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경매는 외로운 투자 게임이다. 투자자가 직접 우량 물건을 골라야 하고 고른 물건을 조사·분석한 뒤 입찰 여부를 최종 결정한 다음 경매에 참여해야 한다. 한 해에만 20만 건의 물건이 경매시장을 통해 공급된다. 그중 괜찮은 물건은 절반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권리·물건상 하자가 많은 일명 ‘쓰레기 물건’이다. 그 때문에 경매 투자자들은 우량 물건에 대한 정보를 미리 얻으려고 경험 많은 고수에게 투자 노하우를 배우고 발품, 손품을 판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정보의 경매시장에서 한발 앞서 우량 물건을 잡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경매가 대중화되었지만 짧은 경험과 지식만으로 경매 투자에 나선다는 것이 그리 녹록지 않은 일이다. 법원 서류 보는 법은커녕 등기부등본조차 볼 줄 모르는 일반인이 싼 맛에 이끌려, 또 과욕에 이끌려 고가에 낙찰받았다가 가슴을 치는 일도 허다하다.‘서류로 시작해 서류로 끝난다’는 게 경매시장이다. 경매 과정은 절차법에 근거한다. 따라서 경매 절차를 이해하고 경매에 관련한 정보와 법을 터득해야 더 값싸고 우량한 물건을 낙찰받을 가능성이 크다.
우량 물건을 잡기 위해서는 순서가 있다. 돈 되는 물건을 잡으려면 먼저 돈 되는 경매 물건 정보를 파악해야 한다. 수많은 물건 중 자금과 지역, 성향에 맞는 물건을 고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월척을 낚으려면 월척이 나올 만한 낚시터 정보부터 파악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려면 우선 경매 정보 사이트 하나 정도는 살펴보는 것이 실속 있다. 법원 경매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설 정보 업체는 꽤 많다. 정보 내용은 엇비슷하지만 가격 차이는 크다. 예를 들어 ‘한국 경매 사이트’는 가격이 저렴한 축에 속한다. 하지만 각 정보 업체에서 제공하는 정보는 미세한 차이가 있기에 각자 입맛에 맞는 것을 고르면 된다. 이런 인터넷 정보 업체에서 경매 정보를 얻으면 좋은 이유는 경매에 관한 다양하고 깊이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
통상 경매 물건은 1회 유찰 후 한 달 정도의 시간 여유를 가진 뒤 다시 경매장에 나온다. 1회 유찰된 경매 물건을 추적하다 보면 한 달간의 시간 여유를 갖고 물건을 선정할 수 있다. 일례로 30대 중반의 A씨는 최근 종자돈으로 재개발 경매 물건을 물색하고 있었다. 유료 경매 사이트에서 낙찰 사례와 공급 물량을 지켜보던 중 우연히 재개발 예정 구역 내 지하 다세대주택이 경매에 부쳐진 것을 알고 입찰을 결정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경매를 진행하는 서울 성북구 정릉동 20㎡ 지하 다세대주택이었다. 최초 감정 평가액은 1억5백만원, 2회 유찰해 최저 경매 가격이 6천7백20만원(감정가의 64%)으로 떨어졌다가 A씨가 경쟁자 한 명을 물리치고 6천8백90만원에 낙찰받았다.
입찰 전 미리 권리 분석을 통해 권리상 문제가 전혀 없는 깨끗한 물건임을 확인했음은 물론이다. 등기부등본상 최초 근저당권자는 수협 동대문지점으로 1억2천만원을 근저당 채권으로 확보한 상태였다. 그다음이 캐피털 회사 2천만원, 동대문구청의 압류 등 총 4개 정도의 꼬리표가 붙어 있었다. 취하 가능성이 없는 우량한 물건에 속하는 셈이었다. 임대차 관계 내역과 전입 세대 열람을 통해 세입자 관계를 조사해보니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는 주택으로 임차 관계가 없어 집 비우는 데도 문제가 없었다. 권리 분석상으로도 우량 물건이었다. 성격이 꼼꼼한 A씨는 물건 분석에 나섰다. 경매 사이트에서 재개발 예정지 안에 있는 물건이라는 내용을 믿지 않고 본인이 직접 정보 확인에 나선 것. 그동안 뉴타운과 재개발 투자를 위한 정보를 얻으려 몇몇 지자체 사이트를 알아둔 것이 유용했다.
해당 구청과 서울시의 주택국 홈페이지(housing.seoul.go.kr)를 인터넷에 즐겨찾기 해둔 덕분에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서울시 주택국 홈페이지에서 서울시의 기본 계획에 대한 상세 정보를 얻었다. 서울시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은 물론이고, 주택 재개 발사업에 대한 계획과 재건축에 대한 절차, 아파트 분양 정보까지 상세하게 파악해뒀다. 또 재개발·재건축의 경우 서울시 민원 처리 온라인 공개 시스템(http://open.seoul.go.kr/ index.jsp)을 검색해보면, 재개발·재건축 구역 지정 사항, 추진위원회 결성, 조합 설립, 사업 계획 신청, 사업 시행 인가 사항을 자세하게 알 수 있다. ‘인터넷 안에 돈이 숨어 있다’는 말의 의미를 실감할 수 있다.
부동산을 장기 투자 목적으로 매입하려 할 때에는 특히 재개발, 재건축, 뉴타운 같은 투자 호재를 고려하자. 부동산에 투자할 때에는 매물을 알선한 중개사나 컨설턴트의 말은 단지 참고 사항으로만 들어야 한다. 대신 본인이 스스로 투자 호재를 찾아내고 확인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부동산 컨설턴트들은 아무래도 과장이 섞이고 검증되지 않은 개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잘못된 정보를 믿고 투자했다가 손해를 입는 경우도 허다하다. 따라서 사전에 철저하게 분석·조사해 위험을 100%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물론 경매 정보는 누구에게나 열린 ‘오픈된’ 정보다. 신문에 실린 매각 공고뿐 아니라 포털의 추천 경매 물건까지 다양한 경매 정보를 접하지만, 일반 투자자가 투자 가치나 발전성에 관한 확실한 정보를 얻기는 쉽지 않다.
정보 전쟁에서 남보다 한발 앞서 경매 우량 매물과 물건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면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기본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경매 관련 물건 정보를 검색할 때 대법원 경매 정보를 이용하면 여러모로 유익하다. 굳이 경매 법원을 찾지 않더라도 경매 물건에 대한 1차적인 경매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일반인도 알기 쉽게 경매 과정을 소개한다. 사설 경매 사이트나 경매 정보지를 활용하면 조금 더 정확하고 안전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질 좋은 정보를 더 많이 얻을 수 있게 됐다. 유료라는 것이 단점이지만, 정보를 얻는 데 들이는 돈을 ‘사전 투자’라고 생각하고 아끼지 말아야 한다. 10원을 아끼려다 100원을 잃는 것이 바로 경매시장임을 명심하자.
주택 경매의 경우, 세입자 관계 조사를 위해서는 주소지 관할 동사무소를 방문해 ‘주민등록 전입 세대 열람 신청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경매에 부쳐졌다는 증빙 서류(경매 정보지, 등기부등본 등)를 첨부해 신청하면 ‘주소별 세대 열람 내역’을 발급해준다. 현 거주자의 세대주 성명과 전입 일자, 거주 상태 등을 열람해 세입자의 거주 상황을 알아낼 수 있고 그 내용을 기초로 권리 순위를 따져 인수해야 할 세입자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다. 주민등록법시행규칙 제12조 2항에 근거해 경매 참가자가 경매 참가를 위해 열람을 신청할 경우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법원 비치 서류 확인은 경매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절차라고 할 수 있다. 경매 관할 법원의 민사집행과 또는 입찰 당일 경매 법정에 비치된 서류를 ‘매각물건명세서’라고 한다.
감정평가서 사본, 점유현황조사서, 매각물건명세서 같은 서류다. 입찰 당일 권리에 새로운 내용의 변동 사항이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가끔 유치권이 당일에 신고돼 투자자를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경매 투자에서 믿지 못할 세 가지를 꼽으라면 바로 ‘감정가’와 ‘경매 정보지’, 그리고 ‘입찰물건명세서상 임대차 현황’이다. 이들 세 가지는 입찰자가 참고만 하라는 뜻이다. 이는 나중에 변동될 소지가 있다는 말과 같다. 또 법원 서류 하나만 달랑 믿고 입찰했다가는 예상 밖의 권리 변동 때문에 낭패를 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는 경매 상식이다. 우선 서류상의 내용을 믿고 투자하되 사전에 여러 정보를 취합해 ‘크로스 체크(Cross Check)’하는 것만이 불량 경매 물건을 피하는 길이다.
경매 투자의 핵심은 바로 우량 부동산을 적기에, 그리고 값싸게 사는 것. 주식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도 주가가 내재 가치의 절반 정도인 주식만 매입하지 않았던가. 그는 2004년 포스코 주식의 실제 내재 가치가 당시 주가보다 훨씬 더 크다고 ‘계산’해 주당 16만원에 6천2백92억원어치를 매입했다. 주가는 3년 사이에 약 280% 올랐고 포스코 주가는 최근 55만원에 달한다. 경매로 치면, 워런 버핏은 포스코 주식을 단 29%에 싸게 ‘낙찰’받았다는 뜻이다. 사실 경매시장에서도 이처럼 낮은 수준에서 낙찰받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이것이 경매 투자의 기본이다.
모든 물건은 실제 가치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사야만 나중에 ‘남는 장사’가 된다. 싸게 사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골치 아픈 경매를 통해 살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가격만큼 중요한 것이 가치다. 가치와 가격은 매우 중요한 투자 정보다. 경매든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채권이든 사전에 특정한 투자 대상 물건의 ‘가치’ 계산을 정확히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만일 일반 투자자가 특정 물건에 대한 실제 가치를 계산할 수 있다면, 그 투자자는 나중에 엄청나게 큰돈을 벌 수 있다. 정확하게 가치를 계산한 다음, 그 가치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사서, 나중에 파는 행위를 반복하기만 하면 ‘중간 마진(가치-가격)’을 반복적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경매로 물건을 살 때에는 시세보다 최소 15% 이상 저가에 매입해야 성공한 경매 투자라고 할 수 있다.
경매 물건을 잘 고르려면 나름대로 기본 원칙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권리 및 물건상 아무 문제 없는 부동산을 낮은 입찰 경쟁률을 거쳐 값싸게 사려면 경매 물건의 특성을 이해하고 연구할 필요가 있다. 고수와 하수의 차이는 바로 ‘어떤 물건을 고르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매 고수들은 나름대로 틈새 투자에 능하다. 남들이 줄을 서서 입찰하는 물건은 되도록 손대는 것을 자제한다. 대신 틈새 투자처를 찾아 연구한다. 모든 사람이 달려드는 물건은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람이 많이 달려들면 낙찰가는 자동으로 올라가기 때문. 외환 위기를 거치며 경매 물건이 쏟아지면서 많은 경매 고수가 탄생했고, 또 그만큼 많이 사라져갔다.
이들은 좋은 물건을 고르는 데 정통했고 돈을 벌 만큼 벌어 어디론가 잠적했다. 40대 초반의 N씨는 경매 컨설팅을 하면서 아예 전업 경매 투자자로 나선 케이스다. 그는 주로 ‘앞 사건’을 노린다. 앞 사건이란 사건 번호 순서대로 경매를 진행할 때 순서상 가장 빠른 사건을 말한다. 2007년 8월 경매를 진행한다고 하면 통상 경매시장에 나오는 사건 번호는 ‘2006타경’이나 ‘2007타경’이다. N씨는 이보다 앞 사건 번호인 ‘2004타경’ 또는 ‘2005타경’ 같은 사건들을 잘 봐두었다가 권리 및 물건상 이상이 없다면 가장 먼저 감정가와 시세가 얼마나 차이 나는지부터 확인한다. 감정 시차를 따져 현재 시세보다 싸게 나왔다면 유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최저 매각가 수준으로 낙찰받아 짭짤한 시세 차익을 거두는 것인데, 일명 ‘감정차(差) 공격’으로 경매 물건을 노린 셈이다.
수원지법 본원에서 안양시 만안구 소재 B아파트 20㎡(전용면적 기준)가 경매에 부쳐졌다. 원룸인 이 아파트는 감정가 4천만원에 입찰에 부쳐졌고 사건 번호는 2002타경으로 표기돼 입찰 당일 가장 앞 사건 번호로 경매시장에 나왔다. 종자돈이 많지 않았던 N씨가 노릴 수 있는 최선의 투자처이자 가격 오름세가 예상되는 수도권의 소형 아파트였다. 무엇보다 경매에 부쳐질 당시 시세보다 약 1천5백만원이 낮은 감정가에 경매에 부쳐진 것. 첫 입찰 물건에 대해 현재 시세는 따져보지 않고 1회 유찰되기를 기다렸다가 감정가와 시세를 확인하는 초보 투자자와 달리 N씨는 유찰을 기다리지 않고 감정가와 시세 차이를 먼저 파악해 확실한 ‘감정차’가 있는지를 확인한 후 단독 입찰에 나섰고, 최고가 매수인으로 결정돼 시세보다 1천5백만원이나 싼값에 살 수 있었다. 경매에서는 당연히 유찰이 잦을수록 많이 남는 것이 사실이지만, 유찰이 잦은 물건에는 수많은 경쟁자가 몰려 낙찰받기가 어렵고 실속도 없다. 첫 입찰 또는 1회 유찰 매물이라도 충분한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다면 과감하게 입찰해야 한다. 고수들은 바로 이런 방법이 ‘남는 장사’라는 것을 안다. 한 번도유찰되지 않았어도 가치가 가격(감정가)을 훨씬 웃돈다면 과감히 입찰하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