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전, 공항에서 한 컷.
-이스탄불 공항에서
-수니온 곶, 포세이돈 신전에서
아테네에서 해안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향하면 수니온 곶이 나온다. 곶의 끝을 버티고 있는 포세이돈 신전을 보자마자 탄성이 흘렀다. 신화와 역사, 상상과 현실이 혼재되어 있는 신전의 기둥들은 마치 하늘에서 만들여져 그대로 바다에 내려 앉은 느낌이랄까. 신전의 가운데에서 하늘을 올려다 보면 신들의 궁전이 보이는 건 아닐까하고 착각을 하기도 했다.
그리스를 사랑한 영국의 시인, 바이런은 그리스 독립전쟁에 뛰어들어 끝내 그리스에서 눈을 감았다. 수니온 곶, 신의 기둥 어딘가엔 바이런이 직접 새긴 자신의 이름도 있다. 얼마나 황홀하고 흥분이 되었으랴.
영웅 테세우스의 아버지, 아이게우스는 아들이 탄 배의 검은 돚을 보고 곶에서 뛰어내렸다. 아이게우스의 바다, 에게 해는 비통한 흐느낌이 서려 파랗고 파랗다. 태세우스와 페이드라 신화를 모티프로 한 영화 '페드라' 에서 주인공이 차를 몰고 절벽으로 추락하는 장면은 수니온 곶의 해안 길에서 촬영되었다.
-아테네, 아크로 폴리스에서
아크로폴리스Acropolis는 '폴리스 polis'와 '높은 곳akros', 즉 높은 국가 '아크로폴리스'는 인간이 만들어 낸 '신의 영역'이었다. 파르테논Parthenon 신전은 수호신 아테네 파르테노스Parthenos(처녀), '처녀의 집'이다. 그러나 아테네에게는 아들이 있었다. 대장장이 신 해파이스토스는 대장간에 놀러 온 아테네에게 욕정을 품고 달려 들었는데, 아테네가 완강히 밀치고 저항하자 헤파이스토스는 그만 아테네의 허벅지에 사정을 해버리고 만다. 아테네는 역겹고 더러워서 양털로 쓰윽 닦아서 땅에 던져 버렸는데, 대지의 여신이 거두어 달을 채워 아이를 낳은 뒤 아테네에게 건넨다. 아이는 신의 씨앗답게 상체는 남자, 하체는 뱀의 꼬리를 하고 태어나 훗날 아테네의 왕이 되었다.
그 아이의 이름이 '에리크토니오스' 양털을 뜻하는 에리온erion과 땅을 뜻하는 크톤chthon이 합쳐진 이름이었다. 에레크타이온은 아테네의 유일한 아들, 에리크토니오스를 위한 신전이라는 또 다른 신화도 전해진다. 파르테논 신전에 얽힌 또 다른 신화가 있는데, 이는 찌질하고 치사하고 고약한 포세이돈의 저지른 만행이다. 알고보면 고르곤 자매 메두사만 억울할 뿐이다. 이 곳을 빌려 쓰기엔 이야기가 길다.
-신타그마 광장, 국회의사당 앞에서
신타그마 광장(그리스어: Πλατεία Συντάγματος)은 그리스 아테네의 중심부에 있는 광장이다. 1844년 그리스 왕국의 헌법이 여기서 반포되었다. 신타그마는 그리스어로 헌법을 의미한다. 그리스 고궁이 광장 바로 앞에 위치해 있으며, 이 건물은 1934년부터 그리스 국회로 사용되고 있다.
신화와 역사가 뒤섞인 기록에 의하면 고대 그리스에서는 제우스 남근, 디오니소스 남근, 헤르메스 남근을 만들어 제의를 지내고 축제를 열었다고 한다. 부조로 새겨져 있는 무명용사의 남근은 발기되어 있다. 영원히 죽지 않는 신의 숨결이 머문 탓일까. 전장에서 이름 없이 죽어 간 용사의 생명은 하늘을 향해있다. 기념품 상점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남근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 그리스의 새벽, 에오스의 날개
그리스에 있으면 그리스인 다워져야 않겠는가. 시차 탓에 잠이 오지 않아 새벽에 문을 열었다. 저 멀리 에게 해에서 구름을 몰고 새벽의 여신 에오스가 날아오는 것 같아 몇 장의 사진을 찍었다. 아는만큼 보인다더니, 정말 에오스의 은빛 치마자락이 살짝 보인다. 늙고 죽어가는 인간을 사랑하여 끝끝내 사랑을 떠나보낸 눈물이 이슬이 되었단다. 치마자락을 걷어내면 이슬을 말려버릴 아폴론의 황금마차가 동쪽을 물들일 것이다.
첫댓글 아 역시 대장님. 김명훈선생님이십니다.
똑같이 그리스를 다녀왔건만...
이렇게 정리해주시니 새록새록 그날의 추억이 떠오릅니다.
그리스~ 다시 가고 싶네요!!!
함께 그속에 있는 듯
정리해서 올려주신 수고에 큰 박수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