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예술 이야기_“내가 예술가입니다. 삶이 예술입니다”
♧ 네 번째 나의 예술 이야기 “세상과의 연결”
11. 박채연: 사실을 전하는 일에 아름다움을 담는 780번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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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780번 개미 박채연입니다. 저는 기자가 된 지 1년도 되지 않은 ‘아기기자’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기자를 꿈꾼 ‘본투비 기자’가 아닌 저는 기자가 아름다움을 실현할 수 있는 직업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4의 권력’이라고 불릴 만큼 커다란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만 대다수가 사기업 자본에 의해 운영되고 있고 조회수 경쟁 등을 하는 현실 속에서 언론 본연의 기능이나 윤리를 저버리는 순간들도 많이 발견하곤 하거든요.
그럼에도 이 직업을 온 힘을 다해 사랑해보려 합니다. 그 사랑이 다해 더 이상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할 때 이 직업을 그만두려 합니다. 가끔은 빈둥거리기도 하지만, 저는 자주 그런 마음으로 일하려 합니다.
저는 사실을 전하는 일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려는 780번 개미입니다. 이 거창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전하려는 사실이 ‘무엇’일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이 사실을 ‘왜’ 전해야 하는지도 마찬가지입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저는 ‘사실을 전하는 일’ 자체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기보다는 이 사실이 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사실인지, 현재 세상의 흐름에서 전달돼야 하는 것은 어떠한 사실인지, 수많은 억울한 사실 중 이 사실은 어떤 이유로 알려져야 할 사실인지를 고민한 후 ‘사실을 전하는 일’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듯합니다.
제가 속한 정책사회부는 정부와 주요 공공기관 등을 출입하는 곳입니다. 처음으로 제가 맡은 분야는 노동과 미디어로, 고용노동부와 언론 분야 공공기관 등을 맡고 있습니다.
기사를 통해 사실을 전하는 일은 우리 모두의 삶이 늘 누군가의 불편함에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술적 행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신문사에 입사해 처음 노동자가 돼본 저는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는 근로기준법 적용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똑같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도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노동청엔 신고가 접수되지 않습니다. 배달의 민족 등 플랫폼 노동자들은 특수고용직으로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닙니다. 배달 수수료나 노동 조건 등이 취업규칙이 아닌 배달 약관에 쓰여 있어 회사가 쉽게 그들의 임금과 노동 환경을 바꿀 수 있는 조건에 있습니다. 이렇게 사안들을 하나하나 이해해가며 복잡한 세상과 제도 속에서도 미묘한 권력관계는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과 누군가의 희생 덕에 내가 세상에 좀 더 안온히 발 디딘다는 아이러니한 사실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또, 기사를 통해 사실을 전하는 일은 대의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적인 업무를 하는 이들이 민주주의적 가치를 충분히 고민하고 행동하는지를 감시하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기자가 되기 전에는 알지도 못한 국가기관에 매일 같이 방문해 세금을 받고 일하는 높은 직급의 위원, 이사, 의원 등이 어떻게 일하는지를 봅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공영방송 이사회 등을 드나들며 몇몇의 정파적인 구성원이 어떻게 실무를 맡는 하급 공무원을 괴롭게 만들 수 있는지, 언론의 기능을 위축시킬 수 있는 결정들을 해나가는지를 파악합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쉽게 자신과 가까운 국민에게 유효한 결정들을 하는 그들의 행태를 담아내는 기사를 쓰곤 합니다. 분량이 정해져 있는 기사들을 매일 같이 써내기에 종종 기관의 생태계를 모두 담아내지 못하지만, 그것만큼은 느낍니다. 자주 그곳을 방문해 그들의 업무를 방청하고 그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들을 비판하는 기사를 씀으로써 그들이 아주 조금은 다른 시각도 견제한다는 것을요.
독자들에게 제가 느끼는 만큼의 정동을 전달하기엔 아직 저와 제 기사는 한없이 부족합니다. 제 시각도 누군가에게는 ‘치우쳐진’ 것이라고 평가받을 것이며 분명 치우쳐진 지점도 있을 것입니다. 또 아직은 사실을 파악하는 능력도, 파악한 사실을 잘 전달하는 능력도 없습니다. 그래도 예술적 행위를 계속해서 하다보면 꽤 능숙해지겠지요.
나를 움직인 아름다움으로 너를 움직일 대표작인 제 기사 몇몇을 소개합니다. 아직 제가 당당히 공개할 만큼 공들인 기사는 없지만, 그래도 공개합니다!!
<‘출퇴근하지만 직원은 아닙니다’…병원 노동 사각지대 연구간호사들>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402151459001
<“괴롭힘 가해자, 분리는커녕 승진”···여수공항서 ‘2차 가해’ 의혹>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403201413011
<[단독]방심위·선방위, 무더기 법정제재에 소송비용도 ‘역대급’>
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3295702?type=journalists
<말도 탈도 많았던 선방위, ‘논란의 심의 고리’를 살펴보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3296169?type=journalists
★ 제2회 '숲의響然_자연의소리' 공연 전체 보기 https://cafe.daum.net/nanjinoeul/r2W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