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야, 찬 거 자꾸 먹으면 탈나니까 그만 먹어.” 초복이 지나면서 시작된 무더위가 만만치 않은 기세다. 무더위를 견디기 위해서 가장 많이 찾는 건 시원한 빙과류다. 아이들이 쉽게 손이 가는 건 각종 아이스크림 종류다. 그러나 아이스크림은 자칫 배탈이나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쯤이면 더위도 쫓고 얘들 건강도 지키는 묘책을 고민하게 마련.
사먹는 ‘빙과류’도 좋지만 아이에게는 엄마가 직접 만들어주는 빙수(氷水)만한 것이 있을까 싶다. 싱싱한 과일과 달콤한 연유가 어우러진 빙수 한 숟가락이면 가슴 속까지 쩌릿쩌릿하다. 더군다나 직접 만들어 먹으니 재미도 있고 믿고 먹을 수도 있다. 싱싱한 재료를 듬뿍 넣으니 맛도 맛이지만 영양도 만점이다. 주말 오후 아이와 함께 만들어 먹으면 좋을 ‘건강빙수 3선’을 소개한다.
#싱그런 빙수 맛의 완결판, 녹차 빙수
녹차가 비만예방, 해독작용에 좋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하지만 특유의 떫은 맛 때문에 아이들이 싫어했다면 빙수로 만들어 먹으면 어떨까. 티백 형태가 아닌 직접 물에 타먹는 ‘밀크녹차’는 부드러운 맛 때문에 빙수로 만들어 먹어도 제격이다. 녹차빙수는 녹차 특유의 쌉쌀한 맛과 각종 과일의 달콤한 맛이 잘 어울려 있다.
▲이것을 준비하세요
가루 녹차 3큰술(부드러운 맛을 내고 싶다면 ‘밀크 녹차’가 제격, 티백녹차를 써도 되나 떫은 맛이 강한 게 흠), 청포도 1/3컵, 적포도 1/3컵, 얼린 망고(생망고를 사서 냉장고에 얼려도 되고 얼린 망고를 직접 사도 된다), 연유 3큰술, 올리고당 2큰술, 슈가허브 1~2잎 - 2인분 기준
▲이렇게 만드세요
①가루녹차를 물에 풀어서 각 얼음통에 넣은 뒤 냉동실에 얼린다.
②씨 없는 청포도와 적포도, 얼린 망고는 잘게 썬다.
③얼려두었던 녹차를 가정용 빙수기에 간 뒤 미리 차게 만들어 둔 빙수그릇(냉기를 오래 간직하는 유리그릇이 좋다)에 담는다.
④잘라 둔 포도와 망고를 얼음 위에 흩뿌린다.
⑤올리고당과 연유를 그 위에 붓는다.
⑥슈가허브를 맨 위에 올려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이점 잊지마세요
가루 녹차를 많이 넣으면 빙수 맛이 쓰고 텁텁해진다. 씹는 맛을 즐기고 싶다면 건포도나 말린 망고들을 곁들여도 좋다. 달콤한 슈가허브가 빙수에는 가장 적합하나 향이 너무 강하지만 않다면 다른 허브로 대체해도 괜찮다. 최근 유행하는 식용 꽃(장미, 국화 등) 등을 얹어 ‘튀는 빙수’를 만들 수도 있다.
#제철 과일로 더 신선하게, 수박 빙수
수박을 ‘수분이 많아 갈증을 해소하기에 좋은 과일’이라고만 알고 있다면 수박을 대충 본 것이다. 수박은 수분 외에도 비타민 B1, B2, C가 풍부하고 칼륨, 인과 각종 무기질이 풍부한 영양덩어리다. 수박은 갈증해소, 피로회복에 좋을 뿐 아니라 과육에 있는 ‘리코펜’은 항암효과가 있다고 밝혀지기도 했다. 굳이 영양학적 가치를 따지지 않더라도 ‘제철에 먹는 과일이 보약’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더위는 쫓고 건강은 챙기는 수박 빙수에 도전해보자.
▲이것을 준비하세요
수박 2컵 분량, 청포도 10알, 얼린 바나나 1/3개, 키위 한 개(신맛이 강한 푸른 키위보다는 달콤한 맛이 나는 골드 키위를 사용한다), 연유 2큰술, 레몬즙 2큰술, 플레인 요구르트(특히 딸기 요구르트가 수박과 잘 조화를 이룬다), 올리고당 2큰술 - 2인분 기준
▲이렇게 만드세요
①수박은 씨를 없애고 3㎝ 정도로 굵직하게 썰어 냉동실에 얼린다.
②골드 키위, 얼린 바나나를 한 입에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청포도는 3~4등분으로 자른다.
③미리 차갑게 만든 유리그릇에 얼린 수박을 빙수기로 갈아서 소복이 담는다.
④과일 썬 것을 올린 후 올리고당, 레몬즙, 플레인 요구르트를 순서대로 끼얹는다.
▲이점 잊지마세요
수박을 잘 고르는 것이 수박 빙수 맛을 결정한다. 너무 익은 수박은 푸석푸석한 맛이 난다. 선도가 높은 수박을 골라야 아삭 아삭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빙수계의 스테디셀러, 팥빙수
질문 하나. 이 식품은 곡류 중 비타민 B1이 가장 많이 들어 있다. 우유보다 단백질은 6배, 철분은 117배를 가지고 있다. 피를 맑게 하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며 해독 작용도 가지고 있다. 한방에선 갈증과 설사를 멈추게 하는 한약재로도 널리 쓰인다. 정답은 바로 팥이다. 팥은 건강에도 좋지만 특유의 달콤한 맛 때문에 진작부터 시루떡, 단팥죽, 단팥빵 등 ‘간식’ 재료로 널리 사용됐다. ‘신세대 빙수’들이 반짝 인기를 끌고 있지만 여전히 팥빙수는 빙수계의 스테디셀러다. 팥앙금과 빙수기 하나면 올 여름 더위는 ‘안녕’이다.
▲이것을 준비하세요
각 얼음 3컵, 팥 3큰술, 미숫가루 1큰술, 우유 1/3컵, 찹쌀떡 한 개, 연유 2큰술, 프루츠칵테일 약간, 설탕·소금 약간씩
▲이렇게 만드세요
①냄비에 팥을 넣고 살짝 끓인 다음 체에 밭쳐 물을 따라내 불순물을 제거한다.
②다시 냄비에 팥과 물을 붓고 물이 졸아들 때까지 끓이다 설탕·소금을 약간씩 넣어 간을 맞춘다.
③팥알이 터지기 전에 불을 끄고 팥앙금을 식힌 뒤 냉장고에 넣어 차게 만든다.
④찹쌀떡은 가로 세로 1㎝ 길이로 네모나게 자른다.
⑤빙수기에 간 얼음을 미리 차갑게 해 둔 용기에 담은 뒤 미숫가루, 찹쌀떡, 프루츠칵테일을 그 위에 얹는다.
⑥마지막으로 연유와 우유를 붓는다.
▲이점 잊지마세요
팥을 얼마나 잘 삶느냐에 따라 팥빙수 맛이 결정된다. 팥과 물을 약 1:5의 비율로 냄비에 넣고 은은한 불 위에 끓이다가 1:2까지 졸아들었을 때 설탕과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설탕은 흰설탕이 좋고 연유를 약간 첨가해도 무방하다. 팥이 터지지 않을 정도까지 푹 삶아야 한다. 〈도움말 : 푸드스타일리스트 강홍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