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미화원 김영삼씨는 청소업체에서 5년째 생활쓰레기를 수거해왔다. 매일 새벽 4시부터 낮 12시까지 근무를 했다. 김영삼씨의 나이는 56세이고, 다른 미화원들도 김영삼씨보다 나이가 더 많거나, 적어도 40대 미만은 다섯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이다. 아마도 젊은 사람들이 힘들고 지저분한 일을 기피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청소업체에서는 시청으로부터 받는 용역단가가 인하되었다며, 미화원들의 임금을 깎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김영삼씨를 비롯해 나이가 54세가 넘은 환경미화원 5명에 대해 정년을 넘긴 촉탁직이니, 정규직과 달리 각종 수당 없이 일당만을 지급하겠다고 한다. 입사한 이후 정년을 넘겨도 계속 근무할 수 있게 해준다고 했고, 실제로 모두 그렇게 일하고 있었다. 김영삼와 그의 동료들은 정년을 이미 넘겼으니 그만두거나, 회사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인가?
정년이란, 노동자가 일정한 연령에 도달하면 노동자의 의사나 능력과 상관없이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제도이다. 그런데, 정년연령에 대해서 근로기준법에 별도로 정하는 바가 없고, 고령자고용촉진법에서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권장하고 있으나 이는 강제사항이 아니다. 따라서 정년연령은 개별 기업에서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
그런데, 김영삼씨의 경우처럼 사용자가 정년이 넘어도 계속 근무할 수 있게 해 주었고, 다른 동료들의 경우도 그렇게 근무해온 관행이 있다면 사용자가 묵시적으로 정년을 연장시킨 것이므로, 지금에 와서 정년초과를 이유로 김영삼씨와 동료들을 해고하는 것은 부당하다.
<관련판례>
근로자가 정년이 지난 후에도 사용자의 동의 아래 기간의 정함이 없이 사용자와의 근로관계를 계속 유지하여 왔다면, 사용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단순히 당해 근로자가 정년이 지났다거나 고령이라는 이유만으로 근로관계를 해지할 수는 없고, 당해 근로자를 해고하기 위하여는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 소정의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2003.12.12, 대법 2002두 12809)
그렇다면 정년이 지났다고 김영삼씨의 임금을 일방적으로 삭감하겠다는 사용자의 결정은 정당할까? 이에 대해 노동부는 정년퇴직 후(또는 정년이 연장된 경우 연장된 기간 만료 후) 촉탁계약직으로 고용하거나 근로조건을 변경하는 것은 가능하다(2003.07.23, 근기 68207-933)고 보고, 정년을 연장하면서 임금수준을 낮추고 퇴직금을 중간정산 한 경우 근로조건의 불이익변경이 아니라고(2002.6.8. 근기68207-2163) 보고 있다.
즉, 정년이 경과한 이후, 새롭게 계약직 등으로 근로계약을 새롭게 체결하는 경우에는 기존의 근로조건을 변경하는 것이 가능하고, 또한 명시적으로 정년을 연장하면서 퇴직금을 중간정산하고 임금을 낮추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김영삼씨의 경우는 이와 같지 않다. 사용자와 김영삼씨는 정년 이후 새롭게 촉탁직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고 명시적으로 정년을 연장시키지도 않으면서, 묵시적으로 정년을 연장하면서 그 한도도 정하지 않았다. 이것은 김영삼씨에게만 제한된 것이 아니라, 그 사업장전체에서 그랬다. 사실상 김영삼씨의 사업장에는 정년제한이 없는 것이므로, 사용자는 재직 중인 노동자들의 동의를 얻어 새롭게 정년연령을 정해야 한다.
따라서 사용자가 지금에 와서 촉탁직임을 주장하면서 임금을 삭감하는 것은 ‘근로조건의 불이익변경’으로 노동자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시행할 수 없으며, 촉탁직임을 이유로 근로계약관계를 해지할 수 없다.
만일, 사용자가 정년을 경과한 노동자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근로계약기간을 정한 경우에는 정한 기간이 종료한 이후에는 재계약의 의무가 없고, 수차례계약을 반복갱신 한다 해도 건강이나 업무수행능력과 같은 재계약의 조건이 정해져 있다면, 통상의 근로자와 동일하게 ‘계속고용의 의무가 당연히 있는 것’으로는 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관련판례>
촉탁기간을 1년으로 정한 촉탁근무근로계약은 근로계약기간을 1년으로 정한 정식의 근로계약과 유사한 듯 보이나, 고령임을 고려하여 업무상 재해에 관한 별도의 각서, 즉 촉탁근무동의서를 근로자 본인과 가족으로부터 받는 점, 매 계약체결시마다 연령과 노동능력 등을 고려하여 계약기간 연장을 실질적으로 결정하기 위해 정식의 근로계약과 같은 계약기간의 자동연장에 관한 조항이 없는 점 등의 면에 있어서 똑같이 1년의 계약기간을 정하였다 할지라도 정년을 도과한 촉탁근무자의 신분상 지위는 참가인 회사의 일반 근로자와는 다르다고 보여진다.(2002.05.14, 서울행법 2001구51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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