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경제지』<조선시대 농촌 백과사전> 완역에 19명 팔 걷었다

[수일재]

『임원경제지』<조선시대 농촌 백과사전> 완역에 19명 팔 걷었다

   게재일 : 2004년 11월 16일  [20면]  글자수 : 1775자  
   기고자 :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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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벼슬하여 세상을 구제하는 방법을 말하지는 않겠다. 선비들이 향촌에서 살아가는 실질적 방도에 관한 지식을 제시하겠다."

조선 후기 실학자 풍석 서유구(1764~1845)가 자신의 저서인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서문에서 한 말이다. 조선시대의 대표적 농촌 생활백과전서인 『임원경제지』가 처음으로 완역된다. 다산 정약용(1762~1836)의 『여유당전서』와 함께 20세기 이전 최대의 개인 저술로 평가받는 책이다.

원고지 2만7000장 분량의 방대한 저서는 모두 40권의 책으로 나뉘어 2006년 말까지 지식산업사(대표 김경희)에서 출간된다. 첫 권은 내년 초 나올 예정.

『임원경제지』의 완역은 의외의 산물이다. 이 정도 규모의 번역이라면 대개 번역 위원회를 구성하고 중진급 교수를 위원장으로 내세우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임원경제지』 완역에 겁도 없이 뛰어든 이들은 19명의 30대 젊은 연구자다. 정명현(35·서울대 박사과정·과학사), 전종욱(35·한의사), 이동인(37·서울대 국사학과 석사), 민철기(33·연세대 철학과 석사)씨 등이 그들이다.

전공이 제각각인 19명은 모두 '한림대 태동고전연구소' '도올서원' '선경고등교육재단' '유도회' 등 한문교육기관에서 공부한 공통점을 지녔다. 2003년 초 첫 모임을 연 뒤 현재까지 총 번역의 60%를 마쳤다.

번역을 기획한 정명현씨는 "『임원경제지』는 농업·어업은 물론 음악·미술까지 다루지 않은 분야가 없을 정도로 방대해 번역자 한 사람만으론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공이 다양한 한문 해독자 위주로 팀을 꾸렸다"고 밝혔다.

이들의 '무모한 도전'은 의외의 후원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영어학원을 운영하는 송오현(39)원장의 지원이 그것이다. 흥미롭게도 영어 관련 사업에서 번 돈으로 한문 고전 번역을 돕는 셈이다.

번역 원고료 3억원을 제공한 송 원장은 "1995년 정명현씨를 학원강사로 처음 만난 것이 인연이 됐다"며 "『임원경제지』가 어떤 책인지 잘 알지는 못하지만 젊은 학자들의 꿈과 포부를 살려주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문제는 번역의 완성도다. 국역 전문기관인 민족문화추진회의 박소동 교수는 "『임원경제지』는 필사본이기 때문에 오류가 많아 교감작업이 필수"라며 "민족문화추진회의 번역 목록에도 올려놓곤 있지만 손을 못 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명현씨는 "교감작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면서 "정직한 번역을 원칙으로 삼고 토론과 자문을 통해서도 모르겠으면 모르겠다고 솔직히 번역문에 밝힐 것"이라고 했다. 훗날 더 완성된 번역본을 기대한다는 뜻이다. 번역본에는 원문과 원본 속 그림도 함께 싣는다.

『임원경제지』= 정약용과 동시대를 산 서유구는 요즘 말로 하면 거대담론인 성리학의 논어·맹자 이야기를 제쳐놓았다. 대신 농사·축산·어업·원예·건축·의복·염색·식품·의학·재테크·지리 등 각종 실용 정보를 모두 16개 장으로 나누어 정리했다. 한마디로 관직에 나아가지 않은 선비가 농사도 짓고 품위도 유지하면서 사는 방도에 관한 지식을 집대성한 책으로 평가받는다.

조선 후기 실학 가운데서도 이용후생학파의 대표서로 꼽히지만 그 분량의 방대함과 내용의 다양성 때문에 아직까지 번역되지 않았다. 원본은 모두 113권 52책. 이번 번역은 서울대 규장각 영인본을 저본으로 했고, 일본 오사카시립도서관 소장본을 참고했다.

배영대 기자

[수일재]

시작은 좋으나, 결과물이 언제쯤 나올지 ? 이들의 끈기있는 도전에 기대가 큽니다. 허장성세가 되시질 말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