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162의 과제는 꽃들을 다른 미술 도구로 그려 보기
<4월을 잘 넘기기를>
미국에 이민 와서 17년 동안 살았던 집이 있다. 그 집은 길가 모퉁이 집이었다. 집 울타리 밖 길가 쪽에 어디선가 얻어온 쑥을 심고 뒤 뜰에는 작은 연못도 있었다.
그 집의 옆집 부부는 백인으로 고등학교 때부터 연애해서 결혼한 커플로 딸 하나를 두었다. 그녀의 집 뒤뜰은 얼마나 잘 정돈이 되었는지, 동네 사람들이 구경을 가기도 했다. 그녀가 정원 가위를 들고 그 집 정원을 손질하는 것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에 쉽게 띄곤 했다.
지금도 기억난다. 그때 4월 29일 밤, 비오고 바람이 밤새 불었다. 그날 밤, 잠이 안 와서, 늦게까지 음악을 들었다. ‘오페라의 유령 OST CD를 몇 번이고 크게 틀어 놓고 들었다. 창밖의 바람 소리와 음악 소리가 뒤섞여져 4월의 마지막 아침을 맞이했다.
아침 운동을 다녀오는 길에 보니 옆집에 노란 폴리스 라인이 쳐져 있었다. 무슨 일인가 하고 옆집으로 가보니, 기가 막히게 그 옆집 여자가 권총 자살을 했다고 했다. 그것도 자기가 그토록 아름답게 가꾼 뒤뜰 정원에서.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이 된 딸에게는 자기가 죽어서도 보호 해주겠다는 메모를 남겼다.
나중에 들었는데,그녀는 심한 우울증과 헤로인 마약 중독까지 걸렸다고 했다. 그리고 며칠 뒤. 그녀의 장례식이 있었다. 그날따라 오월의 햇살이 너무 찬란했다. 그때 나는 속으로 그랬다. ‘조금만 참지… 며칠만 참으면 이 아름다운 햇살을 보면 분명 더 살고 싶었을 텐데….‘라고.
4월의 날씨가 변덕스러워지면, 나는 속으로 기도한다. 마음이 아픈 이들이 이 힘든 시절을 잘 참고 잘 지나가기를, 눈부신 오월의 햇살에게 어서 제발 빨리 뛰어오라고 부탁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