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돈이 돌아가셨다는 부고가 문자로 떴다. 평시와는 다르게 장지난에 ?마크를 해두었다. 급작스레 추운 날 돌아가셔서 아직 장지를 찾지 못해인가보다 했다. 아내와 함께 빈소가 차려진 병원으로 갔다. 장례식장의 주차장은 만원이었다. 관리요원들의 안내로 겨우 주차를 할 수가 있었다. 장례식장에 들어서니 열기가 후끈 느껴졌다. 조화들이 들어 차서 다니기가 불편할 정도였다. 전광판을 꽉 채운 명단에 올려진 망자와 상주들의 이름을 찾아 지정된 호실로 갔다. 매형과 누님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망자 앞에 예를 갖춘 후에 준비된 식탁 한켠에 앉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방이 그리 크지 않았다. 내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누님의 설명이 뒤따랐다.
시어머니가 수년간 치매를 앓으시다가 어제 돌아가셨는데 주검을 안치할 곳을 못 찾고 있다가 겨우 찾은 곳이 이곳이라고 했다. 장례식장이 달린 병원에서 돌아가시게 되면 장례치르기가 별 문제가 없는데 우리 사돈처럼 요양원이라는 일종의 외지인은 시신을 안치할 곳도 찾기가 어렵다고 했다. 온갖 수소문 끝에 이곳에 온 것도 운이 좋은 것이라 했다. 연말이고 추워서인가 많은 사람들이 유명을 달리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여태 모르고 있었다. 코로나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요즘 서울 소재 장례식장은 만원이라고 했다. 부고에 장지를 표기하지 못한 것도 처리해야 할 시신이 넘쳐서 그렇다는 것이다. 삼일장을 치러야 하는데 화장장 예약 대기가 순연되어 나흘장으로 치러야 한다고 했다.
뉴스를 보면 중국에 코로나로 넘쳐나는 사망자 때문에 심지어 길 가에 시신을 놓은 채 화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다는 소식이었는데 우리나라도 그에 못지 않게 사망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서울의 경우만인지는 모르겠으나 사망자 수가 너무 많아서 화장터가 만원이라니! 새로운 소식이었고 적잖은 충격도 받았다. 코로나가 창궐한다기보다는 누그러지고 있어서 마스크를 벗고 활동할 수 있는 날을 기다리고 있는 이 시점에 이곳 장례식장에서 느끼는 실질적 체험 사이에는 괴리가 있어 보인다. 중국의 얘기가 아닌 내 나라 한국 수도 서울의 이야기이다. 사망자가 이렇게 늘어나는 이유가 부디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양평의 확진자 수도 계속 줄고 있는데 왜 장례 처리는 늦어지고 있는지 나는 그 까닭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 강한 추위로 인해 노약자들의 사망 수가 획기적으로 늘어나서인가?
오늘 금년 한 해의 마지막날 새벽에 화장터로 떠나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는 소식을 듣고 황당하는 생각이 든다. 가시는 분도, 보내는 이들도 바라보는 내 눈엔 안타까움 뿐이다. 새해에도 쉽사리 해소될 것 같지 않은 이 상황을 접하면서 나로서는 기록으로라도 남겨 훗날 장례가 어떤 모양으로 진행되었는지를 알고 싶다. 이 마지막 날에도 우여곡절을 겪는 사돈을 추념한다.
오늘은 눈이 내리지 말아야 할 텐데. 누님과 매형의 복잡한 심경이 날씨로 위로받았으면 좋겠다. 화창한 날씨여 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