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예에세이
봄의 길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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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일 / 대구시의사회 사무처장
사회복지학 박사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올해는 4월 초까지 이어지고 있다. 긴 겨울을 보낸 화훼단지의 예쁜 꽃들이 나들이를 위해 오가는 차량들을 불러 세우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나도 춘심을 어쩌지 못해 그들 틈에 끼여 설레는 마음으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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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꽃들이 피어나는 화원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아름다운 꽃들의 모습에 넋을 놓고 있으면 잡다한 세상살이의 일들은 금세 잊어버리게 된다. 화사하고 예쁜 꽃들이 좋아 보고 또 보며 마음을 주어 보지만 “더 이상 화분수를 늘렸다가는 지금 있는 꽃나무들을 모두 갖다버리겠다”는 아내의 엄포에 고민을 거듭하게 된다.
그러나 끝내 화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화분 하나를 골라 집안으로 들여놓을 궁리를 짜내어보지만 해가 거듭할수록 아내가 웬만해서는 잘 속지를 않는터라 시장에 간 틈을 타서 잽싸게 베란다에 들여놓고 시치미를 뚝 떼는 것이 상책이다. 그렇게 한 식구가 된 화초를 드나들며 보고 정을 주면 사랑스럽고 예쁘기 그지없다.
봄은 홀로 오는 것이 아니라 꽃과 함께 온다.
숨 막히는 회색공간 속에서 정신없이 살아가는 일에 매달리다 보면 나도 모르게 삭막하고 메마른 석조인간이 되어 있음을 느낀다. 황량하고 거칠어진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참 나의 모습을 되찾게 하는 것이 바로 봄의 전령인 꽃이 아닌가 싶다.
꽃은 우울한 마음도 금세 환하게 하는 신기한 마력을 가졌다.
복잡한 오늘을 살아가면서 어느 집을 막론하고 화초 몇 개쯤은 가꾸며 살아갈 것이다. 애지중지 정성을 들여 화초를 가꾸기도 하지만 천덕꾸러기 취급을 하기도 한다. 화초는 개의치 않고 철 따라 고운 잎과 예쁜 꽃을 피워낸다.
꽃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같이 속내도 깊은가 보다.
내가 키우는 꽃나무는 콩고에서부터 단풍나무, 인삼팬더, 벵갈고무나무, 미스킴라일락, 안슈리움, 봉의 꼬리 등 작은 꽃집 하나를 차려도 될 만큼 웬만한 종류의 꽃은 다 있다.
그렇다고 특별히 비싸거나 감탄을 자아낼 만큼 멋지거나 자랑할 만 한 것은 없다. 그저 흔하게 아무데서나 볼 수 있는 것들이다. 돈을 주고 사온 것도 있고 그냥 얻어온 것들도 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예쁘고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가꾼 대로 마음을 준대로 싱싱한 잎을 내고 꽃을 피우기에 바라보기만 해도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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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주했던 하루가 조용히 어둠에 묻혀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억센 목소리가 잦아들 시간에 다듬잇돌 위에 차 한 잔을 올려놓고 꽃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세상사 부러울 것이 없다. 꽃들의 합창이 들리고 웃음소리가 난다. 내 찻잔 속에는 살아있음의 감사와 행복이 있다.
꽃은 언제 어느 때 보아도 좋다. 그저 바라만 보아도 좋은 사람처럼 보기만해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같은 흙에 같은 뿌리를 내리고 같은 물을 먹는데도 어떤 녀석은 진한 선홍빛 꽃으로 또 어떤 녀석은 노랗고 파란색의 꽃을 피워낸다. 가꾼 대로 푸른 잎과 꽃을 피우는 화초는 마술사다.
퇴근을 해서 맨 먼저 찾는 것이 베란다의 화초다. 화초들은 매일같이 내 발걸음과 손길을 먹고 자란다. 행여 목이 마른 녀석은 없는지? 혹시 벌레가 생겨 가려워하는 녀석은 없는지를 살펴보는 시간이면 그들의 속삭임까지 들을 수 있다.
정성을 들여 가꾼 화초가 환한 웃음으로 답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그렇게 화초를 돌보다가 화초 앞에 벌러덩 드러누워 파아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으면 세상이 온통 내 것이 된 기분이다.
올해도 긴 겨울을 이겨내고 따스한 햇살을 받아 미스킴 라일락과 긴기아넘이 하얀꽃을 피워 코끝을 찌르는 진한 향내가 집안에 가득하다. 정을 준 만큼, 가꾼대로 꽃을 피워내는 화초는 자신을 속이지 않는다. 바쁜 일상에서 머리를 식히며 마음의 평정을 찾는데는 화초보다 더 좋은 것이 없는 것 같다. 조급한 마음으로 까닭없이 남을 미워하고 헛된 욕심에 허덕이는 마음에서 벗어나려면 이 봄에 꽃을 가꾸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작은 것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아쉬운 오늘의 생활에서 메마른 감성을 되찾는데는 무엇보다 꽃을 가꾸는 마음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 2012년 4월 >
첫댓글 권재일 처장님.. 좋은 글 주셔서 감사합니다...![꽃](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7.gif)
처럼 행복하세요![~](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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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이심전심...가만히 들여다 보기만 해도 행복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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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사랑하는 마음입니다![^0^](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0.g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