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멈춤의 날‘과 ’국회 집회‘는 별개임을 항변하던 그들의 목소리는 어느 언론사에서도 주목하지 않았다. 하나의 점에 불과했던 그들이 모여 좀 더 큰 점 하나 찍어보자 했는데 그 점에 너무 많은 책임과 비난이 집중되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그러나 흩어졌다 다시 모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어차피 하나의 점, 속끓는 마음들이 모였다 흩어지는, 조직되지 않는 개개인이었을 뿐이니까. 그러니 마음의 짐 내려 놓으셔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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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집회는 9.9 집회로 이어받으면 좋겠다.
징계 운운하던 교육부의 협박이 통한 게 아니라 기존에 국회에서 논의된 유아교육법, 초중등교육법, 교원지위법에 조항 몇 개 수정하고 집어넣는 것으로는 지금이 이 사태다 전혀 개선되지 않을 거 같기 때문이다. 9.4 집회를 하면 마녀사냥 하듯 책임자 색출하고 징계하고 고발하고 표본 삼아 모욕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국회에서 이런 법이 통과됐으니 이제 됐습니다, 하면서 장사할 교육부, 몇몇 교원단체, 국회의원들의 설레발이 준비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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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될 수 있다.
우리 내부에 더 많은 협잡과 선동이 있을 거다. 길이 보이지 않는 분열은 암중모색이지만, 길을 만들어 놓고 이간질하는 것은 협잡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6차까지의 집회 속에서 나는 수많은 교사들이 그걸 깨달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는 갈등이다. 그 갈등을 드러내어놓고 싸우며 길을 만들어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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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4일 집회가 공교육 정상화에 걸림돌이 된다면 얼마든지 버릴 수 있는 카드다.
낙심하지 말자. 우리가 원하는 것은 9월 4일 집회가 아니었으니, 연가, 병가, 휴업일이 목표가 아니라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국회가, 교육부가, 정부여당이 응답하는 것이었음을 생각하고 길게 보고 멀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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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뜨거운 아스팔트, 추적추적 이어지는 빗줄기 속 우리의 외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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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국회 집회를 준비했던 운영진들에게 고맙고 미안하다. 그런데 괜찮다. 9월 4일 49재 추모는 각자의 자리에서 온 마음을 다해 하면 된다. 서이초 선생님의 유지는 우리의 상처가 아니다. 안전한 교실, 가르칠 수 있는 교실, 꿈꾸는 교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