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1일에 쓴 13번에 해당하는 글을 빼놓고 올렸습니다.
그것을 다시 순서를 바로잡아 쓰려고 했더니 댓글이 올라와 있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빠진 내용을 맨 뒤에 써 넣기로 합니다. --
13. 세외도원(世外桃原)
어제 갔던 공연장 이름은 <계림천고정桂林千古情>이다. 천고정 입구에 동서남북 사면으로 조각되어 있는 거대한 여인의 흉상은 아마 원래 거기 서 있는 자연석을 조각한 것이 아닌가 한다. 좋다고 세웠을 텐데도 내 눈에는 왜 요사스럽고 섬뜩한 느낌이 들었을까. 호텔에서 준 관광지 안내도에는 여의봉색도如意峰索道, 죽벌담류竹筏潭流, 연사항공기지燕莎航空基地, 상공산相公山, 세외도원世外桃原 등 얼른 훑어보아도 스무 군데도 넘는다. 여의봉색도如意峰索道, 상공산相公山, 연사항공기지燕莎航空基地는 일기에 전혀 맞지 않을 것이고 그래도 배를 타고 강줄기를 따라 도는 세외도원世外桃原이 그중 무난할 것 같았다.
비 오는데 어디를 가느냐고 이현수 교수는 아무 데도 가고 싶지 않다고 하는데 어린애 달래듯이 유혹하여 함께 왔는데 그는 세외도원을 일주하는 배를 타고 싶지 않다고 하였다. “나는 저 찻집에서 기다리면서 쉬고 있을 거야” 그러면 호텔에서 쉬게 할 걸 공연히 함께 왔구나 후회하였다. 경내에 있는 찻집으로 안내하여 뜨거운 레몬티를 마시면서 방 안 온도가 따뜻한 곳에 앉아서 기다리게 하고, 아들과 나만 배에 올랐다.
바람까지 불어서 빗줄기가 옷을 적셨다. 그래도 관광객들이 장사진을 치고 차례를 기다리고 관리하는 사람들이 뭐라고 소리를 질렀다. 탑승 인원을 조정하려고 하는 말인 것 같았다.
계림이 별것인가, 이것이 계림이지, 좋구나, 경치를 바라보며 궂은 날씨를 탓하지 않으려고 하였다. 배에 탄 사람들은 대부분 중국 각지에서 온 사람들인데 몇 사람의 백인들도 섞여 있었다. 그 사람들은 어찌된 일인지 반바지를 입고도 추운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아서 놀랐다.
세외 도원이라고 하더니 복숭아밭이 있는 곳을 지나갔다. 이 추위에 복숭아꽃이 저렇게 만발해 있다니 감탄하고 있는데 안내하는 여자가 무엇이라고 한마디 하니까 모두 웃음이 폭소를 했다. 아들이, 어리둥절하고 있는 내게,
“저 중에 진짜 복숭아나무는 단 한 그루에 지나지 않는데요, 모두 만들어 놓은 복숭아나무라는 것이지요.”하였다.
저런 말은 왜 해서 김이 새게 하나, 일찍 핀 복숭아꽃인 줄 알고 감탄하는 마음을 허물어버리는구나, 싶었다. 그러나 그의 솔직성이 오히려 돋보이기도 했다. 넓고도 넓은 중국 대륙은 지방마다 기후가 다르고 자연이 다르고 특산물이 다르고 풍속도 다르다. 그리고 국가는 이러한 이질적인 문화를 활용하여 관광수입도 올린다. 한국 관광객과 장가계를 갔을 때 이 봉오리 한쪽만 우리나라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했던 말이 떠오른다.
어느 곳에 가거나 나라를 사랑하는 국민의 마음을 볼 수 있어 좋았는데도 왜 그렇게 그 말이 구슬프게 들렸든지...자연자원이 풍부하지 않아도 우리는 우리대로 좋은 환경이 있지 않은가, 원망하고 불평해도 소용이 없는 말은 하지 않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하며 들었었다.
비는 그치다가 오다가 했고 우리는 배에서 내렸다, 이현수 교수는 행복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나는 아주 편안하고 좋았어.”라고 하면서.... 남의 사정도 모르고 권유했었다, 그가 얼마나 귀찮아하는지는 남의 일이고 자꾸 채근하여 동행하자고 권했던 것이 현명하지 못한 일이었음을 새삼 느끼면서 미안했다. 그래도 아까보다 화색이 좋아 보여서 안심이다.
(3월 1일)
첫댓글 여행이란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죠. 世外桃原, 함께 한 이와 수 많은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죠. 같이 여행하는 마음입니다.
여행 후기를 쓰면서 공연히 시작했는가 후회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늘 그렇게 해와서 그런지 쓰지 않고 있는 것이 자꾸 마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공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여행 후기를 쓰시느라 고생하십니다.
저희들은 편하게 여행을 잘하고 있습니다.
우리 부부가 여행 했던 옛날 추억이 생각나기도 해서 웃기도 했습니다.
여행의 후기도 거의 끝이 나고 있습니다. 모든 시작은 끝이 있습니다. 시작한 지 거의 한 달이 되어 갑니다. 다시 새로운 것을 시작해야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