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내용
- 시 감상 : 「슬픔에 노크하는 것들, 봄이라는 이름의 봄」(이선정)
- 시 :「동박꽃은 피고」(권인찬), 「섣달 그믐밤」(최동순), 「목련이 지던 날」(이희주)
○ 다음(4.22) 계획 : 자작 詩 / 글 발표 및 評
이번 주는 강원도 동해 출신의 시인 이선정의 시 「슬픔에 노크하는 것들, 봄이라는 이름의 봄」을 감상하였습니다. 봄도 누군가에게는 또는 어떤 상황에서는 슬픔으로 다가올 수 있음을, 그리고 그 봄이 눈치없이 벌써 우리 곁에 다가왔음을 느끼게 합니다.
글쓰기 동아리 임시정부(臨時情敷)는 매주 화상을 통하여 참여하는 학우들의 열린 소통과 공부의 場입니다. 여기 계신 모든 학우님들이 함께 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꿈이 있다면 이제는 움직여야 할 때입니다. 자신의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학우님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5.4(토)에는 강원 국어국문학과 문학기행과 병행하여 임시정부(臨時情敷) 사랑방 모임(봄)을 양평에 있는 황순원문학촌(소나기마을)에서 진행합니다. 참석을 희망하시는 학우님들은 댓글로 올려주시면 함께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한 주도 건강하고 행복한 시간 보내시고 다음 주 다시 뵙기를 기대하겠습니다.
동박꽃은 피고 - 권인찬
치열했던 스물아홉 해
삶의 마지막까지 창작의 의지를 불태웠던 그는
닭 30마리, 구렁이 10여 마리를 먹지도 못하고
마지막을 겸허謙虛하게 받아들였다
이루지 못한 녹주와의 사랑은
판소리처럼 토속적인 방언으로 담아내고
암울했던 시대의 아픔은
해학과 풍자로 녹여냈던가
천재 유정은 갔지만
점순이와 뒹굴었던 실레마을의 동박꽃은
올해도 어김없이 피어
오가는 사람들에게 노오란 미소를 보내고 있다
김유정문학촌을 다녀와서
목련이 지던 날 ㅡ 이정표
목련꽃 지는 날 부고訃告를 받았다
바다를 보고 서있는 장례식장은
어깨 들썩이며 격렬한 곡哭쏟아내는
파도가 있어 그런지
슬픔이 석고처럼 굳어버려서 인지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었다
만석이 된 주차장에서
초저녁 어둠을 밀어낸 LED가
형광색 조등을 내다 걸었고
만삭이 된 벚꽃들은 이제 마악
순산의 지경에 이르고 있었다
1층 3호실 어제 낮부터 미리 와 계신 고인을 만나
내 슬픔의 본때를 보여주려 했는데
종이사발 반쯤 담겨 나온 육계장이
나 보다는 훨씬 진하고 덜큰한 서러움으로
뻘겋게 울고있었다
입구에서 빈소까지 서른걸음 쯤
열다섯 발자국의 이쪽과 열다섯 발자국 저쪽은
생生 과 사死의 국경선
이곳은 떠나는 그의 마지막 침실
저 곳은 살아남은 자들의 나머지 삶이 기다리는 곳
목련 꽃 지기를 기다려 벚나무 꽃싹을 틔우듯
아득히 멀어져 가는 영혼이 헐떡이는 심장 되어
우리 가슴 힌켠에 머무려 하는건
기억의 풀섶에 싱싱한 추억이 되고 싶어서이다
밤 하늘 별로 태어나거나
연닢에 맺히는 이슬로 다시 올려는건
이런 마음 그대로 품은 채
이 모습 그대로 오고싶어 하는 것
사라짐을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것 같은
꽃들에게 억장 무너지는 탓 돌리지만
바닷가 언덕에 목련꽃 시나브로 지는 날에
또 한사람
그의 생애도 그의 뜻도
아무 말도 아무 놀람도 없이
고요히 스러져가고 있다
섣달 그믐밤 - 최 동순
오늘 밤 잠자면
하얀 눈썹 생긴단다
만두빚던
할머니 농담 소리에
어린 손자 녀석
무거운 눈까풀 매만지다
소르르 잠들고
한해를
보내야하는 아쉬움과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 설레임에
긴 겨울밤
온가족 도란도란
이야기 꽃 피어나는 섣달 그믐밤
* 2024년 팔공문학상 금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