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잦은 폭설과 지속적인 강추위로 복숭아·참다래(키위) 등 과수에 심각한 언피해가 속속 나타나면서 피해농가들이 실농을 막기 위한 조속한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연초부터 연일 영하 10℃를 밑도는 강추위가 계속됐던 강원 원주지역 복숭아나무에 25년 만에 언피해가 발생, 올해 농사를 포기하는 농가들이 속출하고 있다. 피해가 가장 심한 가현동의 한 작목반의 경우 1만여그루 중 7,000여그루가 언피해를 입는 등 원주 전 지역에서 언피해가 확인되고 있다.
이는 올겨울 날씨가 따뜻할 것이란 기상청의 일기예보에 농업인들이 보온에 미처 신경을 쓰지 못한 가운데 25년 만에 큰 추위가 온데다 최근 재배가 늘고 있는 〈천중도〉 등 신품종이 추위에 약한 것 또한 피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원주시는 5월 꽃 상태를 보고 정확한 피해 정도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피해농업인들은 판정이 늦을 경우 새 복숭아 묘목을 심지 못하는 영농 차질과 이미 뿌린 퇴비 등 영농비 손실은 물론 묘목값도 크게 오를 것을 우려하는 등 대책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복숭아 1,000그루 중 700여그루에 언피해를 입었다는 신창열씨(54·행구동)는 “지금 묘목을 심더라도 복숭아 생산에 몇년이 걸리는 상황에서 1년이라도 빨리 묘목을 심는 것은 농업인들에게는 생존이 달린 문제”라며 “조속한 피해 판정으로 피해 나무를 베어내고 새 묘목을 심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촉구했다.
충북 음성군 감곡면·소이면·원남면·음성읍 등에서도 복숭아나무 언피해가 심각하다. 최대 주산지인 감곡면의 경우 전체 800여농가, 1,200㏊ 정도 가운데 20~30%가 언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저지대의 하천변과 논에 심은 3~4년생 과수나 신품종 황도 계열인 〈단금도〉 〈선 골드〉, 조생종인 〈왕봉〉, 중생종인 〈천중도〉 〈그레이트〉 등에서 피해가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농업인 이민우씨(38·감곡면 영산리)는 “현재 꽃눈과 잎눈이 함께 올라오는 시점에서 언피해를 입은 나무는 꽃눈과 잎눈이 새까맣게 말라 육안으로 구분이 될 정도”라며 “수확량 감소는 물론 품질 저하도 예상돼 이래저래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경기 이천지역 역시 복숭아 언피해가 심각해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이천시농업기술센터는 올겨울 폭설과 함께 최저기온이 복숭아 언피해 한계온도(영하 20~25℃) 이하로 내려간 날이 4일이나 되는 등 급저온 현상이 잦아 꽃눈 평균 피해율이 39%(3월8일 기준)나 된다고 밝혔다. 김정천 이천시농업기술센터 과수특작팀장은 “생육이 시작되고 수액이 이동하는 3월부터 꽃눈 고사, 가지 끝 마름, 수피 터짐, 목질부와 수피 사이가 벌어지는 등의 언피해 증상들도 나타나고 있다”며 “주간부의 건조 피해 및 병균 침입으로 인한 2차 피해를 줄이고 수세 회복 등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지난 8~10일 눈비와 함께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 참다래농가들 또한 언피해를 입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하우스 천장 비닐을 이미 걷어낸 터라 눈비로 인한 물방울이 새순에 맺힌 상태에서 야간 온도가 영하 3.2℃까지 떨어져 새순이 얼어붙은 것. 특히 일반 참다래보다 한달 이상 빨리 순이 나오는 골드키위에 더 큰 피해가 발생했다. 1㏊(3,000여평)의 하우스에 골드키위를 재배한 강상수씨(53·성산읍 신산리)는 “기온이 0℃에서 영하 1℃까지 예상된다는 일기예보와 달리 영하 3.2℃까지 떨어져 10시간 이상 지속되는 바람에 나무의 70~80%가량이 언피해를 입었다”며 “앞으로 순이 얼마나 살아날지 막막하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 마을에서 키위를 재배하는 32농가 대부분이 40% 이상 언피해를 입어 시름에 잠겨 있다. 원주=김철웅, 음성=김기홍, 이천=한재희, 서귀포=강영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