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향수는 ‘뿌린다’가 아니라 ‘입는다(wear)’라고 표현한다.
이 때문일까. 향수를 잘못 선택한 날에는 마치 옷을 잘못 입고 나온 것처럼 하루 종일 어색하고 불편하기만 하다. 게다가 메이크업처럼 쉽게 수정할 수도 없으니 더더욱 자신에게 딱 맞는 향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한 것. 오늘도 외출 전 향수를 챙기고 있는 당신에게 묻겠다. 지금, 향수를 제대로 입었는가.
HOW TO SHOPPING
마치 ‘나 향수 뿌렸소’라고 말하는 듯 직접적인 향보다 은근히 풍기는 잔향이 더 매력적인 법. 이러한 향수를 찾고 싶다면 시간적 여유를 두고 천천히 쇼핑하는 것이 좋다.
TIME 사람이 붐비지 않는 초저녁을 노려라 후각은 초저녁에 가장 민감해진다. 게다가 매장에 손님들이 적고 한적할 시간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향이나, 그들이 테스팅해 본 향에 방해받지 않고 완벽한 향을 맡을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이다. 습도가 높은 곳일수록 발향이 잘되기 때문에 같은 향수를 시향하더라도 무겁게 느껴질 수 있으니 참고할 것.
TEST 최대 3가지 향을 여유를 두고 테스팅할 것 향수 본래의 향은 알코올이 증발된 다음이 진짜다. 가장 좋은 시향 방법은 시향지에 적당량을 뿌리고 알코올이 날아간 뒤 향을 맡아보는 것. 코는 오감 중에 가장 빨리 피로를 느끼는 부위이니 한꺼번에 많은 향을 맡아보는 것도 쥐약이 될 수 있다. 한 번에 최대 3가지 향까지만 맡아보는 것이 좋으며, 마음에 드는 향수는 손목 안쪽에 뿌리고 1시간 정도 다른 매장을 구경한 뒤 잔향까지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한 쇼핑법이다.
HOW TO USE
같은 향수라도 뿌리는 부위, 방법, 그리고 그날의 날씨에 따라 향은 달라지게 된다.
SPOT 손목이나 팔꿈치 안쪽에 뿌려라 손목이나 팔꿈치 안쪽의 정맥 위에 뿌리면 맥박이 뛸 때마다 향이 퍼져 발산 효과가 가장 높다. 반대로 스커트나 팬츠에 뿌려주면 몸이 흔들릴 때마다 향이 희미하게 풍겨 은은한 향을 연출할 수 있을 것. 목 뒷부분은 향이 변질되는 원인인 자외선을 피할 수 있어 향수 본연의 향이 오랫동안 유지되며, 머리카락이 움직일 때마다 은근하게 향이 퍼지는 의외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NUMBER 농도에 따라 뿌리는 횟수와 방법이 다르다 퍼퓸은 한 방울을 손가락 끝에 가볍게 묻혀 점을 찍듯이 원하는 부위에 바르고 절대 문지르지 말아야 한다. 뚜왈렛은 선을 그리듯 뿌리고, 가장 가벼운 코롱 타입은 금세 향이 날아가기 때문에 구석구석 면의 형태로 뿌리면 된다. 향수를 뿌리는 횟수는 정해져 있지 않지만 한 곳에 여러 번 뿌리는 것보다는 조금씩 여러 곳에 나눠 뿌리는 것이 좋고, 옷 위보다는 옷을 입기 전의 상태에서 뿌리는 것이 좋다.
LAYERING 때론 두 가지 이상의 향이 더 극적인 효과를 낸다 가장 안전한 레이어링은 같은 계열의 향끼리 섞는 것. 하지만 조금 독특한 매력을 연출하고 싶다면 따뜻한 느낌의 머스크와 산뜻한 플로럴을 믹스하거나, 부드러운 우디와 시원함이 강한 프레시 향을 믹스하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플로럴이나 시트러스처럼 가벼운 향은 오래 지속되지 않기 때문에 레이어링에 실패하더라도 부담이 없으니 초보자가 도전해봐도 좋다. 레이어링 할 때는 향수 사이에 간격을 두고 뿌려야 하며, 가벼운 향을 먼저 뿌리고 그 향이 몸에 밸 때쯤 덧뿌려야 향이 무거워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KEY WORD 알아두면 향수 선택이 쉬워지는 기초 지식
톱 노트 향수를 뿌린 뒤 20분 정도 경과한 뒤의 향으로 알코올이 날아간 다음 바로 풍기는 첫 향이라 생각하면 쉽다.
미들 노트 향수의 가장 메인이 되는 향. 뿌린 뒤 30분 후부터 발향이 시작되며 2시간 정도 유지된다. 안정적인 플로랄 타입이나 프레시한 향이 여기에 속한다.
베이스 노트 잔향의 여운이 느껴지는 부드럽고 가벼운 향. 향수를 뿌린 지 2~3시간 경과됐을 때 느껴지는 향으로 이때쯤 다시 한번 향수를 뿌려주면 좋다.
퍼퓸 15~30%의 농도로 6~7시간 정도 향이 지속된다. 노즐 형태로 뿌리는 것이 아니라 한 방울 형태로 찍어 발라주는 것이 대부분.
오 드 퍼퓸(EDP) 15~25%의 농도. 퍼퓸처럼 진한 향을 갖고 있으나 향의 지속률이 조금 낮은 편. 5시간 전후로 향이 지속된다.
오 드 뚜왈렛(EDT)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향수. 지속 시간은 3~4시간 정도이며 향이 부드러워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다.
오 드 코롱 지속 시간은 1시간 정도로, 샤워 혹은 운동 후에 기분 전환용으로 사용하면 좋다.
WHAT’S YOUR STYLE?
향기는 상대방에게 나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하나의 도구다. 상대방에게 다가가는 그 찰나의 시간에 당신은 로맨틱한 소녀가 되기도 하고, 글래머러스한 여성이 되기도 하며, 때로는 아무 향 없는 건조한 사람이 되기도 한다. 내게 딱 맞는, 시그니처 향수를 찾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로맨틱 혹은 스위티로 분류되는 이 향은 상대방까지 기분 좋게 만드는 향수로, 플라워 계열이나 프루티 계열 향료를 사용해 향이 달콤하고 로맨틱한 것이 특징. 달달한 향 때문에 오랜 시간 맡으면 머리가 아프다는 단점이 있는데, 이럴 땐 미들 노트에 상큼한 시트러스나 프레시 계열이 포함된 향수를 고르면 향이 퍼지는 동안 프레시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1 페라가모 인칸토 블룸 전체적으로 플라워 계열의 로맨틱함이 강하지만 사이사이 느껴지는 머스크와 캐시미어 우드가 부드럽고 여성스러운 느낌을 더해준다. 50ml 9만1천원
2 에스티 로더 플레저 블룸 과일과 꽃이 혼합된 감미로운 향의 향수. 첫 향인 과일향이 상쾌한 느낌을, 뒤를 이어 장미와 재스민이 여성스럽고 매혹적인 향을 완성해준다. 50ml 8만5천원
3 겐조 로빠 겐조 로터스 플라워에 민트, 페퍼가 어우러진 로맨틱하면서도 프레시한 느낌의 향수. 100ml 9만6천원
4 보스 오 드 뚜왈렛 포 우먼 달콤한 사과향과 크리미한 바닐라 향이 은은하면서도 깊은 향을 낸다. 50ml 6만7천원
5 샤넬 샹스 상쾌하면서도 로맨틱한 향이 독특하다. 샤넬 하면 떠오르는 묵직한 향보다는 가벼우나 여성스러운 이미지는 그대로다. 50ml 10만5천원
엄마 화장대 구석에서나 맡아봤을 것 같은 묵직하고 농후한 향을 떠올리면 된다. 뿌리는 순간 마치 향이 덩어리져 공중에서 서서히 분해되는 것처럼 딥한 향을 가진 향수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클래식 향수들이 여기에 속한다. 대개 앰버, 머스크, 우디 계열로 톱 노트부터 베이스 노트까지 일괄적으로 무겁게 흐르는 듯한 묵직함이 이 향의 가장 큰 매력. 유행을 쫓기보다 본인만의 시그니처 향을 원한다면 한 번 도전해봐도 좋을 향수들이다.
1 장폴고티에 클래식 오 드 뚜왈렛 매혹적인 장미향이 뿌리는 순간 온몸을 휘감는 딥한 느낌의 향수. 50ml 8만9천원
2 반클리프아펠 오리엔스 동양적인 관능미를 표현하는 향수. 앰버와 바닐라 특유의 풍부하면서도 세련된 향이 매력적이다. 50ml 9만8천원
3 조르지오 아르마니 이도르 풍부한 플로럴향 사이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깊이감 있는 오리엔탈향이 묘한 매력을 만든다. 50ml 9만원
4 랑콤 마니피끄 오 드 퍼퓸 사랑과 열정의 상징인 불가리안 로즈와 신비한 향신료인 샤프란이 어우러진 매혹적인 향. 50ml 8만8천원
5 디스퀘어드2 쉬 우드 재스민 꽃잎과 향수초류가 어우러져 여성스러우면서도 관능적인 향을 모두 갖고 있다. 50ml 8만9천원
남자 향수에 많이 사용하는 매콤하고 상쾌한 스파이시, 달콤 쌉싸래한 진저가 여기에 속한다. 첫 향은 조금 묵직하고 자극적인 듯하나 시간이 흐를수록 달콤하고 따뜻한 향을 내는 것이 특징. 완전히 남성 향수라기보다는 우디, 페퍼민트 등 남성적인 향료를 함유한 것이 대부분이며, 남성 향수보다는 가벼운 중성적인 매력을 가졌다고 보면 쉽다.
1 에르메스 보야쥐 데르메스 무거우면서도 은은한 우디향의 특성처럼 남성 향수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스러운 부드러움을 갖고 있다. 100ml 15만3천원
2 롤리타렘피카 씨 롤리타 오 드 퍼퓸 스프레이 강렬한 시트러스향이 풍기고 난 뒤 은은하게 퍼지는 플로럴향이 매력적. 50ml 9만5천원대
3 불가리 블루 오 드 퍼퓸Ⅱ 상쾌한 만다린에 바이올렛이 믹스돼 남성 향수 특유의 도발적인 느낌이 난다. 50ml 10만원
4 딥티크 베티베리오 오 데 토일렛 첫 향은 남성적이나 여성스러운 장미향의 여운이 오래 남는다. 50ml 11만5천원
5 D&G 10 라 루 드 라 포츈 달콤한 플로랄향과 묵직한 오리엔탈향이 만들어 내는 모험적인 향. 50ml 가격미정
뿌린 듯 안 뿌린 듯 자연스러운 느낌을 원한다면 향이 가볍고 많이 드러나지 않는 시트러스, 만다린, 아쿠아 계열의 향을 선택할 것. 휘발성이 높아 향이 금세 날아가고 부드러운 잔향만 남기 때문에 초보자들도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다. 쇼핑 시 여름에 흔히 사용하는 레몬 버베나, 라임 혹은 베르가못, 네롤리라고 적힌 향수를 선택하면 된다.
1 아쿠아 디 파르마 콜로니아 어쏘루타 톡 쏘는 상쾌한 첫 느낌이 인상적인 향. 50ml 9만9천원
2 갭 클로즈 우드, 머스크 등 베이스 노트가 시간이 지날수록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100ml 7만2천원
3 버버리 더 비트 플로랄 계열의 여성스러운 느낌도, 프루티 계열의 상큼한 느낌도 동시에 지닌 향수. 50ml 7만4천원
4 플로라 by 구찌 희귀 원료인 오스만트스 꽃이 함유돼 일반적인 플로랄 계열 향수와 다른 독특한 느낌이 있다. 50ml 9만1천원
5 베르사체 베르수스 베르사체 첫 향은 건강하고 에너지 넘치는 느낌을, 장미, 머스크 향은 시간이 갈수록 여성스러운 향을 낸다. 50ml 8만5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