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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어루만지는 순정의 물음표
현대시선 발행인 대표 윤기영
시 쓰기 시작한 화자의 고민을 엿보는 시간이다. 시인의 다면적인 색채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즐거움이 더했다. 세상에 많은 것을 만나서 보여주고 싶어 하지만 아직은 준비가 덜 된 것처럼 시간의 문턱에 서서 서성이는 습관을 이해하는 나의 존재를 글에서 보여주고 있으며 때론 의지하려는 심리적 요소들이 자리 잡고 있다.
여계화 시인의 첫 번째 시집 100여 편의 시를 연별해 보면서 아직은 시인의 따뜻한 가슴에 살아 숨 쉬고 있는 심장박동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시인의 시에는 한 시대적 배경과 풍미한 문화의 가치가 주는 삶의 요소들이 독자가 읽을 공간을 만들어 주고 있어, 삶의 질을 한층 높이고 시로 하여금 소통의 장을 만들어 주고 있다는 것은 시인만의 누릴 수 있는 미래의 가치이다.
시인의 시에는 시대적 배경과 현실에 대한 소고는 온몸으로 사물을 통해 증명해 보이듯, 통념과 체제 등이 진지하게 거론되고 있는 언어에 대한 저항을 느끼게 한다. 시대적 여류작가들이 정체성을 보면 사랑과 숙명에 대해 절박하게 묻고 답했던 목소리가 남달랐던 시대가 있었다. 사회가 많이 변하면서 발성법과 언어 체계와 상상력을 지니고 있는 문학적 가치로 성장하고 있는 지금, 다양한 장르로 사회에 눈높이를 맞추고 있는 시인의 시적 정체성에 들어가 보기로 한다.
여계화 시인의 시집 『계절은 커피 향기처럼』 (「잿빛 하늘이 드리운/가로수 길을 걸어가노라면 빛바랜 갈색 추억들이 찬비 되어/가슴을 적셔 놓았지만//어느샌가 창문을 가려주는/갈잎의 커튼 사이로/느긋해진 마음의 여유에는/따뜻한 라떼 향기가 쌉싸름하다//심안에 머물렀던/커피 찌꺼기 꼭 짜내듯이/전성기 같은 한때의 열정도/휴면의 계절로 말없이 들어설 때//은은하게 물들여진 날들이/한껏 불태워져 뒤안길로 떠나는 모습/깔끔한 아메리카노 한 잔처럼/그 뒷맛이 참 좋다.」)에서 시적 성찰에서 물들어가고 있음을 말해 줌으로 마음 깊이 새겨둔 미약한 수행에 어쩌면 마음에서 느껴지는 여가다.
시는 시인에게 영혼의 사유로 보이지만 시인은 시적 사유에 접근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시인이 가지고 있는 시의 사색에는 삶의 진정성에서 오는 문학적 가치가 중심사상에 접근하고 있어 유심히 살펴봐야 할 고도의 수사적 기교라고 본다.
중년의 그녀는
가을 하늘처럼 맑고 순수하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을 선홍빛으로 물들이고
지아비와 서로 사랑하며
자연을 그리며 사는 화가이다
뜨락에 꽃들은
그녀만의 유일한 낙원 놀이터
수줍고 애교스런 앞치마엔
나이팅게일의 숭고함이 새겨져 있다
헤어져 있어도
그녀의 풀꽃 미소는 맑은 그리움이고
달빛 같은 은은한 성품은
엄마의 분꽃 내음이 서려 있다
그런 그녀가
문득 생각나는 날에는
한걸음에 달려갈 수 없어
초가지붕 박꽃들만 하얗게 피우나니
『선홍빛에 물들다』에서
여계화 시인의 『선홍빛에 물들다』에서 시는 지난 시간과의 소통이다. 박꽃이 피는 계절이면 찾아오는 비교법으로 소환하고 있음을 예시하고 있으며, 화자의 계절이 주는 의미가 서로 그리움이라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그렇듯 시인의 마음에서 주는 계절의 사유는 동화가 되어 자리 잡고 있다.
시로 내재된 사물을 묻고 또 물으며 서로를 간섭하고 침범하는 공간 속에 놓여 있는 삶의 의미가 부여되는 내면의 세계를 들어가 보자
나무 아래 앉아서
나무가 들려주는
다양한 음악들을 들으면
삶이 풍요로워짐을 느낀다
여러 사람들이 보내 준
시와 사연들을
나무가 잔잔하게 낭독할 때면
듣기만 해도 위로가 되고
편안한 목소리는
새보다도 맑고 평화로워라
추운 날에도 사람들은
나무 아래로 모여든다
마음의 온도 유지하려 함인지
곧은 심지 곧게 뿌리 내린
나무 아래 앉아서
고요히 사색하는 일은
우리들 가난한 마음속에
성소 하나 들이는 일 아니런가
『나무 아래 앉아서』 에서
여계화 시인이 가지고 있는 심미안 『나무 아래 앉아서』에서 보면 인생(철학) 나무로부터 수미상관으로 제시되지만, 반복법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 나무 아래서 들려주는 나뭇잎 소리는 인생이 되고 삶이 된다는 간절함의 노래가 계절마다 들려주는 삶이 되었다.
1부에서 『계절은 커피 향기처럼』『선홍빛에 물들다』『나무 아래 앉아서』에서 시인의 사실적 묘사들로 직유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3편의 시에서 공통점이 있다면 강조법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계절과 사물 두 분류로 연계성을 지니고 있고, 이야기 구성이 독특한 시작법을 사용하고 있으며 반복적으로 상기시킴으로써 독자와 소통을 끌어드리고 있다.
여계화 시인의 시어들은 만났던 장소의 상징성은 중요함을 말하고 있다. 시의 사유적 구조와 상상력으로 감동을 얻어 내고 있으며, 시인의 시를 감상하면서 서정시와 풍류 시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시인의 다채로운 문장의 배합으로 삶을 만들어가는 시어가 질문을 던지며 기대하게 만든다.
2.
시인의 감정을 이곳에서 나의 실존의 세계처럼 영감을 느끼는 화자의 세계가 기다려지게 하는게 사실화되었다. 순수하고 진실한 모습은 사유를 통해 안주하지 않고 다채로운 오감으로 들려주는 자유로운 영혼의 세계로 끌어드린다.
『엄마와 쑥녀』 여계화 (「사춘기 시절 숙녀에게로 가는 길은/비밀스러운 고통이었다//대신 아프고 싶다던 울 엄마/봄처녀 쑥녀들이 당첨되어/인정사정없이 우물가로 데려와서는//돌로 으깨고 빻아 베보자기에 비틀면/하얀 사발에 초록 눈물 뚝뚝 떨어지고//나는 그 쓰디 쓴 비상약을/응석부려가며 단숨에 벌컥이곤 했다//그날부터 장독대 위엔/쑥녀들의 눈물속에 달과 별이 떠 있었고//새벽이슬과 하룻밤 합방한/엄마표 민초의 한방 생쑥탕은//수시로 내게로 들락거리며/효과는 백점에 백 이십점/나를 고통에서 살려낸 울 엄마//봄이면 쑥녀들 지천으러 오건만/한번 가신 울 엄마는 하얀 찔레꽃/머리에 이고만 계실까」)에서
『비밀의 정원』 (「내가 살면서/힘들고 외로울 때 찾아오는/이곳은 주인도 대문도 없는/일방통행으로 들어서는 문이다//고요히 앉아서 먼 산 바라보다가/식은 종이 커피잔 속에/희미한 그리움들이 지나가는/나만의 힐링 장소이자/비밀의 정원이다//이런 곳 하나 정해놓고/마음 정화하는 이 시간은/내 모습 속에 얽힌 또 다른 이들을/위로하고 다독이다가/꽃이 되고 새가 되어 돌아가는 곳//나는 이 비밀의 정원을/아무런 대여비도 들이지 않고/몇 년째 혼자 사용하고 있으니/참으로 행복한 사람이 아닐 수없다」)에서
『마음에 부치는 노래』 함석헌 (「세상이 거친 바다라도/그 위에 비치는 별이 떠 있느니라/까불리는 조각배 같은 내 마음아/너는 거기서도 눈 떠 바라보기를 잊지 마라//역사가 썩어진 흙탕이라도/그 밑에 기름진 맛이 들었느니라/뒹구는 한 떨기 꽃 같은 내 마음아/너는 거기서도 뿌리 박길 잊지 마라//인생이 가시밭이라도/그 속에 아늑한 구석이 있느니라/쫓겨가는 참새 같은 내 마음아/너는 거기서도 사랑의 보금자리 짓기를 잊지 마라//삶이 봄 풀의 꿈이라도/그 끝에 맑은 구슬이 맺히느니라/지나가는 나비 같은 내 마음아/너는 거기서도 영원의 향기 마시기를 잊지 마라」)에서
『고목』 유치환 (「내 고궁(古宮) 뒤에 가서 보니/뉘 알려지도 않은 높다란 고목 있어/적막히 진일(盡日)을 바람에 불리우고 있었도다/그는 소경인 양 싹도 틀려지 않고/겨우살이 말라 얽힌 앙상한 가지는//갈리바의 머리깔처럼 오작(烏鵲)이 범하는대로/오오랜 고독에 무쇠같이 녹쓸어/종시 돌아옴이 없는 저 머나먼 자를 향하여/소소(嘯嘯)히 탄식하듯 바람에 울고 있었도다」)에서
여계화 시인의 『엄마와 쑥녀』 『비밀의 정원』에서 시대를 풍미한 문화 요소들을 배치해 읽는 이를 공감과 향수로 가득한 시 세계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자연이 주는 이치에서 시인의 풍부한 시적 정신세계가 심상을 통해 잘 전달되고 있다.
『마음에 부치는 노래』 함석헌 시들도 시인의 간결한 삶의 밑거름을 들려주는 호소력이다.
그렇듯 사물과 심상을 통해 인생의 진리를 배우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고목』 유치환 시인의 작품도 고목을 통해 얻어지는 진리다. 바람의 소리를 들으며 지난 시간과 현실을 직시하며 잠시 오감에 젖어 드는 시간은 나이를 들여다보는 세월이 되었다.
여계화 시인의 시는 서정과 산문이 결합한 문장으로 창의력이 강하게 보인다. 시의 미학적 구조에는 가족과 사물에 대한 균형이 있다. 그 균형 속에서 감동 발자취를 느끼며 독특한 문장 언어와 상징되는 삶의 밑걸음을 그리고 있다. 삶은 향수의 긴 통로에서 얻어지는 진리와 사물과의 대화하는 방식에서 시상을 이끌어내는 인생의 여정이 있다.
시인이 가지고 있는 다채로운 색채로 들어가 보는 시간이다.
여가 없이 진솔한 마음의 문을 여는 세계에서 그가 가지고 있는 여백을 만나보자
저녁밥 먹고서
논두렁 사잇길로
마실 나갈 때면
개굴개굴 개구리
숨넘어가는 사연에
온 동네가 휘둘리네
도랑물은 졸졸졸
달빛 고이 내려와서
대낮같이 밝혀 놓고
동무들과 손잡고
과수원 길 지날 때면
탱자나무 울타리로
유혹하던 능금 꽃
뚝방길 따라서
별 하나 별 둘 별 셋
꿈을 먹던 친구들
늘 그립고 보고 싶다
『능금꽃 필 무렵』에서
아슬한 길 막다른 길 쓸쓸한 길
흐르는 세월 유수라지만
어림없이 꽉 막힌 소리였다
천리 길도 첫걸음부터
한 달 월급 하루 만에 정산하고
백발노인의 걸음같은 더딘 시간을
옥탑방 한 켠에 걸어 놓던 희망 한 조각
깊은 산 표범의 사자후도
짙은 어둠이 찾아들어야
밝은 여명도 오 듯이
평평한 길 새로운 길 외롭지 않은 길
꽉 막힘의 해제
또다시 느리게 길을 간다
늙음이 싫어서
젊음과 황혼이 손잡고
똑같이 220볼트의 전류로 흐른다
서울에도 봄이 왔다
『서울의 봄』에서
여계화 시인의 두 편의 시에서 보이는 동심과 향수가 환유하고 있는 세월의 그림자다.
『능금꽃 필 무렵』에서 동심을 그대로 수채화처럼 그려져 있다. 『서울의 봄』 또한 서울에서의 삶들이 가슴 한자리 메우고 있는 향수 들이다. 시인의 시의 정체성을 물어보고 가야 할 시간이다. 삶에서 주는 연대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삶과 밀접한 관계로 형성되어 자신도 모르게 되돌아갈 수 없는 영혼의 여행이다. 그렇듯 시인이 가지고 있는 심상들은 과거와의 삶을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1부. 『계절은 커피 향기처럼』『선홍빛에 물들다』『나무 아래 앉아서』에서 여류시인답게 아름다운 사색에 물들이고 있다. 계절에서 보여주듯 시인의 삶은 가을쯤 되어가고 있지 않을까 싶다. 인과사의 공존 속에 감성을 통해 얻어지는 진리와 삶의 그림자를 여가 없이 직유해 줌으로 시인이 가지고 있는 심상의 의미는 독자와 소통하는 길을 열어 두고 만남을 기다리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2부. 『엄마와 쑥녀』 『비밀의 정원』『능금꽃 필 무렵』『서울의 봄』에서 시간적 심상을 통해 얻어지는 심미안을 그리고 있는 시인의 시 세계는 다채로운 색채로 사유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동심과 세월이 주는 흔적과 현실에 적응하는 소견 같은 밑그림들이 수채화 속에 피어나고 있음을 말해 줌으로 가족과 고향, 그리고 친구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내 나이를 들추어 보는 여운이 담백한 서정시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삶의 세계다.
1.2부를 통해 시인이 가지고 있는 시적 세계를 엿보는 시간은 참 흥미롭고 진지한 시간이었다. 시인이 가지고 있는 시어의 선택이나 자연에서 주는 오감과 심상을 통해 참다운 마음을 엿보게 되었다. 3부에서 또 다른 다양한 문화가 주는 삶의 길을 기다려 보는 시간이 될 것 같다. 다채로운 삶의 여백을 그린 시향이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3.
시를 쓰는 일은 운동선수가 필사적으로 메달을 따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다. 글 쓰는 일 또한 인류가 멸망할 때까지 상실과 절실함에서 벗어 나서는 안 된다. 시는 게임처럼 즐기며 써야 한다. 시인의 시 속에는 현실을 직시하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우리의 초상이 선언처럼 옮겨지고 있음은 자신으로부터 과거와의 타협을 소진하고 있음을 본다.
여계화의 시어들을 보면 시골집 금 간 곳을 뜯어고치는 건축학처럼 시를 습작한 영력이 시집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렇듯 시인의 마음을 세상에 내놓기까지 많은 고민이 보인다. 시인의 또 다른 시적 담론에 성찰해 보는 시간이다.
살다 보면 뜻하지 않게
힘든 날도 오더라
깊은 한숨
하늘 끝까지 닿고도
먹구름 엎친 데 덮쳐
두려운 나머지
낮 두꺼비 가면 쓰고
무작정 뛰어든 망망대해
불어라 풍랑아
휘청휘청
노 젖어 가는 사공 되어
오래오래 견뎌내야만
순풍의 돛이 펄럭이는지
쉼 없이 달리고 달려서
벼랑 끝에서도
봄이 오네 꽃이 피네
『벼랑 끝에서도』에서
그가 떠났다
그가 남긴 자리에는
아스라이 고인 눈물 끝에
시린 언어들이 안쓰럽다
누가 그리도
쉽게 갈 수 있느냐고
누가 그리도
쉽게 보낼 수 있냐고
서로가 묻지도 못한 채
떠나는 그대
너무 아쉬워 말아요
어차피 우린
사랑 반 아픔 반으로
살아왔으니까요
멀리서도
그리움이 오면
그대 빈 자리
모두 사랑으로 채워지겠죠
부디 잘가요 그대여
『그대 떠난 빈자리』에서
여계화 시인의 『벼랑 끝에서도』 『그대 떠난 빈자리』에서 주는 의미는 또 다른 서사들이다.
시인은 창틈에서 들어오는 빛을 통해 하루의 삶을 꿈꾸고, 사람들이 걸어가는 소리를 들으며 인생 역경을 딛고 걸어온 시대적 밑바탕들이 시에서 짓누르는 통증을 느끼는 동심의 불빛에 멈춰서 있다.
『벼랑 끝에서도』에서 시인은 태풍과 자신의 몸과 마음의 싸움은 힘겨웠지만, 자연의 이치에서 깨달음을 배운다. 아무리 태풍이 불고 험난한 여정의 길에도 꽃은 피고 봄이 온다는 자연의 섭리를 보여줌으로 희망을 엿보게 한다.
『그대 떠난 빈자리』에서 보여주는 이별의 노래 또한, 예고 없이 찾아온 이별과 슬픔은 절규에 대한 아픔이 내포되어 있다. 삶의 애환 노래는 희열을 느끼고 있음을 예시해줌으로 시인의 대채로운 삶에서 오는 오열과 문장이 이끄는 시적 수행을 잘하고 있음에서 여운을 남긴다.
우리들 마음이 사막일 때
날마다 배려의 나무 한그루씩
사람과 사람 사이에 심어 놓는다면
아주 느리게 걸음마하는
여리고 순한 아이들 세상에서
초롱한 눈빛이 초록 세상으로 번져가고
어느날엔 울창해진 숲속의 향기는
요정들의 팅커밸 울리는 소리가
『배려하며 산다면』에서
망초 꽃 피던 호시절 지나
우여곡절 산 넘고 물 건너서
공생의 삶 윤회로 이어져
지화문 느티나무는 새살이 돋았다
멀고 아득한 망각의 강 너머로
세월의 쓴 약초를 달여 마시고
행궁은 다시 망월로 떠올라
용케도 터 잡고 집 한 채 지었는지
성곽 길 굽이 돌아
수어장대 돌담 의연한 무궁화 꽃
먹구름 걷힌 서문 하늘가에서
황홀한 도심의 야경을 볼 줄이야
인고의 벼랑 끝이 빚어낸
한편의 역사 대하드라마
사계절 아름다운 산성의 둘레길은
말발굽 소리 대신 산객들 넘나들고
벌봉 재 넘어 암자까지
이름 모를 산 제비도 따라와서
가신님 위한 그리움의 행진곡
가슴마다 한 송이 꽃을 받치나이다
『남한산성』에서
여계화 시인의 『배려하며 산다면』『남한산성』에서 또한 시인의 자화상이다.
자연의 이치에서 (「초롱한 눈빛이 초록 세상으로 번져가고/어느날엔 울창해진 숲속의 향기는/요정들의 팅커밸 울리는 소리가」)에서 시인은 서로의 푸른 숲은 오랜 시간 동안 만들어지고 있음을 제시해줌으로 인생 여정의 길을 자연의 이치에 부정하지 않고 순리에 적응하는 역할을 보여주고 있다. 『남한산성』에서 시간적 흐름을 진솔하게 보여주고 있다. (「인고의 벼랑 끝이 빚어낸/한편의 역사 대하드라마/사계절 아름다운 산성의 둘레길은/말발굽 소리 대신 산객들 넘나들고」)에서 성각 둘레 길을 환유해 줌으로 바람 소리를 듣고 선조들의 영혼을 그리며 사물을 성찰하는 묘미가 돋보이는 풍자의 소리를 그리고 있다.
3부의 『벼랑 끝에서도』『그대 떠난 빈자리』『배려하며 산다면』『남한산성』에서 진정한 자연이 무엇인가 제시해줌으로 시인의 실론적 가치와 더불어 삶의 의미를 부각해 줌으로 지난 시간과 역동적으로 승화시켜 준다. 시인의 언어는 순수하고 역량이 있는 철학적 사명감들이 투철하게 투시하고 있다. 과거와 현실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시인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보여줌으로 여류작가의 아름다움 미를 역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삶에서 구속받지 않는 자연의 비밀정원 하나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기다려진다.
4.
시인이 가지고 있는 시인 정신을 높이 평가한다.
차분하게 이끄는 시적 색채들을 성찰을 통해 진지하게 보여줌으로 시인의 다채로운 서정의 존재가 심미안으로 꽃피우는 시 세계를 지극한 사랑을 다면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시인은 엄마로서 가족 중심에 서서 지난 과거와 현실을 직시하며 많은 이야기들의 존재를 보여주고 싶지만 많은 시간의 시각적 차이는 다 커버린 나무들이다. 우린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후회 없는 삶은 아니었는가 되물어보면 눈에 선한 부모님의 희생정신을 바라보며 자신으로부터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해 있는 시간 여행을 볼 수 있다.
무심코 창을 여니
어쩌다 마추친 것은
손톱 끝에 봉숭아 꽃물 남아있던
아스라한 그 약속이었다
온 세상 개벽한 듯
김장 배추 노란 속 배기
삼합에 한 잔 술인가 했더니
시름시름 앓는 소리
마음만 흩어 놓고 언제 그랬냐는 듯
날름 혓바닥만 내밀고 가는지
어느 여유로운 날은
너를 더욱 뜨겁게 뜨겁게 태워서
첫사랑의 그리움으로 오다가
내 앞에서 펑펑 울어도 좋으리
『첫눈』에서
왜 몰랐을까
부모님 살아계신 집
꽃 대궐이었다는 걸
이 한 몸만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부모님 생각 안중에도 없을 때
부모님은 기다림도 모른 채
홀연히 가시었네
가신 뒤에야 알았네
살아생전 효도 못한 불효의 가시가
긴긴날 두고두고 목젖에 붙어살고
부모님 안 계시는 마음이 가난한 집
스스로 면치 못하네
『부모』에서
여계화 시인의 시처럼 삶에서 주는 의미가 남다르다고 본다.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부모와 가족 친구를 성찰해 주고 있다. 자연과 더블어 살아가는 존재 의식 그리고 생명의 근원이 되는 찬미는 서정시의 낭만적 결합을 그리고 있다. 마음에서 오는 시적 성찰로 만남으로써 시의 영혼이 아름답게 수놓고 있다.
『첫눈』 (「무심코 창을 여니/어쩌다 마추친 것은/손톱 끝에 봉숭아 꽃물 남아있던/아스라한 그 약속이었다」) 화자는 첫눈과의 인연이 다가와 있다. 첫사랑처럼 아름다운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부모』 (「가신 뒤에야 알았네/살아생전 효도 못 한 불효의 가시가/긴긴날 두고두고 목젖에 붙어살고/부모님 안 계시는 마음이 가난한 집/스스로 면치 못하네」) 바쁘다는 핑계가 후회스러운 날들로 효도 못 한 마음의 죄는 원망과 서러움에 도달해 있다.
시인의 시 세계관은 남다르다고 본다. 인간적인 체취가 가까이 다가와 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순수함이 진솔하게 정제되어있는 삶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가을이 갔다
화려하게 불타더니
앙상함만 남겨 놓은 뒷모습에
이젠 평온하게 겨울잠 들라는
서리꽃의 당부인지
어느 갯마을
자전거 탄 우체부가
아름다운 들판을 지나서 전해주는
안부 섞인 편지 한 통처럼
첫사랑의 맑은 향기가 나고
나의 입김 때문에
이내 사라질까 봐서
가만히 바라만 보는 날
『이별 뒤에도 따스함이』에서
여계화 시인은 『이별 뒤에도 따스함이』에서 그려지는 성품인지도 모른다. 시적 관념의 세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가을이 가고 겨울이 왔음은 다시 꽃피을 봄이 기다리고 있다는 증거로 시적 사유가 돋보이는 시의 세계다. 시인은 사물의 체험을 통해 얻어지는 순수한 서정의 세계, 어쩌면 시를 쓰기 위한 정직함은 오래 간직할 수 있다는 표현력으로 여운을 남긴다.
3부의 『첫눈』『부모』『이별 뒤에도 따스함이』에서 정서적 고향이라는 이름과 타향살이의 풍경은 시대적 실존의 가치가 있다. 부모와 동심의 세계는 고향, 동네 마을이 고스란히 가슴에 비춘 거울로 자리 잡고 있다.
여계화 시인의 첫 번째 시집 해설을 마무리할 때가 된 것 같다.
인생, 역경 그 속에 그려지는 이야기들은 시인의 정신세계이며 자연의 성찰을 통해 얻어지는 서정시가 있다. 시인은 오감과 언어의 품격을 지키려 고단한 삶에서도 청아한 자연의 노래를 부르는 시인의 삶에 찬사를 보낸다.
여계화 시인의 시는 고향과 가족에 대한 성찰로 값진 선물이 아닌가 싶다. 과거와 현재의 중요성과 자연에서 주는 사물에 대한 존재 의미 등은 시를 쓰게 하는 원동력인지 모른다. 가족의 중심에는 시를 쓰게 하는 유년 시절이 있고, 삶에는 숙명처럼 기다리고 있는 부모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100여 편의 시를 일별하면서 느낀 사유는 부모의 성찰이다. 시인이 가지고 있는 성품 또한 시대적 가치로 남을 것이다. 시인의 고향, 그리운 친구들을 떠올리며 회한에 젖는다. 교훈적 실존적 가치로 발돋움하는 서정시인이 되었으면 한다. 사물의 성찰로 감성을 분사하는 서정 시인의 정신을 발양하고 있어 앞으로 큰 발전이 기대된다. 시의 정신을 높이 평가한다. 그리고 시집 상재를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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