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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쿰부 3 패스, 로왈링「베가님」 스크랩 21.해발 5,535m의 험준한 바위 너덜길...눈보라속 콩마라 패스를 넘다.
베가 추천 0 조회 249 16.10.12 13:38 댓글 4
게시글 본문내용

 

 

 

 

 

환상적인 색깔에 사로잡혀 멈춰진 발걸음을 수도 없이 채찍질 해가며 걸었다.

이제는 호수가 나타났다.

가까스로 겨우 호수임을 알 정도로 운무는 뒤덮어 버렸지만 그 가운데서도 환상적인 색깔의 자태는 여전히 매혹적이었다.

푸르른 빙하가 아닌 황금 호수라고 할까....

 

 

드디어 험준한 바위 너덜길이 나타났다.

그 규모가 얼마나 대단하고 어마 어마한 지, 입이 다물어 지지가 않았다.

어느새 해발 5,550m 콩마라 패스에 오른것이다.

까만 바위가 위험스럽게 쌓아 올려진곳...

작은 두개의 탑 사이로 매달린 형형색색의 파르초엔 세찬 바람에도 불구하고 고드름 처럼 눈발이 주렁 주렁 매달려 있었다.

 

 

정상에 올라 반대편 쪽을 바라보니, 입이 그만 딱 벌어진다.

끝도 없이 가파르게 내리쳐진 검은 바위의 너덜 길....

까마득한 아래로 호수도 보인다.

아이젠도 없는데... 저 눈쌓인 가파른 너덜 내리막을 어찌 내려갈까....

잠깐 아찔한 생각에 두려움이 엄습해 왔다.

 

 

 

 

 

 

정상엔 락파와 펨파, 다와파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위험한 구간이라고, 우리의 배낭을 대신 매주고, 길 안내도 해주기 위해서다. 

해발 5550m의 험준한 꽁마라 패스 정상에 올랐다는 벅참을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벅차해 주었고 환호했다.

 

진눈개비와 바람이 세차서 오래 머물수는 없었다.

우린 잽싸게 사진을 찍고는 하산을 시작했다.

 

 

 

 

 

 

 

 

 

 

스틱을 길게 늘이고, 앞서서 내려가는 포터들의 발자국을 따라 조심 조심 걸었다.

보기에도 아찔할 정도의 가파른 눈쌓인 내리막 너덜길....

무거운 짐을 매고 귀신 처럼 내려가는 그들이 사람 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한 순간에 끝없는 나락길로 추락인 것인데....

 

눈이 점점 더 쌓여가고 있다.

아이젠도 없이 얼마나 힘을 들여 조심 조심 걸었는 지, 어느새 등골엔 한기 대신 식은 땀으로 축축해져 있었다.

 

 

 

 

 

드디어 마의 콩마라 패스를 내려왔다.

그렇다고 고생끝이 아니다.

이제는 거대한 빙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어느곳이 무너져 내릴 지 모르니, 그야말로 포터들이 간 발자욱을 따라 디디며 조심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 위험을 알기에 이번엔 쿡-왕다가 저만치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

세상에 이 추위에 저리 앉아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니~

움직이지 않으면 온 몸이 얼어붙을텐데....

 

 

 

 

 

 

 

시작도 끝도 모르겠을 거대한 쿰부 빙하...

사방이 모레인 지대이고...

또 사방이 이 순간도 '우르릉 쾅' 소리를 내며 무너져 내리고 있는 움직이는 빙하다.

콩마라 패스의 험준한 내리막 못지 않게 위험한 구간이다.

 

 

 

 

 

 

운무에 휩쌓여 잘 보이지 않던 설산이 잠시 유령 처럼 나타났다 사라졌다.

바로 푸모리다.

와아~ 세상에~

이곳에도 거대한 설산이 저 구름속에 가득 차 있는 거였어.

날씨가 좋다면 이 거대한 빙하를 완전히 돌며 해발 6~8천미터급 설산들이 우뚝 솟아 있다는 거잖아~

이곳의 경치도 죽음이겠구먼~

 

 

 

점심을 먹을 만한 장소가 없었으므로 바위로 바람을 막을만한 곳에서 딩부제 삶은 감자로 점심을 대신하고,

초콜릿으로 부족한 영양을 보충하고 트래킹은 계속되었다.

아침부터 내리던 진눈개비는 그칠 줄 모르고 계속 내렸다.

 

운동량에 비해 영양 부족일까??

그나마 남아있던 간식이 든 배낭은 포터가 지고 가 버렸으니,마실 물도 간식도 없고, 체력도 바닥이 났는 지,

트래킹 이후 처음으로 힘듦이 느껴진다.

 

 

 

 

벌써 어디다가 짐을 풀어놓고 왔는 지, 다와파상이 뜨거운 밀크 티를 타가지고 우리앞에 다시 나타났다.

잠시 빙하의 안전지대에 앉아 티를 마시며 휴식을 취했다.

 

 

 

 

 

 

 

 

 

 

이제 쿰부빙하는 끝이 난 걸까....

험준한 바위 너덜지대는 끝이 나고, 또다시 노오란 고산 잔디에 야생화 천국인 풍광이 나타났다.

로부제가 다가옴을 느낀다.

 

 

이제까지의 우리의 걸음으로 보아서 오늘 일정이 어제 일정의 여분까지 합쳐져 매우 늦은 시각에 도착할 거란 예감을 깨고 4시 15분에 로부제에 도착했다.

캠프장에서의 간단한 아침에 점심도 감자 두어개로 때우고 종일 험준한 콩마라 패스에 쿰부빙하를 건넜으니,배도 고프고 춥다.

 

우리 방은 2층.

오래된 롯지라서 시설이 형편없다.

걸음을 뗄때 마다 합판 한 장으로 아슬 아슬하게 지어진 롯지는 심한 삐거덕 거리는 소리를 냈다.

이런 롯지에서 1층은 죽음이다.

옆방에서의 움직임도 마치 옆에 있는것 처럼 인지될 정도다.

 

그나 저나 롯지에 도착하면 따듯한 난로가에서 젖은 배낭과 옷도 말리고, 몸도 뎁히고 싶었거늘, 얼마나 인색한 지 피웠다는 난로가 손을 데고 있어도

데지 않을 정도다. 차라리 침낭 속이 낳을 듯 하여 방으로 올라왔다.

그나 저나 다 젖은 우리의 포터와 키친보이들이 추위에 떨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맘이 안타깝다.

 

기상천외한 생존수단....

이 롯지는 합판에 부직포를 붙여놓은 롯지라서 옷핀으로 그냥 옷을 쑥 쑥 꽂으면 되었다.

쟈켓, 장갑, 모자,배낭커버, 우비,수건을 벽에 꽂으니 방안 가득이다.ㅎㅎ

그러나 날씨도 좋지않고 이 추운곳에서 왠지 전혀 마를것 같지 않다.

 

사실, 다른것은 방수가 되어서 별 문제가 없지만, 밖으로 노출된 배낭 끈과 허리쌕이 문제다.

수건과 코인 티슈로 물기를 어느정도 닦아내고 내일 날씨가 좋을 것을 기약해 본다.

 

 

저녁으로 닭도리탕을 먹었다.

고산이라 그런지, 힘든 일정이라 그런지, 배고픔에 비해 입맛이 썩 돌지 않는다.

배터리 충전을 맡기고, 따듯한 물을 받아 방으로 올라왔다.

배터리 챠지는 시간당 350루피. 워낙 전력이 약해서 무조건 풀챠지로 흥정을 해야한다.

풀챠지로 1500루피(16000원)를 달라고 하는걸 1000루피에 흥정을 했다.

그러나 연일 좋지않은 날씨에 솔라로 충전을 하는 이곳 발전 상태로는 풀챠지 기대는 어렵다.

카메라 배터리 1개의 충전이 이 정도라면 네팔의 물가를 생각했을때 가히 살인적인 물가가 아닐 수 없다. 아니, 사진 찍는다는게 공포수준이다.)

 

10cc정도의 물에 코인 티슈 3장을 불려 세안을 했다.

500cc의 따듯한 물만 있으면 코인 티슈를 불려서 온몸 샤워에 머리까지 감을 수 있다.ㅋㅋ

극한 지역에서의 생존 수단이다.

하지만 5000m의 고산에서 온몸 샤워와 머리 감기는 고산병으로 가는 직행 코스이다.ㅠㅠ

 

날씨가 점 점 좋아지기는 커녕 나빠져 우울한 기분으로 잠이 들었다.

이러다간 정말 EBC에 가서도 아무것도 보지 못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심란함이 극성을 부린다.

 

그래도 어젯밤 결로에 의해 침낭위에 떨어진 물방울에 약간 눅눅해진 침낭이, 사람이 들어가니 이내 따듯해진다.

적어도 이 순간, 히말라야에선 가장 포근한 순간이다.

추운 날씨에 배터리 방전을 막기위해 배터리 가방과 카메라 가방, 내일 입고 갈 옷까지....몽땅 침낭속에 집어 넣었더니,

길이 2m나 되는 길다란 침낭속이 전쟁판이다.ㅎㅎ

 

 

Gustav Mahler
Symphony No.5 In C Sharp Minor


4,1,2,3,5.....순으로 연속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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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6.10.12 20:54

    첫댓글 정말, 정말 대단하십니다. 찬사를 보냅니다
    내년(2017년)의 계획은요?

  • 작성자 16.10.12 23:30

    다시보니 가슴이 울컥해 집니다.
    콩마라,촐라,렌조라, 로왈링의 타시랍차 라..4-pass를 하면서 촐라패스를 제외하곤 정말 날씨가 나빴어요.렌조라를 넘고는 폭설로 모든 라가 블락되었었죠.포기직전 로왈링에 들어섰으니 우리외엔 아무도 없었어요.
    더우기 짐 무게땜에 12발 아이젠만 가져가서 짚신이나 6발 아이젠이 있었음 좀 나았을텐데..정말 온몸이 식은땀으로 가득했죠.
    2017년...
    아직 시간이 있지만 ..
    산티아고를 걸을 겁니다.여행이 계속 이어질 수도 있구요.

  • 16.10.14 08:35

    제가 2013년, 산티아고를 걷고 이어
    폴투갈(포르투, 브라가, 신트라, 리스본, 로카곶 등)을 거쳐
    배로 (스페인 의 알헤시라스에서 ) 아프리카의 모로코(탕헤르 마르케시, 사하라 사막투어, 페스)
    다시 스페인으로 돌아와서 그라나다, 마드리드(세고비아, 톨레도)
    바르세르나(몬세라트)를 약 2개월간 다녀왔습니다
    물론 혼자서....

  • 작성자 16.10.14 09:26

    알고 있습니다.
    멋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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