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을 하는 중에 항상 부딪히게 되는 문제 중의 하나가 오선이 있는 공간에 어떻게 몇 개의 성부를 채워 넣을 것인가 입니다 처음 작곡을 하는 경우에 잘못하면 오선을 빈 공간 없이 다 채워 넣을려고 하는데 그렇게 하다 보면 곡의 구조가 변화가 없고 답답할 뿐 아니라 단순하여 흥미를 끌어내지 못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곡을 잘 쓰기 위해서는 오선지에 나타나는 여러 성부에 대한 사전 조직과 계획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항상 오른손은 선율의 역할을 하고 왼손은 반주의 나누어진 역할을 담당한다면 곡은 변화가 없어서 흥미를 유발시키지 못합니다 아래에 우리들에게 잘 알려진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의 처음 부분을 소개합니다
이 악보를 보면 곡의 처음부터 선율과 반주가 동시에 등장하는 것이 아니고 한 마디 반 가량을 오른손의 선율만이 딸림 화음 구조 속에서 순차 진행 중심으로 진행하다가 동기가 일단락 지어지고 멈추어지는 부분에서 반주가 으뜸화음으로 마무리를 지어 줍니다 물론 여기에서 또 단순하게 생각하면 곧이어 똑 같은 형태의 두 개의 음형을 다시 반복할 수 있겠으나 베토벤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베토벤은 한 악구를 이루는 나머지 두 마디를 이번에는 아주 짧은 음형으로 나누었습니다 그것은 곧 다음 악구에서 처음의 모티브로 돌아가기 위한 과정과 함께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렇게 동기들이 세분화 되어지고 네 마디가 서로 많이 다른 형태를 보이고 있슴에도 음악은 너무 자연스럽고 아름답습니다 그렇게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져 있슴에도 좋은 음악이 된 것은 이 악구가 외견상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한 악구가 갖추어야 할 모든 요소들이 다 갖추어져 있고 오히려 그 나뉘어진 음형들이 베토벤의 이 곡을 이 곡답고 개성있게 만들어 주어 그것을 통해 그의 음악적인 환상을 아름답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입니다
위의 악보는 쇼팽의 발라드 1번의 처음 도입부 부분입니다 이 부분에서의 처음 다섯 마디를 보면 도입부로서 의 역할을 하고 있는 이 부분은 양 손이 구분되어진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고 다섯 마디의 긴 선율을 양손이 옥타브로 저음에서 부터 고음을 거쳐 중음역에 이르기까지 도약진행과 순차진행을 하여 큰 아치를 그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다섯 마디에 걸쳐서 큰 아치를 그렸던 음형은 여덟 째 마디의 후반부에서 대단히 짧은 아치 형태로 반주에 등장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곧 악구의 상관 관계를 어떻게 구성해야 할 것인가를 보여 준다고 하겠습니다 만약에 8마디 까지 연결되는 구체적인 전체 구조 계획 없이 다섯 마디를 양 손으로 움직일 계획만을 세웠다면 여덟째 마디에서와 같은 음형은 등장하지 않았을 것이고 도입부와 선율 시작 부분이 이렇게 아름답게 만들어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또 양 손으로 길게 다섯 마디를 유니슨으로 진행시켜 왔기 때문에 그러한 긴 작업을 보충해주기 위한 계속적인 구조에 대한 다음 계획도 세워지게 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필요한 것 또는 하고 싶은 것을 과감하게 실행하되 그것을 구조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사전 계획 능력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위의 악보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5번 1악장입니다 이 악보에서 역시 선율과 반주 역시 양 손으로 나뉘어져 있지 않습니다 처음 여덟 마디에서의 진행을 보면 선율과 반주가 나뉘어 등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고 선율과 반주의 개념이 없어지고 모든 음형이 전부 선율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여덟 마디를 크게 두 요소로 나누어 보면 화성적으로 진행하는 파란색으로 표시된 부분과 도약 진행을 하는 부점 음표 부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는 사실 두 개의 부분을 선율과 반주 역할을 하는 대조적인 부분으로 나누기도 애매한데 여기에서 주목해 보아야 할 성부 수 변화에 대한 기법은 파란 부분으로 표시한 부분을 선율로 볼 경우 선율과 반주의 등장이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고 시차를 두고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선율에 대한 반주가 수직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수평적으로 옮겨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위의 악보는 모짜르트의 Eine Kleine Nacht Musik 중의 2 악장입니다 이 곡에서의 성부 수 변화에 대한 의도는 대위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처음 반 마디에서 두 대의 바이올린이 네 개의 음을 연주를 하고 있는 동안 나머지 두 악기는 쉬고 있다가 첼로가 먼저 C 음의 지속음을 시작하고 네 마디가 지난 후 다음 악구가 시작이 될 때에 비올라가 세 악기 사이에서 새로운 모티브를 만들어 갑니다 비올라가 네마디 이상을 쉬는 악구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에 비올라의 등장에 많은 신선함이 느껴지며 또 앞 악구와 뒤 악구와의 성부 수 관계를 생각하는 그 과정을 통해서도 음악의 다양한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이 때 모짜르트가 3성부로 진행할 때도 4성부로 진행할 때와 마찬가지로 완벽한 흐름을 만들었음을 주목해야 합니다 이때 또 비올라가 등장함으로써 곡의 구조에 변화가 와서 뒤 악구의 처음 두마디는 앞의 악구를 그대로 반복하고 있지만 그 다음 마디부터는 선율에 변화가 오고 종지로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 보아야 합니다
위의 글에서 성부 수에 변화를 주면서 곡의 구조에 변화를 주는 몇가지 방법을 생각해 보았는데 삶이나 생각에 원칙이 없듯이 작곡에도 모범적인 원칙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작곡을 하는 방법은 문화에 따라 개인의 생각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것은 주어진 한정된 틀의 범위내에서만 머물러서 사고력을 단순하게만 가져간다면 창조력이 대단히 많이 요구되는 작곡에서는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 힘들다고 하겠습니다 작곡에서 모든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