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11일,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시행됐다. 차별금지법은 2010년에는 공공기관과 인구 50만명 이상 지자체가 설치한 체육 시설에 적용됐다가 올해 4월 11일부터 민간 공연장과 사립대학 박물관, 인구 30만명 이상 지자체 운영 체육 시설에까지 확대 시행됐다. 확대 시행 3개월째, 변화의 목소리를 들어 보았다.
회사원 권소연(33)씨는 지체장애 1급 장애인이다. 휠체어를 타지 않고는 밖에 다닐 수 없어 학창 시절에는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기 어려웠다고 한다. 축구를 좋아하지만 한 번도 경기장에 가서 관람해 본 적이 없다. 장애인이 다니기 쉽게 바꾸고 있지만 아직 미흡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권소연씨는 대표적으로 화장실을 꼽았다. 휠체어가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좁거나 몸을 의지할 손잡이가 엉뚱한 곳에 붙어 있는 등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화장실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태어나 처음으로 찾은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권씨는 별 불편함 없이 경기를 즐길 수 있었다. “장애인 화장실은 마치 장식처럼 하나씩 만들어 둔 곳도 많은데요. 여러 명이 사용할 수 있게 충분한 데다가 넓이나 손잡이 위치 등이 적당히 마련돼 있어 만족스러웠어요.” 당연히 경사로 등을 통해 이동하는 데도 무리가 없었다.
권씨가 이처럼 비장애인들처럼 경기를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었던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확대 시행되면서 곳곳에서 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마련하는 데 한층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을 위해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도록 한 법이다. 2007년 1급 시각장애를 가진 장애인이 주주총회 자료를 열람할 수 없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내면서 제정됐다.
이 장애인은 점자자료를 요구하고, 자료가 없다면 직원이 낭독해 달라고 했지만 거부당하자 불합리한 차별행위를 시정해 달라고 인권위에 제소한 것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이같이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비장애인이 접근하는 시설 등에 차별받아서 안 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공공기관과 문화·예술시설 이행도 높아
채용시험을 치르는 곳은 경사로를 설치하거나 수화통역자, 확대답안지 등을 마련해 장애인도 동등한 고용기회를 얻을 수 있게 해야한다. 교육기관 역시 이동 보조 기구나 수화통역자, 점자자료 등을 비치해야 한다. 정보·통신 분야에서도 누구든 접근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만드는 등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금지됐다.
무엇보다 공연장, 미술관, 체육 시설 등 문화·체육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에 장애인이 접근하는 일도 쉬워졌다. 2010년 시행 당시에는 정부 공공기관 소속 문화·예술 기관과 인구 50만명 이상 지자체가 설치한 체육 시설에 법이 적용됐다.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경사로를 만들거나 장애인 화장실 등을 따로 설치하고 장애인의 체육 활동을 보조할 수 있는 인력도 배치해야 한다. 2015년까지 좌석 3백석 이상 공연장은 물론 영화관 등에도 이런 법규를 적용할 계획인데, 올해 4월 11일부터는 좌석 1천석 이상 민간 공연장과 사립대학 박물관 및 미술관, 인구 30만명 이상 지자체가 설치한 체육 시설에 확대 적용됐다.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은 장애인을 위해 체육 시설을 재정비해 왔다. 출입구 경사로를 만드는 것은 물론 수영장 탈의실에도 진입 경사로를 따로 만들고 바닥에 점자 블록을 설치했다. 장애인 재활 프로그램이 있어 장애인들이 자주 찾기 때문인데 앞으로도 안내데스크의 높이를 낮추고 음성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시설을 더 보강할 예정이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생활체육부 김태연 담당은 “차별금지법이 제정됐어도 비용 등 여건상 아직 완벽히 적용한 곳은 별로 없다”면서도 “삼산월드체육관처럼 하나씩 고쳐 나가는 곳이 많다”고 밝혔다. 특히 공공기관과 문화·예술 시설을 중심으로 장애인의 접근이 쉬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지체장애인협회와 함께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잘 시행되고 있는지 감시·점검하고 있다. 올해 확대 시행된 부분에 대해서도 조사단을 만들어 점검할 예정이다.
“보조 인력 배치에도 신경을 써 줬으면…”
지체장애인협회 편의증진팀 박성우 팀장은 “차별금지법은 장애인이 시설에 접근하기 쉬울 뿐 아니라 비장애인과 똑같이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차별금지법이 완전히 뿌리내리기까지 지속적인 감시와 점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요즘 장애인 체육 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체육 시설을 찾는 장애인이 느는 만큼 경사로나 장애인 화장실 설치에만 머무르지 말고 체육 보조 인력 등 배치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팀장은 “ ‘장애인이 편하면 모두가 편하다’는 말이 있다”며 “장애인을 위한 시설은 유모차를 끄는 주부, 거동이 불편한 노인, 잠깐 사고를 당해 상처 입은 일반인 등 모두가 활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이 생활할 수 있는 인프라가 마련돼 가는 시점”이라며 “차별금지법이 완전히 시행되는 2015년 이후에는 모든 사람이 살기 편한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2.07.10 글·그림:위클리공감
출처 : 공감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