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쯤 많은 패러디와 짤을 만들어내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가 있다. 바로 김은숙작가의 드라마 <더글로리>이다. 더글로리에는 고등학교 시절 끔찍한 괴롭힘에 시달렸던 여자주인공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많은 시간이흐른 후, 가해자들을 응징하기 위해 그녀가 치밀한 복수를 감행한다. 그런데 내가 의문이 들었던 점은 또 다른 가해자였던 ‘방관자’에게는 어떠한 복수도, 언급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리 현대사회에서는 방관자의 문제에 대해이미 많은 지적을 하고 있지만 정작 학교폭력 내용을 담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방관자에 대한 언급이 적은 것 같아 늘 아쉬울 따름이다.
비폭력과 민주주의를 외치며 흑인 인권 운동을 이끌었던 마틴 루터 킹이 한 말이 있다.
“가장 큰 비극은 악한 사람들의 외침이 아닌, 선한 사람들의 소름끼치는 침묵이다."
마틴 루터 킹에 의하면 가해자의 폭력보다 주변 사람들의 방관이 더 큰 비극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견해를 남기면서까지 우리에게 방관에 대한 경고를 해왔던 것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 나서겠지 생각하며 굳이 자신이 개입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경향을 정신분석학자들은 ‘책임분산’ 이라칭한다. 책임분산은 희생자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확률은 함께 있는 숫자와 반비례 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를‘방관자 효과’라고 부른다.
교육부에서 발표한 2022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폭력 목격 후 ‘피해를 받은 친구를 위로하고도와주었다.‘가 32.2%로 가장 많았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가 29.3%로 두번째로 많았다. 고등학생의 경우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가 35.7%로 가장 높다는 걸 알 수 있다. 도대체 이러한 방관이 일어나는 이유가 무엇일까? 캐서린 샌더슨의 저서 <방관자 효과(2021.쌤앤파커스)>에 따르면 사람들이 방관하는 이유를 크게 첫째, 사회적 태만 때문이라 본다. 사회적 태만이란, 자기 행동의 결과가 드러나지 않을 때 노력을 줄이려는 인간의 보편적인 성향을 뜻한다. 그리고 두번 째 이유로는 어떤 말이 단순한 농담인지 모욕적인 상황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판단유보 상황에 빠져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라 본다. 그리고 마지막 이유로는 다원적 무지에 빠져 모두가 어떻게 해야할지 서로 눈치만 보느라 정작 위험에 처한 사람을 못구하기 때문이라 한다. 여기서 다원적 무지란 집단의 구성원들이 개인적으로는 동일한 믿음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 외 타인은 다른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잘못 판단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러한 이유들로 방관을 하고있다.
서울대학교 연구소에서 발표한 논문 <청소년의 반사회적 또래 동조성과 또래 괴롭힘 방관 및 방어 행동 간의 관계에서 도덕적 이탈의 매개 효과>(2021년, 김규리) 에서는 청소년의 방관 경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 어느 때 보다 또래에 대한 의존성이 높으며 집단적 사고에 민감할 수 있다. 이 시기에 청소년들은 또래들로부터 수용, 인정받기 위해 또래의 규범, 행동을 따르며 또래 집단에 동조하게 된다. 또래 동조성(peer conformity)은 개인의 신념이 집단의 가치나 행동 등과 일치하지 않을 때에도 또래 집단에 속하고자 또래 집단으로부터 수용될 수 있는 행동 양상을 선택하는 경향성을 의미한다. 여기서 또래 동조성은 중립적 동조성과 반사회적 동조성으로 구분된다. 중립적 동조성은 일상생활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이나 긍정적, 중립적인 행동에 동조하는 것을 의미하며, 반사회적 동조성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규칙을 위반하는 등 부정적인 행동에 동조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반사회적 동조성은 도덕적 가치판단이 내재되어 있으며 중립적 동조성보다는 반사회적 행동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따라서 반사회적 동조성은 또래 괴롭힘 참여자 역할 행동인 방관 및 방어 행동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유사한 맥락에서 또래 괴롭힘 상황에 부닥치면, 주변의 또래 피해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행동할 것인가, 아니면 피해자를 돕는 행동을 했을 때 자신에게도 동일한 피해가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따라 관여하지 않는 식의 판단을 하는 복잡한 인지적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러한 또래 괴롭힘 방관 및 방어 행동에 관여하는 인지적 판단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러한 판단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청소년들의 도덕적 판단력과 관련하여 사회적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도덕적 이탈이 언급되고 있다. 도덕적 이탈(moral disengagement)은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자기 설득을 통해 자신이 저지른 해로운 행동에 대해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잘못을 합리화하는 인지적 왜곡 과정을 말한다.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이 될 수 있음을 잊지말자.
교육부에서 발표한 2022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폭력 목격 후 ‘피해를 받은 친구를 위로하고도와주었다.‘가 32.2%로 가장 많았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가 29.3%로 두번째로 많았다. 고등학생의 경우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가 35.7%로 가장 높다는 걸 알 수 있다. 학생들의 절반 이상은 가해자에게 직접 말리지못한 것이다. 도대체 이러한 방관이 일어나는 이유가 무엇일까?
첫댓글 실수로 수정 전 버전으로 올렸는데 그냥 이걸로 읽어주세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되게 하네요 나비효과에 대한 비유가 적절했다고 생각합니다 굿굿
글의 가독성이 좋으며 실제 기사처럼 깔끔하게 정리 되어있고 정리와 요역이 적당한 것 같아 좋다👍
마지막에 의문을 던지면서 끝내는것이 다른 글들과 차별점이 있던 것 같다
유명한 드라마를 제목에 붙여서 스크롤을 내리다 한번 눌러보게 되는 것 같다.
마틴 루터 킹의 말을 인용한 부분과 시각 자료를 사용한 부분이 좋았고, 평소에 알던 현상이 ‘책임분산‘이라는 것을 알게 되며 심리학적 용어를 새롭게 알 수 있었다.
3312 손혜원
유행했던 더글러리를 인용해서 흥미를 유발하고 실태를 잘 나타내줘서 좋았다.
방관도 가해의 일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방관하는 이유를 설문조사를 근거로 들어 설명한 점이 인상깊었다.
글을 읽고 주변 친구들한테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제목을 보고 흥미로워서 글을 제일 먼저 읽었는데, 학교폭력 방관자들의 문제점을 잘 짚어서 글을 쓰셨네요.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이 될 수 있음을 잊지말자’는 비유가 인상 깊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