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강 후기: “갈래별 글쓰기의 특징을 찾아서!”
철학교사 박흥택
월요일 저녁에 철학수업하는 2학년 “철,잘.사.” 아이들과 <갈래별 글쓰기 특강>을 5주간 진행했습니다. 매주 수업하던 정규수업을 잠시 쉬고 특강수업으로 대체했는데, 수업시간이 20분이나 늘었는데도 아이들이 생각을 충분히 말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네요. 철학수업에서 아이들은 친구의 얘기를 듣고, 그 친구를 도와주기 위해서 질문들을 합니다. 물론 내가 궁금해서 하는 질문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렇더라도 단순히 궁금하기만 한 것을 묻는 것이 아니라 친구의 생각을 내가 이해하기 위해서 질문하고, 친구가 자기 생각을 더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도록 빠진 내용들을 물어봅니다. 이미 10개월째 수업하면서 질문하고 대답하는 것이 익숙해진 아이들이라서 묻고 싶은 것들이 끊이지 않았네요. 시간이 부족해서 질문하고 싶은데 하지 못한 내용들도 여럿 있었습니다.
갈래별 글쓰기는 일기, 독후감, 논설문을 중심으로 살펴보았습니다.
첫째 날과 둘째 날은 일기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각자 일기를 쓰고 발표했습니다. 질의응답으로 일기 내용들을 검토한 후 글쓰기 노트에 고쳐쓰기를 했습니다. 날짜와 날씨를 적고, 일기 제목을 정하고, 하루 동안 있었던 일 가운데 하나를 골라 그 일에 대해서 자세하게 썼습니다. 있었던 일을 생생하게 쓰기 위해 대화 내용을 ‘큰따옴표’에 넣기도 했습니다.
셋째 날과 넷째 날은 ‘독후감’ 쓰기를 했습니다. 철학수업에서도 선정도서를 읽고 와서 토론하고 글쓰기를 했기에 비슷한 수업일 수 있지만, 확연히 다른 점이 있습니다. 줄거리에 대한 비중이 정규수업보다 높았습니다. 아이들은 동화 전체 내용을 각자 정리하여 줄거리를 발표하였습니다. 크게 다섯 문장으로 전체 내용을 정리한다고 했을 때, 세 문장 정도는 알맞게 찾아내는 편입니다. 아이들의 발표를 마치고 사건의 흐름에 따라 줄거리를 다시 정리했습니다. 줄거리를 통해 동화의 핵심을 이해하고, 내 생각을 펼칠 수 있는 중요 장면(사건)을 찾는 데 도움을 받았습니다.
다섯째 날은 ‘논설문’ 즉 주장글을 썼습니다. ‘행복’에 관한 생각들을 적어놓은 동화책을 읽고, 아이들 각자 자신이 동의하는 주장을 찾아, 동의하는 이유를 두 가지씩 제시했습니다. 이유들을 말할 때 질문들이 쏟아졌고, 관련된 자기 경험들도 확인했습니다. 아이들이 정규수업에서 이유 찾는 노력들을 많이 했는데, 논설문 수업이 제일 재밌다네요,
글쓰기에 중점을 두고 진행한 특강이기에, 정규수업에서 부족했던 글쓰기 방법들을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고쳐쓰기’를 함으로써 자신의 글을 보완할 수 있었습니다. 갈래별 글쓰기 특강에서 살펴본 글쓰기 방법들을 정규수업 글쓰기에 잘 적용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겠지요. 우리 반 아이들은 2학기에 심화과정으로 철학수업을 합니다. 2학년 심화과정 도서수업 프로그램 <새버전을 찾아라!>는 동화의 한 부분을 골라내어 새로운 버전의 뒷이야기를 쓰는 수업입니다. 아이들이 어떤 이야기들을 펼쳐갈지 사뭇 기대가 큽니다.
5주 동안 열띤 생각들로 저녁 시간을 아름답게 만든 철.잘.사. 아이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아이들의 부단한 노력이 알찬 결실로 맺어질 수 있음을 확신합니다.
“얘들아! 잘했고, 2학기에도 잘해보자!”
다음은 학생글입니다.
책 속의 일기 더 살펴보기 [읽은 책: 『신통방통 일기쓰기』, 박현숙 글]
날짜: 2023년 6월 30일 금요일, 날씨: 화창함 “마인드맵 그린 날” 한시형
엄마와 함께 책을 많이 읽고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집에서 마인드맵을 하기로 했다. 책은 수학에서 소수의 곱셈과 삼각형의 규칙을 발견한 피타고라스의 정리와 아르키메데스의 정리와 수열에 관한 얘기였다. 나는 ‘아, 정말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되게 간단했다. 드디어 마인드맵을 그렸다. 마인드맵이 거미줄 같아서 재미있었다. 그 마인드맵에서는 생각나는 문장이나 낱말을 쓰고 간단한 그림을 그리는 건데 그림을 너무 자세하게 그려서 기분이 이상했다. 마인드맵은 정말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또 엄마가 “참 잘했어!”라고 칭찬해줘서 좋았다. 또 수학을 더 많이 알게 되어서 엄청 좋았다.
[교사평: 따옴표를 잘 활용해주었네! 따옴표로 인해 일기가 좀 더 생생해졌어. 또한 마인드맵이 어떤 것인지도 시형이가 이해한 대로 잘 설명해주었다. 다만, 마인드맵을 그리기 전에 왜 어렵다고 생각했는지, 마인드맵이 수학을 이해하는 데 어떤 점에서 도움이 되는지도 적어주면 시형이의 생각을 더 잘 알 수 있겠지.] |
철학적 생각이 담긴 일기 쓰기 [읽은 책: 『신통방통 일기쓰기』, 박현숙 글]
날짜: 2023년 7월 9일 토요일 “재밌는 축구” 조동헌
11시에 학교 운동장에서 신나게 축구를 했다. 그런데 크록스를 신어서 친구가 잘하지 못했다. 그래서 10대8로 내가 이겼다. 내가 이겨서 친구는 마음이 속상할 것 같다. 나도 크록스를 신고 하면 발이 아프고 발목이 아플 것 같다. 나는 축구를 해서 땀이 많이 났다. 그래서 시원하고 맛있게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아이스크림을 먹어서 기분이 시원했다. 입도 시원하고 얼음을 먹는 기분이다. 아이스크림은 언제 운동을 할 때 하나 먹으면 입이 시원하고 기분이 시원할 것 같다. 여름에는 아이스크림이 최고!
[교사평: 동헌이가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이 잘 나타나 있네! 그래서 친구에게 어떤 말로 위로를 해주었을까? 친구도 아이스크림을 같이 먹었니? 그래서 친구의 속상한 마음이 좀 나아졌을까? 아이스크림과 축구를 연결해주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예를 들면 “속상한 마음을 달랠 때는 아이스크림이 최고!”처럼. 그렇게 되면 일기의 제목을 바꾸어야겠지. “축구와 아이스크림” 그리고 날씨도 적어주자.] |
철학적 생각이 담긴 독후감 쓰기 [읽은 책: 『요술 램프 소동』, 최은영]
“의심” 황현성
완남이는 모든 것을 다 잘해서, 모찬이는 완남이가 누구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완남이의 책상서랍을, 집을, 사물함을 다 뒤졌다.
뭐든지 다 잘한다고 의심을 해야 할까? 뭐든지 다 잘하면 의심을 해도 된다.
왜냐하면 의심을 하면 안 좋은 점도 있지만, 요술램프를 가지고 있냐 안 가지고 있냐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의심을 하면 좋은 점이 있다. 의심을 하면 나와 다른 점을 알 수 있다. 나라면 완남이에게 허락을 받고 집에 가서 요술램프를 찾겠다.
[교사평: 책내용을 잘 정리해주었군! 다만, 모찬이가 완남이를 의심했다는 말을 책내용에 적어주면 훨씬 더 좋다. 또한 완남이에게 요술램프가 있는지 없는지가 어떤 점에서 모찬이에게 중요한지도 적어주자. 의심을 해서 찾아낸 다른 점이 나에게 어떤 점에서 도움이 되는지도 적어주면 생각이 보다 깊어지고 풍부해질 거야.] |
철학적 탐구가 담긴 논설문 쓰기 [읽은 책: 『행복이 뭐예요?』, 오스카 브르니피에 글]
“행복해지려면 친구들이 필요할까?” 여제윤
나는 행복해지려면 친구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친구들과 놀면 안 좋은 기억이 날아가기 때문이다. 안 좋은 기분이 날아간 적이 있다. 혼나서 기분이 안 좋았었는데 친구들과 놀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친구 김우진과 예술의 전당에서 아주 많은 놀이를 하며 놀았다.
또한 친구가 재미있게 노는 방법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내 베프는 황현성인데 현성이가 나한테 경•도를 알려줬다. 그때 초대박으로 재미있었다. 게임은 세 판을 하는데 경찰이 도둑을 잡는 게임이었다.
[교사평: 제윤이가 많이 행복하구나! 평소에도 잘 웃고 즐거운 모습을 보았는데, 다 이유가 있었네. 친구들이 제윤이의 기분을 좋게 하고, 재밌게 해주었군. 끝부분에 ‘친구들이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재밌게 놀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내용을 적어주면 더 좋을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