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

[김태식]

            보릿고개

                             김태식(가든수필 2023/07/09)

     춘궁기(春窮期), 맥령기(麥嶺期)라고도 한다. 봄철 기근(饑饉)을 가리키는 말이다. 배고픈 시기를 보내는 것이 고개를 힘겹게 넘어가는 것과 같다고 하여 이를 빗대어 보릿고개라 부른다. 보릿고개를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는 ‘보릿고개’ 라는 말의 뜻은 대충 알지만 참뜻은 알지 못한다. 그 어원을 먹을것이 없어 쌀 대신 보리로 끼니를 떼울 정도라고 잘못 알고있다. 혹자는 부모님 세대가 쌀을 마음데로 먹지 못하고 잡곡인 보리를 섞어서 먹던 것으로 이해한다.

    한국의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가을인 9월 아니면 10월에 벼를 추수한 뒤 보리를 심는 이모작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보리가 수확할 때까지 양곡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추수한 쌀이 다 바닥나는 5월과 6월에는 아직 보리가 제대로 여물지 않아 보리를 수확할 수 없었다.

     한국의 보릿고개를 제대로 이해 못해 외교관의 말의 실수를 기억한다. 왜 쌀과 보리밥만을 많이 먹는가 과일과 부식을 많이 먹어 쌀을 아껴먹으면 보릿고개는 살아 진다는 코메디 같은 말을 했다. 쌀도 보리도 없다 보니 사람들은 자연히 허기를 채울 작물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이럴 때는 칡뿌리나 냉이를 캐거나 쑥을 뜯어 죽을 쒀서 먹었다. 나무 껍질 가운데에서는 주로 소나무 껍질을 많이 먹었다. 이 소나무 껍질을 송피라고 불렀다. 소나무의 연한 속껍질을 벗겨 삶거나 하여 부드럽게 만들어 먹었다.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하다’라는 말은 보릿고개 때 변비로 항문이 찢어지던 것을 비유로 한 말이다.

     나는 시골에서 소년기를  살면서 배고픈 이웃의 아픔을 함께 느껴 보았다. 8.15 해방이전 1940년에 전쟁의 위험을 느껴 시골로 피난 갔던 다음 해 이었다. 학급 담임인 일본 교사가 일요일에 신사주변을 청소 한다고 학교에 등교 하라고 했다. 학교를 가려고 집을 나와서 동리 모퉁이를 벗어 나려는 때 이었다. 동내 형들이 개천으로 고기 잡으러 간다고 함께 가자고 했다.

     개천에 가서 그물로 고기도 잡고 발로 물장구 치는 수영을 배웠다. 산에 가서 칡뿌리를 나무 토막으로 캐서 씹다가 물만 빠라먹고 뱉는다. 물노리로 배가 곺았을 때 달콤한 그맛은 오늘날 무엇으로도 비교할 수 없다. 어린 소나무 상수리를 꺽어 칼로 껍질를 벗기고 속 껍질을 뜯어 먹던 그맛은 치스나 쪼크렡 맛이라 뇌리에 기록되어 있다. 물고기와 손가락으로 감자를 캐온 것을 모닥불에 구워 먹으며 신나게 놀았다. 다음날 학교에 가서 천렵을 가느라 못 왔다고 선생님에게 말했다. 하루 종일 공부도 못하고 벌을 서고 반성문을 쓰며 종아리도 시퍼렇게 마져 멍이 들었다.

    이민초에 남미사람들이 많았던 아파트에 몇년간 살던 때이다. 주말이면 원통 이곳저곳에서 금토일 삼일간은 호떡집에 불이 난듯이 밤새도록 떠 들석 했다. 그들에게는 ‘보릿고개’처럼 ‘주급고개’가 월화수목의 4일간은 쥐죽은듯이 조용하였다. 쓰레기 통은 주중에는 텅 비여 있다가 주말에는 넘치도록 쌓인다. 보릿고개 현상이 없어진 지금은 다른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가령 ‘주급 3일전이나 월급 3일 전’이라고 한다. 여기서 아예 ‘주급고개 혹은 월급고개'라는 신조어 까지도 탄생 될듯하다.

     물품과 식품이 지역간에 유통이 잘 되어야 시장 경제가 활성화 된다. 1961년 5월 16일 군사 혁명이 있었다. 우리 모두 잘살아 보세의 구호가 울리고 한국의 보릿고개가 사라진 시기는 경인고속도로(1969년), 경부고속도로(1970년), 호남고속도로(1973년), 영동고속도로(1975년)가 연달아 개통되고 유통망이 갖춰지면서 살아졌다. “삼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다. 경부 고속 도로를 군 장비를 동원해서 건설 할 때 사학자들은 역사적으로 도로를 건설하고 나라가 망 했다며 건설 형장에 주민 들과 누워 항의를 하는 통에 공사가 지연 된 일이 있었다. 한국의 보리 고개는 전국이 1일 생활권의 도로가 완성되며 보릿고개는 점차로 살아졌다.   

     보릿고개의 재치로 영종의 황후가 된 정순왕후 김씨 야사가 있다. 영조가 간택에 뽑혀 모여진 규수에게 "이 세상에서 제일 높은 고개가 무엇인가?”란 질문에 저마다 높은 고개 이름을 말했다. 다만 정순왕후 김씨는 "보릿고개야 말로 제일 높은 고개인 줄로 아뢰옵니다."라고 답하였다. 그 외에도 그는 가장 좋은 꽃은 백성들의 옷이 되는 목화꽃이라 말했다.

     한국 민족은 두뇌가 천재인것 같다. 그럴사하게 날조하는 괴담 창작의 명수이다. 한편에는 남의 괴담에 살피고 검토하는 일 없이 잘 속는 무리도 문제가 많다. 미국 광우병 소고기는 뻐를 송송 구멍을 낸다. 일본 핵 오염수를 먹은 바다의 물고기를 먹으면 큰일 난다. 그렇다면, 짱꼴라가 서해 바다에 버린 핵 오염수는 물고기는 소화를 잘 시켜 괜찮다는 것인가?  왜 끽소리 한 마디 못하고 있는가? 중국이 무서운가 군소리도 못하니 놀랍다. 일본 사람과 만나는 친교는 친일 파란다. 상전으로 모시며 중국을 대국으로 섬겨야 남북 통일이 된다는 논리는 간신인가? 간첩인가? 매국노인가?. 그런데 중국은 강한자에게는 굽실거리며 약하다. 그런데 머리를 숙이는 자에게는 고자세인 못된 떼놈의 기질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8.15 해방을 시골에 맞았을 때 일이다.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어린  귀에 어느 장년의 외치던 소리가 생생하게 기억된다. “이제 왜놈은 물러간다. 때려 잡아 죽이자. 학교는 불사러 버리면 더 좋은 학교를 지워 준다. 자 불지르라 가자 !” 순진 했던 농촌 거민이지만 사리는 분명 했다. “이놈아 똑바로 알고 지꺼려” 이 세대에 이 말을 듣고 제 정신으로 돌아설 미친 강아지 새끼 만도 못한 녀석은 없는지?… 주변을 살펴 볼 필요는 없을까?

[성민희]

보릿고개와 주급고개. 정말 재미있는 비유네요.
우리 한국의 민도는 이제
괴담을 괴담으로 알아차릴 정도로 높아졌다고 믿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