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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프로모션차 한국에 처음 왔던 페즈가 다시 한국을 찾았다. 작년 한 해 동안 페즈는 상당히 자주 한국을 방문했는데 프로모션이외에도 남대문 메사 팝콘 홀에서는 단독공연, 또 서태지가 기획하는 ETTP 페스티발에 일본 대표로 초청되어 한국 팬들과 친숙해질 시간을 많이 가졌었다. 여러 차례 이들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인터뷰 기회를 놓쳤던 필자는 이번에는 작정하고 페즈와 인터뷰를 하리라 마음먹었다. 올해 초 새로운 앨범을 발표하였으며 곧 돌아올 7월에 국내에서 두 번째 단독공연을 앞두고 있는 터라 인터뷰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기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이들의 음악처럼 실제로도 무척 편안하며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많은 기대가 되었다. |
강대원(이하 강) : 반갑다! 2004년에 이어 4번째로 한국을 찾은 것으로 알고 있다. 페즈(이하 페) : 처음 한국을 방문하고 한국 사람들에 대해 너무나 좋은 인상을 받았다. 공연할 때도 일본과 달리 한국 분들은 박수와 환호를 아끼지 않는다. 그래서 공연하면서도 무척 기분이 좋았다. 이런 반응들이 너무 좋고 해서 다시 한국을 찾았고 기회가 된다면 자주 오고 싶다.
강 : 사실 지난해 1월 페즈가 한국에 프로모션차 온다고 했을 때 아마도 정식 공연장에서 쇼 케이스 비슷한 것을 할 줄 알았는데 길거리 공연을 한다고 해서 다소 놀랐다.
페 : 일본에서 처음 데뷔할 때도 그랬지만 우리는 길거리에서 공연하는 것을 즐긴다. 굳이 우리의 음악을 알리자는 차원보다도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고 더욱 가깝게 페즈의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 즐겁다. 지난해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페즈가 누군지도 모르지만 지나가던 사람들은 음악소리를 듣고 공연하는 주변에 모였고 우리의 음악을 듣고 호응해주어서 너무나 좋았다. 이렇게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아마 길거리 공연의 장점 같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펼칠 예정이다.
강 : 일본에서의 길거리 공연과 한국에서의 길거리 공연의 차이가 있다면? 페 : 대체로 반응은 비슷한 것 같으나 한국 사람들의 반응이 더욱 열광적이라 생각된다. 박수도 많이 쳐주고. 반면 일본은 그렇게 들뜨거나 열광적이지 않은 편이다.
강 : 일본에서 처음 데뷔할 당시 왜 공연장이 아닌 길거리에서의 공연을 시작하게 되었는가? 멤버 중 누가 아이디어를 내고 시작된 것인지 궁금하다. 페 : 기억이 가물가물 한데 아마도 내(리더인 오타마 와타루)가 먼저 길거리 공연에 대해 멤버들에게 이야기를 꺼냈던 같다. 전체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였고 그래서 한번 해보기로 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그래서 데뷔 당시 아예 길거리 공연을 컨셉트로 하여 활동하기로 했었다.
강 : 2004년 초부터 페즈의 앨범들이 차례 차례 한국에 라이선스로 발표되었다. 당시 보도자료를 보면 페즈가 초기에는 마일스 데이비스 (Miles Davis)의 재즈 밴드 스타일로 조직되었다는 설명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 페즈의 음악을 들어보면 그 설명에 대해 잘 이해가 안 간다. 페 : 맨 처음 페즈는 마일스 데이비스의 밴드같은 모던 재즈에 가까운 음악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길거리 공연을 시작하면서 음악적인 부분이 많이 바뀌게 되었다. 팝적인 요소를 담는 한편 멜로디를 더욱 강조하게 되었다. 이렇게 변화하면서 현재의 스타일이 되었다.
강 : 마일스 밴드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혹 그가 60년대 말에 시도했던 트럼펫에 와와 이펙터를 이용한 기타 사운드같은 사운드를 시도할 계획은 없는지? 왠지 강렬한 페즈의 음악과 잘 맞을 것 같다. 페 : 사실 이미 페즈 초창기에 트럼펫에 다른 이펙터를 부착하여 연주하는 활동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트럼펫의 자연스러운 톤에 의한 연주가 페즈에 더 잘 맞는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도 아마 다른 변조 없이 트럼펫을 연주할 것이다.
강 : 처음 페즈 멤버의 이름을 접하고 독특한 미들 네임(오야마 ‘B.M.W' 와타루와 가도타 'Jaw' 코우스케)이 있어서 신기했다. 과연 무슨 의미일까 무척 궁금했다. 그래서 한번 만나면 꼭 물어보고 싶었던 질문 중 하나였다. 설마 유명 자동차메이커와 유명한 영화에서 따온 것은 아니겠지?
오야마 ‘B.M.W’ 와타루 : 아 그건 절대 아니다.(웃음) 내 이름인 ‘오야마’가 큰 산(Big Mountain)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리고 와타루의 앞 이니셜인 ‘W’을 따서 ‘B.M.W’이라고 미들 네임을 짓게 되었다. 가도타 ‘Jaw’ 코우스케 : ‘Jaw’는 내 턱선이 ‘샤프’하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이것이 맘에 들어서 미들 네임으로 하게 되었다. 오야마 ‘BMW’ 와타루 : 사실 베이스를 맡고 있는 니레하라 마사히로도 전에 미들 네임이 있었다.(웃음)
강 : 아니 왜 그럼 니레하라 마사히로는 지금 미들 네임을 안 쓰는 것인가? 혹 무엇이었는지 알려줄 수 있는가? 니레하라 마사히로 : (수줍음을 타며...) 아 전에 쓰다가 별로 아닌 것 같아서 그냥 안 쓰고 있다. (수줍음) 그냥 별명같은 것이었다. 말하기가 좀 쑥스럽다.
강 : 그냥 알려주기만 해달라. 무척 궁금하다 니레하라 마사히로 : 흠...핫도바스카논...이었다.(수줍음)
강 : 니레하라 ‘핫도바스카논’ 마사히로라, 발음하기가 어렵다. 잘 없앤 것 같다.(웃음). 니레하라는 일렉트릭 베이스나 콘트라 혹은 더블 베이스가 아닌 우드 베이스를 사용하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다른 베이스와 구별되는 우드 베이스만의 특징이 있다면? 니레하라 마사히로 : 일렉트릭 베이스도 연주해보고 그랬는데 지금 사용하는 우드 베이스의 탄력적인 현소리가 페즈의 음악에 가장 잘 맞는 것 같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연주할 때 스타일이 살아서 좋기도 하다.(웃음 & 수줍음) 다른 베이스는 상당히 부드러운 반면 우드 베이스는 ‘꽂히는 듯한’ 느낌이 훨씬 잘 살아난다. 마치 둔탁하게 충격을 주는 느낌이 좋다.
강 : 이번 앨범 [Tsu ku shi N Bo]도 페즈의 리더이자 트럼페터인 오야마 와타루와 히이즈미 마사유키가 모든 곡을 작곡했다. 페 : 그 동안 나(오야마 와타루)와 마사유키가 페즈의 많은 곡을 작곡해왔다. 이번에도 히이즈미와 공동작곡한 곡이 몇 곡 있는데 서로 뜻이 잘 맞아서 작업하는 것이 수월하다.
강 : 이번 신작 타이틀이 ‘츠쿠신보우’정도로 발음되는데 일본의 들풀의 일종으로 알고 있다. 어떠한 의미로 붙여진 것인가? 페 : ‘츠쿠신보우’는 일본에서 특히 봄에 피는 식물이다. 특별히 이것을 타이틀로 한 것은 의외로 이 식물의 이미지가 봄에 걸맞는 화사한 느낌을 갖고 있고 그 동안 좀 강렬한 페즈의 인상을 조금 부드럽게 해주는 것 같아서 앨범명으로 하게 됐다. 또 일본에서 ‘츠쿠신보우’는 발음 자체가 상당히 귀여운 어감으로 쓰이고도 있기도 하다.
강 : 이번에 SonyBMG 산하 로드러너와 계약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대체로 뮤지션들이나 그룹이 활동하던 레이블이 바뀌면 음악적으로도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페즈의 신작도 당연히 그럴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번 앨범은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 페 : 로드러너와 새롭게 계약을 체결하였고 그쪽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어서 더욱 열심히 하려는 중이다. 앞으로 아마 좀 더 다양한 활동을 할 예정이다. 사실 이번 앨범은 이미 로드러너와 계약하기 이전에 녹음이 거의 다 끝난 상태였고 발매만 로드러너로 한 셈이다. 차후에 발표될 앨범부터 잘 지켜봐 달라. 더욱 발전하는 페즈로 돌아오겠다.
강 : 로드러너를 통해 유럽이나 미국 등의 해외공연이나 홍보가 잦아질 것 같다. 페 : 아직 확정된 것은 없는데 더욱 많은 곳을 오가며 우리의 음악을 알리고 싶다.
강 : 각 멤버들의 음악적 성향이 궁금하다. 히이즈미 마사유키 : 음악은 거의 가리지 않고 듣는데 사이키델릭 성향의 음악과 프랑스의 스윙한 샹송을 요즘 즐겨 듣고 있다. 니레하라 마사히로 : 이것 저것 듣는데 클래식 곡들을 듣는 중이다. 우드 베이스와 관련된 곡들과 날카로운 음색의 클래식 곡들을 듣고 있다. 오야마 ‘B.M.W' 와타루 : 일본 대중 음악을 듣는다. 가도타 'Jaw' 코우스케 : 월드 뮤직에 관심을 갖고 요즘 인도음악에 빠져있다. 코우 : 다른 음악들보다 일본 대중음악을 더 많이 듣는 편이다.
강 : 아참, 멤버들의 대체적인 연령대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페 : 드러머인 코우가 33살 정도이며 나머지는 대체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다.
강 : 한국에는 싱글이나 미니음반이 아닌 앨범단위로만 페즈의 앨범들이 소개되었다. 특히 [九月の空 -KUGATSU NO SOLA-], [ 極月 -Kiwamari Zuki-]를 들으며 상당히 신선한 사운드와 곡 전개가 맘에 들었는데 한 곡 안에서 그렇게 다양한 측면으로 연주를 진행하는 방식이 무척 인상 깊었다. 페 : 페즈의 음악은 거의 연주로만 된 음악이기 때문에 자칫 하면 지루할 수도 있다. 때문에 최대한 곡 전개를 간단하게 가되, 그 안에서 많은 변화를 주어 재미있게 들을 수 있는 방향의 접근을 선택했다. 작곡 단계에서부터 이 부분을 염두하고 곡을 쓰며 편곡할때에도 멤버들과 이야기를 통해 아이디어를 내고 방향을 결정한다.
강 : 일본에서 판타스틱 플라스틱 머쉰(FPM), 케미스트리(Chemistry)과 음악적 교류를 가졌는데 한국 뮤지션들과도 연주할 생각은 있는지? 한일 두 나라의 밴드가 사이좋게 양국을 오가며 길거리 공연을 할 날이 곧 왔음 좋겠다. 페 : 언제든 환영이다! 한국 밴드, 뮤지션과도 많은 교류를 하며 서로 음악적인 부분과 인간적인 부분에 유대를 쌓고 싶다.
강 : 새 앨범을 듣고 다 좋았는데, 반면 앨범의 런닝 타임이 기대이상보다 짧아서 다소 아쉬웠다. 굳이 이렇게 녹음한 이유가 있는가? 페 : 아 런닝타임이 짧은 것은 일부러 의도한 것이다. 일본에는 ‘와비사비’(?)라는 일본 문화만의 특징같은 것이 있는데 꽉 차지 않은 가운데 여유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번 앨범은 타이틀도 이전의 페즈와 다르게 갔고 그 동안 느낄 수 없었던 여유로운 느낌을 주고 싶어서 좀 자제를 했다.
강 : 한국에는 싱글 문화가 없어서 많은 곡들이 들어간 앨범을 좋아한다. 다음에는 좀 더 런닝 타임을 늘려준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웃음) 마지막으로, 페즈를 두고 ‘브라스 잼 밴드’ ‘브라스 팝 인스트루멘탈 그룹’ ‘재즈 그룹’ 등의 수식어를 단다. 과연 본인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고 싶다. 페 : 초창기에는 재즈 그룹이라고도 이야기했지만 사실 이제 우리의 음악은 다양한 음악을 흡수하고 이를 통해 날로 발전하고 변화하고 있어 딱히 하나로 규정하기 힘들다. 그냥 페즈라는 그룹의 독특한, 페즈만의 음악으로 이해해주시고 즐겁게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강 : 음 아주 맘에 드는 답변이다. 사람들은 항상 새로운 음악이 등장하면 어떤 카테고리에 넣을 려고 하는데 그 동안 페즈에 대해서도 말이 많았다. 앞으로 남은 한국 일정 잘 마치고 7월에 펼쳐질 정식 내한공연에서 다시 볼 수 있길 바란다. 페 : 고맙다.
홍대 근처에서 인터뷰가 끝나고 약 30분뒤 홍대 놀이터에서 페즈의 길거리 공연이 펼쳐졌다. 비가 올 듯한 날씨도 화창하게 개어서 공연 분위기도 좋았고 길을 지나던 사람들도 어디선가 울려 퍼지는 소리에 끌려 놀이터로 하나 둘 몰려들었다. 이날 현장에는 수천명이 밀집하여 인산인해를 이루지는 않았지만 모인 사람들의 표정을 보니 이 낯선 일본의 젊은 뮤지션들의 연주를 즐겁게 듣고 있는 듯 했다. 여기 저기에서 사진 찍는 사람들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는데 페즈는 연주를 하면서도 특유의 제스처와 화끈한 액션을 통해 퍼포먼스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마 그 동안 공연을 통해 익힌 노하우인 듯 싶었다. 약 40여분간 이어진 이날 길거리 공연은 어디에서든 프로의식을 갖고 온 힘을 다해 연주하는 처음과 똑같은 페즈를 만나볼 수 있던 뜻깊은 자리였다. 앞으로도 좋은 활동으로 국내 팬들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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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즈의 7월 내한공연 소개 공연 일시 : 2005년 7월 2일(토요일) 공연 시간 : 오후 7시 30분 (약 두시간 공연) 공연 장소 : 서울 어린이 대공원 돔 아트홀 티켓 구분 : A석, 66000원/ S석, 77000원/ R석, 88000원 주 관 : (주) 모벤트, BW Entertainment 출 연 진 : PE'Z & Special Guest 1팀(6월 2일 발표예정) www.pezinkore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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