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집 여자의 상투적 거짓말은 끝이 없다. 어제 아침에 몇 번 크게 꽝, 쿵 부딪치고 내려치는 소리에 움찔하면서도 참았다. 다시 거실에서 쿵 하고 크게 내려치는 소리에 관리사무소에 신고했다. 관리소장이 윗집에 올라갔다 와서는 윗집 여자가 '애가 배를 먹다 떨어뜨렸는데 그래서 그런가' 하더란다. 이 여자의 이런 터무니없는 둘러대기 거짓말은 끝이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뻔한, 뻔뻔하기 짝이 없는 둘러대기 거짓말을 그대로 받아주는 관리소장의 지독한 우유부단, 눈치 보기,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여기에 붙었다 저기에 붙었다 하는, 어떻게든 핑계를 대고 뒤로 빠지는 처세다. '세 살배기 애가 배를 먹다가 떨어뜨렸다고 해서 어떻게 깜짝 놀랄 정도의 쿵 하는 소리로 둔갑하겠어요. 그리고 매트도 깔아놨잖아요. 지금 한번 떨어뜨려 보시죠. 좀 조심히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런 말 한마디를 못 하고 또 안 한다.
관리소장의 이런 태도 덕분에 윗집 여자는 계속 제멋대로 둘러대기 거짓말을 해나가고 층간소음 역시 계속 유지돼 나간다. 3년이 넘도록 미안하다는 말, 죄송하다는 말 한 번도 한 적 없이 뭐한 놈이 큰소리치는 이상으로 큰소리치며 자신이 피해자라고 코스프레까지 벌인다. 주변 이웃들도 저 여자는 저런다고 하며 당연시한다. 관리소장 또한 상투적으로 둘러대는 핑계가 있다. (윗집 여자가) 너무도 태연스럽게 아무것도 안 한다고 그러니까 아무 할 말이 없다는 것이다. 윗집에 올라가면 머리가 하얘진다고 한다.
그러나 이 또한 관리소장의 상투적 둘러대기다. 자기 핑계, 변명을 댈 때는 말이 안 되는 소리로 끝까지 자기방어를 한다. 그 말도 안 되는 소리로 계속 우기는 바람에 몇 번 큰 소리로 싸운 적도 있다. 계속 사실과 상식을 반복해 알려줘 더 할 말이 없어지면 그때야 잘못됐다고, 잘못했다고 인정한다. 그렇게 많이 녹음도 들려주고 수시로 상황과 사례도 알려주고 소장 본인도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며 분개하고 기가 찬다고 하고 다 수긍하고 다 인정해 놓고는 자기변명을 할 때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안면박대하고 (윗집 여자가) 아무것도 안 한다고 하더라는 말만 반복한다. '그렇게 아무것도 안 한다고만 하면 아무것도 안 한 거냐, 그러면 다 아무것도 안 한다고 하면 되겠네.' 하고 되물으면 아무 말도 안 한다.
이 관리소장은 이번 달로 그만두게 된다. 그러면 이제라도 눈치 보기 처신,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하는 야비한 처세를 중지하고 마지막으로라도, 한 번만이라도 정상적으로, 상식적으로 일이든, 말이든 보여주고 가면 좋을 것인데 끝까지 그러지 않는다, 오히려 무책임의 극치만 보여준다. 윗집의 터무니없는 게시물 요구를 덥석 받아준 것이다. 거짓말과 피해자 흉내 정도는 차치하고라도 따로 문제가 되는(음해적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내용이 있음을 반복해 알려주자 또 파주경찰서에도 다녀왔다고도 하자 비로소 인정하면서도 자기 혼자 결정을 못 내리고 윗집과 상의를 해보겠다며 좀 기다리란다. 그러고 윗집으로 올라간 지 한 3시간이나 지나서야 와서는 윗집이 게시물을 (하나도 고치지 말고) 그대로 두란다고 알려준다. 관리소장이 자기 명의로, 자기 책임으로 관리소장 직인을 찍어 게시하는 게시물을 이런 식으로 우유부단하게 처리하는 관리소장이 도대체 어딨겠나? 마치 윗집 하수인, 부하 직원 노릇을 하는 듯하다. 정말 기가 찬다.
그런데 이런 윗집 여자에게 똑바로 한마디를 해 준 경비원이 있었다. 가끔, 어떨 때(여름철)는 종종 있는 일이고 관리사무소에도 여러 차례 알린 일이다. 다름 아니라 (보일라, 세탁기가 있는 뒤 베란다가 아니라) 앞 베란다로부터 독한 세제 냄새가 집 안으로, 거실로 들어오는 것이다. 윗집에서 앞 베란다에다 쏟아부은 세제가 바닥 가장자리 콘크리트 틈새로 스며 들어 내려와 바람이 불면 거기서 독한 세제 냄새가 집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하얀 거품이 방충망을 타고 줄줄 흘러내려 온 일도 몇 번 있었다. 윗집은 물론 사과는커녕 처음에는 자기들(여자와 그 딸)이 한 짓이 아니라고 우기다가 몇 번 반복해 알려주고 관리사무소도 방문했고 고치기로 하지 않았느냐고 하자 대한항공 스튜어디스라는 그 딸이 "아저씨, 알았어요." 하고 정말 못되게 소리를 질렀다.
그날도 오후부터 독한 세제 냄새가 앞 베란다에서 거실로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바람이 불 때마다 반복해 들어 왔다. 그러려니 했는데 저녁 무렵 심한 방향제 냄새가 거실에 퍼지기 시작했다. 이상해서 일어나 욕실 문을 열어보니 욕실에 독한 냄새가 꽉 차 있었고 바로 경비실에 연락했다. 낮부터 앞 베란다에서 독한 세제 냄새가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욕실에 아주 심한 방향제 냄새가 꽉 차서 거실로 퍼지고 있다고 알렸다. 지금은 나가고 없는 김 반장이 바로 왔고 욕실 문을 열고 냄새를 맡아보더니 '왁'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고는 바로 윗집으로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