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명 중 원고 5편 송고
팔순 여행
김 명 중
어느덧 팔순이 돼서 팔순여행에 대한 초등학교 동창들의 말들이 분분하다. 초등학교 동창은 4학급 200여명이 입학하여 128명이 졸업 했는데 소재가 파악된 동창은 50여명에 불과하다. 그중 10년 전 칠순여행을 같이 간 동창이 27명인데, 지금은 죽은 사람, 병원 들락거리는 사람, 거동이 불편한 동창도 있어 팔순여행을 갈 동창이 적어서 고향에서 1박만 하 기로 해서 무척 아쉽다.
우리 동창들은 매년 모였고, 10년 전엔 칠순여행을 다녀왔다. 동창들은 그간 각계각층에서 열심히 역량을 발휘, 우리나라 발전에 젊음을 바쳤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칠순을 뜻있고 추억이 될 시간으로 만들자고 모두들 뜻을 같이 했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어 한곳에 집결하여 대절버스 타는 것 보다는, 모교가 있는 고창을 출발, 전주, 대전, 서울, 여주, 원주, 설악산 등 편리한 곳에서 승차하기로 했다.
막상 반세기가 넘도록 소식조차 몰랐던 동창들을 만나고보니 무심한 세월에 늙기는 했지만 그 옛날 어린 시절 아이들처럼 금방 동심으로 돌아갔다. 그 시절 운동회 때 청군 백군으로 나뉘어 겨루던 기억, 학예회 때 부모님을 모셔놓고 발표하던 기억들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현옥이 제안으로 졸업식노래를 목청껏 불렀다. 참으로 많은 세월이 흘렀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우리는 지낸 이야기로 시끌벅적한 가운데 여행길에 올랐다. 먼저 여주의 세종대왕 영릉을 참배했다. 세종대왕의 업적은 열거하지 않아도 역사에 찬란히 빛나고 있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막상 그 앞에 서고 보니 그 분의 위대함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또 세계인들이 부러워하는 우리한글의 우수성에 가슴 뿌듯한 우월감으로 고개가 치켜세워졌다.
세계인들은 한글에 대한 논문을 이렇게 기술 하고 있다. ‘한국 문화의 독자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 가 바로 한글이다. 세계 역사상 전제주의 사회에서 국왕이 일반백성을 위해 문자를 창안한 유례는 찾아볼 수가 없다. 그만큼 한글은 문자발명의 목적과 대상이 분명했다. 그러므로 그 효용성은 다른 문자와 비교할 수 없다. 예를 들면 한자는 표의문자로서 모든 글자를 다 외워야 하지만, 한글은 영어와 마찬가지로 표음문자이므로 배우기가 쉽다. 그래서 한글은 아침글자라고도 불린다. 모든 사람이 단 하루면 배울 수 있다는 뜻이다. 10개의 모음과 14개의 자음을 조합할 수 있기 때문에 배우기가 쉽고, 24개의 문자로 약 8000음의 소리를 낼 수 있다. 즉 소리 나는 것은 다 쓸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컴퓨터 키보드에서도 한글이 빠르고 적합하다고 한다. 이제 그분의 후손이란 자부심을 가지고 그분의 빛나는 높은 뜻을 받들어서 세계인이 우러러보는 나라를 만들어 자랑스러운 유산이 되도록 하자고 다짐 했다.
다음은 치악산에 들렀다. 최고봉인 비로봉이 해발1288m였고, 이곳의 구룡사는 풍수지리학적으로 천년을 살아온 신령스런 거북이가 연꽃을 토하며 9마리의 용이 구름을 풀어놓은 형상을 하고 있다.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창건했고 무학대사, 서산대사, 사명대사 등 수많은 구국 고승들의 발자취가 있는 곳이다.
우리는 끝을 모르고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어느덧 설악산 숙소에 도착했다. 채옥이가 좋은 곳을 예약하고 기다렸다. 꿀맛 같은 저녁을 먹은 후 모두 한자리에 모였고 우리들만의 세상에 심취해 가고 있었다. 영희야 놀자! 우리들은 그렇게도 거세게 활활 타오르는 켐프 화이어의 눈부신 불꽃에 둘러서서 화려하게 수놓아진 아름다운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면서 감탄에 감탄을 연발했다. 동호 회장, 무세 등이 준비한 레크리에이션을 즐기면서 그렇게도 아름다운 설악산의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마치 그동안 열심히 살아온데 대한 한풀이라도 하듯이 백준이는 고래고래 소리도 지르면서 그 밤을 만끽 하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언제 우리가 이런 나만의 시간을 가질 여유가 있었던가? 우리들은 남녀 구별 없이 야! 너! 라고 부르면서 언제 이렇게 나이들을 먹었느냐고 서글픈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다. 경자, 단옥이, 덕화, 맹주, 큰선자, 작은선자, 순복이, 순이, 순자, 정옥이, 정자, 재숙이, 경식이, 병재, 인기, 영준이, 정록이, 재원이 등은 어깨동무를 하고 우리 늙지 말자고 다짐을 하고 있었다.
다음날은 화진포에 갔다. 검푸른 동해의 파도가 백사장으로 밀려오고 있었다. 이승만 대통령이 사용했고 북한 김일성도 사용 했다는 별장이다. 그 별장에 앉아 확 트인 동해를 바라보면서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우리들은 그곳의 아름다움에 취해 그곳을 떠나고 싶지 않았고 환상적인 시간을 보냈다.
다음은 고성 전망대에 오르니 손에 잡힐 듯, 북녘 땅 산야가 한눈에 들어 왔다. 순간 가슴이 뭉클 했다. 실향민들은 지척의 고향땅을 바라보면서도 반세기가 넘도록 가지도 못하고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 가,
손으로도 잡힐 듯 한 고향땅을 넋을 놓고 바라만 볼 수밖에 없단 말 인가,
다음 강릉 경포대와 속초 대포 항에 들려 생선회를 실컷 먹었다. 지금도 눈에 선한 경포호수, 경포대 해수욕장의 아름다운 백사장이여! 그 아름다운 모습들을 잊을 수가 없다. 그간 바쁘게 사느라고 여유로운 시간조차 가질 수 없었던 지난 세월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나는 과연 잘살아 왔을까? 경포호수에 사뿐히 내려앉은 달빛에 나는 울고 싶도록 여린 가슴으로 행복감을 느끼기도 했다. 좀 더 일찍이 이런 여유 있는 시간을 가졌더라면 지금 보다는 훨씬 더 윤택한 삶을 살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일렁거렸다.
또 하루를 시작하는 경포대의 찬란한 아침이 밝았다. 우리는 300년 고택으로 유명한 선교장을 거쳐 허균과 허난설헌의 생가를 찾았다. 허균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소설인 “홍길동전”을 썼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며 허난설헌이 지은 난설헌 집은 강원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었다.
집 주위에는 까마귀처럼 검은 대나무가 많아 오죽헌이라고 불렀으며 1450년경에 지어진 건물로 이곳에서 신사임당과 그의 아들 율곡 선생이 태어났다. 신사임당은 47년을 살았지만 시, 글씨, 그림, 자수 등 뛰어난 예술가이자 효성이 지극한 우리나라 여성을 대표할만한 큰 인물이고 자애로운 어머니상이다. 그리고 율곡 이이는 불과 48세를 살았으면서도 조선 성리학을 완성한 위대한 사상가이자 철학자며 정치가다. 병조판서 때는 일본과 중국의 침략에 대비해 십만 양병을 주창한 선각자였으며 많은 저서들을 남긴 분이다.
다음 행선지는 오대산 월정사로 신라시대 자장율사가 세운 절이다. 오대산 월정사를 끝으로 우리들의 칠순여행은 못 다한 많은 이야기들을 다음으로 미루고 아쉽게 막을 내려야 했다.
온통 설렘으로 가슴 벅찼던 불과 며칠 안 되는 시간들이었지만 정말 뜻깊은 여행이었다. 처음 시작 할 때 들떴던 마음과는 달리 헤어질 시간이 되고 보니 많은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못내 아쉬운 정과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10년 후 팔순여행을 기약하면서 각자 자신의 거처로 돌아가야만 했다. 우리는 그 값진 여행의 여운을 잊을 수 가 없다. 가난과 질곡의 시대를 살아온 우리세대는 비록 윤택한 삶을 누리지 못했지만 그동안 나름대로 우리나라 발전에 작은 주춧돌은 되었다고 자부 한다. 우리가 열심히 닦아 놓은 그 길 위를 편하게 달릴 수 있는 후손들과 자손들이 있어서 웃을 수 있고 행복 하다. 후손들이여! 우리는 가난하고 굶주리는 나라를 부강한 자유민주국가로 만들었다. 후손들은 정신 바짝 차려 계승 발전시키기를 바란다. 젊음을 바쳐 열심히 일했기에 후회는 없다. 소중한 벗들이 남은 생을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아주길 바랄 뿐이다. 멋진 여행이었다. 칠학년 동창 만세!
칠순여행은 이렇게 감동적이었는데 팔순여행은 결국 못 가게 됐다. 10년을 지나는 사이 죽었거나 건강 때문인 것이다. 운명은 재천이라고 죽음이야 어찌 하겠는가마는 사는 날까진 건강해야 한다. 그런데 건강은 거저 되는 것이 아니질 않는가. ‘걸으면 살고 누우면 죽는 다’ 는 금언이 있듯이 건강을 잃지 않도록 꾸준히 운동하고 생활리듬이 깨지지 않도록, 먹고 마시는 것, 잠자고 휴식 하는 것 등을 규칙적이고 절제 하는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허리 다리 목 등이 아프고, 이빨 눈 귀 소화기관 등이 나빠져서 안 된다고 하지 말고, 세상에 공짜는 없고 노력 없이 그냥 얻어지는 것은 없지 않은가. 힘들어도 나의 행복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데 까지는 노력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필가이시고 철학자이신 김형석 교수는 ‘백년을 살아보니’에서 말한다. ‘건강이 인생의 목적은 아니지만 운동은 건강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고 일을 하 기 위한 필수조건 이다. 마지막 목적은 일이다. 자기가 원하고 좋아하는 일을 통해서 행복감을 느끼게 되므로 누구나 바라는 행복추구가 인생의 목적이라고 말씀 하신다’
또 세로토닌 문화원장 이시형 의학박사에 의하면 우리는 뇌 속에서 세로토닌이 많이 분비될 때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부족하면 우울증이오고 불면증, 당뇨, 혈압, 공항장애, 식욕조절이 안되고, 충동억제가 잘 안 되서 공격적 성격이 된다고 한다. 우리의 일상에서 세로토닌 지수를 높이는 방법은, 햇볕을 많이 쬐이고, 걷기 등 리듬운동을 하며, 허그등 스킨쉽을 하고, 항상 감사하는 마음과 칭찬하는 생활을 하는 것이 자신의 세로토닌 시스템을 활성화 시키는 최고의 건강 비법이라고 한다.
‘여성은 약해도 어머니는 강하다’는 것은 옥시토신 이라는 인간관계의 윤활유 노릇을 하는 사랑의 호르몬효과라 한다. 이 사랑의 호르몬이 넘치도록 하고, 행복의 호르몬인 세로토닌 호르몬 지수를 높이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하겠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김 명 중
난 가끔 옛 생각에 잠기곤 한다. 혼자 산책할 때나 등산할 때다. 함박눈이 내릴 때는 더욱 그렇다. 오늘도 눈이 내린다. 함박눈이다. 파아란 하늘에서 탐스런 함박눈이 내리던 날은 나에게는 사연이 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다 그녀를 만난 것이다. 며칠 후에 개봉하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영화를 같이 보기로 약속하고 집에 왔는데 내 마음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그녀 생각뿐이다. 만날 날을 왜 그리 멀리 잡았는지 매일 만나면 안 되는 것인지 날짜는 거북이 걸음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날이 내일이다. 잠이 오지 않았다. 내 눈동자에 담아둔 그녀, 온 밤을 하얗게 밝히도록 그리운 이여, 그런데 그녀가 활짝 웃으면서 나를 포옹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까무러치게 놀라 허허 공주님이 체신 머리 없게 이러면 되는가, 점잖게 타이르는 것이 아닌가, 꿈이었다. 언제 잠이 깜박 들었었나 보다, 생시의 소망이 꿈에서 현몽한 것 같다. 오늘도 파란 하늘에서 탐스런 함박눈이 내린다.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서둘러서 극장근처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당시엔 영화 상영 중에 정전되는 일이 종종 있었고 과부하로 인해서 화재가 나는 일도 있어서 한전직원 임석 하에 상영토록 하고 있었고 좌석도 지정하여 점검도 하고 정전이나 과부하에 대비 하고 있어 한전직원 대우를 잘 하는 것 같았다. 어떤 때는 극장에서 학생 입장 을 안 시키는 때도 있어서 한전에 다니는 선배에게 부탁을 했다. 얼마나 갈망 했고 힘들게 얻은 기회인데 입장 못하는 사태가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당시엔 학생 영화관람 은 단체관람 외엔 안됐고 다방에도 학부형과 같이 갈 경우 외엔 안 됐던 시절 이었다.
한전선배가 와서 다방에 들어가자고 하여 먼저 들어가 계시면 나는 그녀와 같이 들어가겠다고 했고 그때 그녀가 와서 다방엘 들어갔더니 선배가 그녀를 알아봤다. 고향에 재벌 집이 있었는데 그 집 따님 이라는 것이다. 나는 모르고 있어서 태연하려고 했으나 잘 안된 것 같다. 다방을 나와 극장엘 갔고 표를 안사도 된다하여 선배 따라 들어가는데 건장한 체구의 검표원들이 꾸벅 절을 하며 반겼고 우리 둘에겐 모자를 하나씩 씌워 주었다. 선배가 팝콘을 하나주기에 가지고가서 나란히 앉아 팝콘 을 먹는데 팝콘을 집다가 손이 부딪쳤다. 앗 전기가 왔다. 짜릿하게 말이다. 동시에 서로 마주 바라 봤으나 겸연 쩍 게 웃는 데는 시간이 걸렸고 이어서 영화가 시작 되었다.
당시는 영화관에서도 그녀의 손목을 한번이라도 잡아 본다는 것은 엄두도 못 낼 일이였지만, 좋아하는 그녀와 나란히 앉아서 좋은 영화를 본다는 것은 꿈속의 왕자였고 공주였다. 영화를 보면서 옆에 앉은 그녀를 슬그머니 보고 또 보고 내 눈동자는 무척이나 바빴다.
내 눈동자에 담긴 언어는 무엇이었을까, 내 심장의 고동소리는 어찌도 그리 큰소리로 쿵쾅대고 있는지, 공주님께서 이것을 알아차리고 나를 바라보는 것인지? 공주님도 내 맘 같아서 나를 바라보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크라크 게이블과 비비안 리 주연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영화는 19세기말의 미국 남북전쟁에 짓밟힌 남부 조지아 주를 무대로 격렬하게 살아간 여인 스칼릿 오하라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서 마가릿 미첼여사의 소설을 영화화한 불후의 명작으로 상영시간 4시간, 600만 달러의 제작비는 당시로서는 전대 미문의 엄청난 것이라 하며 비비안 리 는 이 작품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그녀와 크라크 게이블은 영원한 여성상과 남성상으로 남게 되었다. 테마뮤직 ‘타라스 테마‘는 영화음악의 명작으로 남아 있으며. 이 영화는 아카데미 작품상을 위시하여 상을 모두 휩쓴 영화라고 한다.
영화가 너무 감동적 이어서 상기된 마음으로 같이 나오는데 합동단속반 선생님께서 기다리고 있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영화가 화근이었다.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선배와 검표원들이 거드는데도 안 되었다. 누가 사장께 연락했는지 사장실로 갔다. 사장이 극장 잘못이니 극장을 벌주고 학생들은 이번만은 용서해 주시라고 해도 안 되었다. 나는 계속해서 내가 가자고 한 것이므로 나를 벌주고 여학생은 죄가 없으니 용서해 달라고 울면서 애걸복걸했다. 내가 측은했던지 기사도 정신을 높이 산건지 여학생은 통보 안 하기로 하고 나는 학교에 통보되어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전례에 의하면 퇴학이 기정사실이다. 아침 조회 때 교장 선생님께서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갔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징계위원도 아닌 담임 선생님께서 징계위원회에 들어가서 일장 열변을 하셨다고 한다. 학생을 극장 못 가게 하는 것은 공부해야 할 학생이 공부에 소홀하고 옆길로 빠질까 봐서 교육지도를 하는 것인데 영화가 모두 비교육적인 것은 아니며 이번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는 교육적인 면이 더 많다고 생각하므로 전교생을 관람시킬 것을 건의 하는 바이며 더욱이 이 학생은 모범생으로 공부 잘하는 학생인데 이런 학생을 퇴학시킨다는 것은 오히려 비교육적인 결과를 초래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여러 위원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등의 요지로 열변을 토하신 결과 징계위원회에선 재검토 의견으로 교장선생님께서 결심하도록 올렸으며, 계속해서 담임 선생님은 교장선생님께 책임지도 각서를 제출하면서 이번만 관용해 주시면 책임지도 하겠으며 결과가 나쁘면 본인도 사표로서 책임지겠다고 하셨다 하니 감격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수업 끝나고 한 시간씩 한 달간 운동장 잡초 뽑고 쓰레기 줍기로 결정되어 퇴학을 면했다.
모두가 담임 선생님 덕분이었다. 선생님은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님 같은 분이셨다. 이 사태 후 그녀 부모님 조치로 그녀를 만날 수가 없게 되니 가슴이 쓰리고 아팠다. 세상에 야속 하게도 지순한 사랑의 그녀는 바람과 함께 사라진 것이다.
응답이 없는 사랑, 기약이 없는 사랑일지라도 만남은 소중하고 인연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의 많은 만남들. 이는 나와 관계되는 만남이다.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이런 저런 관계를 맺으면서 살고 있다. 그래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존재들은 모두 인연 관계로 살아간다. 이런 관계가 아름다운 관계도 있고, 그렇지 못한 관계도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엔 거리가 있다. 그 거리를 좁히고 믿음이라는 징검다리를 놓으면 친구관계가 되고 그 거리를 멀게 하여 무관심이란 비포장도로를 놓으면 타인관계라는 이름이 붙여진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최고의 자산은 좋은 사람과의 관계라고 생각한다. 피 천 득 선생님의 수필 ‘인연‘에 이런 글귀가 있다.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몰라보고, 보통사람은 인연인줄 알면서도 놓치고, 현명한 사람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살려 낸다’
좋은 습관이 건강과 성공의 열쇠다
김 명 중
친구 부인의 전화를 받고 급히 찾아간 종합병원 중환자병동, 문을 열고 들어서자 메케하고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내가 찾아간 병상에는 낯선 사람이 누워있었다. 아무개가 맞느냐고 물으니 그렇다는 것이다. 병상에 걸려있는 팻말을 보니 틀림없는 친구의 이름이다. 그 친구가 낯설게 보인 것은 삭발 때문이며 눈은 뜨고 있는데 초점이 풀려있는 것은 물론 표정마저 없을 뿐 아니라 나를 전혀 알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얼굴을 가까이대고 말을 걸어도 어떤 반응도 없다. 말 그대로 식물인간이다. 그 병실에는 6명이 악취를 풍기며 누워 있는데 대부분 눈을 감고 있고 미동도 없을 뿐 아니라 숨소리마저 없으니 영락없이 죽은 사람 같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보름 전 우리는 부부동반으로 만나 식사도 같이하고 오랜 시간 이야기도 했는데 오늘 그 친구는 전혀 딴 사람이 되어 병상에 누워있는 것이다.
얼마나 아프고 괴로웠으며 저렇게 사람도 몰라보는 식물인간이 되었단 말인가? 친구의 아픔이 곧 바로 나의 아픔이 되었다. 친구는 말했다. 우리는 건강해야 한다고, 생식을 먹자고도 했다. 이북이 붕괴되는 것은 시간문제로서 휴대폰이 보급되고 한류가 들어가면 각종 소식들은 독재정권을 무너뜨릴 거라고 했다. 밖에 나갔던 친구 부인이 돌아와서 저간의 애기를 들을 수가 있었다. 소화가 안 되고 뱃속이 불편해서 동네병원에 갔더니 큰 병원에 가라하여 정밀검사를 했는데 결과는 췌장암이라는 것이다. 모든 암중에서 생존율이 가장 낮은 암이라니, 억장이 무너지고 앞이 캄캄 했다는 것이다. 그 부부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고 간절히 기도하면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치료에 최선을 다 하기로 하고 수술을 간청했으나 췌장암으로 확인 되었을 때는 전이가 너무 심해 수술 할 수 없는 경우여서 어떻게 손을 쓸 수도 없고 죽는 날만 기다려야 한다니 난감 하다는 것이다. 겨우 항암치료를 받는데 그 고통이 너무 심해서 머리를 깍은 그이를 바라보는 것만도 너무 괴로워 하나님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담당 의사를 만나 병력(病歷)을 들었다. 췌장암은 증세가 가장 늦게 나타나며, 췌장은‘인슐린’ 호르몬을 분비 하고 탄수화물과 단백질 50% 지방 90%를 소화할 수 있는 효소를 분비하는 중요한 기능을 맡고 있다. 탄수화물을 소화시키는 ‘아밀라아제’ 효소는 침 속에 있고 위에서는 한 방울도 나오지 않으므로 반드시 꼭꼭 씹어서 삼켜야 한다. 그렇게 하라고 우리에게는 치아가 32개나 촘촘히 박혀있고 예로부터 치아는 오복에 든다고 했다. 특히 흰쌀, 흰 밀가루, 설탕 등 정제된 탄수화물을 안 씹고 넘기면 전혀 소화되지 않은 채로 위로 내려가고, 위에서도 소화 안 되고 죽처럼 만들어진 채로 장으로 내려가 37도나 되는 장에서 썩으면서 우리 몸을 병들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몸에는 응급장치로 최후의 보루가 마련되어 있는 것이 췌장으로서 우리 몸에서 응급센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입에서 씹지 않고 그대로 넘어온 탄수화물을 50%정도는 소화시킬 수 있는 ‘아밀라아제’를 분비하도록 해놓았으나 이것은 췌장이 휴식할 틈도 없이, 안 씹어 먹고, 단것을 즐기면 췌장도 결국 손을 들게 되어 ‘인슐린’ 분비에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혈당조절에 실패해서 당뇨병이 오고 췌장암이 된다는 것이다. 나도 그동안 대충대충 씹고 살았어도 지금껏 잘 살아왔는데 별일 있겠느냐고 했더니 더 이상은 안 된다고 했다. 씹지 않고 삼키는 습관이 계속되어 왔다면 췌장의 도움으로 겨우겨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조금 귀찮더라도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음식을 먹을 때는 꼭꼭 씹어서 삼키는 것을 철칙으로 여겨야 한다는 것이며. 미숫가루나 생식을 먹을 때도 마찬가지고 더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콧속에 튜브를 삽입한 채 의식 없이 누워있는 친구를 보면서 형언하기 어려운 착잡한 마음이 되었다.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는 현실이다. 돌아오는 시간 내내 노후생활과 건강에 대해 많은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그건 절대로 그 친구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식물인간이 되어 누워있는 그 친구는 노인으로서는 건강한 편이었다. 혈색도 좋고 식사도 잘하고 유쾌한 대화를 이어가는 활달한 사람이었다. 소화가 안 되고 뱃속이 불편한 증세를 가볍게 생각, 소화제를 먹으며 치료의 때를 놓친 것이다. 의식 없이 누워있는 그는 이미 우리에게는 무관한 사람이 되고 말았다. 몸은 살아있지만 ‘정신’은 떠난 것이다.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는다. 이제 그의 나머지 삶은 어떤 것이 될 것인가, 그걸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노년의 건강문제는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코앞에 있는 현실이라는 사실을 일께 워 주었다. 본인은 의식 없이 병상에 누워 있지만 부인을 비롯한 가족들의 고통은 얼마나 클 것인가, 경제적인 부담도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사람이 건강하게 살다 제명에 죽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은 우리 모두가 알고는 있지만 막상 일을 당하고 보면 그 문제가 더 절실해 지는 게 사실이다.
금년에도 새해 소망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가장 많은 사람들이 ‘가족의 건강과 화목’을 꼽았다. ‘건강’은 언제나 모든 여론조사에서 변함없이 제1순위다. 그 만큼 건강이 중요하고 모두가 건강하기를 희망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건강을 잃으면 다른 모든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모 재벌의 회장을 보면 알 수 있다. 그 많은 재산도 아무 소용이 없지 않은가? 또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 돈이 건강을 대신해 주지는 못한다. 그가 우수한 의료진, 첨단의 치료시설, 더 좋은 병실의 도움을 받는다 해도 내 친구처럼 식물인간이기는 마찬가지다. 건강관리는 건강할 때 해야 한다는 경고가 맞는 말이다. 우리 모두는 오늘은 건강하지만 내일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개연성 앞에 서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의 습관은 내 친구와 같이 우리의 건강을 좌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상만사가 우리의 습관에 따라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수재로 알려진 서울대학 이준구 명예교수는 ‘올바른 습관 익히면 건강하고 성공 한다’고 강조한다. 큰 일 하려면 시간약속부터 잘 지키라고 말한다. 그가 평소 중요하게 여기는 좋은 습관은 크게 다섯 가지다. ‘시간약속 잘 지키기’ ‘끼니 거르지 않고 제때에 건강한 음식 잘 씹어 먹기’ ‘꾸준히 운동하기’ ‘휴식 잘 취하기’ ‘스트레스 받지 않기다’ 시간약속 지키는 건 사소한 것 같지만 가장 중요한 습관이다. 학교 다닐 때 강의한번 시간 맞춰 못 듣고 리포트하나 제날 자에 못낸 사람이 사회에 나가서 큰일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좋은 습관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처음의 어색함을 넘어선 의도적인 노력이 쌓이고 쌓여 시간이 지난 후에 그 어색함이 자연스러운 습관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 또 아무리 대단한 업적을 이뤘다 해도 건강하지 않고 인성이 훌륭하지 않으면 절대로 성공한 인생이라고 할 수 없지 않는가.
스트레스 안 받는 비결은 욕심을 안 부리면 된다고 한다. 50만큼만 해도 되면 50만큼만 한다. 굳이 100을 하려고 애쓰거나 무리하지 않는다. 자신의 자녀들에게도 공부 잘하는 것보다 좋은 습관 기르는데 더 신경을 썼다고 하며, 우리 부모님처럼 나도 행동으로 보여줄 뿐이며 부모가 먼저 좋은 모습보이면 자녀들도 저절로 따른다고 말한다. 옛 부터 많이 써온 고사성어(故事成語)로 타산지석(他山之石)이다.‘남의 거동보고 내 거동 바로 하자’는 뜻이다.
나는 약속시간에 늦을 때가 있는데 미리 여유 있게 출발하는 습관이 되도록 해야겠다. 또 식사를 제때 못할 때가 있는데 되도록 제때 하도록 해야겠고, 시간이 걸리고 귀찮더라도 음식을 골고루 잘 씹어 먹도록 하며, 운동은 열심히 하는 편인데도 젊을 때는 바빠서, 나이 들어서는 게을러졌는데 꾸준히 운동하는 습관을 익혀야겠고, 또 무얼 하면 끝장내려고 제때에 못자고 못 일어날 때가 있는데 고치겠다. 또한 만사를 100% 철저하게 하려는 성격인데 그렇게 안 되면 스트레스를 받게 되므로 80%정도에서 만족해야겠다. 겉으로는 그렇게 건장해 보이던 친구가 갑자기 병상에 누울 줄은 아무도 몰랐다. 나도 나의 건강을 유지하는 일에 최선을 다 해야겠다. ‘사람이 늙는다’고 하는 것은 세월의 경과에 따른 생물학적인 결과가 아닌 ‘마음’의 문제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육체보다 정신이 먼저 피로와 쇠약을 느끼게 되어 ‘나도 이제 늙었구나’ 라고 일단 결론 지어버리면 육체의 쇠약은 순식간에 찾아온다는 것이다. 비록 적게 남은 인생이나, 그 남은 인생을 활기차게 꾸려나가 정신의 피로는 물론 육체의 쇠약도 천천히 오게 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인간은 누구나 늙는다. 아무리 평균 수명이 늘어났다 해도 늙지 않는 사람은 없다. 젊은이들은 흡사 늙지 않을 것처럼 살지만 그들도 역시 늙게 된다.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섭리지만 최대한 늦출 수는 있다는 것이다. 노화를 촉진시키고 병이 되는 안 좋은 습관을 좋은 습관으로 고치는 것이 건강과 성공의 열쇠라고 생각한다. 가까이 지내며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살던 내 친구는 불귀의 객이 되어 이 세상에서는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췌장암이라는 걸 알고서 6개월도 못 버티고 죽은 것이다. 췌장암으로 애플사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 세계적인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 영화 ‘사랑과 영혼’의 배우 ‘패트릭 스웨이지’ 이들도 모두 췌장암으로 이 세상을 떠났다.
친구의 명복을 빌며, 먼저 간 친구가 그립다.
말을 담는 그릇
김 명 중
손주들이 집에 오면 시끌벅적 야단법석이다. 제 또래끼리 만나서 그런지, 할아버지 할머니 빽 이 있어서 그런지, 제 세상 만난 듯 말도 많고, 눈에 띄는 것은 죄다 꺼내 놓으며 집안 팍 이 엉망이 된다. 저희 부모들도 잔소리를 안 한다. 그런데 손주들 말하는 소리를 가만히 들어보니 부정법 대화를 많이 하는 것 같았다. ″할아버지 진지 안 잡수실 례요″ ″할머니 공원 놀이터에 안 가실 례요″ 등이다. 그러고 보니 저희 부모도 집사람도 그럴 때가 있어서 그런가 싶어서 손주들을 불러 모아 이야기를 했다.
말을 할 때는 ″진지 안 잡수실 례요″ 보다는 ″진지 잡수 세요″ ″식사 합시다″ ″놀이터에 갑 시다″ 등 긍정 법으로 대화를 하는 것이 진지를 권하는 뜻도 포함되어 좋을 뿐 아니라 대화가 정겹고 부드러워서 좋게 들린다고 말하고, 미소 짓는 밝은 표정으로 정성스럽게 적극적으로 말하면 모든 소원은 성취 된다고 말해 주었다.
우리는 주변에서 신사다운 언행을 하면 영국신사 같다고 말한다. 실제로 영국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신사적으로 말하고 행동 한다고 한다. 그래서 말을 또박또박 정확히 발음하고, 세련되게 점잖게 말하면 영국식 영어를 한다 하며, 단어를 굴려서 빠르게 말하면 미국식 영어라고 한다. 미국에서도 케네디가문과 록펠러가문 등 소위 양반가문과 대학교수 등 지식층에서는 영국식 영어를 한다고 한다. 영국식 영어가 품위가 있고 교양이 있다는 것이다.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속담이 있다. 상황에 따라 뜻이 달라지고,
생각이 다르면 오해가 될 때가 있다. 우리가 말을 했을 때, 상대방이 좋게 듣고, 말대로 따라주며, 품위 있고 세련 되였다고 생각 해 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런데 어떤 사람은 말이 험하고 거칠며, 어떤 사람의 언어는 겸손하고 순화되어 있는 사람이 있다. 평소엔 점잖다가도 술만 마시면 취해서 지근덕거리는 사람에겐 ″술을 어디로 쳐 먹었기에 저러느냐″고 핀잔을 하고,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는데도
나이 값을 못하고 객기라도 부리면 ″나이를 어디로 쳐 먹었기에 저러느냐″고 육두문자를 써서 책망을 한다. 어쩌다 부부사이에도 생각이나 의견이 달라 다툴 때는 나도 모르게 심한 말을 하고는 바로 후회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때는 먼저 사과 하는 사람이 이긴 사람이고 그릇이 큰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최소한 부부사이의 다툼에선 이긴 사람이 결코 이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투가 퉁명스럽거나 거친 용어를 사용하거나 목소리가 유난히 공격적일 때 그런 느낌을 준다. 그러니 말투가 좋지 않으면 말하는 사람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의미로 변질된다. 좋은 말도 퉁명스런 말투로 하면 듣는 사람은 ″나한테 화난 것일까″라는 메시지로 변하기 때문이다. 당신의 거친 말투는 당신의 의도와 다르게 ″나한테 감정이 있는 것일까?″라는 메시지로 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신의 속마음과 달리 퉁명스런 말투로 말하면 당신은 주변사람들에게 많은 오해를 받을 것이다.
남편이나 아내인 당신이 결혼 전과 달리 퉁명스런 말투를 한다면 상대방은 당신의 애정이 식었다고 오해 할 수 있다. 상사인 당신이 부하직원을 아끼면서도 욕을 섞어 거칠게 말한다면 부하직원은 당신의 의도를 반대로 생각할 것이다. 장성한 자녀인 당신이 연로하신 부모님의 건강을 걱정하여 ″담배 좀 그만 피우 세요, 큰일 나고 싶으세요?″라고 화난 목소리로 말하면, 부모님은 당신이 자신의 건강을 염려 한다고 생각하는 대신 불효를 떠올리며 슬픔에 빠질 것이다. 따라서 당신은 칭찬할 때와 꾸짖을 때, 걱정할 때와 간섭할 때 등 경우에 따라서 말투를 달리 해야 한다.
말투란 말을 담는 그릇이다. 물을 어떤 모양의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먹는 물로 보이고 세숫물로 보이듯이, 말투는 그 나름대로 독립된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 말이란 내용만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라, 말하는 방법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말투는 내용을 담는 그릇이기 때문이다.
조물주는 우리인간을 창조 할 때 모든 가능성 등을 잘 고려하신 것 같다. 잘 보고, 잘 듣고, 잘 냄새 맡으라고 눈과 귀, 코는 두 개씩을 만들고, 각별히 조심해야 할 기관인 입과 비뇨생식기, 항문은 한 개씩 만드신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우리는 가족이라고 또 가깝다는 이유로 말을 함부로 하기 도 하고 상처를 주는 줄도 모르고 톡톡 내뱉는 경우가 있는데, 친구사이에도 별 뜻 없이 던진 말 한마디 때문에 한동안 소원해지는 경우도 있지 않던가. 내 입술에서는 30초 동안 일지라도 상대방의 가슴엔 30년 동안 일지 모른다. 그래서 칼로 베인 상처는 일주일이면 낫지만, 말에 베인 상처는 평생을 가도 아물지 않으며, 저승의 무덤까지 가지고 간다고 생각 한다면, 말을 할 때는 내용과 말투를 잘 생각해본 후에 해야 하겠다.
즉 생각은 인생에 있어서 소금일지니 음식을 먹기 전에 간을 보듯, 말과 행동을 하기 전에 먼저 생각부터 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 하고, ′말 한마디로 천 냥 빚도 갚는다′ 하며,
′말 잘하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금언이 있듯이, 나보다 어리다고 함부로 말하는 습관을 버리고, 말속에 뼈가 있으면 안 되니 뼈를 빼내고 말해야 하겠다.
우리는 말을 할 때, 별 생각 없이 말을 하는데, 그보다는 그가 듣기 좋게 말을 하는 것이 좋은 것으로 “가 장돌뱅이야” 보다는 “사업하고 있어”가 좋고, “원룸장사치야” 보다는 “임대업을 하고 있어” 가 좋은 것으로, 말을 생각 않고 쉽게 하지 말고, 기분 상하지 않고 알아듣기 쉽게 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입이 있어 먹고 말을 한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말을 할 때는 먼저 생각해 본 후에 말을 할 것이며, 말투에 각별이 신경을 써야 한다, 입으로는 음식만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구시화문(口是禍門)이라는 말이 있듯이 구설수와 질병 등 화도 들어오는 문이니 각별히 조심해야 할 것이다.
원석을 갈고 다듬어서 보석을 만들듯이, 말도 갈고 다듬으면 보석처럼 빛나는 예술이 된다. 지혜로운 말 한마디가 가정의 다툼에서 나라간의 전쟁까지 막는 큰 힘이 있다. 서로 비난하고 헐뜯기 전에 ′서로의 처지를 바꿔서 생각하라′는 역지사지(易地思之) 정신으로 상대방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 본다면, 싸움으로 향했던 생각은 어느새 지혜로 바뀌어 더 큰 사랑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겠다.
사기꾼
김 명 중
나더러 사기꾼이란다. 동창회모임 때다. 이날은 동부인모임이라 아내와 같이 모임장소에 들어가는데, 나는 인사 나누느라 못 들었는데, 아내가 듣기에 사기꾼 왔다고 하드라는 것이다. 아내는 황당하여 그곳에서는 애기도 못하고 집에 와서 애길 했다.
청천벽력이다. 법 없이도 살 사람이란 말은 들었고, 사기를 당해는 봤지만, 사기 처 본 일은 한 번도 없는데도 말이다. 아내에게 잘못들은 것 같다고 했으나 맞다 고했다. 한 동창에게 물었더니 그랬다고 하면서 원래 그런 사람이니 괘념치 말란다. 그 동창에게 내가 사기꾼인 연유를 물었다. 누가 나한테 사기 당했다 하드냐? 아니면 내가 사기꾼으로 보이냐고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 동창은 둘 다 아니고, 너는 글로서 사기를 친다는 농담을 한 것인데, 마눌 님 이 들었다니 미안하며 사과 한다고 했다. 그 동창은 평소에도 농담을 잘 하는 친구여서 나는 사과 받는 선에서 일단락 지었으나, 마눌 님 은 아니었다. 사기 칠 사람은 아닌 걸로 아는데, 누굴 사기 첫 으며, 아니면 왜 사기꾼으로 보이느냐는 것이다. 아니면 말고 식이여서는 안 되며 수신제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사기 당한 일이 있다. 직장에서 정년퇴직하니 재산은 단독주택 한 채가 전부였다. 금융기관에 오래 다녔으니 배운 도적이라고 동료들이 퇴직금으로 증권을 한다고 나에게도 권해서 해 봤으나 내 적성은 아닌 듯 했다.
결국 단독주택을 5층 다세대로 재건축했다. 퇴직금으론 부족하여 대출받아서 월세가 연금역할을 한다. 부부가 몇 년을 경영했는데 이 지역은 단기 임대지역이라 나이 들어감에 따라 힘이 부처서 관리인에게 맡겼더니 잘 해주었다. 건물관리는 세금, 정비, 수선, 교체비용이 꽤 드는데, 웬만한 고장은 관리인이 직접 수선 해 주고 교체 시는 주인이 구매해 달라고 하여 관리인을 신임하게 됐다.
그런데 월세가 안 들어온 곳이 있어 관리인에게 물으니 경기가 안 좋아서 그렇다고 곧 들어온다고 했다. 관리인 말을 믿고 있었는데, 우연히 월세 안낸 세입자를 만나게 되어 위로의 말을 했더니, 전센데 무슨 월세냐고 했다.
관리인을 오라하고 세입자와 경찰도 함께 불렀다. 결과 주인은 세입자를 직접 만나기 싫어해서 관리인에게 전권을 위임 했다고 속이고, 월세를 전세로 전부 바꾸고 월세는 관리인이 주인의 은행계좌에 입금하는 수법으로 속이고 있었다. 주택관리를 잘하여 주인의 신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격이다. 경찰에 관리인을 인계하고 도주우려 있으니 구속의견을 적었다. 소문은 동내에 금방 퍼졌고 인근 15개 사업자가 이 중개인에게 관리를 맡겼는데 같은 수법으로 했다는 것이다. 건물관리를 잘 하는 관리인이 그럴 수가 있는 가고 모두들 혀를 찼다.
경찰이 고소인과 피해자, 세입자와 사기범을 모두 조사한 후 사기범을 방면 해 주었고, 사기범은 돈을 챙겨 도주 해 버려 행방불명이 되었다. 재판과정에서 경찰에 같은 조기축구회 회원이 관여 했다는 말이 있었다. 따라서 수사는 미궁에 빠졌고, 경찰에 항의 했으나 잡는 방법밖엔 없다고 했다. 사기범의 마누라는 벌써 필리핀으로 출국 해버렸고, 사기꾼도 외국으로 갔거나 갈 거라고 추측 할 뿐 이였다.
경찰도 인력 탓만 할뿐 소극적이었고, 피해자들이 사기범의 전세 집에 교대로 잠복하고 인천공항에 가기도 했으나 사기범을 잡을 길은 막막하기만 했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나서야 인천공항에서 체포되어 검찰에 넘겨졌고, 형사재판이 시작되어 피해자는 변호인선임도 안 했는데 피고인은 변호사를 선임해서 그런지 고소인에게 불리하게 되는듯하더니 1,2심 모두 승소하여 8년 구형에 4년 선고로 징역을 살고 있다.
형사재판은 사기범에게 형벌을 주는 것이고, 사기금액을 받기위해서는 민사재판을 해야 하는데 사기범은 외국 도피 계획이어서 국내에 자기명의 재산이 없고, 재산이 없으므로 몸으로 때운다고 형을 살고 있으며, 현금화한 재산은 혼인신고 안한 마누라가 가지고 외국으로 도피 해 버려 구상할 방법이 난감 했다.
세입자들은 사기범에게 받지 못하겠으므로 소유자에게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1, 2, 3심 모두 소유자가 승소했다. 계약은 소유자와 해야 하기 때문이다.
피해자 조사 요건은 구두나 문서로 위임여부였다. 조사과정에서 사람이 불면하여 사기를 당했다고 했더니 담당수사관도 사기당한 일이 있으며, 사기범은 사기 쪽에 연구를 집중하므로 당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담당업무 대부분이 사기사건이어서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했다.
변호사 친구 말은 사기횡령은 대부분 친 인척이나 벗과 친구 등 가까운 사이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상부상조는 미풍양속이어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경우도 있으나 계획적인 사기도 있어 돈 잃고 사람도 잃는 것으로 가까운 사이의 금전거래를 피하는 경향이 있으며 가까운 사이라도 차용증 교환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사기당한 금액을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몇 년 동안 누구에게 말도 못 하는 심적 고통에 오히려 변호사 비용 등으로 손해 막심한 사람에게 필요한건 위로의 말이지, 농담이라도 사기꾼이란 말은 피해야한다고 사기꾼이라 말한 동창에게도 말했다. 생각 없이 무심코 건넨 말이 상대방에겐 30년 간다고 하는데, 내 생각과 딱 맞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지만, 우리가 사는 사회는 공동사회고,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하는 공동 공영하는 사회가 되어야 하겠다.
우리나라 교육이 입시위주와 취업교육으로 도덕과 인성교육이 경시되는 경향이 있어 시정되어야 하겠으며, 제1차세계대전후 미국과 영국 등에서 도덕재무장운동(MRA)이 일어났던 것처럼 바르게살기운동이 정착되어 사기 없는 사회가 되어야 하겠다.
우리는 벗과 친구가 같은 뜻으로 생각되기 쉬우나 다르다고 한다. 벗은 태어날 때부터 알고 마음이 서로 통하여 사귄 사람으로 서로 경어를 쓰지 않고 허물없이 사귄 사람으로 속된말로 불알친구를 말하며, 친구는 교통법규에서 차간 안전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사이를 말한다한다. 가까운 사이인 친, 인척과 사돈 간에, 또는 반세기가 넘게 자주 만나던 동창 등 친구 간에 정치, 종교애기 중에 멱살잡이를 하고, 모임에 안 나오는 경우를 보면서 벗과 친구 간에도 교통법규에서 정한 차간 안전거리가 있어야 하지 않을 가 하는 생각이 든다.
* 김 명 중 약력
사 진
수필가, 시인, 교수
서울대학교 학사, 한남대학교 대학원 석사
전, 농협지점장, 상무이사, 강남 실버합창단 단장
농협대학교 명예교수, 농협동인합창단 고문
한국수필, 미래시학 수필 신인문학상 당선
미래시학 시 신인문학상 당선
한국수필가협회 이사, 한국수필작가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국제문학교류 위원
별빛문학회 명예회장, 에세이 강남문학회 고문
리더스에세이 이사
공저<나의 꿈 나의 인생><한국수필 대표선집><한국수필작가회 대표작선집>
<한국수필><미래시학><리더스에세이><현대문학신문><별빛문학>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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