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MZ들 눈물 없이 못 본다는 태국 영화 '할머니가 죽기 전에...'

[알자지라]

유산을 물려받을 욕심에 죽어가는 할머니를 돌보겠다고 나선 젊은이가 진심으로 할머니를 사랑하게 된다는 태국 영화 'หลานม่า'(LAHNMAH 란마, 할머니의 손자, 영어 제목 How to Make Millions Before Grandma Dies 할머니가 죽기 전에 수백만 달러를 버는 방법)이 동남아시아 젊은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고 영국 BBC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MZ 세대의 동영상 소셜미디어인 틱톡에는 이 영화를 보고 울음보가 터졌다는 포스트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고 했다. 

지난 4월 태국에서 개봉했고, 5월부터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에서 잇따라 개봉했다. 국내에서는 NK 콘텐츠가 수입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개봉 일자는 아직 잡히지 않은 것 같다.

주인공은 암에 걸린 할머니로부터 한 재산 챙길 욕심으로 접근하는 M이다. 할머니는 손자가 왜 자신을 돌보겠다고 나서는지 의심하지만 차츰 둘은 가까워지고, 손자는 진심으로 할머니가 오래 곁에 머물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는 줄거리다.

영화를 관람하기 전과 후 자신이 어떤 감정의 회오리를 겪었는지 동영상으로 만들어 공유하는 팬들이 적지 않다. 틱톡 이용자 'ianjeevan'은 "달려가 우리 할머니를 안아드려야겠다 당장! 각별히 감동적인 영화다. 이 영화는 우리 할머니와의 관계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에 내 머리를 아주 세게 때린다"고 적었다.

젊은이들은 할머니가 통증에 시달리는 장면, 하늘에 계신 부모들에게 자신을 데려가 달라고 애원하는 장면들에 가슴이 저몄다고 온라인에 감상을 남겼다. 한 틱토커는 이들 장면들을 열거하며 "너무 많이 울어 영화가 끝난 뒤에 보니 화장이 모두 지워졌더라"고 했다. 다른 틱토커 'diariesofswan'은 "영화가 끝난 뒤 울었다. 누군가가 그리워, 더 이상 껴안거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어 그냥 울었다"고 했다.

극작가 Thodsapon Thiptinnakorn이 할머니와 있었던 일을 떠올려 스크린에 옮겼다. 감독 Pat Boonnitipat의 장편 데뷔작이다.  그는 이렇게 압도적인 반응이 나오는 데 대해 "진짜 놀랐다"고 BBC에 털어놓았다. 그는 또 영화의 매력은 가족 관계의 "모순된" 성격을 잘 드러내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블랙 코미디와 신파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플롯은 할머니의 암 진단을 재산을 차지하려는 음모에 활용하는 해체 위기의 가족을 다룬다. 가수 겸 배우 빌킨 푸티퐁(Putthipong Assaratanakul, 24)이 주인공 M을 열연한다. 대학을 중퇴한 그는 시름시름 앓는 할머니를 돌보겠다며 의도적으로 접근한다. 할머니는 자녀들을 사랑하지도 받아들인 적도 없었으며, 가족들이 갑자기 자신에게 손을 내미는 의도가 불순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Usha Seamkhum(78)이 역시 데뷔작에서 열연을 펼쳤다.

그녀를 제외한 캐릭터들은 좋아할 만한 인물들과 거리가 한참 있다. 영화평론가 제임스 마시는 그들을 심지어 "메스껍다"고까지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기꾼 가족-사랑스러운 할머니 대결 구도의 영화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Pat Boonnitipat 감독은 "우리는 그들을 사랑하면서도 미워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때때로 우리는 그들을 모른 체한다. 아마도 이 영화는 대가족의 복잡함을 많은 많은 각도에서 보여준다"고 짚었다.

영화를 본 몇몇은 사랑하는 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은 반면, 어떤 이들은 돌아가신 조부모나 부모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 했다. 한 틱토커는 "이 영화를 보러 갈 것이라면 휴지통을 가져가라"고 조언했다. 온라인에는 영화관 직원들이 입장하는 관람객들에게 휴지를 나눠주는 영상도 나돌고 있다.

말레이시아 최대 영화관 체인 GSC는 "좋은 의미의 울음이 필요한" 이들이 꼭 봐야 할 영화라고 홍보하고 있다. 반면 필리핀의 SM 시네마는 극장 직원들이 휴지를 나눠주고 있다. 태국에서 개봉 2주 만에 2억 5000만 바트(약 95억원)의 입장권 판매를 기록, 이 나라에서 11번째로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이미 아시아 영화로는 가장 높은 흥행 수입을,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서도 태국 영화로는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HOW TO MAKE MILLIONS BEFORE GRANDMA DIES | Official International Trailer (youtub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