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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입양가족협의회 회장, 입양
특례법 재개정 추진위 위원장 김홍중. |
[한국입양가족협의회 회장 / 김홍중] 개정된 입양특례법은 입양을 하기 위해 반드시 출생신고를 거쳐야 한다.
과거에는 입양 요건을 갖췄다면 양모양부의 친생자로 출생신고를 해야 입양절차가 승인됐다.
77년 대법원 판례에서도 위와 같은 입양절차가 불법이 아니라는 판결을 했다.
판결 요지는 다음과 같다.
‘당사자 사이에 양친자 관계를 창설하려는 명백한 의사가 있고 기타
입양의 성립요건이 모두 구비된 경우에는 요식성을 갖춘 입양신고 대신
친생자출생신고가 있다 하더라도 입양의 효력이 있다’
위 판결에 기초해 정부와 입양기관은 미혼모가 낳은 혼외
자녀를 양부양모에게 친생자로 등록해 입양 절차를 진행한 것이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출생신고와 관련해 과거의 입양이 불법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은 법적 타당성이 없다. 당시 대법원은 입양 절차를 밝힘에 있어 열악한 현실에 출생신고의 두려움을 겪는 미혼모의 손을 들어줬다.
원치 않은 임신과 출산으로 두려움에 떠는 청소년 미혼모. 혹여 내 딸에게 이러한 일이 생겼다면 아빠인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아마 이러한 상황이 벌어졌다면 어떤 부모라도 딸의 고민 이상으로 갈등과 고통을 겪어야 할 것이다.
청소년 미혼모의 원치 않은 임신에 있어서 선택은 세 가지다.
첫째가 가족에게 솔직히 말하고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고, 둘째가 비밀리에 병원에 가서 불법으로 낙태 수술을 받는 것, 마지막 셋째는 혼자 고민하고 갈등하다 가출해 몰래 아이를 낳는 것이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자.
만약 나의 딸이 위 세 가지 경우에 처한다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첫 째로 출산을 선택했을 때를 가정해보면, 24세 이하의 미혼모는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의 130% 이하의 가구에 한해 월 5~10만원의 양육비를 지원해 준다.
독일은 미혼모에게 164만원, 영국은 매주 29만원을 지원해 준다. 호주는 ‘파라웨스트’ 미혼모 학교를 운영해 생모가 학교를 가면 아이를 돌보는 도우미를 지원해 주고 있다.
선진국과 수준에 전혀 못 미치는 한국은 청소년 미혼모들에게 본인이 낳았으니 직접 양육해야 한다는 취지로 출생신고를 강제하는 것은 또 하나의 폭력인 것이다.
그러한 현실에서 대다수 미혼모는 입양을 선택하려 할 것이다.
입양이 되면 기록부에서 삭제가 되지만 입양이 안 되거나 파양이 되면 그대로 기록이 평생 남는다.
특히 혼외자녀를 입양을 보낸 미혼모가 주홍글씨를 지우고 새로운 남자를 만나 결혼을 했는데 그 아동이 다시 파양된다면 가족관계증명서에 혼외자녀가 다시 등재가 된다. 남편이 가족관계증명서를 떼었을 경우 보고 듣지도 못한 아이가 가족관계증명서에 등재돼 있는 것을 보았을 때 가정이 온전하게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또한 강간을 당한 여성은 그 악몽도 지우기 힘든데 출산을 하여 입양을 보내기 위해서는 예외 없이 출생신고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정신적 치료를 받아야 할 이 여성에게 이중의 고통을 주는 것이다.
두 번째로 낙태 수술을 받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24세 미만의 미혼모 중에 10대의 미혼모가 40%이다.
낙태는 엄연한 불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태를 강행하려 했을 경우 낙태수술 비용이 적게는 500만원, 많게는 1000만 원 정도라고 한다. 경제적 자립이 되지 않은 10대 미혼모가 낙태비용을 마련할 수 있을까?
불법도 돈이 있어야 가능한 구조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10대 미혼모의 출산이 늘어나게 됐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딸이 혼자 고민하다 가출해서 몰래 아이를 낳았을 경우다.
아이를 낳았다 하더라도 또 다른 선택의 기로에 놓이다. 양육을 하거나, 입양을 보내거나, 유기하거나…
아이의 아빠와 연락이 안 되고 경제적 능력은 없는 십대 미혼모들은 양육을 선택할 수 없다. 그러므로 대부분 아이를 입양 보내려 한다.
그런데 아이가 장애아거나 남자 아이라 가정해보자.
대개 입양부모들이 신생여아를 선호하기 때문에, 이 경우 입양을 보내려 해도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보통 미혼모들은 입양이 되면 기록이 삭제되는 줄 안다. 그러나 입양이 안 되거나 파양 됐을 경우 가족관계증명서에 기재된 ‘혼외자녀’란 주홍글씨는 그대로 남아있다.
의지 할 곳 없이 극단에 몰린 이 청소년 미혼모의 선택은 무엇일까?
뿐만 아니라 애초부터 출생신고를 하면 남들이 알지 않을까 라는 두려움에, 아예 입양을 시도하지 않고 유기를 선택하는 미혼모도 상당수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렇듯 입양특례법의 출생신고 서류의 입양허가절차의 의무가 아동유기를 부추기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편견과 미혼모에 대한 복지지원이 열악한 한국사회에서는, 선진국과 달리 출생신고 자체가 그들에겐 공포의 조항인 것이다.
법을 만들기 위해서는 현실적 상황에 대한 진단을 해야 한다. 청소년 미혼모가 양육과 학업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나라인지 아닌지, 그것부터 판단을 해야 한다. 전자의 나라인가 후자의 나라인가?
입양특례법 재개정을 반대하는 측은 출생신고의 문제를 이렇게 주장한다.
첫째, 아동의 알권리를 위해 반드시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
둘째, 출생신고는 국민의 의무이다.
셋째, UN아동권리협약의 권고사항을 위반하는 것이다.
이 법으로 깊이 들어가지 않은 사람들은 이 두 가지의 주장이 멋져 보이고 당연한 말 같이 들릴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 뭔가 속임수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아동의 뿌리찾기는 입양특례법으로 법제화된 중앙입양원에서 충분히 할 수 있다.
중앙입양원은 보건복지부에서 위탁한 공적 기관이고 목적사업에 뿌리찾기를 위한 통합데이터베스이스 구축을 하게 돼있다.
아동이 어디서 태어났는지, 어떤 입양기관에서 상담을 받았는지, 왜 생모가 자신을 입양 보냈는지 등 상세한 기록을 기재할 수 있다. 생모가 자신의 인적 사항을 볼 것을 동의한다면
그 또한 열람해서 볼 수 있다.
뿌리찾기는 출생신고를 거치지 않아도 입양기관의 장이 고아단독 가족관계등록 창설 절차를 밟고 그 기록을 공적 기관인 중앙입양원이 관리감독하면 되는 것이다.
또한 미국과 같이 인적사항 및 입양기록을 해당 당사자만 볼 수 있게 법원에서 엄격히 관리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시스템이 충분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알권리를 위해서 출생신고를 강제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출생신고가 국민의 의무라는 주장 또한 전혀 논리 성립이 되지 않는다.
입양이 안 되거나 파양 되면 가족관계등록부에 혼외자녀가 남지만, 입양이 되면 가족관계등록부에서는 삭제된다.
출생신고의 의미가 국민의 의무를 말한다면 입양이 되어도 가족관계등록부에 혼외자녀의 기록을 삭제하지 말아야 한다. 주장하듯이 가족관계등록부에 출생된 기록이 있어야 국민의 의무를 지키는 것이니 말이다.
그 주장을 쉽게 요약하면 ‘출생신고는 국민의 의무, 입양이 되면 국민의 의무에서 제외, 입양이 안 되면 평생 국민의 의무를 지켜야 함’, 이런 궤변이 어디 있는가.
남아, 연장아의 부모 같은 경우에는 출생신고를 하여 입양을 보내려 해도 대부분 입양이 되지 않아 평생 기록이 남는다. 미혼모가 결혼을 했을 경우 배우자, 직계존속, 직계비속, 자녀, 형제자매는 그녀의 위임이 없어도 전부사항 증명서를 뗄 수 있어 혼외자녀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만인에게 평등해야 할 법이, 어떤 아이를 낳았느냐에 따라서 위협이 되게끔 공적인 기록을 삭제 또는 삭제해 주지 않는 것이 평등한 법이라고 항변 할 수 있을까.
또한 미혼부는 어디로 갔는가?
아빠가 있으면 엄마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입양특례법은 가족관계등록법 46조 2항에 근거해 출생신고의 서류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혼인 외 출생자의 신고는 모가 하여야 한다.’ 라고 적시돼 있는 것이다.
그 자체도 문제지만 입양특례법에 기초해 입양을 보내기 위해서는 아동의 출생신고가 친생모의 앞으로 등재해야한다. 아빠에게는 어떠한 책임도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양성평등의 원칙의 위배된다.
미혼부에게 책임을 동등하게 하지 못할 법이라면 미혼모에게도 출생신고를 예외로 해주는 것이 상식 아닌가?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제7조 1항 ‘아동은 출생 후 즉시 등록되어야 하며, 출생 시 부터 성명권과 국적 취득권을 가지며, 가능한 한 자신의 부모를 알고 부모에 의하여 양육 받을 권리를 가진다’
위 조항을 꼼꼼히 보면 ‘가능한’ 이란 단어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국가의 조건과 상황에 따라서 예외사항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제6조 제1항은 ‘당사국은 모든 아동의 생명에 관한 고유의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인정한다’, 제2항은 ‘당사국은 가능한 한 최대한도로 아동의 생존과 발전을 보장하여야 한다’고 각각 규정해 아동의 생명권과 생존권을 보장하고 있다.
개정된 입양특례법으로 인해 아동의 유기가 증가되고 입양이 줄어들어 시설에 아동이 넘쳐나는 것을 인정한다면 7조의 아동의 알권리와 6조의 생명권, 생존권이 충돌이 된 것으로 봐야 한다.
결정적으로 본 협약 3조에서 답을 주고 있다. 아동의 최대의 이익이 관심사가 되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알권리와 생명권, 생존권 즉 헌법이 보장하는 두 가지 기본권이 출동했을 경우 ‘보다 중요한’ 혹은 ‘보다 우월한’ 이익을 보장하고 덜 중요한 이익을 유보시키는 것이다.
특히 생명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의 핵심이기 때문에 입양특례법이 재개정돼야 하는 것이다.
1988년 10월 온 국민을 씁쓸하게 했던 사건이 있었다. 호송차를 탈취해 인질극을 벌였던 지강헌 사건이 그것인데, 영화 ‘홀리데이’를 통해서 다시 주목받았다. 그들이 말했던 ‘유전무죄’ ‘무전유죄’ 가 그 시대에 유행어처럼 번졌다.
나는 개정된 입양특례법의 출생신고의 법적 형평성의 문제가 ‘유전무죄 무전유죄’와 뭐가 다를 것이 있냐고 반문하고 싶다.
이 법의 부당성에 아이를 잘못 낳은 이유로 억울해 하는 미혼모의 절규가 들리는 듯하다.
‘장애아 유죄 비장애아 무죄!’
‘연장아 유죄 신생아 무죄!’
‘남아 유죄 여아 무죄!’
‘미혼모 유죄 미혼부 무죄!’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유기한 미혼모의 41%가 출생신고의 두려움 탓이었다고 편지로 사연을 남기고 있다. 길거리 유기는 그 사유에 대해 통계가 나오지 않고 있지만, 언론에서 보았듯이 입양특례법의 출생신고의 어려움 때문에 유기를 했다고 진술한 미혼모가 상당수였다.
입양특례법 재 재정 추진은 사고를 막자는 것이다. ‘과도기이니 좀 시간을 두고 기다려 봐야 한다’라는 안일함이야말로 사고를 부르는 결정적 요인이며, 발상 자체가 반생명적인 것이다.
그 어떤 상황이라도 생명을 실험할 과도기는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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