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억새 보러 갑시다 (억새 관광명소)

가을은 대충 억새꽃만큼이나 길다. 9월 중순쯤부터 산과 들에 피기 시작하는 억새꽃은 12월까지 볼 수 있다. 요즘 억새는 푸른 줄기와 하얀 잎이 색 대비를 이뤄 마른 줄기에 솜털꽃만 남은 만추의 억새와 다른 느낌을 준다. 가을의 분위기 메이커 억새꽃길을 걸어보자. 매우 현란한 억새꽃을 제주도에서 만났다. 한라산 기슭(중산간 지역)은 어디든 억새가 많다. 제주도 억새꽃은 내륙과 달리 빨간빛이 섞여 있다. 드넓은 창공 아래 산들거리는 가을바람, 풀을 뜯는 조랑말, 바람에 연방 고개를 숙이는 ‘가을의 정령’을 관광객들은 열심히 카메라에 담는다. 사람 키만한 억새밭을 사뿐히 걸으며 눈부신 꽃의 이미지를 가슴에 담는 처자들도 있다. 북제주군 조천읍 교래리에 있는 ‘산굼부리’는 제주도의 으뜸 억새명소다. 산 정상에 용암이 분출해 생긴 일반적인 분화구와 달리 이곳은 평지나 다름없는 땅이 푹 꺼진 지형을 띠고 있다. 그 크기가 한라산의 백록담보다 더 크다. 이 분화구에는 난·온대성 식물이 약 420종 서식하는 식물의 보고다. 산굼부리 관광지의 총면적은 약 18만평에 이르며 억새밭은 남서쪽 사면 약 5만평에 펼쳐져 있다. 해가 서쪽에 걸리는 오후에 억새밭 중앙에 난 500∼600m 길이의 산책길을 따라 걸으면 역광에 눈부신 풀꽃이 꿈결처럼 나풀거린다. 이곳은 사유지이며 억새보호를 위해 해마다 1월 초부터 9월 말까지 일반인의 출입을 금지한다. 올해는 지난달 30일 개방했다. 규모는 작지만 분화구 북쪽 사면에도 고운 억새밭이 펼쳐져 있다. 입장료는 2000원. 산굼부리 관리사무소 (064)783-9900 그밖에 제주도에서 억새가 집중적으로 자라는 곳은 성읍민속마을에서 성산일출봉을 잇는 1119번 도로변과 최남단 섬인 마라도이다. 삼굼부리로 가는 가장 쉬운 방법은 제주공항에 내려 렌터카를 타고 11번도로를 따라 서귀포 방향으로 가다 1112번 도로와 만나는 삼거리에서 교래리쪽으로 좌회전해 숲길을 7.3㎞ 간다. 서귀포시 월드컵경기장 옆 ‘비치빌 서귀포 유스호스텔’(064-739-0114)을 이용하면 좋다. 유스호스텔 객실(침대 8개)이 2개 있으며 회원 2만원, 비회원 2만5000원. 콘도식 방도 있다. 19평(4인) 주중 13만8000원, 주말 15만8400원. 27·36·55평형도 있다. 산굼부리 인근에 ‘교래민박’(783-9788) 등 민박집이 다수 있다. 버젯렌터카(서울 080-470-1000.제주 080-748-2727)는 새 차만 갖고 있다. 24시간 기준 베르나 6만5000원, 아반떼XD 8만원, 카니발Ⅱ 15만원. 이맘 때 가보면 좋을 전국의 억새 명소들을 알아본다. ●명성산(경기도 포천군과 강원 철원군 경계) 신라의 마의태자가 망국의 한을 품고 금강산으로 향하다 엉엉 울었다 해서 산의 이름이 ‘통곡(鳴聲)하는 산’이다. 억새는 이 산의 삼각봉 9부 능선에 무더기로 자라고 있다. 명성산의 억새는 남한지역에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우며 지금부터 한창 볼 만하다. 12~13일 축제가 열린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상당히 가파르지만 우회하면 노약자도 쉽게 오를 수 있다. 왕복 3시간 정도 걸린다. 명성산 주변은 경관이 매우 빼어나다. 산정호수를 통해 산을 오르면 비선폭포, 등룡폭포 등 절경이 등산로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포천군청 문화관광과 (031) 530-8063 ●화왕산(경남 창녕군) 화왕산은 봄에는 진달래가 산을 덮고 가을에는 억새가 물결을 이룬다. 등산로 입구는 진흥왕 순수비가 있는 창년여중이다. 억새가 만발한 정상까지는 약 1시간30분 걸린다. 가파른 ‘환장고개’를 올라서면 화왕산성에 둘러싸인 억새 군락지가 나타난다. 5만평도 넘는 군락지다. 화왕산 인근에는 원시 생태를 고이 간직한 국내 최대의 늪인 우포늪이 있다. 억새와 갈대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창녕군청 문화공보실 (055)530-2231 ●재약산 사자평(경남 밀양시) 한반도에서 가장 큰 억새군락지. 해발 1000m가 넘는 가지산과 재악산 사자봉 사이에 고원이 펼쳐져 있다. 억새밭 넓이는 무려 125만여평. 표충사에서 오르는 방법과 쌍폭포를 지나 고사리 마을로 들어가는 코스 두 가지가 있다. 첫번째 길은 20~30분 정도 빠르지만 길이 가파르고, 쌍폭포로 돌아가면 완만하다. 고사리마을에서는 찻길을 따라가면 된다. 인근에 사명대사가 임진란 때 3000여명의 승병을 이끌고 왜군에 맞섰던 표충사가 있다. 물맛 좋은 샘이 있다. 그밖에도 신불산과 간월산을 잇는 능선 등 이른바 영남알프스에는 억새 군락지가 많다. 야영을 하며 달밤에 억새를 구경하면 금상첨화다. 밀양시 단장면사무소 (055)356-1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