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에 사는 알렌 워델(Alan Wadell)이란 노인은 91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지도에 표시된 시드니 지역 길의 80% 이상을 걸어보았다고 한다. 그가 가지고 있는 지도에는 그가 걸었던 길을 거의 모두 빨간 색깔로 표시해 두었다. 그는 회계사를 은퇴한 후 남은 노후를 시드니 거리를 모두 걸어보는 것으로 결심하고 그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지도를 보고 거리 이름에 따라 자동차가 많이 다니는 큰 길이나 숲속으로 이어지는 한적한 거리, 그리고 파도 치는 해변 거리를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그의 소박한 목표를 위해 열심히 걷고 또 걸었다고 한다. 그는 앞으로 나머지 거리도 다 걸어볼 계획이라고 한다. 나이 90이 넘었지만 다만 어깨가 조금 굽어진 것 외에는 대체로 건강한 모습이었다. 호주의 평균수명은 남자가 78세로 세계 4위다. 호주보다 평균수명이 높은 국가는 일본, 아이슬랜드, 스웨덴 순인데, 모두 평균연령이 78세, 또는 그보다 약간 높은 것뿐이다. 여자는 일본 85세, 프랑스 84세, 스위스 83세, 스페인 83세, 그리고 호주가 5위로 83세이다. 한국도 근래 평균수명이 높아져 남자는 73세, 여자는 80세로 점차 장수국으로 진입하고 있다. 그전엔 드물게 볼 수 있었던 ‘고희’의 70세 노인들이 이제는 말 그대로 수두룩하고 80세, 심지어 90세가 넘은 노인들도 꽤 눈에 띈다. 참으로 획기적인 인간 수명의 변화가 아닐 수 없다. 호주와 같은 부한 국가는 노인들의 생활은 물론 모든 문제를 거의 정부가 가족을 대신해서 돌보아 주고 있다. 날씨가 청명한 가을철을 맞이하여 각 주 정부들은 노인들을 위한 주간(Seniors Week)을 정하여 이 기간 동안은 많은 행사를 벌여서 모든 국민들이 노인들에 대한 관심을 가지도록 한다. 호주 정부는 노인 문제는 선진국의 의미로 간주하고 복지문제 중에 제일로 간주하고 있다. 호주 평균연령 남자 4위, 여자 5위 순
사실 노인문제는 노인만의 문제가 아니고 모든 국민의 문제이다. 어느 누구라도 나이가 들면 노인이 되기 때문이다. NSW주는 지난 4월 2일부터 9일까지를 노인주간(Senior Week)으로 정하고 주정부 주관 하에 다채로운 행사를 벌였다. 시상식, 음악회, 댄스파티, 전시회 등 시드니의 높고 푸른 하늘 아래에서 푸짐한 행사가 이어졌다. 그러나 이곳에 와서 살고 있는 이민자 노인들이 참가하는 비율은 그리 많지 않다. 시드니나 멜번 등 낯선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한인 노인들은 백인사회에서 외딴 섬처럼 살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언어장벽이 문제다. 언어가 약간 통한다고 해도 그들의 문화생활과 스포츠 등 관심거리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깊은 대화를 나눌 수가 없다. 그 다음 교통문제이다. 운전을 하지 못하므로 넓은 지역의 생활이 여간 불편하지 않다. 신체검사까지 받고 건강한 몸으로 호주에 왔던 이민자 노인들은 언어불통과 교통문제로 답답함을 느끼며 살아간다. 또한 자녀들이나 어느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서는 아무 곳에도 가지 못하는 무력감 때문에 더욱 빨리 늙어가는 것 같다고 한탄하는 분까지 있다. 그러나 이곳에 오래 살았고 영주권이 있는 이들은 정부로부터 집이며 의료혜택을 누리며 살아간다. 그리고 매주 정부로부터 생활비를 꼬박꼬박 받아 풍족하지는 않지만 어렵지는 않게 살아간다. 하지만 자녀들이 이곳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한국에서 집까지 팔고 왔으나 그 돈마저 자식의 사업자금으로 주고 영주권조차 얻지 못해 아무런 정부의 지원도 없이 사는 노인들의 경우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감당하고 살아가야만 한다. 시드니 지역 한인 교회가 200개 정도 있으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노인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교회는 그리 많지가 않다. 목요일 하루이지만 경로대학을 운영하면서 영어를 가르쳐주고 노인들에게 점심과 교통편을 도와주는 교회는 시드니 순복음교회(당회장 정우성)뿐이다. 또 이곳 체육회 산하 유도회에서 젊은이들이 주관이 되어 해마다 노인 초청 잔치를 벌이고 있고, 근래에는 한 여행사에서 목요일마다 노인들에게 점심을 대접하면서 관광을 시켜주고 있다는 고마운 소식도 있다. 교포 노인들 중에는 오래전 이곳에 정착한 이들이나 여유있는 노인들 중에는 배를 타고 여행을 즐기거나 골프장에서 골프를 즐기며 여생을 즐기는 분도 있고, 주간에 시드니 근교에 등산을 다니면서 즐기는 이들도 많다. 식물인간(네타키리) 되지 않으려면 열심히 움직여야...
나이가 들수록 몸을 많이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활동 없이 집안에서만 있으면서 새로운 환경에 도전을 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 보면 우울증이나 기타 만성질환에 시달리게 되고 급기야는 움직일 수 없는 몸이 되어 병원 신세를 지고 가족들에게 아픔을 주게 된다. 의사들은 대부분의 질병은 운동을 통해서 예방을 할 수 있다며 노인들에게 운동을 권장하고 있다. 우리와 입장이 비슷한 일본의 고령화 사회 문제점을 생각해 보자. 노인들 중에 가장 무섭게 생각하는 것은 치매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식물인간이 되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그것을 ‘네타키리’라고 부른다. 자리에 누워서 용변을 보고 음식도 남이 떠주어야 겨우 넘길 정도이다. 이런 환자가 일본에서는 120만 명이 되며 거의 대부분의 병원 베드(침상)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인은 나이가 들면서 생기게 되는 뇌졸중이 31.7%가 되지만 그 다음은 빠른 노쇠현상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특별한 질병이나 골절을 당하지 않더라도 점점 신체 기능이 떨어지면서 ‘네타키리’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80세 이상인 경우 이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 경우가 10-13%이고 85세 이상이 되면 20-23%가 된다. ‘네타키리’는 아무런 운동이나 자극이 없는 생활을 함으로써 대부분 치매로 이어진다. 이런 부모를 돌보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네타키리’가 되는 것은 한 순간이라고 한다. 뼈에 금이 가서 한 달 정도 누워서 지냈는데 그 뒤에 자리에 일어나지 못하게 되었다고 하며 감기로 1주일간 누워 그 뒤로 다리에 힘이 없어 일어나지 못하고 바깥 출입을 못하다가 ‘네타키리’가 되었다는 것이다. 노인들이 잠시만 움직이지 않아도 몸이 굳어버리고 심장기능이 급격히 떨어진다고 한다. 그런데 스웨덴과 같은 고령화 사회의 경우, 골절이나 뇌졸중으로 입원한 사람들에게는 이런 ‘네타키리’ 현상이 많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곳에는 환자가 입원하면 즉시 근육운동인 물리요법을 취하고 있는데 반해 일본은 누워만 있게 하고 있다는 점이 다른 것이다. 이것은 마치 우주 비행사들이 무중력 상태에서 근육을 사용하지 않고 며칠 후에 돌아오면 근육이 10-15%가 줄어들고 뼈가 물러져 우주선 안에서 꾸준히 운동을 시켜서 근육의 운동을 시키는 것과 같이 노인이 되면 반드시 운동을 해야 하며 누워 있지 말고 외출을 해야 한다는 이론이다(‘야마도 마치에서 만난 노인들’에서 인용). 그러므로 노인이 될수록 많이 움직여야 하며 침상에 눕는 일을 삼가야 한다는 것이다. NSW 주 노인주간에 91세의 알랜 웨델(Alan Wedell 91세) 씨가 왜 힘들게 시드니 거리를 걸으며, NSW주 정부가 그에게 상을 주는 이유를 이해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