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10월31일 화요일
7080중년들이 가을을 그냥 보내기
아쉬워 '잊혀진 계절' 을 핑계 삼아
감성적인 센탈리즘에 웬지 무언가의
기대감과 누군가와의 막연한 일탈을
꿈꾸는 사춘기때처럼 모이고 만나
마시고 노래하며 즐기는 축제의 날
10월의 마지막날이다.
그러나 나는 오늘도 걷는다
신비의 바닷길 무창포에 다시 와 서니
저번주는 밀물이어서 바닷길이 잠겨
있었는데 오늘은 때 마침 썰물때여서
바닷길이 드러나고 갯벌체험을 하는
사람들이 열린 갯벌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채취하는 것이 보인다.
해변이 끝나는 어항 초입에는 수협어판장과
횟집도 보이고 '상화헌'이라는 카페&호텔이
중후하게 자리잡고 있다.그리고 무창포항엔
배들이 옹기종기 그림같으다.
항구를 가로지르는 구름다리를 건너
뚝방길을 돌아 내려가니 용두해수욕장이
각시바위 신랑바위 전설 속 이야기따라
용의 머리가 산산조각나 깨어진 바윗돌
용두해변으로 구전되어 한적한 캠핑지로
거듭나 조용하다.미니해수욕장^^
용두해수욕장이 끝나는 언덕을 돌아서면
요트정박장이 있고 남포방조제가 시작된다.
남포방조제는 걷기도 좋게 방조제길을
쿳션같은 탄성포장재로 덧씌워서
바닷가 모래밭길 어싱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폭신한 걸음걸음으로 대신해 주고
바람에 한들한들 흔들리는 억새의 노래는
내 그리움이 가 닿는 그곳으로 날아간다.
남포방조제 딱 중간에는 섬아닌 섬 죽도가 있다
그 옛날에는 댓죽섬이라고 했단다.
댓죽섬 안에는 상화원이라는 우리들의 이상향
정원이라고 해서 주말에만 입장료 받고
관람하는 정원이 있는데 과연 우리의
이상향 정원인지는 모르겠다.가보지 못해서~
그리고 이곳 방조제 주변에 고운 최치원의
생가라고 이정표도 있고 역사적 흔적도 많은
곳인데 고운 최치원의 시와 글 행적들에 대한
기록같은 것은 한 줄 설명도 없이 그냥 이름
따로 호 따로 표기하여 도로변 안내판이나
설명글에 대충 써 넣은 것이 여기저기 있는데
문제가 많아 보인다. 우리문화의 역사의식과
품격을 위해서라도 시정되길 바라는 마음~^^
오늘은 간크게 큰일을 저질렀다.
남포방조제가 끝나는 곳에서 방조제를 내려가
빙 돌아서 한참을 걸어가면 대천해수욕장이다.
그곳을 돌아가기 싫은 참에 방조제 끝에 철조망
막아 놓은 곳을 낚시꾼들이 야무지게 철조망을
뻰찌로 드나들수 있게 뚫어 놓았더라는..
얼씨구나 그 곳을 통과하니 하얀 백사장이
사람 발자국 하나 없이 깨끗하고 마침 해지기
전 햇살이 바닷물에 반짝이는 '윤슬'이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다.
이 고요함과 고즈넉함은 이유가 있었다.
뒤돌아보니 뉴스에서나 보았던 큼지막한
미사일이 ?기나 서 있었고 군사격장이란
글씨도 건물에 커다랗게 써 있고 위장막이
여기저기 덮여 있는게 아닌가~
아뿔싸 총 맟지 않은게 천만다행이다.
서둘러 바닷가를 잰걸음으로 탈출
들어올때와 달리 철조망에 문이 열려 있어
나갈때는 허리를 펴고 아무렇지 않게 마음과
달리 행동만은 태연하게 나왔더라는.. ㅋ
드뎌 대천해수욕장에 도착
여기 갈매기들은 사람이 다가서도
귀찮다는듯 날아가질 않는다.
몇발자국 마지못해서 움직여준다
새우깡도 안주면서 그런 표정으로~
대천해수욕장의 또 다른 위락시설
비치 "스카이 바이크" 모노 레일이다.
왜 나는 이런걸 보아도 타보고 싶은
마음이 안드는 걸까 늙어서겠지? ㅠ
오늘의 도착지 대천항이다
와우~ 대천항은 배가 무쟈게 많다.
배의 규모도 여태까지 지나쳐온 조그만
어항의 배들과는 엄청나게 차이가 크고
출항 채비를 하는 배 위로 짐을 싫는 것을
보니 다 크레인으로 들어 옮기고 있다.
생동감 있는 부두의 모습들이 좋고
해양경찰서옆에 연안여객선이 정박되어
있는 것을 보니 훼리호를 타고 바다를 건너
그 어디라도 가고 싶은 마음이 출렁인다.
무창포에서 대천항까지 6시간 21km를
걷고 대천항에서 콜택시를 부른다.
다음주부터는 대천항 여기서부터 원산도까지
77번국도가 바다밑으로 해저터널이 개통
되었으니 해저터널을 지나 원산도부터
77번 국도길을 이어갈 예정이다.
햇빛이나 달빛이 술잔에도 비치고
그대 눈동자에도 비치고
잔물결에 비치어 반짝이는
모습을 "윤슬"이라고 한다.
10월의 마지막 밤을 위하여
트래킹을 끝내고 돌아가는 눈앞에
바닷가 윤슬이 보석처럼 영롱하다.
2023.10/31.고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