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7.2(토)
해남 땅긑 자전거길 1코스(달마고도)
차로 이동해서 인근 산을 라이딩하고 숙식도 차에 텐트 치고 머무르는 차박라이딩을 해보자는 의견이 있었다. 그런데 준비하는 과정에서 불청객인 장마로 인해 취소냐 연기냐 하는 위기에 닥쳤다. 휴가(백호님)까지 내면서 어렵게 날짜를 잡았는데 날씨가 다 된 밥에 재 뿌리는 격이 되었다. 일기예보를 너무 믿어도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지만 다행히 하루 이틀 미루어진 비 예보를 믿고 원정라이딩을 진행하기로 했다. 다만 변동적인 장마로 차박은 포기하고 숙박형으로 변경하고 비가 오는 상황에 맞게 라이딩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꼼꼼하게 체크리스트(감동)로 빠뜨린 게 없나 점검하며 성공적인 라이딩이 될 수 있도록 각자 준비해나갔다. 우리 모두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미흡한것도 있겠지만 열심히 준비한 당신, 떠나라!
가자! 이젠 해남 땅끝으로...
출발차고지인 한원컨벤션은 웨딩을 비롯한 각종 행사를 진행하는 곳인데 저희가 매번 결혼안내판을 들여다보곤 했었죠.
오늘의 축하할 신혼부부는 1쌍인가요.
비가 올 것을 예상하고 소중하고 민망한 부분을 가리는 최신형 흙받이까지 장착했는데 여봐란듯이 하늘은 맑고 파랗네요.
해남으로 가는 길은 멀었다. 그곳으로 가고자 하는 마음을 먹는 것 그 열정과 용기를 갖는 것이 먼 여정이었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 해남 맛집을 검색(카카오 맵)해서 별점 5.0의 청진동순대국밥집을 찾아갔다. 아침이라 손님은 없었지만 콩나물순대국밥과 병천순대국밥을 모두 맛있게 먹었다. 농협하나로마트에 들러 여행 기간 먹을거리를 구매했다.
에어컨으로 시원해진 마트 안으로 들어가니 밖으로 나오기가 싫어서 괜히 빠뜨린 게 없나 빙빙 돌며 서성거린다. 안 좋은 예감은 적중하듯 이번 라이딩은 더위와 한판 대결일 것 같다.
해남 갈두산 사자봉 아래에 위치한 숙소(해남땅끝일출팬션)에서 땅끝전망대가 보인다.
숙소 배정받고 1코스 라이딩을 출발합니다.
땅끝이다. 해남 자전거 여행 첫 출발지는 갈두리 사자봉 아래에 있는 땅끝탑에서 시작한다. 생각만으로도 가슴을 설레게 하는 곳 땅끝이다. 한반도 최남단, 국토의 끝.
무언가 새로운 시작을 하려는 사람들이 각오를 다지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지요.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데 땅끝만 한 곳이 없죠.
땅끝은 끝이자 시작이다. 끝에서 다시 시작되는 희망을 찾는 곳.
땅끝마을 사자봉 아래에 있는 사자끝, 서해와 남해가 만나는 곳.
이곳에서 사자봉을 향해 소원을 빈 후 조약돌 하나 주워 바다로 던지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단, 주변에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어야 한단다. 이곳의 작은 돌을 소중히 간직하다 사랑하는 이에게 건네면 사랑이 꼭 이루어 진다고 한다. 땅끝탑으로 가는 데크길 입구에 서있는 바위돌의 일부 글이다.
멜바로 데크 길을 따라 내려서야 땅끝탑에 도착한다. 공사기간이 지났는데도 마무리를 못해 주변이 어수선했다. 뱃머리 모양의 전망대는 없어지고 유리바닥으로 교체될 전망대는 지지대가 바닷가로 나가 있는 한층 더 역동적인 모습으로 변신할 땅끝탑을 기대합니다.
여기서 뒤돌아서면 바로 시작점이 된다.
1코스 이동경로 :
땅끝탑-맴섬-사구미해변-윤도산-77번도로-평암경로당-큰바람재-미황사-송호해변-숙소
땅끝마을의 맴섬은 매미 한 쌍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에서 뜨는 해돋이가 서해 일출의 백미로 꼽는다.
단, 매년 2월과 10월 두 차례 13m 높이의 두 섬 사이로 해가 뜨는 광경이 연출된다. 이때가 되면 전국의 사진작가와 관광객이 몰려온답니다.
개인 사진 게재를 되도록 자제해 왔는데 그동안 촬영한 사진 파일이 날라간 다음에 마음이 바뀌었네요.
혹시 불편하시다면 말씀해주세요.
해남하면 땅끝, 땅끝하면 해남이다.
자전거는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을 지나 조용하며 포근한 사구미(沙口味)해변으로 달려간다.
사구미 이름에 얽힌 이야기가 여럿 전한다. 첫째로 모래가 많고 백사장(1.5km)이 길게 펼쳐져 있어 모래미와 함께 사구미로 불리웠다는 설. 둘째로 예로부터 이곳에서 사금이 많이 채취된 데서 유래하였다는 설. 셋째로 모래언덕 끝이라는 뜻의 사구미(沙丘尾)의 한자가 사구'(沙口)로 잘못 쓰이게 된 것이라는 설 등이 있다.
얼마나 달렸을까 이내 점심시간이 되었다. 땅끝마을을 지나면 주변에 식당이 없다.
다행히 준비해온 막걸리와 약밥으로 점심을 대신했다.
비 예보는 어디로 숨어버렸고 내리쬐는 햇빛에 머리가 벗어지도록 뜨겁다.
밥도 먹었겠다 한숨 늘어지게 오침을 즐기던가 라이딩에 방해되지 않도록 사구미해변을 가로질러 땅끝마을로 헤엄쳐 되돌아갈까요 하며 무더움에 신소리가 절로 나온다.
사구미해변이 끝나자마자 왼편으로 시작되는 윤도산(284m) 임도로 올라선다. 업힐이 상당히 가파르고 노면도 거칠어 잘못하면 바퀴가 돌과 함께 굴러 안장에서 내려설 수도 있다. 지그재그로 200m 올라가야 고갯마루에 도착한다.
「윤도산 샘물과 윤선도」라는 제목으로 조선 후기의 문인 윤선도(1587~1671)가 산 정상에 있는 샘물을 마신 후 말라 버렸다는 이야기가 해남군에서 편찬한 『설화로 꽃피는 땅끝해남』 하권에 수록되어 있다.
그래선지 아니면 오랜 기간 가뭄 탓인지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라이딩한 곳곳이 물이 부족해 보였다.
고갯마루에 서면 멋진 풍광에 취해 폼을 잡고 사진 촬영을 하다보면 순식간에 땀이 식고 업힐의 고통을 날려버린다.
이젠 파쇄석으로 깔려진 임도를 따라 영전저수지까지 다운힐이다.
문제가 발생했다.
백호님 앞 바퀴(튜브리스)가 펑크가 나서 바람이 멈추질 않는다. 임시방편으로 타이어 지렁이를 사용했다.
그놈의 빵꾸 때문에 병풍처럼 펼쳐진 달마산 자락의 풍광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다운힐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괜히 몸이 조심스럽다.
영전저수지에서 농로를 내려와서 77번 국도를 따라 2km 지나 다시 임도로 들어서야한다.
오후 15:00. 너무 덥다. 평암노인정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45km라고 하는데 좀처럼 속도도 나지 않고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것 같다. 오늘 안에 완주 하려나?
새로운 볼거리가 끊임없이 펼쳐지다 보니 가다서기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코 박고 땅만 쳐다보며 내달리려고 해남까지 온 것이 아니란 말씀입니다.
꽁꽁얼린 생수로 목을 축이고 다시 77번 국도로 올라선다.
평암1저수지에서 월송리(바람재)로 가는 임도는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한다.
바람재까지 오르니 달마산을 병풍처럼 둘러쳐진 암봉이 우릴 반겼다.
이 구간이 긴 오르막 구간이라 미황사까지 제법 힘이 들었다.
달마산 바위능선은 갖가지 형상으로 하늘을 찌를듯하고 임도를 지나는데 시야에 보였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마치 숨바꼭질을 하듯 더위에 오르막 패달질의 힘든 고통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다.
그러다가 어느 지점에 갑자기 너덜겅(돌이 많이 깔린 비탈)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미황사
더위에 지쳐 물이 떨어졌는데 약수물이라도 보충해야되는데 움직이기가 귀찮다.
땅끝은 중간이 없다. 막내인 백호님과 나이 많은 제가 물 보충하러 절 안으로 올라 갔다.
미황사의 대웅전은 채색하지 않은 단아한 모습으로 유명하다. 300년 만에 대웅전을 해체 복원한다고 했다. 앞으로 3년간은 볼 수가 없다고 한다. 대들보와 연결된 목재가 부러지고 뒤틀려가는 모습이 위험하다는 판단에서다. 해체 전 마지막 대웅전을 보고 갔으면 하는 마음인데 헤아리질 못했다.
할머니가 양파자루를 계단에 펼쳐놓고 강매를 하신다. 어떻게 가져온지는 알 수 없으나 얼른 팔고 집에 가시려고 하는 것 같다. 한 자루와 비닐봉지에 있는 소량의 양파까지 덤으로 줄테니 자전거 타고 온 우리에게 사라고 하신다. 물이 떨어져도 기력이 없어 움직이기도 힘든데 얼마되지고 않으니(가벼운) 양파자루를 자전거에 싣고 가란다. 사정도 아니고 명령조로 강매하신다. 다행스럽게 옆에 계신 분이 사주셨단다.
달마산미황사라는 일주문 편액의 한자 산이 그림글자이다.
7월에 본격적으로 핀다는 각시원추리꽃. 망우초라고도 한다지요.
여름 라이딩은 생각보다 낭만적이지 않습니다. 격하게 산을 오르다 보면 땀이 비오듯 쏟아지고 현기증이 일어나 눈앞이 아찔해지며 짜증이 납니다. 그럴 때 노란색으로 시선을 자극하며 근심을 다 잊으라고 손짓합니다. 사랑스러운 이유다.
달마산 자락을 라이딩하다 원추리를 발견하며 근심덩어리가 살짝 미소를 지어봅니다,
마봉리 농로로 들어서자 나타난 은행나무?
송호해수욕장
숙소에 도착하자 시원한 수박부터 챙겨먹었다. 대박.
푸짐하게 자려진 저녁상인데 힘들었던 라이딩에비해 밥이 안먹힌다.
겁나게 할인해줘서 구매한 와인은 딱 그 값어치만 했다. 플러스알파 그딴건 기대할 수 없었다.
식사 후 소화할 겸 땅끝 맴섬까지 산책갔다 내일 라이딩을 위해 잠에 들었다.
2일차 2022.7.3(일)
해남 자전거길 4코스 바다백리길
첫댓글 2일차 코스 후기는 좀만 기달려 주세요,
장마때문에 잠시 고민했던게 무색하게 더위에 고생한 것은 이제 남아있지 않고 즐거웠던 시간으로 각인되어 갑니다
힘든업힐도 웃으며 즐겁게 오르고~
라이딩 후미는 해수욕으로 마무리~
아쉼도 있겠지만
좋은 추억으로 라이딩을 기억합니다
수고들하셨습니다^^
부러운 여행이네요~~ ^^
코스 좋아보여요~
잘 다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