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투어 여행기] 땅끝전망대/땅끝탑/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
'해남투어'의 중간 기착지로 삼은, 막내 처제가 사는 익산시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이튿날 오전 9시가 지날 무렵이 되어서야 느긋하게 해남투어는 발행이 된다. 여행 이동을 위한 마차 격인 자가용 차량의 마부는 일행 중에 말을 모는 솜씨가 월등한 둘째 처제가 맡았으며, 승객은 우리 내외와 막내 처제까지, 마부 포함 4인의 단촐한 식구를 마차에 태우고 2박 3일의 해남, 목포, 신안 등의 투어를 떠나는 거였다.
그러나 여행은 본시 거주하고 있는 집의 대문을 나서면서부터 시작이 되는 셈이니, 우리 내외는 익산시의 막내 처제집에서 이틀 숙박을 하게 되는 여정이므로 4박 5일의 여행인 셈이다. 해남투어의 첫 목적지인 한반도의 최남단 땅끝탑의 맨 처음 경유지인 해남군 송지면 송호리의 송호 해수욕장에 우리의 애마가 도착한 때는 익산시를 뒤로한 지 2시간을 훌쩍 넘긴 12시 정오께 가 된다(11시 50분). 날씨는 익산을 떠날 무렵에는 비록 잿빛의 구름이 드문드문 눈에 띄었지만 맑은 기색이었으나 송지면 송호리 어름에 이르고 보니, 하늘은 잿빛의 구름이 그들먹한 거였다.
송호해수욕장
송호 해수욕장이 원하는 해수욕은 때가 때인지라 언감생심이다.주변 경관과 배경이 그럴싸 한 곳만 나타나면 사진촬영에 열을 올리곤 하는 세 자매들의 원을 시원스레 풀어주고, 마부 격인 둘째의 노고를 풀어주고 난 뒤, 곧바로 목적지인 땅끝 전망대 쪽으로 애마를 몰아댄다. 10분여의 시간이면 넉넉하게 송호리 땅끝마을과 그 반대쪽인 해가 저무는 서쪽의 해변 마을 댈기미 사이를 넘나드는 고갯길, 댈기미 잔등 고갯마루 주차장에 득달할 수 있다(12시 25분).
갈두산 사자봉 정상의 봉수대
애마를 다루는 솜씨는 들째가 세 자매 중 군계일학인데, 무릎이 속을 썩이는 바람에 걷는 것은 좀 시원찮다. 댈기미 잔등 고갯마루에서 사철 늘 푸른 수목들의 그윽한, 200여 미터쯤의 숲향 가득한 산길을 뒷짐 진 양반걸음으로 느긋하게 걷다 보면 어느새 땅끝 전망대 앞이다. 예전에 서너 차례 땅끝의 땅끝탑을 방문하였지만, 당시에는 일정에 쫓겨 땅끝 전망대를 오르지 못하였었는데, 마침내 오를 기회가 이번 참에 온 것이다.
땅끝전망대
아름다운 다도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땅끝전망대는 해발 156.2m의 갈두산 사자봉 정상에 우뚝하고, 바로 곁에는 멀리 서남해로부터 쳐들어오는 왜구의 변란을 가장 먼저 알리던 봉수대(烽燧臺)도 의젓하다. 땅끝전망대의 입장료는 예전에는 4천여 원의 요금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작금에는 무료가 아닌가. 지하 1층, 지상 9층으로 최고 높이 39.5m의 허우대를 자랑하는 땅끝마을의 랜드마크 땅끝전망대가 하늘을 찌를 기세로 우뚝하다.
땅끝전망대에서 부감이 되는 갈두선착장과 땅끝마을
날이 맑으면 제주도 한라산이 바라다 보인다고 하였는데, 오늘은 하늘빛이 온통 잿빛이라 체면을 구겼다. 다도해의 수많은 섬들조차 희끄무레한 실루엣으로 조망이 될 뿐인 것이다. 타오르는 횃불의 역동적인 이미지를 형상화한 통일전망대를 뒤로하고 땅끝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땅끝전망대에서 5백여 미터에 달하는 가파른 내리막은 지그재그식의 데크계단으로 조성이 되어 있다. 비린내가 잔뜩 묻어 있는 바닷바람은 설렁설렁 불어오고, 해안가 바위 절벽으로 철석거리는 파도가 하얀 포말을 남겨둔 채 갈마들며 밀려가고 밀려온다.
땅끝탑
어지간한 주말이라면 여행객들로 오르내리는 데크계단이 꽤나 북적일 텐데, 날씨가 궂어서 그런가 다소 한적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땅끝탑으로 이어지는 데크계단길이다. 느긋느긋 양반걸음으로 지그재그식의 데크계단을 내려서면 뾰족한 삼각뿔 모양의 석탑이 여행객을 기다리고 있다.
땅끝탑! "우리나라 육지부의 최남단 전라남도 송지면 갈두리 사자봉 땅끝은 극남 북위 34도 17분 38초 동경 126도 6분 01초. 여기에 조국 땅의 무궁함을 알리는 높이 10m, 바닥 면적 3.6평방미터의 토말비를 세운다."라고 새겨진 대리석 탑이 우뚝하다. 그리고 육당 최남선은 그의 저서 '조선상식문답'에서 "해남 땅끝에서 서울까지 천리, 서울에서 함경북도 온성까지를 이천리로 잡아 우리나라를 삼천리 금수강산이다"라고 하였다. 이와 같이 땅끝은 한반도의 시발점이자 끝인 것이다.
방문할 때마다 사진 촬영의 여행객들로 시장통처럼 혼잡하곤 하던 땅끝탑 주변은 우리 일행이 전세나 낸 것처럼 독차지하고 있는 거였다. 땅끝탑 좌측 20~30 미터쯤 동떨어진 해안가의 바위 절벽 아래에는 두 손을 모으고 서 있는 할머니 석상이 여행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뱃사람들의 안전을 간절하게 빌고 있는 칡머리 당할머니 석상이다.
칡머리 당할머니상
다리가 아프니 어쩌니 하면서 사진 촬영에만 정신을 팔고 있는 세 자매들이 애마가 기다리고 있는 댈기미 잔등에 다시 되돌아온 것은 후둑후둑 빗방울이 듣기 시작하는 오후 2시 무렵이다(14시). 시각은 늦은 점심때가 아닌가.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이럴 때 여행객들은 으레 맛집 검색을 하게 마련이다. 송호해수욕장 바로 곁의 '본동기사식당'이란 간판을 내건 식당이 세 자매들의 가이드 격인 막내의 마음을 잡는 데 성공한다.
땅끝해양자연사 박물관
갈치찌개백반을 주문하니, 13가지 기본 반찬이 식탁을 거지반 차지하고 있는데, 13가지 기본 반찬의 맛이 하나 같이 예사롭지 않은 거였다. 갈치찌개를 비롯한 13가지 반찬 그릇을 깨끗이 비우고 식당 옆의, 송호해수욕장 앞바다의 시원스러운 뷰가 한눈에 들어오는 카페에서 커피 한 잔으로 입가심까지 한 뒤, 비가 내리는 빗길임에도 불구하고 애마를 몰아댄다. 다음 코스인 땅끝해양자연사 박물관을 향하여.
2층 건물의 옥상을 반쯤은 타고 앉아 있는 대왕문어와 거대한 식인상어가 커다랗게 벌린 입을 출입구로 형상화한 박물관을 내리는 빗속을 뚫고 들어선다. 입장료(5000원)가 다소 비싼가? 박물관의 입장객은 우리 일행을 제외하면 손가락을 꼽을 만큼 적다. 바깥은 궂은비가 계속 내리고 있지만 박물관 안은 빗줄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지 않은가. 그러나 비가 내리면 여행객들의 행동은 으레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터이다.
대왕고래의 골격
땅끝해양자연사 박물관은 다양한 종류의 바닷고기들의 조형물 전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박물관 탐방을 시작하려고 하니 거대한 규모의 대왕고래의 골격이 입장객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몸체의 길이는 31m에 달하고, 몸무게는 물경 200여 톤에 이른다는 대왕고래의 거대한 골격이다.
대왕고래는 수염고래류에 속하며, 현재 박물관에 전시한 조형물의 골격 길이는 21m가량이라고. 거대한 대왕문어의 모습도, 식인상어를 비롯한 상어종류들, 펭귄 그리고 산호초 종류와 어패류 등의 조형물들이 아금받게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을 두루두루 둘러보고 사진 촬영까지 마친 뒤 박물관을 나선다. 30분쯤이 흐르고 난 뒤다(16시). 다음 코스는 이순신 장군의 전적지 답사나 다를 게 없는 해남 우수영 관광지다.
빗줄기는 다소 줄어든 게 역력하지만 여전히 비가 긋는 기색은 없어 보인다. 해거름은 다가오고 있지만 맑은 날씨라면 한낮이나 다름없는 시각이 아닌가. 그렇다고 일찌감치 숙박지를 찾아들 수는 없지 싶다. 그렇다면 비가 내리는 것과 아무 상관이 없는 해남우수영관광지의 실내 전시관인 '명량대첩 해전사 기념 전시관'방문을 하는 게 좋을 듯싶다.
명량대첩 해전사 전시관에는 축소판 거북선의 내부 모습을 함께 살펴볼 수 있는 모형이 전시되어 있고, 임진왜란 당시 이장손이 발명한 장거리포인 비격진천뢰를 비롯하여 화약, 철편, 뇌관 등이 두루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널빤지로 지붕을 덮은 배의 형식인 판옥선(板屋船)의 겉모습은 물론이고 내부 모습까지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는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판옥선
10분여의 관람시간을 마치고 오늘의 숙소를 찾아 나선다. 내일 아침 일정을 감안하여 숙박지를 진도읍내에서 구하기로 정하고, 숙박지로 선정이 된 곳은 진도우체국 앞의 도로 건너편 뒷골목의 P모텔(2인 1실:6만 원)이다. 그곳을 첫 숙박지로 정한 다음 짐을 부리고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할 참이다. 그 식당은 가게의 사방 벽을 국내 유명 정치인과 연예인들의 사인지로 도배를 한 식당이다. 꽃게탕을 주문하였는데, 사인지 도배 정성에 비하면 맛은 턱없다. (2024,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