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사랑 Ⅱ CLASI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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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에서 |최영미 시
꽃이 피는건 힘들어도 지는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생각할 틈 없이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건 쉬워도 잊는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
아도니스를 위한 연가|최영미 시
너의 인생에도 한번쯤 휑한 바람이 불었겠지 바람에 갈대 숲이 누울 때처럼 먹구름에 달무리 질 때처럼 남자가 여자를 지나간 자리처럼 시리고 아픈 흔적을 남겼을까 너의 몸 골목골목 너의 뼈 굽이굽이 상처가 호수처럼 괴어 있을까 너의 젊은 이마에도 언젠가 노을이 꽃잎처럼 스러지겠지그러면 그때 그대와 나 골목골목 굽이굽이 상처를 섞고 흔적을 비벼 너의 심장 깊숙한 곳으로 헤엄치고프다 사랑하고프다 |
슬픈 카페의 노래|최영미 시
언젠가 한 번 와본듯 하다 언젠가 한번 마신듯 하다 이 카페 이 자리 이 불빛 아래 가만있자 저 눈웃음치는 마담 살짝 보조개가 낯익구나 어느 놈 하고서였더라 시대를 핑계로 어둠을 구실로 객적은 욕망에 꽃을 달아 주었던건 아프지 않고도 아픈척 가렵지 않고도 가려운척 날새워 밤새워 핥고 할퀴던 아직 피가 뜨겁던 때인가 있는 과거 없는 과거 들쑤시어 있는 놈도 없는 년도 모다 모아 도마 위에 씹고 또 씹었었지 호호탕탕 훌훌쩝쩝 마시고 두드리고 불러제꼈지 그러다 한두 번 눈빛이 엉켰겠지 부끄럽다 두렵다 이 카페 이 자리는 내 간음의 목격자 |
북한산에서 첫눈 오는 날|최영미 시
미처 피할 새도 없이 겨울이 가을을 덮친다 울긋불긋 위에 희끗희끗 층층이 무너지는 소리도 없이 죽음이 삶의 마지막 몸부림 위에 내려앉는 아침 네가 지키려한 여름이 가을이 한 번 싸워 보지도 못하고 가는구나 내일이면 더 순수해질 단풍의 붉은 피를 위해 미처 피할 새도 없이 첫 눈이 쌓인다 |
혼자 사랑|도종환 시
혼자서만 생각하다 날이 저물어 당신을 모르는체 돌아 갑니다. 혼자서만 사랑하다 세월이 흘러 나 혼자 말없이 늙어 갑니다. 남 모르게 당신을 사랑하는게 꽃이 피고 저 혼자 지는 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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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이름을...|도종환 시
그대의 이름을 불러 보고 싶어요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 그대와 조금 더 오래 있고 싶어요 크고 작은 일들을 바쁘게 하며 그대의 손을 잡아 보고 싶어요 여럿 속에 섞여서 아무렇지도 않은듯 그러다 슬그머니 생각을 거두며 나는 이것이 사랑인줄 알아요 꽃이 피기전 단내로 뻗어 오르는 찔레순같은 오월 아침 문 열고 하늘을 바라 보는 마음같은 이것이 사랑인줄 알아요 사랑인줄 알아요 그러나 나의 사랑이 그대에게 상처가 될까봐 오늘도 말 안하고 달빛 아래 돌아 와요 어쩌면 두고두고 한 번도 말 안하고 이렇게 살게 되지 생각을 하며 혼자서 돌아 와요 혼자서 돌아 와요 |
그렇지요|하종오 시
올때쯤이면 오겠지요 그렇지요 생사람으로 아니온다면 죽은 사람으로 오겠지요 그렇지요 1| 이 땅에 남는 길은 삶과 죽음 삶과 죽음 한꺼번에 있으니 살아있으면 보겠지요 그렇지요 2| 죽어도 이 땅에만 묻힌다면 무덤으로 이 산 저 산 바라보며 서로 만나 보겠지요 그렇지요 3| 더구나 살아 가고 있다면야 이 사연 저 사연 가슴으로나눌 날이 오겠지요 그렇지요 |
미아리|하종오 시
미아리 색색불빛 빛나는 골목에 연등 밝히고 네가 머물렀다 갔니 한 상에 얼마 받고 벗은 알몸으로 연꽃 피우고 떠났니 젓가락 두드리며 넘어 가는 노래 위에 흐느끼며 흐느적거리는 너를 보네 옆에 앉아 다리 꼬며 키들거리는 저 아이 눈 속에 두 손으로 가슴 가리고 눈 웃은 치며 비비꼬는 저 아이 눈 속에 낙동강 물이 넘실거리며 흘러 나도 흘러 에헤라 풍덩 칠백리 물길에 풍덩 에헤라 김해 평야가 굽이치며 누워 나도 누워 에헤라 벌렁 가없는 들녘에 벌렁 에헤라 남쪽 바다 남쪽 바다 널 기다리게 하고 날 떠나가게한 남쪽 바다 남쪽 바다 울고지고 울고지고 사무치는 네가 보이네 저 아이 흰 젓가슴 새로 돋는 살결 속에 취한 몸 기대며 어깨에 팔을 얹고 저 아이 흔들리며 깔깔 웃는 살결 속에 흐느끼며 흐느적거리는 너를 보네 술잔을 부딪치며 철벅철벅 술위로 너 연꽃 피워 올리고 언제 왔다가 갔니 거리낌 없이 환한 이 미아리에 텍사스 이 텍사스 거리에너 우리나라 여자로 어떻게 떠났니 너 너 너 |
정이었다|하종오 시
정, 정이었다 그 사람을 바라는 정이었다 그 사람에게 나를 주는 정이었다 정, 정이었다 그 사람에게 나를 주는 정이었다 햇빛이 식는 길가에 가랑잎 바스라지는 가로수 밑에 그 사람 없고 내가 있고 어두워 모두 문 잠그는 낯선 곳에 내가 없고 그 사람 있을텐데 무엇이 나를 울리나 정, 정이 된다 내가 나를 거듭 바라보고 정이 된다 정, 정이 된다 이 세월을 살아 내가 온통 정이 된다 저지선 앞으로 달려 갔던 발걸음은 먹구름 짙게 덮였던 하늘은 돌멩이 집어 들고 서 있던 땅 한 모서리는 정이었다 정, 정이었다 그 사람이 바라는 정이었다 정, 정이었다 그 사람을 내게 주는 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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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었을까|하종오 시
비 구죽죽이 내리는 저녁 사창가 골목에서 내게 다가와 살그머니 팔 걸었다가 되돌아 가는 그 사람 당신 아니었을까? 갓난 아이 안고 시장 모퉁이 좌판 옆에 돌아 앉아 낡은 쉐타 헤쳐 젖 물리고 앉았는 이 당신 아니었을까? 내 곁에 남아 있었으면 서른 세살 깊은 밤 풀벌레 울려서 날 흔들어 놓고 미쳐 마음을 거두어 가지 못했던 사람 가을엔 꽃향기 다 가져 가고 시튼 풀만 남겨 주었던 사람 내 곁에 남아 있었으면 사람을 아는 서른 세살 담 너머 방석집 희미한 골방에서 노래 부르며 하염없이 젓가락 두드리다 간들어지는 그 사람 당신 아니었을까? 닭장차 타고 수갑에 채여 가다가 괴로운 내가 쳐다보면 황급히 쇠그물망 사이 푸른 소매로 얼굴 가리고 고개 돌리던 그 사람 당신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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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윤동주 시
쫓아 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려 있네 첨탑이 저렇게 높으니 어떻게 올라갈 수 있으까 종소리도 들려 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우러나는 피를 흘리겠네 어두운 하늘밑에 조용히 흘리겠네 흘리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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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er: 마도원 Co-Producer: 전경옥 Executive Producer: 음악 수용자를 생각하는 모임 Associativ Producer: 민족음악연구회 Music Director: 마도원 Compositions: 이건용 Lyrics: 도종환, 윤동주 , 최영미 , 하종오 Guest Singers: 송창식, 안치환 Classic Guitar: 이성우 Accoustic Guitar: 마도원(십자가) Record at Gong Studio| Seoul. 1997 Mixed at Gong Studio | Seoul. 1997 Mastered at Artistic Optimist Studio | Seoul. 1997 Recording Engineer : 오영훈 (Gong Studio) Mastering Engineer : 김병극 Photography : 김영수. 이장희 Design : 문지숙 (날개집) Printing : 정경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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