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몸치의 댄스일기15 (장미와 댄스)
2003. 6. 8
(이 내용은 댄스일기 시리즈에 올릴 내용이 아닌데. 100회까지 채우려면 자꾸 밑천과 꺼리가 바닥나니까 무조건 내가 올리는 글은 이제 시리즈로 연결하려는 잔꾀의 산물임...ㅋㅋㅋ)
지난번 디어댄스에서 탱고 초급 강습 종강 일에 장미꽃 이벤트에 우리 숙녀 회원님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서 난 무척 기뻤다.
내 예상보다 훨씬 즐거워들 했고 게시판에도 공개적으로 그 기쁨을 올려 주셨다. 역시 우리 숙녀 회원님들의 수준은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구. 정서는 맑고 순수함이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다.
난 처음 예상은 그냥 어떤 넘이 혼자서 잘 난 척 하구 꼴값 떨고 있네 하지나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다. (왜냐하면 수준 낮은(?) 동네 가면 분명히 그런 말 들을 수도 있을 테니까.)
내 개인 취향도 꽃을 무척 좋아 하구 꽃밭 가꾸는 것두 너무 좋아 하구. 정서가 섬세하고 미를 추구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리고 여성에게 꽃을 선물했을 때 좋아하고 행복해 하는 모습이 나는 너무 보기 좋기 때문이다.
그럼 분명 누군가 "니 마누라 혹은 니 여편네한테나 사다주지." 할 분도 있을 게다.
맞다. 가장 아끼고 사랑한다면 당근 울 마눌한테 꽃을 사다주는 게 교과서적으로 글구 논리상 이론적으론 도덕적으로 정답이다...
근디 그건 어디까지나 도덕 교과서적인 이론이구.
한 이십년 넘게 살아보면 그것도 시큰둥한 게 인간사의 자연적인 섭리 아닌가 싶다. 내 견해로는... ㅋㅋㅋㅋ
그것도 글치만 본래부터가 울 마눌은 꽃 같은 데는 별 관심이 없다. 그냥 현찰 애호가일 뿐이지. 결혼하기 전에도 내가 딱 한번 꽃을 사주니까 그걸 현금으로 환산하는 걸 보고 난 그 이후로 그 인간한테는 꽃을 사주지 않으려고 맹세한 바 있다.
글구 결혼생활 이십년 넘게 정말로 꽃 한 번 마눌한테는 안 사다줬다.
그래도 아직까지 그것 가지고 트집 잡히거나 말썽이 터지거나 문제가 발생한 적은 없으니까. 확실히 마눌은 꽃과는 거리가 먼 게 틀림없다. (글치만 만약 다른 여자들한테 꽃 사준 걸 들통 나면 난 죽음 내지 작살나고 아니면 내 마지막 남은 머리털이 다 뽑혀서 진짜 문어대가리 될 가능성이 높다.)
대신에 무슨 날에는 현찰봉투를 쥐어주든가 어딜 델구 가서 생색낼 만큼 음식 한번 사주면 만사 오케이다.
꽃에는 관심도 없을 뿐더러 집에 내가 화분을 사다줘도 모조리 말려 죽이는 인간이니까. (이상하게 그 인간 손에 걸리는 화분들은 비리비리하게 말라 죽으려구 한다니까. 그걸 우리 사무실에 가져다 놓으면 곧 생기 있고. 다시 팔팔하게 살아나는데. 크크.. 오늘은 마누라 흉보는 주제가 아닌디. 쬐끔 미안하구 양심은 찔리네 마눌한테...ㅎㅎ.. 꽃 얘길 하다가 왜 또 마누라 얘기가 튀어나와서. 난 아무리 날고 뛰어봐야 마누라 손바닥을 못 벗어나는 불쌍한 인생인가 보다. 아 정말 비참한 신세로다. 흑흑..)
그래서 난 예전에는 꽃을 주고픈 나의 욕구를 충족할 수 없어 우리 사무실 여직원들한테 꽃 선물을 많이 했다. 꽃바구니며 꽃다발이며 무슨 명분만 있으면 꽃을 사주니까 걔 중에도 그걸 돈으로 환산해보며 차라리 그걸 현금으로 줬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소문이 다른 사람 입을 통해서 들릴 때도 있었다. 그런 여직원한테는 다음부턴 절대 꽃을 사주지 않았다.
우리 여직원들 뿐 아니라 사업상 무슨 고마운 분들에게는 예를 들면, 정책자금을 지원 받는데 신용보증기금이나 은행 등 사업자금의 대출이 성사되면 난 은행 지점장의 책상에 무지하게 큰 꽃바구니를 보냈고. 그 은행지점 창구에도 꽃바구니를 보내곤 했다. 그러면 그건 뇌물죄에도 안 걸리고 고마워 할 때 난 정말 마음이 뿌듯했다.
난 학창시절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 꽃밭 가꾸는 걸 무척 즐겼고 좋아했다.
우리 집 안마당뿐 아니라 집 바깥에도 작은 공터만 있으면 꽃씨를 뿌리곤 했다.
넓은 해바라기 밭도 만들었고 그래서 여름날 해바라기가 피기 시작하면 몇 송이씩 따다가 큰 항아리 같은데 꽂아서 내 방에도 놓구. 반고호의 [해바라기]를 연상하며. 작은 화단에 분꽃 봉숭아 채송화 금잔화도 심었고. 초봄이면 히야신스 튤립 등도 뿌리를 사다 심고. 군대생활 할 때도 나만의 작은 화단을 만들어 산에서 진달래도 캐다 심어서 활짝 피게 하구. 황매화며 산에서 자생하는 야생 꽃 종류를 많이 캐다 심어서 화단을 가꾸었다. 그런 사진들이 아직도 내 군대 추억록에 보관돼 있다.
꽃들이 활짝 피었을 때 달밤에 물을 주면 그것들이 물을 받아먹으며 고맙다는 답례로 내뿜어주는 향기와 신선함에 매료되어 보지 못한 사람은 이해할 수 없으리라.
문학작품에 나타나는 꽃의 묘사들이 아직도 생생한 건 헤르만헤세의 [청춘은 아름다워라]란 작품에서의 그 절묘하고 섬세한 각 꽃에 대한 묘사. 아직도 그 감동이 남아 있다. 또한 이효석님의 [들]이나 [산] [분녀]에 등장하는 야생화들. 난 그래서 꽃이 더 좋고 꽃을 사랑한다.
내 학창시절 소녀들이 사용하는 분홍색 꽃무늬 표지의 야시끼리한 수첩 군대생활 때의 추억록에도 꽃말만 정리해놓은 게 수 페이지에 달고 아직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어쨌든 남녀를 불문하고 누구나 다 꽃을 싫어할 리야 없겠지만, 난 좀 더 병적인 애착과 집념이 있다고 장담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가장 값진 선물로 여기는 게 꽃 선물인데 상대에 따라서는 나와 견해도 다른 분이 많을 수 있다.
난 내가 꽃을 선물했을 때 즐거워 하고 행복해 하는 사람이 가장 아름답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특히 여성분이면 더욱 더.
이런 나의 본능적인 꽃 선물에 대한 집착이 있었기에 이번에 우리 동호회에서도 그런 발상을 한 건 틀림없다.
그치만 장미 몇 송이로 참석한 우리 숙녀 회원님들 모두가 그렇게 즐거워하고 좋아할 줄은...솔직히 내 예상보다 훨씬 더 했다.
그래서 나도 무척 기뻤고 행복했고 즐거웠다. 그리고 내가 그런 엉뚱한 발상을 한데 대해서 대단히 매우 무지하게 만족스럽다.
꽃을 나눠 갖고 좋아하시는 우리 숙녀 회원님들 덕분에 난 그 꽃값의 몇 배나 더한 정신적인 값진 만족감을 느꼈다. 우리 숙녀 회원님들이 더 아름다워 보였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나에게 이런 큰 즐거움과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게 다른 또 무엇이 있을까.... 물론 현실적인 다른 것들도 많을 게다. 하지만 그런 것과 이것과는 비교하는 대상 자체가 싫다.
난, 그래서 결심했다... 내가 강습에 참여하는 모던반 종강 일에는 앞으로도 계속 장미꽃을 숙녀회원님들을 위해 준비하기로.
받는 분들도 즐거워 하고 준비해주는 사람도 행복하다면 이보다 더 죽이 척척 맞는 일도 드물지 않을까. (상상만 해도 난 즐겁다. 히히...)
이로 인해서 더 멋진 동호회 인간관계 소중한 취미생활을 영위한다면 얼마 안 되는 투자로 이보다 더 값지고 행복함을 맛볼 수 있는 게 또 무엇이 있을까.
[장미와 댄스 장미와 왈츠] 우리 동호회의 이미지에 딱 맞는 것 같다. ([장미와 탱고]는 한물간 버전이구...ㅎㅎ)
근디, 한 가지 의문은 아무리 아름다운 장미도 우리 숙녀 회원님들 앞에만 가면 왜 고개를 못 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