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배 이승희잠의 뒤꼍으로꽃이 피듯 배가 밀려왔다나의 등을 가만히 밀어왔다죽은 이의 편지 같아서슬프고 따뜻해서그렇게 배에 올랐다배는 공중에 떠서시작과 끝이 없는 이야기처럼 흘러갔다눈이 내리듯 천천히 흘렀다가는 것이 꼭 돌아오는 것 같았다 ―계간 《가히》 2023년 여름호----------------------이승희 / 1965년 경북 상주 출생. 1997년에 《시와 사람》신인상으로, 1999년에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저녁을 굶은 달을 본 적이 있다』 『거짓말처럼 맨드라미가』 『여름이 나에게 시킨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