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만남_아이들과 졸업식 의논하기
화요일 한번 쉬고,
다시금 아이들을 보는 수요일.
겨우 하루 걸렀다고, 어쩐지 더더욱 반가운 기분이 듭니다.
캠핑에서 감기에 걸린 채린이와 인서, 그리고 지율이는 아쉽게도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나은이, 진주, 우진이, 준아.
어쩌다 보니 아이들은 네 명만 모인 상황.
일단은 우리끼리라도 졸업식 이름을 정해보기로 했습니다.
제안하자마자 가장 먼저 슥삭슥삭 이름을 정한 나은이.
"천하제일 졸업식. 너만 오면 완벽한!"
"너가 필요해."
보는 사람을 매료시키는 수식어가 한몫 합니다.
"학교 졸업식이랑, 이거랑 두개 하는 거니까 제 2의 졸업식은 어때요 쌤?"
준아도 곰곰이 생각하더니 두 번의 졸업식이라는 점을 강조해서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졸업을 2번 한다면?"
여행이 시작됐다면, 과 라임을 맞춘 진주도 눈에 띕니다.
서랍 속에 있던 파스넷을 꺼내주니 오랜만이라며 열심히 그림도 그립니다.
처음에는 무얼 해야할 지 고민하고, 놀자고 했던 아이들이
해야할 일이 생기니 또 열심히 합니다.
"쌤, 저는 마요이 군단 말고 생각이 안 나요."
좋아하는 캐릭터 이름만 떠오른다며 계속해서 그림만 그리던 우진이도,
불현듯 생각이 났는지 이름을 거침없이 적어내려갔습니다.
옆에 작은 (기름)이 포인트입니다.
두 가지 파스넷을 사용해서 글자를 넣은 뒤에는, 종이 가득 칠해 가며, 손으로 문질러가며,
멋진 포스터를 만듭니다.
오늘 온 아이들끼리 낸 제목은 다른 아이들의 의견도 받기 위해 카카오톡 방에 투표로 올렸습니다.
과연 어떤 이름이 졸업식을 빛내게 될까요?
오늘은 아이들 모두 낙서하면서, 떠들면서, 노래를 들으며,
가벼운 마음으로 활동에 임했습니다.
아이들의 관심사를 알아가고, 또 졸업식에 대해 상상해보면서,
함께 이상을 꿈꾸고, 친해졌던 하루 같습니다.
사실 조금 조급한 마음에 아이들에게,
우리 졸업식이 얼마 안 남았어, 오늘은 뭐 해볼까, 재촉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시간에 좇겨 마음도 급해졌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첫번째 D-DAY, 졸업여행을 생각해보면,
조급해하기보다는 있는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고,
계획에는 언제나 변수가 있기에 이를 잘 통제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런 부분들까지 당사자가 생각하고 또 행동해야 하는 몫이기도 하지요.
한 발 물러서되 무책임하지는 않게,
잘 지켜보고 지원하면서, 조심스럽게.
사실 가장 어려운 부분인 것 같습니다.
내일과 모레, 졸업식 준비를 위해 단 이틀밖에 남아있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까요.
사업에 대한 고민이 많이 들기도 하고,
다른 선생님들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 오후에는 다른 실습생 선생님들의 일지를 읽어보았습니다.
다양한 아이들과, 여러 지역에서 활동하시는 선생님들을 보면 저도 절로 기운이 납니다.
꼼꼼히 기록하고, 또 준비하시는 것을 보면 저도 덩달아 꼼꼼해져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아이들을 이끌거나 제한할 필요는 없지만,
어느 정도 꼼꼼하게 계획이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저의 사업만 들여다 볼때는 몰랐는데,
동료들의 멋진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성찰과 감사의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더 즐겁고, 유익한 날들을 보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졸업식에서 틀 영상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보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꼼꼼히 정리를 해봐야겠습니다.
첫댓글 "물론 이런 부분들까지 당사자가 생각하고 또 행동해야 하는 몫이기도 하지요.
한 발 물러서되 무책임하지는 않게,
잘 지켜보고 지원하면서, 조심스럽게."
아이들이 자신들의 일로 이룰 수 있도록
고민하고 머뭇하고, 제안하고, 조심하고...
유리 선생님의 마음이 전해집니다.
이미 아이들은 충분히 즐겁고, 유익한 날들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요.
청춘의 우리들... 근사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