이삭 등을 던져 넣거나 단지 속에 넣어 불꽃에 구워 먹기도 하는데, 이삭이 튀는 방향이나 불길의 방향에 따라 다음 번 수확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지역에 따라서는 쇠똥을 던지거나 불꽃을 향해 외설스런 욕을 해대며 홀리카를 모욕하기도 한다. 남부 지방에서는 불 속에 코코넛을 던져 넣기도 하는데, 코코넛이 불 속에서 터지면서 내는 소리를 악령이 죽으며 내지르는 비명으로 여기던 풍습 때문이다. 홀리카 태우기는 추위와 악의 기운을 몰아내고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는 ‘봄맞이 대청소’ 같은 축하와 정화의 의식이다. 우리나라에서 정월 대보름이 되면 짚을 태우는 의식과도 비슷하다. 불길이 다하면 사람들은 재를 얼굴에 바르거나 까맣게 된 숯 조각이나 불씨를 집에 가져다 불을 피운다. 가족 모두가 건강하고 질병을 피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홀리카 태우기
홀리 전날에는 짚으로 신화 속 마녀인 홀리카를 만들어 태움으로써 선이 악을 물리친 것을 기념하고 축제의 흥을 돋운다.
3) 셋째 날
홀리 당일은 ‘파르바’(Parva 또는 Dhuleti, Dhulheti)라고 부른다. 이날이야말로 진짜 홀리 날이라고 부를 수 있는데, 아침부터 모든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홀리’, ‘홀리’를 외치며 색 가루나 색 물감을 서로에게 문지르거나 뿌려댄다. 색 물감이 든 물총을 쏘거나 풍선을 던지거나 아예 양동이에 색 물감을 담아 퍼붓기도 하는데, 나이, 성별, 계급, 친소 여부 등을 가리지 않고 행한다. 색 가루는 ‘아비르’(abir, abeer) 또는 ‘굴랄’(gular)이라고 한다. 여러 가지 색깔 가운데서도 액운을 막아준다는 붉은색이 전통적으로 가장 많이 쓰인다. 이전에는 님(neem, 인도멀구슬나무), 할디(haldi, 강황), 쿰쿰(kumkum), 빌바(bilva) 등 자연 재료를 통해 여러 색깔을 냈지만 지금은 합성염료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합성염료의 사용이 늘면서 눈병이나 피부병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환경 문제를 야기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축제 기간이 임박하면 거리의 상점들에서 풍선, 물총 등과 함께 쉽게 색 가루를 구할 수 있다.
온몸에 색 물감을 뒤집어쓴 사람들은 흥겹게 노래 부르고 춤추며 시끄럽게 거리를 쏘다닌다. 환각 작용이 있는 음료 방(Bhang)에 취한 이들이 좀 더 과감하고 요란스럽다. 축제의 열기로 성적인 규제가 느슨해진 틈을 타 여성들에게 성적 농담이나 희롱이 가해지기도 한다. 특히 외국인 여성은 눈에 잘 띄어 표적이 되기 쉬우므로 이 시기 인도를 여행하는 여성 여행객들은 특별한 주의를 요한다.
한편 전통적으로 약자였던 낮은 카스트에 속한 이들이나 여성들도 도발을 벌일 수 있다. 지역에 따라서 여성들은 높은 카스트의 남성이나 남편의 형제들, 여자 형제의 남편들을 막대기로 때리거나 돈이나 물건을 요구하기도 한다. 홀리 축제의 바탕이 된 신화 속 주인공 크리슈나와 라다의 직업은 소치는 목동으로 카스트의 제일 아래 계급 수드라에 속한다. 이러한 점은 홀리가 전통적으로 낮은 계급 사람들이 주인공이 되는 축제였음을 시사한다. 1년 중 단 하루, 이날만큼은 낮은 계급에 속한 이들이 높은 계급에 속한 이들을 섬기는 의무에서 벗어나 신명 나게 놀 수 있는 날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시골의 작은 촌락들에서는 최상위 계급인 브라만을 조롱하거나 모욕하는 것이 의례로 굳어져 전통이 된 경우도 볼 수 있다.
보통 아침부터 정오까지 계속되는 이러한 난장판은 정오가 되면 끝이 난다. 축제가 과격하게 치러지는 일부 도시에서는 아침 10시부터 낮 2시까지로 시간을 정한 곳도 있다. 이 시간 이후에는 모든 이들이 강이나 목욕 장소로 이동해 목욕을 하고 깨끗한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 저녁에는 친구나 친척, 이웃을 방문하는 시간을 갖는데, 멀리 떨어진 친척을 찾아가기도 한다. 인도 전통의 사탕 등을 가져가 주고받으며 축복하고, 한 해 동안의 해묵은 감정이나 다툼이 있었다면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는 시간이다.
4) 라트 마 홀리(Lath mar Holi)
홀리는 인도 전국에서 경축되지만,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우타르프라데시 주 마투라 현에서 가장 성대하게 펼쳐진다. 전 세계에서 홀리를 보기 위해 관광객이 몰리는 곳도 바로 이곳이다. 홀리 당일을 중심으로 수일간 마투라와 브린다반에서 열리는 축제도 유명하지만, 신화 속 인물 크리슈나의 고향 마을 난드가온과 라다의 고향 마을 바르사나에서는 이보다 일주일쯤 전에 이색적인 라트 마 홀리(Lath mar Holi)가 펼쳐져 눈길을 끈다. ‘라트’(lath 또는 lathi)는 막대기 또는 나무 장대 등을 의미하고, ‘라트 마 홀리’는 ‘막대기로 때리는 홀리’라는 뜻이다. 행사는 양쪽 마을에서 번갈아 열린다.
신화에 의하면, 어느 날 크리슈나는 연인 라다의 마을 바르사나를 방문했다. 장난기 넘치는 악동이던 그는 라다와 그녀의 친구들을 짓궂게 놀리고 희롱하는데, 이를 도가 지나치다고 여긴 라다와 친구들이 그를 마을에서 쫓아냈다. 여기에서 유래해 해마다 홀리 때가 되면 크리슈나의 마을인 난드가온의 청년들이 바르사나의 라다 라니(Radha Rani) 사원에 깃발을 올리고자 방문한다. 바르사나 여성들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나무 장대로 이들에 맞선다.
오늘날 난드가온 청년들도 크리슈나처럼 여성을 희롱하는 말들을 던져 바르사나 여성들을 자극한다. 바르사나 여성들은 장대를 휘둘러 이들을 때리는데, 청년들은 막대기 세례를 피해 도망가거나 방패로 몸을 가려 막을 수는 있지만 여성들에 대항할 수는 없다. 브라즈 방언으로 부르는 홀리의 노래가 울려 퍼지고 흥분한 여성들은 청년들의 옷을 찢거나, 여자 옷을 입히고, 여성스런 춤을 강요하며 놀려댄다. 다음날에는 같은 장면이 난드가온에서 벌어진다. 바르사나 청년들이 난드가온을 방문해 여성들에게 색 물감을 뿌리고 난드가온 여성들도 장대로 맞선다.
라트 마 홀리가 특히 눈길을 끄는 이유는 홀리 자체의 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부장적 인도 문화가 정지하고 남녀의 역할 전도가 일어나는 모습을 선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평소 사리를 쓰고 몸가짐을 삼가던 여성들도 이날만큼은 물감에 옷을 적시고 남성들에게 장대를 맘껏 휘두른다.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와 한을 맘껏 풀어내는 날로, 이 지역 여성들이 한 해 가운데 가장 기다리는 날이라고 한다.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