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을 걸으며
정기용
나는 매일 공원을 걷는다.
수술 후 매일 걸어야 회복이 빨라진다는 의사 말에 의해서다. 오후 다섯 시 경이면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장평근린공원을 거닐면서 내 삶을 되돌아보곤 한다. 이 공원은 약 8천 평이며 전에는 운동장으로 일요일마다 택시연합회나 다른 단체들이 축구시합을 하던 곳이다.
정부가 아파트 근처 30%를 푸른 공원으로 조성하여 아파트 주민들의 안식처로 제공하라는 계획 아래에 만들어졌다.
입구에 들어서면 근린공원 안내도 간판이 있다. 북쪽으로 아파트 숲, 남쪽으로는 동대문 체육관과 큰 건물이 들어섰다. 서쪽에는 교회 구민회관, 동쪽으로 4차선 도로가 있어 자동차의 왕래가 빈번하다.
나는 공원을 거닐면서 흐뭇한 점과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느끼면서 자연 풍경을 감상한다. 공원 내 전용 길 하며 벤치도 여기저기 놓여 있고 각종 운동 시설도 아홉 개나 설치되어 있다.
공원 안의 나무가 한여름 녹색의 향연을 펼치며 제법 공원다운 풍치를 주는 나무 그늘에서 나는 나의 추억을 되씹고, 내일의 희망과 약속을 다짐해보기도 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각종 나무를 심어 자연스러운 공원 모습으로 체계 있게 꾸며졌으면 하는 생각을 가진다.
장평 근린공원에게는 주로 단풍나무와 버드나무가 줄을 잇고, 철쭉과 진달래 동산이 있다. 침엽수로는 소나무 몇 그루뿐이다. 공원 한가운데 벽돌을 쌓아 인공 폭포를 만들었다. 폭포가 떨어질 때면 시원함까지 함께 선사해준다.
차가 빈번하게 왕래하는 동쪽 도로변에 은행나무를 일렬로 심었더라면 보기도 좋을 뿐만 아니라 자동차에서 나오는 매연을 막아준다니 더욱 좋을 듯하다.
은행나무 한 그루가 탄산가스 한 드럼을 먹고 산소를 배출한다고 하니, 공기 오염도 막고 도심 공원을 더 맑게 해주었으면 하는 생각도 해본다. 또 몇 군데는 유실수도 심고 4계절 나누어 피는 각종 나무를 조성하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생각된다.
공원 내 길을 걷다 보면 한 군데는 옥잠화와 철쭉, 진달래, 들꽃피리를 심었는데 철쭉과 진달래꽃은 지고 진녹색 나뭇잎이 자연의 푸름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옥잠화의 아름다운 하얀 꽃은 내 마음의 아픔과 우울함을 씻어 내려주는 듯하다. 공원길 한 바퀴를 도는데 6백 보가 된다.
나는 다섯 번을 돌며 3천 보씩 걷다가 이제는 여덟 바퀴를 돌아 매일 약 5천 보를 걸으며 내 몸을 추스르고 회복의 길을 재촉한다.
약에 의존하지 않고 걸어서 폐활량도 넓히고 심장 수술도 정상화하며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걷다 보면 입맛도 좋아지고 식사도 잘 한다..
공원을 거닐면서 여러 풍경을 본다. 어느 곳에서는 젊은 남녀가 마주 앉아 과자를 먹으며 웃고 재잘거린다. 또 한 곳에는 노인들이 앉아서 대담을 나누기도 하고, 어느 벤치에는 50대로 보이는 사람이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다.
책을 읽는 모습은 보기가 좋다. 걸으면서 쳐다보니 문학 서적이었다. 그 사람이 그늘 속에서 책을 읽는 자태는 나에게는 누구보다도 품격이 높아 보이고 행복하게 보였다.
나도 얼른 회복하여 저 사람과 같이 책을 읽고 글도 써서 유명 문학가가 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그런 희망을 품으니 발걸음이 가벼워지며 몸의 기운이 솟는다. 이런 마음은 미래의 희망이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매미가 요란하게 울어댄다. 저녁때가 되면 공원은 매미 울음으로 사방이 요란하다. 이 나무 저 나무에 붙어서 마구 울어댄다.
어린아이들이 매미를 잡기 위해 매미채로 동분서주 뛰어다니는 모습은 내 어릴 적 모습을 보는 것 같다.
매미는 심신이 허약한 나를 과거의 추억 속으로 되돌린다.
7월 어느 날 11층 베란다에서 동부간선도로에 수많은 차가 질주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바로 내 앞에서 매미 소리가 요란하다. 그곳을 쳐다보니 방충망에 붙어 울어댄다. 나도 모르게 매미를 잡아 놓아주었더니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 이튿날 아침 7시에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는데 매미가 방충망에 붙어 있다. 내가 바라보니 날아가 버렸다.
나는 마음속으로 어제 그 매미가 살려주어 고맙다고 인사하고 간 듯 자위하고는 하나의 미물이라도 생명의 귀함을 일깨워준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공원을 걷다 보면 여덟 바퀴를 다 돌고 집으로 돌아온다. 공원은 언제나 나의 휴식처다.
운동도 하고 내 마음의 공허감도 털어내며 자연과 대화하는 공원, 나는 항상 공원을 사랑하며 내 벗으로 만들 요량이다.
첫댓글 고운글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