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달과 서리
이행( 李荇)
저녁 늦은 비 하늘 맑게 씻어 내더니
밤들어 하늘 높이 부는 바람 안개를 몰아가네
새벽 종소리에 꿈을 깨니 한기가 뼈골에 사무치는데
달과 서리는 서로 아름다움 다투네.
霜月(상월)
晩來微雨洗長天(만래미우세장천) 入夜高風捲暝煙(임야고풍권명연)
夢覺曉鐘寒徹骨(몽각효종한철골) 素娥靑女鬪嬋娟(소아청녀투선연)
[어휘풀이]
-霜月(상월) : 서리와 달
-微雨(미우) : 보슬비
-暝煙(명연) : 밤안개
-素娥(소아) : 알나라 선녀. 상아(常娥), 항아(姮娥), 달
-靑女(청녀) : 눈과 서리의 여신
-嬋娟(선연) : 아름다움, 嬋(선) : 곱다. 娟(연) : 아름답다.
[역사 이야기]
이행(李荇 : 1478~1534)은 조선 중종 때의 문신으로 호는 용재(容齋)이다. 저서로 『용재집(容齋集)』이 있다. 1495년(연산군 1년)에 과직 생활을 시작했다. 1504년 갑자사화 때 홍문관 응교(弘文館應敎)로 있으면서 연산군의 생모인 폐비 윤씨의 복위를 반대하다 충주에 유배되고, 1506년 거제도에 위리안치(圍籬安置)되었다. 1531년 권신 김안로의 전횡을 논박하다가 오히려 그 일파의 반박으로 좌천되고 1532년 평안도 함종에 유배되어 그곳에서 죽었다.
갑자사화(甲子士禍)
성종의 비 윤씨는 질투가 심하여 왕비의 체모에 어긋난 행동을 하였다는 이유로 1479년(성종 10년) 폐출되었다가 1482년 사사(賜死)되었다. 윤씨의 죽음에는 윤씨의 잘못도 있었지만 성종의 총애를 받던 엄숙의와 정숙의 그리고 성종의 어머니 인수대비가 합심하여 윤씨를 배척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 임사홍은 연산군을 사주하여 공산배척의 음모를 꾸몄다. 이때 폐비 윤씨의 생모 신씨가 폐비의 폐출과 사약을 받아 죽게 된 경위를 임사홍에게 일러바쳤고, 임사홍은 이를 연산군에게 밀고하면서 비극적 사건으로 확대되었다.
연산군은 정숙의와 엄숙의를 궁중에서 죽이고, 그의 조모 인수대비(仁粹大妃)는 화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연산군이 폐비 윤씨를 복위시키려 하자, 권달수와 이행 등이 이를 적극 반대했다. 연산군은 권달수를 참형하고 이행은 귀양을 보냈다. 윤필상, 김굉필 등을 극형에 처하고 이미 죽은 한치형, 한며회, 정여창, 남효온 등을 부관참시(剖棺斬屍)했다.
출처 : 한기와 함께하는 우리나라 역사 『노을빛 치마에 쓴 시』
지은이 : 고승주. 펴낸 곳 : 도서출판 책과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