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물미도로에서 아름다운 조망을 보며 걷는 남파랑길(#40)
2022년 12월 4일 (일) 날씨 : 맑은 후 흐림 기온 : 섭씨 6~7도
거리 : 15km 4시간 동행 : 13명
천하마을 몽돌해변-송정 솔바람해변-초전몽돌해변-항도몽돌해변-보물섬 전망대-물건마을-독일마을
<바람과 나뭇가지>
어느 스승 아래 제자 둘이 있었습니다.
둘은 서로에게 라이벌 의식이 존재하고 있어서 사사건건 의견이 충돌했습니다.
어느 날 한 제자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보며 다른 제자에게 말했습니다.
“바람이 부니깐 나뭇가지가 움직이네.”
그러나 다른 제자가 정색하며 말했습니다.
“식물인 나무가 어떻게 혼자서 움직이겠어. 저것은 나무가 아니라 바람이 움직이는 거야.”
움직이는 것은 바람이다.
아니다. 나뭇가지가 움직이고 있다.
이렇게 시작된 말싸움이 큰 싸움으로 발전되는데 마침 그 모습을 바라보던 스승이 조용히 말했습니다.
“지금 움직이는 것은 바람도 나뭇가지도 아니다.
바람이 불고 있는 곳은 너희의 마음속이고, 움직이고 있는 것은 너희의 마음이다.”
스승은 다시 제자들에게 말했습니다.
“그렇게 세차게 움직이는 마음은 너희 마음의 벽에 부딪혀 상처를 남길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가슴에도 멍을 남기는 법이다.
너희의 마음을 그렇게 움직이는 그 차디찬 바람은 도대체 어디서 불어오는 것이냐?”
스승의 말을 듣고 깨달은 두 제자는 서로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다시는 다른 사람의 언행을 함부로 평가하지 않았습니다.
천하마을 몽돌해변
<남해안은 호수>
포근하던 날씨가 북쪽에서 불어온 찬바람에 기온이 급강하했다. 영하 6~7도에 바람까지 부니 체감 온도는 더 떨어진다.
으스스한 한기를 느끼며 남파랑길 버스에 오르니 더 싸늘함이 엄습한다.
참가자가 13명이다. 땅끝 마을에서 출발한 여정이 절반을 넘어섰는데 참가 인원은 자꾸 줄고 있다.
작은 버스는 신나게 달려 삼천포항을 지나 상주해수욕장 부근 천하마을에 도착했다.
바람막이 재킷을 걸치고 해변을 걸으려니 제법 추위를 느낀다.
종주 팀은 남파랑길 40코스인 산자락으로 휑하니 달려가고 해안길 팀은 송정해수욕장으로 가는 언덕을 오르며 천하마을 해수욕장 해변을 감상했다.
지난 번 마을길에서 보았던 모습보다 언덕 위에서 바라보는 해변은 제법 깔끔하고 아늑했다.
우린 오늘 남해 바래 길을 따라 가며 호수처럼 빛나는 바다를 신나게 감상하며 걷기로 했다.
송림과 반달 모양의 호수 바다는 송정 솔바람 해수욕장의 가장 큰 특징이다.
송정 솔바람해변
송정해수욕장은 깨끗하고 시원한 바닷가 휴양지로 남해에서 단연 돋보인다.
남해답지 않게 쪽빛 푸른 바다와 은빛 모래는 주변의 소나무 숲과 어우러져 찾는 이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관광휴양지로 개발되고 있는 송정해수욕장은 33,058m²(1만여 평)에 이르는 생태주차장과 민박시설이 갖춰져 있다.
관광객을 위한 다양한 편의시설이 있어 가족단위, 단체관광객의 휴양지로 각광받고 있다.
바위로 이뤄진 해안선은 때 묻지 않은 자연의 순수함을 유지하고 있으며 금포해안까지의 바다는 아름다운 호수와 같은 장관을 이루고 있다.
바위로 둘러싸인 호수 같은 해변에 쪽빛 하늘과 바다가 환상의 절경을 보여준다. 왼편에 셜리 스카이워크가 보이는데 미조 항으로 가는 길이다.
셜리 해변과 남쪽 미조 항을 볼 수 있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 19번 도로를 따라 걷기로 했다.
예전 미조 항에서 하루를 묵으며 남해 석양 모습을 촬영하던 장소는 리조트와 스카이 워크가 설치되는 관광지로 둔갑하고 있다.
송정해수욕장도 많은 건물과 펜션이 들어서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미조 마을
남해도 최남단의 미조 항은 아름다운 해안선과 조도, 호도 등 2개의 유인도와 16개의 무인도가 떠 있다.
삼동면 물건리에서부터 미조 항까지의 해안도로(일명 물미도로)는 구불구불한 도로가 계속 이어지는데 철 따라 색다른 느낌을 주는 바다와 섬, 기암괴석 등 남해바다의 절경을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다.
미조 항은 19번 국도의 종점에 있다.
남해의 어업전진기지로, 우뚝 솟은 금산과 푸른 바다의 어우러짐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어항이다.
미조 항에서 뒤쪽으로 난 도로로 들어서면 팔랑 마을-설리마을-송정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해안 드라이브 코스가 있는데, 이 길도 꼭 한번 가볼 만하다.
미조 북항
초전 몽돌 해변
미조마을로 들어서며 이내 미조 항이 바라다 보이는 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남해의 아름다움에 취해본다.
수령이 많이 된 팽나무가 서있는 초전몽돌해변은 방파제와 캠핑장이 있는데 매우 한가하지만 아담하고 조용해서 좋다.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바닷가 캠핑장과 펜션이 함께 조성돼 있다.
고래 이니셜 파크
항도
꾸불거리는 해안 언덕을 지나 항도마을(목도)이라고 새긴 표지석을 만나는데 도로 양쪽에 윤기 가득한 동백나무가 햇빛에 싱싱함을 자랑한다.
약간의 언덕을 오르면 항도를 조망할 수 있는 조망 휴식터가 있는데 멋진 동백꽃이 핀 나무와 두 개의 항도가 그림처럼 보인다.
뒤편으로 미조 항과 미조도가 서 있고 남해의 시원한 수평선이 작은 섬들에 가려 올망졸망한 모습으로 키 재기가 한창이다.
정자에 앉아 근사한 점심을 드는데 제법 맛깔스런 음식들로 포식했다.
멋진 경치와 좋은 사람들 그리고 동백꽃이 환히 핀 정자 안은 그야말로 풍성한 잔칫상이 되었다.
곶감과 과일로 디저트도 들며 배낭 무게를 한껏 줄이니 그야말로 희희낙락이다.
항도 전망대 동백꽃
미조도와 항도
남해군 미조면 송정리 어촌마을에 있는 항도 몽돌해변은 썰물 때 마을 앞바다의 바닷물이 빠지며 마을과 섬을 잇는 목처럼 잘록한 바닷길이 나온다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이름 없이 서 있는 바위와 그 곳의 해안들이 빚어내는 절경, 항도는 남해의 숨은 비경으로 손꼽히는 곳으로 일출 촬영으로도 유명하다.
자그만 섬 두 개는 서로 연결된 것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목섬(항도)은 이름만 들어보면 마치 섬인 것 같지만 물이 들면 마을과 떨어졌다가, 물이 나면 잘록한 바닷길을 드러내 마을과 이어지므로 목 '항(項)'자를 써서 항도(項島도)'라 불리게 되었다.
그 앞에 또 다른 섬 하나가 있는데 이곳의 이름은 '딴 목섬'이다. 목섬인 항도 앞에 있는 섬으로 항도와는 다르다는 뜻에서 붙인 재미있는 지명이다.
팥섬과 노구 방파제
남해 보물섬 전망대(스카이 워크)
수우도와 사량도(지리망산), 아랫섬(칠현산)
<독일 마을로 가는 남해 여정이 행복하다>
산길로 접어든 일행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보물섬 전망대를 지나 꾸불거리는 해안 도로를 걷는데 반가운 5명의 무주 팀을 만났다.
남파랑 길을 같이 진행하다 따로 독립해서 걷고 있는데 반대 방향으로 걸으며 우리를 만난 것이다.
너무 반가워 껴 안기도하고 악수도 하면서 만남을 나눴다. 건강하고 즐겁게 나머지 구간들을 완주하기를 빌어본다.
대지포 해변
멀리 물건 항을 바라보며 걷는 동안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재미있고 즐겁다.
남편과 아내로서의 영 다른 느낌과 이해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세월의 뒤안길을 서로 감내하고 인내하며 살아야 한다는 조언들도 별거 아닌 것처럼 들리지만 진리이고 필요한 이야기들이다.
삶은 내 던져진 것이 아닌 꼭 껴안아야만 한다는 필요충분조건은 이런저런 세상살이 경험담으로 확인된다.
잘 나간다고 희희낙락하지만 결코 세상살이는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잘 나갈 때 어려운 시간이 올 수 있음에 대비하고, 어렵지만 견디고 희망을 가지며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오늘에 목숨을 걸고, 어제의 일들에 주눅 들어서는 내일이 보이지 않는다.
자신을 학대하면 더 다치는 나가 될 수 있다. 나를 믿고 용기를 부여하며 행동할 때 또 다른 길은 나타난다.
저 먼 독일에 가서 광부와 간호사로 몸을 희생한 덕택에 산업 차관을 들여올 수 있었고, 피땀 흘려 노력했기에 대한민국은 한강의 기적을 낳을 수 있었다.
온 국민이 어제의 어려웠던 경제적 상황을 개선하고 미래의 행복한 삶을 추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지포 마을 느티나무
무등산이 병풍처럼 둘러싸이고 내가 흐르는 대지포(大池浦)는 옛날 이 마을 한가운데 자연적인 못(池)이 있었다하여 큰 못개라 불러오다 지금은 대지포로 불리고 있다.
산 밑에 어장이 아홉 살 있음으로 유래된 명칭이기도 하고 산 구비 및 산고개가 아홉 개 있다하여 아홉 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대지포 약수터를 주위로 해안경치가 매우 아름다운 이곳에 중바우라는 바위가 있었다.
대지포 마을을 지나 아홉 등 아홉 구비 도는 중간 지점에 위치한 이 바위에는 다음과 같이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대지포항
지금은 바위를 뚫고 국도로 승격된 도로가 개통되어 있지만 옛날에는 사람과 우마차가 겨우 다닐 수 있었다고 한다.
좌우로 숲이 매우 짙어 앞 경치를 바라볼 수 없는 아홉 살, 아홉 등 중간지점에 사람이 쉬어갈 수 있는 바위가 있었다.
이 바위에 앉으면 이 고개에서는 유일하게 먼 바다와 다도해에 펼쳐진 수많은 섬들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 경치는 아름답기가 그지없었고, 선비들은 이곳에 모여서 시를 지으며 풍치를 즐겼다고 한다.
어느 봄날 이곳을 지나 친정에 가던 여인이 이 바위에 앉아 쉬고 있는데 때마침 그곳을 지나던 중(僧)도 너무 힘들어 여인과 떨어져 쉬게 되었다.
가녀린 봄바람이 이들의 땀을 식혀주자 이들은 먼 바다의 경치에 넋을 잃고 서로가 있는 듯 없는 듯 앉아 바다만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봄바람이 여인의 치맛자락을 스치며 여인의 새하얀 속살이 중의 눈에 띄게 되었다.
아름다운 바다의 경치에 넋을 잃고 바라 보던 중이었지만 여인의 새하얀 속살이 눈에 뜨이자 속세를 떠난 이 중의 마음도 흔들렸다.
여인을 겁간하려고 덮치자 여인은 그 중을 발로 차서 절벽에 떨어져 죽게 하고 말았다.
그로부터 이 바위를 중바우(중바위)라 불리어 온다고 전해진다.
대지포 해변
물미도로라 일컫는 이곳이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수도로 단련된 중이 한낱 여인의 속살에 정신을 빼앗겼겠는가!
세파에 찌든 우리네 마음을 이 물미도로의 경치로 다스려 보면 어떨까?
커다란 느티나무가 ‘ㄴ’ 형으로 모양이 잡힌 바닷가는 중바위 전설을 아는지 모르는지 조용하고 고요하다.
커다란 두 개의 하얗고 빨간 등대가 마치 중과 아낙네 사이의 전설처럼 우뚝 서 해안을 바라보고 있다.
물치(작은 갈치)
은점마을 만추
삼동면 은점마을은 300여 년 전 조선 중엽에 경주 최 씨 한 집이 국수산 자락에 터를 잡은 것이 시초다.
이어 전주 이 씨, 금산 김 씨, 경주 이 씨, 단양 우 씨 들이 뒤따라 들어오면서 집이 늘어나고, 화전민처럼 산자락을 따라 밭과 논을 일구며 농경에 의존했다.
그러다가 차츰 먹을거리가 풍부한 바다 쪽으로 세를 넓혀가며 큰 마을을 이루었다.
마을 오른쪽 바닷가에 '은굴'이라는 동굴이 있다.
사라호 태풍 때 무너지고 박쥐만 퍼덕이던 이 굴은 이름처럼 은이 많이 났다고 한다. 이곳에서 캐낸 은을 거래하던 가게가 있었다 하여 마을이름을 '은점'이라 했다.
천주교 은점 공소
물건항
은점 천주교 공소를 지나며 대나무 숲과 은행나무가 어울린 만추 길이 아름답다.
늦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대나무 숲과 노란 은행나무 그리고 파란 하늘이 해안 도로를 걸으며 삭막해 하던 일행들에게 큰 기쁨을 준다.
물건마을 언덕을 지나며 보는 만추의 향기를 은행나무와 대나무 숲의 진한 감정으로 받아들이니 정겹다.
만으로 움푹 들어온 물건 항을 바라보며 지붕이 황갈색 기와로 덮인 독일 마을이 나타나 남해의 이국적 풍경에 아름다움을 더한다.
독일 마을
독일 맥주와 소세지 구이 시식
독일 마을에서 본 물건항
40코스 시작을 알리는 안내판을 보고 이내 독일 마을로 들어서니 많은 맥주 집과 빵집 그리고 기념품 가게들이 즐비하고 사람들로 붐빈다.
조용하고 아늑했던 마을이 관광지가 되어 아쉽지만 유럽풍의 주택과 상점들이 운치가 있어 좋다.
마인즈 하우스에서 슈마허 맥주로 뒤풀이를 하며 걷기 여행의 말미를 장식했다. 라거와 흑맥주 그리고 구은 소시지가 궁합이 잘 맞아 너무 맛있다.
즐겁게 맥주와 소시지를 먹는 일행들 모습이 너무 천진스럽고 웃음과 넉살 좋은 대화들이 가득해 하루의 피로를 모두 잊었다.
남해 바닷가를 따라 걷는 황금 노정이 독일 마을에서 완벽하게 마무리되어 가슴은 뜨거워지고 머리는 맑아지는 걷기 트레킹의 진수가 되었다.
아름다운 남해 바닷가를 함께 걸었던 낭만 가객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땡큐!!!
독일 마을 원예 예술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