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 경쟁력 없는 축제 대대적 구조조정 | ||
도내 100여개 난립…내용 비슷비슷
상당수 예산만 낭비 동네잔치로 전락
"'축제를 위한 축제' '예산을 쓰기 위한 축제'는 과감히 퇴출시키겠다." 경북도가 지자체 출범 이후 시·군별로 경쟁적으로 열고 있는 축제 중 경쟁력이 없거나 인접 시·군과 유사한 축제는 통폐합을 적극 유도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유사 축제의 대대적인 통폐합이 예상된다. ☞5면에 관련기사 경북도 내에서 열리는 축제는 축제 규정 범위에 따라 적게는 70개, 많게는 100여개에 이른다. 이 중 문화관광부가 지원하는 축제는 경주에서 열리는 한국의 술과 떡잔치(4월)를 비롯해 안동국제탈춤축제(9월) 등 5개이며, 도가 지원하는 축제는 고령에서 열리는 대가야 체험축제(4월), 영덕 대게축제(4월), 영천 보현산별빛축제(7월) 등 7개다. 나머지 축제는 시·군 혹은 민간단체가 주최하는 축제로, 청도 소싸움축제 등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축제도 있다. 그러나 상당수 축제는 타 지역 축제와 유사하거나 효과가 떨어져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울진대게축제(4월6~8일)와 영덕대게축제(4월13~15일)가다음달 열릴 예정이나, 일주일 간격을 두고 인접 지역에서 경쟁적으로 대게축제가 열려 관광객 분산, 비용 중복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경주에서 열리는 신라문화제의 경우, 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열리는 해에는 비슷한 프로그램으로 열려 시민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 또 '한국의 술과 떡잔치' 축제 때도 현장에서 직접 떡을 만들기도 하지만 대부분 떡집 등에서 대량으로 만든 떡을 가져다 판매해 관광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읍·면 단위로 열리는 상당수 축제에 대해서는 '예산 나눠먹는 동네 축제'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민선 단체장 출범 이후 표를 의식해 각 읍·면 단위로 축제 예산을 나눠, 관광객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본연의 목적보다는 축제를 주민들이 먹고 마시는 동네잔치로 전락시켰다. 이 때문에 포항시 등 일부 시·군에서는 유사 축제의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 포항시는 국제불빛축제와 호미곶해맞이축제는 포항의 대표 축제로 규모를 키우되, 겨울철의 과메기축제와 여름철의 해변축제는 폐지할 방침이다. |
"울진-영덕 대게축제 함께 열어라" | ||||||
◇ 경북지역 각종 축제 실태
대게·사과 등 지자체간 따로 개최 많아
경쟁력 상실·예산 낭비·지역갈등 초래
일부 시·군만 격년제 실시·폐지 등 나서
울진군은 1억원의 예산으로 다음달 6일부터 사흘간 후포항 한마음광장에서 '제8회 울진대게축제'를 연다. 일주일 뒤인 13일부터 사흘간은 영덕군이 7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삼사해상공원 등지에서 '제10회 영덕대게축제'를 갖는다. 두 지자체 대게축제의 프로그램은 대게잡이, 대게 무료시식, 연예인 초청공연 등으로 비슷하다. 이 때문에 일주일 간격을 두고 인접 지역에서 각자 대게축제를 개최하기 때문에 관광객 분산 등으로 생산적인 축제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높다. 울진군과 영덕군은 수십년간 대게의 원산지, 생산량 등을 놓고 자존심 대결을 벌이고 있어 지역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유사축제 통폐합해야 울진군과 영덕군이 비슷한 시기에 같은 성격의 축제를 열면서, 축제의 경쟁력이 상실되고 예산도 낭비되고 있는만큼, 대게축제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많다. 두 지자체가 함께 축제를 열어 경쟁력있는 축제로 발전시키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최근 김용수 울진군수가 김병목 영덕군수에게 대게축제를 함께 열 것을 제의한 바 있다. 축제를 공동 개최해 중복되는 예산을 줄여 행사 규모를 키우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두 지자체의 이해관계가 복잡해 공동 개최는 어려울 것이란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 영주시는 풍기인삼축제를 비롯해 부석사 화엄축제, 소백산철쭉제, 단산포도축제 등 영주에서 열리는 8개 축제에 8억5천여만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이들 축제의 통폐합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해부터 소백문화제는 풍기인삼축제와, 소백예술제는 소백산철쭉제와 같은 시기에 열리고 있다. 특산물축제로 성격이 비슷한 이산수박축제와 단산포도축제, 부석사과축제는 풍기인삼축제와 통폐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영양군은 고추문화축제와 군민체육대회가 매년 별도로 열려 행사의 중복과 예산의 이중낭비라는 지적을 받자, 올해부터 고추문화축제와 군민체육대회를 격년제로 열기로 했다. 유사축제의 통폐합논의는 지난해 경북도내 시장·군수회의에서도 거론됐다. 또 최근에는 도내 시·군 축제 담당자들이 모여 유사축제의 통폐합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인식을 같이했다. 유사축제의 통폐합이 실현될 때, 청송·안동·문경·영주 등 시·군별로 별도로 열리는 사과축제가 통합될 것으로 전망된다. #포항은 축제 통폐합키로 포항시는 예산지원에 비해 효과가 크게 없는 축제를 올해부터 폐지하거나 통합할 방침이다. 포항시는 성공적인 축제라는 평을 받고 있는 국제불빛축제와 호미곶해맞이축제는 존속시키되, 겨울철의 과메기축제와 여름철의 해변축제는 폐지하기로 했다. 또 매년 8월쯤 열어온 해병축제는 국제불빛축제에 통합시킬 방침이다. 반면 올해 국제불빛축제 예산은 지난해 13억5천만원에서 16억원으로 늘리고, 종전에는 하루만 실시하던 축제일수도 올해는 7월28일부터 9일간으로 늘리는 등 행사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편장섭 포항시 축제관리담당은 "그동안 행사가 흩어져 예산투자에 비해 효과가 의문시돼 왔으나 올해부터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각종 축제를 통폐합해 규모는 키우기로 했다"고 말했다. #축제없어도 고민 다른 지자체가 유사 축제의 통폐합 여부에 고민하고 있는 반면 구미시는 시민화합, 지역홍보,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축제개최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으나 마땅한 축제를 발굴하지 못해 속앓이를 하고 있다. 구미시는 민선시장 취임 이후 몇년동안 문화예술행사와 읍·면·동 대항 체육대회를 묶어 구미시민축제라는 이름으로 개최했으나, 2004년 이후 중단됐다. 구미시는 지역의 대표적인 축제를 발굴하기 위해 2005년 축제개발위원회도 구성했으나 지금까지 축제를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미디축제'를 개최하자는 주장까지 나오지만 구미 고유의 축제를 개발하진 못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