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천마, 천단, 천의 무학들
하루... 이틀...사흘.
어느덧 열흘이란 기간이 물흐르듯 지나가 버렸다.
제일 연공실-
용비운은 석대 위에 앉아 무공구결을 해독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공손찬의 지도에 힘입어 그의 천마금강심공은 육성의 단계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제 그는 천마금강환을 임의로 발출하고 거둘 정도는 되었다.
하나, 아직 그 최고의 경지인 무형의 단계에는 입문조차 할 수 없었다
. 이갑자 공력을 훨씬 상회하는 그의 공력으로도 그 무형마강환수련은
불가능했던 것이다.
대신 그는 천마심경 중에서 가장 막강한 위력을 지닌 장공을 수련했다.
천마무흔잠인-
이것은 가격된 물체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내부만 완전히 파괴할 수 있는극마지학이었다.
철포삼이나 금종조와 같은 외문강기를 전문적으로 파괴하는
무서운 마공이었다.
용비운은 또 범천패역진경의 기학도 함께 수련했다.
해박한 지식의 공손찬은 범문에도 능했기에
범천패역진경의 최고 기학의 구결을 해독해 준것이다.
한혼사유술-
천면환용기환술-
범천심수-
환혼사유술과 천면환용기환술은 일종의 사술과도 같은 기학이었다.
용비운은 너무도 신묘한 기학에
이것이 과연 무학의 부류에 해당되는지 의아해 했다.
환혼사유술은 한 줌의 진기만으로 자신의 혼백을 조정하는 묘술이었다.
이 묘술을 극한에 이르기까지 터득하면
자신의 신체는 남겨둔 채 혼백만 분리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천면환용기환술은 서역의 밀학인 요가술의 일종이었다.
신체의 이완을 자유자재로 조절하여
자신의 용모를 바꾸거나 신체의 형태를 병용시키는 신기한 밀학...
극한의 경지에 이르면 풀 한 포기 돌 하나를 이용하여 자신의 몸을 변용 은폐시킬 수 있다.
용비운은 너무도 허무맹랑한 기학에서 범천신수로 생각을 돌렸다.
범천신수-
백해천렬의 이 무공은 상대의 절학을 파해하는 효용을 지니고 있다.
도검의 공세는 물론 장지의 공세마저 흡입, 반탄하는 환상적인 신수였다.
세월의 화살은 어느 새 열흘이라는 기간을 단숨에 꿰뚫어 버렸다.
결전의 날까지는 겨우 닷새를 남기고 있었다.
천마심경과 범천패엽진경의 수련을 어느 정도 마친 용비운은 잠시 여유를 갖게 되었다.
"진귀한 약재를 구하려 간다던 사형은 왜 여태 오지 않는 것일까?"
그는 좌대에서 내려서며 길게 기지개를 켰다.
문득, 자신의 몰골을 내려다보며 피식 실소를 금치 못했다.
"난세의 풍운아 용비운의 몰골이 말이 아니군."
이십여 일동안 무학에만 몰두해 있었던 탓으로 그의 행색은 말이 아니었다.
얼굴과 손등에는 때가 덕지덕지 꼈고 머리카락은 잡초처럼 뺏뺏해 있었다.
또 좌대에서만 잠깐씩 눈을 붙인 채 수면을 취했기에 광대뼈는 쾡하니 튀어나와 있었다.
이 순간,
그의 뇌리 속에는 두 개의 영상이 겹쳐져 떠올랐다.
한없이 고귀하게만 보이는 청초한 백합 같은 엽완란,
천고의 절증으로 하루하루를 잎구어가며 살면서도
그 메마른 얼굴에 미소를 잃지 않았던 온주려...
"엽소저와 주려가 나를 보면 기절초풍 하겠군..
엽소저도 천각봉 결전을 관전하러 올까?
그보다 주려가 걱정이군.. 어떻게 지내는지..."
그는 자신의 생사에는 별반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단기간 동안에 일취월장한 무학 때문인지
어느 누구와 대결해도 패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이젠 그도 예전같이 금마선의 허세로써 남을 기만하는 일은 하지 않으리라 맹세했다.
진정한 용비운의 위엄으로서 행동을 하겠노라 다짐했던 것이다.
허나, 그의 마음 속에는 아직도 무림대의에 대한 관념이 희박했다.
그는 천하를 위해 용비운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영예를 위해 용비운이 된것이다
. 그는 당당히 어깨를 피며 제일 연공실을 둘러보았다.
팔각형 석실은 온통 견고한 청강석으로 싸여 있었다.
"어디 한 번 나의 무공을 시험해 보자."
그는 천마진기를 끌어올려 쌍장에 주업시켰다.
전신에 충만된 기력이 폭발하 듯 솟구쳐 올랐다.
"천마무흔잠인-"
그는 낭랑히 외치며 신형을 빙글 돌렸다.
콰-르르르르--
엄청난 금빛 기류가 낙조에 물든 파도처럼
팔각형 석실 여덟 곳으로 동시에 뻗쳐 나갔다.
퍼퍼퍼퍼펑-
잇달은 폭음과 함께 석실 전체가 그대로 파멸된 듯 무섭게 진동했다.
허나 그의 장인에 적중된 팔각 석벽은 일푼의 파손도 없이 멀쩡했다.
"이...이런... 분명 강력한 반탄력을 느꼈는데...?
나의 화후가 아직 부족한 편인가?
적어도 천마무흔잠인을 팔성 정도까지는 연성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용비운은 실망을 금치 못했다.
순간 진정 그의 생애에 최대의 심력을 소모하여 연성한 무학이
이렇게 보잘것없다는 사실에 심한 좌절과 회의에 사로잡혔다.
한데 이때,
갑자기 팔각의 석벽이 먼지처럼 부서져 내리는 것이 아닌가?
동시에 천장마저 균열을 일으키며 붕괴되는 것이었다.
쩌-쩌어어-억-우르르릉... 용비운은 대경실색했다.
"앗!"
그는 바위덩이 새로 신형을 날리며 황급히 외부로 피신해 갔다.
다행히 석실하나의 천정만이 붕괴되는 것으로 그쳤기에
거대한 지하동부는 무사할 수 있었다.
"큰일날 뻔했다... 내 무공에 내가 죽는 불상사가 생길 뻔했군."
그는 무너져 내린 제일 연공실을 멀찌기서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때,
"무슨 일인가, 사제?"
지하동부의 입구쪽에서 잔잔한 음성이 들려왔다.
용비운은 움찔하여 고개를 돌렸다.
공손찬,
그는 무너져 내린 제일 연공실을 멀찌기서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때, 먼길을 다녀온 듯 간편한 경장이 온통 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그의 한 손에는 진귀한 자할구로 만든 망태가 들려 있었다.
"사형... 이제 오시는 것입니까?"
"음, 동정호에서 이제 막 돌아오는 길이네."
공손찬은 천천히 그에게로 다가섰다.
"헌데 어째서 제일 연공실이 괴멸된 것인가?"
용비운은 고개를 푹 숙이며 대답했다.
"예, 실은 천마무흔잠인을 시험해 보다 이 지경이 됐습니다.
정말이지 소제는 이토록 막강한 위력이 전개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공손찬은 백미를 번쩍 치켜 올리며 붕괴된 석실을 자세히 살폈다.
무너져 내린 천정 부위를 제외하고는 석벽은 모두 미세한 분말로 변해 있었다.
(경이적인 진전이다.
화후가 부족할까 하여 천신만고 끝에 만년화리를 구해 왔는데..)
용비운은 그의 준엄한 질책이 없자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공손찬은 별 표정 변화없이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왜 꾸짖지 않으십니까?"
"사제, 앞으로는 무공을 펼쳐 보이려면 밖에서 하게나.
이러다 천단이 남아나지 않겠네."
"예! 그럼 용서를...?"
"처음이니 용서하지. 가서 목욕하고 제이 연공실로 오게나.
내 사제를 위해 잉어탕을 끓여 놓겠네."
"감사합니다, 사형!"
용비운은 뛸 듯이 기뻐하며 천단수가 흐르는 청하연으로 달려갔다.
공손찬은 지그시 그를 응시하며 환한 미소를 띄었다
(마치 죽은 용사제의 어렸을 때의 모습을 보는 것 같군.
. 그는 그릇된 일을 했을 때 항상 먼저 벌을 청했지.)
그는 생각이 죽은 용비운에게 미치자 가슴 한 구석이 황량해지는 씁쓸함에 사로잡혔다.
(마치 그가 죽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이 드는 것은 어찌된 일일까..?
너무나 뛰어난 사제였기에 그의 죽음이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아서인가?)
제이 연공실,
용비운은 땀을 뻘뻘 흘리며 잉어탕을 먹고 있었다.
공손찬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이를 지켜보았다
그 동안 건량만으로 허기를 때운 용비운으로서는 한 사발의 잉어탕이
세상 최고의 진미로만 여겨졌다
. 이윽고, 그는 사발의 바닥까지 싹싹 비우고는 길게 트림했다.
"사형, 정말 잘 먹었습니다
. 헌데 탕이 유난히 뜨거워서인지 전신이 마치 불덩이 처럼 달아 오르는군요."
그는 땀방울을 소매로 문지르며 밝은 어조로 말했다.
공손찬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일이네.
사제가 마신 잉어탕은 태양의 정기를 지녔다는 만년화리를 넣은 것이라네."
용비운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년화리라면 사상의 영약 중 태양의 화기를 지녔다는 천고의 영약이 아닌가?
매일 아침 일종의 영기를 일만 년 동안 들어켜 온 만년화리,
용비운은 그것을 잡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 줄 알고 있었기에
감격을 금치 못했다.
"사형...!"
공손찬은 몸을 일으켜 그에게로 다가섰다.
"사제, 감격할 마음이 있거든 어서 운공조식 하도록 하게나.
자네는 달의 정기가 어린 천년인혈설삼을 복용하였기에
만년화리의 화기를 전신 공력으로 흡수할 수 있을 것일세."
용비운은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가 감사의 보답을 하는 길은 오직 강자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죽은 용비운보다 뛰어난 인물이 되어야 공손찬을 안심시킬 수 있는 것이다.
공손찬은 용비운의 등 뒤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그의 명문혈에 장심을 밀착시켰다.
"사제, 천마금강심공을 극한까지 끌어올리게."
그의 전음에 용비운은 칠성의 경지까지 터득한 천마금강심공을 최대한 운기했다.
육성 이후부터는 심공의 진전이 두드러지게 둔화됐었다.
어느 한계의 벽에 부딪친 듯
그 동안 보여왔던 지속적인 증진이 거의 정지하다시피 했던 것이다.
공손찬이 천신만고 끝에 만년화리를 구해 온 것도 그의 이런 현상을 예견했기 때문이다.
상승무학을 익히기에 그는 다소 늦은 편이었다
. 또한 그는 모든 무학을 속성으로 익혀야 했기에
막강한 공력이 뒷받침 되어야 했다.
따라서 내공의 기초를 견실하게 다져야 하는 독학에 의한 내공 수련으로는
그의 공력이 어느 한계 이후로는 상승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간파했던 것이다.
용비운은 장심에서 밀려드는 공손찬의 태극천단진기를 받아들이며
만년화리의 약효를 진기로 흡수했다.
전신 사지백해로 스며드는 진기에 그는 형용할 수 없는 상승의 쾌감을 느꼈다.
번거로운 껍질을 깨고 자유로운 행동을 하게 되었을 때의 희열을 만찍할 수 있었다.
일정 한계의 돌파!
용비운은 남들이 이십 년 수련해야 이를 수 있는 내공의 기초 단계를
이십 일 동안에 극한까지 올려 놓을 수 있었다.
천마금강심공의 구성 돌파!
용비운은 전신의 진기를 삼십 육주천 하고는 스르르 눈을 떴다.
순간, 번- 쩍-
아찔할 금광이 폭사되며 전면 석벽에 깊은 구멍을 새겨 냈다.
용비운은 진기를 거두어 단전으로 되돌렸다.
그의 성목에 어리던 금광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아...몸이 마치 깃털처럼 가볍게 느껴진다.
그리고 이 충만한 기력! 이런 것이 무학성취의 즐거움이구나."
용비운은 짜릿한 희열 속에 몸을 일으켰다.
공손찬은 다소 창백한 표정으로 운공조식하고 있었다.
용비운을 위해 막대한 진기의 소모를 아끼지 않았는지
그의 안색은 비교되리만큼 초췌해 보였다.
"사형..."
용비운은 눈물이 나오리만큼 감격했다
. 헌데 이순간 그의 내부에서 악마의 유혹이 스물스물 솟아 올랐다.
그를 죽여라! 그렇게 되면 아무도 너의 추악한 내력을 모르게 된다.
굳이 목숨을 걸고서 대밀종천과 겨루지 않아도 너를 욕하지 못할 것이다.
너는 용비운이 아닌 다른 인물로 변장하며 활동하면 되는 것이다.
용비운의 눈가에 엷은 살기가 서렸다.
아아.
오랜 악의 생활에 의한 본능적인 이기적 사고의 표출이었다.
(내가 삼 년만 더 수련하면 천하최강자가 될 수 있다.
허나 불과 오 일밖에 안남은 기간에 나는 불패의 인간이 되리라는 확신을 가질 수 없다.
용비운은 범천진기를 소맷자락에 운집했다.
가공할 범천신수의 위력이라면
무방비 상태로 있는 공손찬을 단숨에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허나 그의 범천신수는 좀처럼 전개되지 않았다.
자신을 친사제처럼 대해 준 공손찬의 따뜻한 인정...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으리라 여겨지는 마음 속의 우상 엽완란의 서글픈 눈빛.
손을 모으며 고개를 젖는 온주려의 간곡한 애원이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안돼! 내가.. 내가 인간의 탈을 쓰고서 어찌 이런 간악한 생각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용비운은 고개를 저으며 진기를 거두었다.
마침내 그는 악마의 유혹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이때, 공손찬이 한숨을 내쉬며 조식에서 깨어났다.
"사형, 정말 소제는 사형의 수고로움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용비운은 그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공손찬은 그의 한 손을 가만히 쥐었다.
"사제, 이제 천하의 운명은 사제의 두 어깨 위에 걸려 있네.
감사해야 할 사람은 사제가 아니라 바로 이 사형일세."
"사형..!"
"사제의 천마금강심공을 대성시켜 불사금강치체를 이루게 하려 했지만
우형의 능력이 모자라 그만 실패하고 말았네."
"아닙니다, 사형, 소제의 자질이 워낙 부족하여서였겠지요
. 하지만 천마금강심공을 구성 정도 연성한 듯합니다."
"그 정도라면.. 범패륵과의 대전만 아니라면 자네는 승리할 수 있네."
용비운은 성목을 반짝이며 물었다.
"대단한 인물이네.
과거 백 년 전 변황제일인이로 추앙된 사상 최강의 고수로서
대밀종천의 대법왕이 바로 그라네."
"당시 그의 무공은 천하에 적수가 없었네...
그는 최강자라는 자부심에 중원 무림계마저 복속시키려는
무서운 야심까지 지녔었네."
용비운은 눈을 가늘게 뜨며 그의 존재를 뇌리에 새겨 놓았다.
공손찬은 가부좌를 풀고 일어났다.
"헌데 중원무림계에게도 어마어마한 고수가 있었네...
그의 내력은 불명이고 그의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은
당금 무림에서 몇명에 불과했네."
"어떤 인물이지요?"
"다소 광기넘치는 그는 스스로를 절대패왕이라 칭했네."
절대패왕...?
"그는 남에게 지고는 못버티는 과격한 성격의 소유자로
일설에 의하면 그는 범패륵을 찾아가 일전을 겨루었다 하네."
"결과는 어찌 되었습니까?"
공손찬은 자엽차를 마시며 고개를 저였다.
"그 결과는 아무도 알 수 없네.
절대패왕과 변황천불 범패륵은 그 이후로 종적을 감췄으니 말이네."
"동귀어진 내지는 양패구상을 당했기가 쉽겠군요."
용비운은 차잔을 내려 놓으며 나름대로의 의견을 말했다.
공손찬도 동의했다.
"그렇기가 쉈네.만일 절대패왕이 없었다면
선사께서 중원을 지키기 위해 그와 일전을 벌였을 것일세."
그는 말을 마치고는 연공실 중앙으로 걸어갔다.
"천각봉 결전까지는 이제 오 일이 남았을 뿐이네..
이곳 항산에서 대파산까지는 삼천여리도 넘으니
하루 전에는 출발해야 할테니 정확히 사 일 남은 셈이군."
용비운은 그를 따라 연공실 중앙으로 갔다.
"이 사형은 자네에게 천단신서의 무학 중 경공과 선법을 전수해 주겠네."
"사형의 경공은 천하제일이라 하더군요."
"세상에는 무수한 기인이사들이 있는 법이네...
천하제일..이런 과찬은 나는 감당치 못하겠네."
공손찬은 풍성한 수염을 어루만지고는 말을 이었다.
"경공은 크게 보법, 신법, 비행술로 나뉘어지는데
자네의 고강한 공력이라면 어렵지 않게 연성할 수 있네."
공손찬은 신형을 한 바퀴 빙글 돌렸다.
"사제, 나를 잡아 보게."
"예!"
용비운은 빠르게 다가서며 공손찬의 소매를 낚아 챘다.
헌데, 스르르르르르..
공손찬의 신형은 그대로 스러지는 것이 아닌가?
"아... 아니..!"
공손찬의 음성이 그의 뒤어세 들려왔다.
"허허...사형은 여기에 있네."
용비운은 몸을 홱 틀고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마치... 마술같군요."
"이것은 상승 경공의 하나로 분형환위라 하네.
자네의 분신은 그대로 둔채 본신을 움직여 상대를 현혹시키는 신법의 하나일세."
"어서 배우고 싶습니다."
용비운은 잔뜩 기대하는 눈빛으로 말했다.
공손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가르쳐 주겠네.
그리고 죽은 용사제가 구사했던 천단금마선법도 배우도록 하게."
"천단금마선법은 천단서 최고 절학 중의 하나일세.
모두 십이초로 되어 있는데
이 사형은 구초까지 밖에 연성하지 못했네."
"용비운은..?"
"그는 물론 십 이초까지 완벽하게 수련했네..
그 후반의 초식은 앞의 팔초와는 비교도되지 않을 만큼
가공할 위력을 담고 있네.
하지만 탄자사식과 기자사식만으로도 천하에 적수가 드물 것일세."
"사형...소제는 후반의 사식을 모두 수련하고 싶습니다."
용비운은 검미를 불끝 치켜올리며 요청했다.
공손찬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탄자사식과 기자사식을 대성하기 전에는
파사사식의 제일식도 시전할 수 없네.
자네의 호승지심은 알겠네만.절차를 지키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용비운은 어쩔 수 없이 수긍해야 했다.
(용비운, 내 천각봉 결투에서 살아난다면
기필코 자네를 능가하는 인물이 되겠네..
내가 자네의 명성을 빌은 것이 아니라
자네가 나의 능력을 빌은 것이 되도록 해주겠네.)
은한림 입구,
정갈한 금삼으로 갈아입은 용비운은 공손찬을 향해 공손히 포권지례를 취했다.
"사형, 소제 반드시 이기고 돌아오겠습니다."
공손찬은 그의 어깨를 다독이며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
"반드시 이겨야 하네..
그래서 신비 단체의 압박을 받고 있는 무림을 구해 주게."
"천단의 명예를 걸고 싸우겠습니다."
용비우은 자신있게 말하고는 품 속에서 한자의 혈지도를 꺼내들었다.
"사형, 사형께 조금 도움이 될까 하여 드립니다."
"무엇인가?"
공손찬은 혈지도를 받아 쥐고는 유심히 살폈다.
"소제는 기관도해에 어두워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천마심경의 표지에서 얻었습니다."
"음..."
공손찬은 다소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형, 그럼 소제 이만 물러갑니다. "
용비운은 다시 한 번 포권지례를 취하고는 계곡 아래로 신형을 날렸다.
공손찬은 혈지도에 몰두한 채 용비운이 가는 것조차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의 봉목에 강렬한 혜광이 폭사된다.
무슨 엄청난 비밀에 접한 듯 그의 안색이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이.. 이럴 수가. 전설적으로 구전되어 오던 악마의 예언
구마혈정이 실존한단 말인가..?
구...구마혈정.."
그의 고고한 신태가 마치 폭풍을 맞은 듯 심하게 전율한다.
악마의 예언-
구마혈정-
대체 그것은 무엇을 일컫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