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좋아하는 꽃은 진달래다.
무리지어 있는 진달래를 볼 때면 아무런 근심없는 아기처럼 천진난만해지고 함박만한 웃음이 얼굴에 가득해진다.
연하디 연한 진달래의 분홍빛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설레임과 아릿하게 하는 애잔함이 묘하게 공존한다.
작년 3월 28일 진달래를 찾아 영취산에 올랐다.
축제를 사나흘 앞둔 날.
여전히 산행하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진달래 향기를 방해할 만큼은 아니었다.
젊은 날, 임도를 따라 오르던 영취산을 기억하며 입구를 찾았지만 선명하지 않아 머뭇거리는데 길 한 쪽으로 차들이 주르륵 주차되어 있고 비포장 주차장도 있다. 빈 곳을 찾아 주차하고 산을 오른다.
조금 걸으니 두 갈래길이 나타난다.
약간 가파르게 오르는 계단길과 임도처럼 잘 닦인 길.
진달래에 파묻힐 듯한 가파른 길을 택해 오른다.
수없이 피어난 진달래들이 반겨준다.
산 언저리에 살풋 피어있는 수줍은 진달래랑 차원이 다르다.
너무나 당당하다.
내 키보다 훨씬 큰 진달래 나무들이다.
속살 다 비출 것 같은 연분홍 빛보다 철쭉처럼 진한 연지빛이다.
오를수록 진달래 군락이 산을 가득 메우고 있다.
건너편에는 여수산단이 거대하게 자리잡고 있다.
뿜어 오르는 회색빛 연기들이 진달래들을 힘겹게나 하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다행스럽게 꿋꿋하게 이겨내는 진달래들의 의연함이 대견하다.
산악회에서 그룹으로 오신 분들이 보인다.
꽤 나이가 들어 보이는데도 무척 씩씩하다.
서너분씩 모여 앉아 도시락을 서로 나눠 먹으며 봄날을 즐기고 있다.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즐거워 보이고 정다워 보인다.
나도 신이 나 꽃들과 함께 연신 찰칵찰칵.
진달래꽃이랑 한덩어리가 되어 노니는 즐거움이 꿀맛이다.
진례봉 정상 주변으로 진달래 붉은 춤이 흐드러진다.
분홍 물감을 하나 가득 흩뿌려 놓았다.
파랗게 맑은 하늘, 따사로운 볕, 화사한 꽃무리 삼박자 완벽하게 갖춰진 봄날이다.
올라 온 곳과 다른 산길을 따라 내려오는데 멀리 핑크빛 얹힌 하얀 꽃무더기가 보인다.
벌써 벚꽃들이 다투어 피어 있다.
진달래, 벚꽃이랑 한바탕 신명나는 봄놀이였다
올해는 1~5일 쯤 꽃이 빨리 핀단다.
축제일도 작년 4월 1, 2일에서 3월 23, 24일로 앞당겨졌다.
23일 1시에는 상암초에서 전국노래자랑도 펼쳐진다고 한다.
하루 종일 축제장에서 진달래와 놀면서 이런 저런 체험도 해보면 좋을 것 같다.
첫댓글 전에 여수산단 공장에 가느라고 수없이 영취산 옆길로 다니면서도 옆 산이 영취산인지 몰랐었어요.
멀리서 보이는 여수산단의 뿜어 오르는 회색빛 연기는 유해한 연기가 아니고 무해한 수증기입니다.
지금이 어떤 세상이라고 연기를 그렇게 내뿜어요.
혹시라도 공장들에서 뿜어나오는 흰연기를 보고 누군가가 욕하면 연기 아니고 무해한 수증기라고 잘 설명해 주세요.
아하, 그렇군요.
참 다행이네요.
왠지 뿜어대는 연기를 보면 유해하다는 선입견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